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53화 (53/277)

< 독독코인(4) >

조용한 하루가 흘러갔다.

9월 12일.

독독코인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그 내리막에 가면남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그의 행운에 대한 토론이 코인 카페에서 이어졌다.

-하늘이 내린 재신인가?ㅋㅋ

-결국 투자는 운좋은 사람이 승자인 듯

-코인도 될놈될이구만ㅋㅋ

-이젠 의심하는 게 바보인 수준...!

-어제 3억 넘게 벌고 쿨하게 가더라. 진짜 ㅈㄴ멋있어서 반할뻔했다ㅋㅋ

-나는 이미 반했다고...!

-그래서, 언제 또 오는데ㅠㅠ 나 안팔았다고 아직ㅠㅠ

-주구장창 하락할 때는 귀신같이 매수를 안해버리네. 진짜 뭐 있나?ㄷㄷ

-혹시 무당...?

-킹리적 갓심이다!

그리고 찾아온 다음 날.

“후우.”

류성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먹었다.

[9월 13일]

[한국 시각 오전 8시 닉콜라 기업 CEO가 별스타그램에 술에 취한 사진을 올림.]

[오전 8시 30분에 폭탄 발언을 함.]

[닉콜라 기업의 모든 물품을 독독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연계사업을 추진할 거라는 이야기를 내놓음.]

[각국의 투자자가 모여들면서 엄청난 상승세를 만들어냄.]

[정확히 20분 뒤, 술김에 한 농담이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가격이 폭락함.]

오늘이 코인 일지에 적힌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하루가 될 터였다.

현재 오전 8시.

별스타그램을 확인하자 닉콜라 CEO가 술에 취한 모습을 찍어 올린 상태였다.

“시작됐네.”

가면을 쓰고 생방을 시작한 류성은 시청자가 1,500명이 넘어갔을 때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여러분, 오늘은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시청자들이 물음표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제가 매수할 때 매수하고 매도할 때 따라서 매도하세요. 그렇게만 하면 모두가 해피한 엔딩이 될 겁니다. 제 운을 믿고 따라오세요. 아시겠죠? 절대 욕심 내지 말고 저만 따라오는 겁니다.”

그 말에 'ㅇㅇ'가 무수하게 올라왔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

이런 말을 했는데도 욕심을 내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설득할 순 없었으니까.

어차피 투자는 본인의 선택일 뿐이었다.

과한 참견은 의미가 없었다.

“자, 그럼 이제 매수해보겠습니다.”

무려 12억 2,388만 원이었다.

그만한 돈을 단번에 매수에 사용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순식간에 체결되었다.

기억할 건 오직 하나였다.

9시 전에 매도하는 것.

그것만 지키면 이번 투자는 성공적일 터였다.

“매수 완료했고요. 잠깐 지켜보겠습니다.”

수다를 조금 떠는 사이 8시 30분이 되었다. 닉콜라 CEO의 게시물이 별스타그램에 올라왔다.

*

엄청난 화력이 이어졌다.

번역한 내용이 쉴 새 없이 코인 카페에 올라왔다.

제목 : 실화임? 닉콜라 게시글 봤어요, 다들?

제목 : 와씨, 진짜라고????

제목 : 독독코인으로 연계사업을 한다고?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 : 닉콜라 대기업이다, 초대박이다 이건!

본문 내용 : 일본 내에서 각종 생필품 독식하고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까지 진입했음. 진짜 코인 구매해서 본인 기업에서 쓸 수 있게 해주면 초초초대박이다!

[댓글]

우상향 : 가즈아아아아!

나롹 : 아니, 이게... 허, 참.

ㄴ존버충 : 너 계속 독독코인 까던 놈 아니냐?ㅋㅋ

ㄴ나롹 : 하, 어이가 없네, 진짜

ㄴ존버충 : 할 말 없지?

ㄴ나롹 : 없지, 뭐 ㅅㅂ

ㄴ존버충 : 그래서 안 살거?

ㄴ나롹 : 이미 샀음

ㄴ존버충 : ㅁㅊ놈ㅋㅋ

ㄴ나롹 : 이건 사야지, 뭐ㅋㅋㅋ

ㄴ존버충 : 가즈아아아!

ㄴ나롹 : 가쥬아아아!

제목 : 아니, 그니까 사라고 했잖아!

본문 내용 : 정보꾼 형님도 샀다고! 바보들ㅋㅋ

[댓글]

뱀띠 : 근데 나만 좀 그런가? 요즘 정보꾼인지 뭔지 그 사람 이야기만 계속 나오네? 지겹지도 않냐?

ㄴ나는코인 : 안 지겨운데?

ㄴ뱀띠 : 어후, 난 징글징글!

ㄴ나는코인 : 벨!

ㄴ뱀띠 : ...뭔 개소리냐?

ㄴ나는코인 : 징글징글벨! 아재개그 모르냐?

ㄴ나그네 : ㅋㅋㅋㅋㅋ

ㄴ코인갓 : 아, 풉. 웃기 싫은데...ㅋㅋ

ㄴMINE : 개뿜었네ㅋㅋ

ㄴ뱀띠 : 젠장, 나도 웃었다, 하ㅋ

ㄴ나는코인 : 그니까 독독코인 사라고ㅎㅎ

ㄴ뱀띠 : 오키오키ㅋㅋ

독독코인의 가격은 그렇게 하늘로 솟구쳤다.

단 20분동안만 말이다.

*

류성은 늦지 않게 매도를 완료했다.

종목명 : 독독코인(DDC)

매입금액 : 1,223,889,928

수익률 : 49.51%

평가손익 : 605,947,903

총평가 : 1,829,873,831

이제 곧 술김에 농담을 했다며 미안하다는 게시글이 올라올 것이다.

“전 분명히 매도했습니다.”

알탕 : 으으,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인가...!

주린잉 : 아 몰라...ㅠ 따라서 매도 완료!

각설탕 : 저도 매도! 만족합니다!

알탕 : 에라이, 저도 매도ㅠㅠ

적지 않은 이들이 매도에 동참했다.

물론 아닌 이들도 많았다.

뱀심러 : 아니, 혼자 매도했으면 됐지, 뭘 부추김?

떡상한다 : 이런 미친 호재를 두고 판다고? 정신 나가셨나?ㅋㅋ

뱀심러 : 난 무조건 존버! 다들 존버해요!

떡상한다 : 팔면 등신이지ㅋㅋ

류성은 그들의 닉네임을 기억해뒀다.

다음 방송에 들어오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기를 3분.

드디어 폭탄이 터졌다.

[술에 취해 과한 농담을 했다. 독독코인과 관련하여 그 어떤 것도 현실화되지 못할 것이다. 그저 이름이 귀여운 게 전부일 뿐이니까.]

별스타그램에 올린 닉콜라 CEO의 게시글이었다.

“네, 그렇다는군요.”

게임은 끝났다.

이번 독독코인을 최초로 매수한 자금은 8억.

최종 수익은 10억 원가량이었다.

*

전 세계가 한바탕 크게 들썩였다.

초대형 폭탄이었다.

오직 마지막 문장만이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버렸다.

[그저 이름이 귀여운 게 전부일 뿐이니까.]

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매도하거나.

지켜보거나.

대부분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20퍼센트 이상 하락을 해버렸으니까. 뒤늦게 해당 소식을 접하고 매도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마이너스 수치를 보면서 넋을 놓아버렸다. 매도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점이었다.

951원.

926원.

903원.

884원.

852원.

걷잡을 수 없는 폭락이었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모든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제목 : 아니, 하, 진짜...!

본문 내용 : 마이너스 26퍼라고요ㅠㅠ 이거 어떻게 해요? 지금이라도 팔아요? 하, 돌아버리겠네, 진짜... 존버하라면서요오오오!

[댓글]

재벌꾼 : 어, 그 존버가 이번엔 실패한 모양이죠^^;

울보맨 : 버텨요, 버텨!

ㄴ악인 : 진짜 겁나 나쁜 놈이네ㄷㄷ

ㄴ울보맨 : 존버만이 승리한다!

ㄴ악인 : 이미 이건 끝났음

ㄴ울보맨 : 아, 왜 그래. 존버하라구!ㅋㅋ

제목 : 사기다... 사기...!

본문 내용 : 독독코인은 사기다, 사기다, 사기... 하, 하하하...

[댓글]

끼적끼적 : 나도 웃는다, 그저 웃자...

ㄴ작성자 : 마이너스 몇퍼?

ㄴ끼적끼적 : -26퍼. 아니 이제 -27퍼. 아니 이제 -28퍼네...

ㄴ작성자 : 하, 눈물나네ㅋㅋ

ㄴ끼적끼적 : 지금은 -30퍼다ㅠ

연어 : 사기는 아니고 그냥 귀여웠던 거지...ㅋㅋ

ㄴ작성자 : 거지같은ㅠㅠ

엄청난 속도로 내리꽂던 가격이 조금 안정화되었다.

최고점 1,075원.

현재가 575원.

아직 이슈가 있기 전의 가격대로 복귀한 건 아니었지만 근접한 상태기는 했다. 한 마디로 그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버린 것이다.

일부는 눈물을 머금은 채 손절을 쳤고 누군가는 발을 동동 굴렀다. 물론 그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매수를 진행했다. 어디건 불나방은 존재하는 법이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등장한 게시물.

이번에는 독독코인이 아닌 한 사람을 지칭한 내용이었다.

바로 가면남.

정보꾼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목 : 결국 가면남이 맞았네

본문 내용 : 방송 시작할 때 뜬금없는 소리를 하더라고. 매수할 때 따라서 매수하고 본인이 매도할 때 따라서 매도하라고. 그러면 해피엔딩이 올 거라고.

뭔 헛소리인가 싶었는데, 참ㅋㅋ

아, 지금 생각하니까 매도하면서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질 않네.

명언이다, 명언.

전 분명히 매도했습니다.

기억 나냐?ㅋㅋ

그렇게 말하는 거 보고 가면남이 정보꾼이라는 말도 전부 개구라였나 싶더라.

이걸 판다고? 이걸?

그때는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정신 나간 줄 알았다!

이렇게 대호재인데?

이걸 팔어? 바보인 건가? 웃긴 건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던 시청자도 많이 보이더라. 그 중에서도 특히 두 명! 가면남한테 불안감 만들지 말라고 ㅈㄹ하더만. 팔면 등신이라고ㅋㅋ 안 팔고 존버할 거라고 말하던데. 그 녀석들 지금 나랑 똑같은 꼴이겠지?

웃음밖에 안나네ㅋㅋㅋ

하, ㅅㅂ 그때 믿었어야 했는데!

같이 매도했어야 했는데ㅠㅠ

젠장, 내가 진정한 등신이었지 뭐.

[댓글]

놔락 : 슬프구만, 근데 뭐 등신이 맞으니까 할 말이 없다ㅋㅋ

ㄴ작성자 : 하, 진짜ㅋㅋ

2년차 : 그러게, 실력자 말을 들었어야지

주린잉 : ㅎㅎ, 저는 매도하라고 하길래 바로 했어요!

ㄴ작성자 : 여기서 왜 시비냐...!

ㄴ주린잉 : 헤헤

ㄴ작성자 : 꺼져라ㅠ

ㄴ주린잉 : 왜 욕하고 그래ㅋㅋㅋ

이후로도 비슷한 글이 게시판을 장악했다.

제목 : 정보꾼만 믿고 따르라고 했잖냐, 등신들아!

제목 : 가면남은 신이라고!ㅋㅋ

제목 : 못 믿은 내가 병신이지...!

제목 : 그래서, 끝까지 존버한다던 그 시청자들 누구?ㅋㅋ

제목 : 그놈들 어케 됐냐? 여기 있는 거 다 안다ㅎㅎ

제목 : 가면남이 이제 유일한 네임드다!

제목 : 등신들아, 그냥 초고수 말만 믿고 따르면 돈 버는데 어휴ㅉㅉ

가면남, 그리고 정보꾼.

이제는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

깔끔하게 한정퀘스트가 완료되었다.

[한정퀘스트 클리어!]

[너튜브 생방송에 5회 이상 참여한 시청자를 측정합니다.]

[해당 시청자의 수익을 측정합니다.]

[두 개의 조건을 더하여 결과를 도출합니다.]

[정산 중...]

[정산 완료.]

[선행포인트 16점을 획득합니다.]

사실 열혈 시청자를 위한 퀘스트라 기대감이 낮은 상태였다. 심지어 최대한 생방송을 한다고 했음에도 네 번밖에 틀지 못했다. 그러니 결국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꽤 많은데...?”

아닌 모양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포인트가 들어왔고 덕분에 선행포인트가 현재 38점이 되었다. 최근 상당한 속도로 포인트를 모으는 중이었다.

“벌써 재능은 구매할 수 있는 상태고.”

다만 정보권 구매는 60포인트가 필요했기에 아직 요원한 일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반년도 되지 않아 20억 자산가가 되었으니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천천히 나아가면 그만이었다.

띠링.

나름대로 다짐을 이어가고 있는데 갑작스레 스마트폰이 울렸다.

NEW<채팅 - 방송 작가>

방송 작가에게서 예전 채팅방으로 연락이 온 것이었다.

-가면남님, 잘 지내고 계시죠?

상단에 떠오른 창을 눌러 내용을 확인한 뒤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

-네, 오랜만이에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빨리 답장 주셨네요, 감사합니다ㅎㅎ 사실 지금까지 방송을 다 보고 온 건데 괜한 걸 물어봤네요.

-아, 그러셨어요?

상대방의 채팅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그럼요! 생방송 알람 뜰 때마다 무조건 들어가서 봤거든요! 아, 녹화중일 때는 제외하구요ㅠㅠ 사실 저도 독독코인 따라서 매매를 조금 해가지고...!

이 사람이 포인트를 올려준 많은 시청자 가운데 한 명이었구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였다.

-잘 파셨고요?

-네, 가면남님 따라서 똑같이 팔았죠!

-잘하셨네요.

-그렇죠? 잘했죠?

-네.

-저, 그럼 혹시... 방송 출연은 더 생각해 보셨고요?

-생각해 봤죠.

-여전히 마음은 안 바뀌셨나요?

-음...

사실 당장이라도 재능을 구매할 순 있는 상태였다.

근데 쓰는 게 맞는 걸까.

딱히 방송에 나간다고 해서 뭔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쓸데없이 귀찮아질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물론 연계 퀘스트라도 뜬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닌 이상에야.

그래, 미안하지만.

더 대답을 미뤄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오래 고민해봤는데요.

-네...!

-죄송하지만 방송에 나가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 아아. 그러셨군요ㅠㅠ

-대답이 조금 늦은 것 같은데 그 점은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는 지금까지 고민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있어요ㅠㅠ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맙네요.

-여지는 더 없는 거겠죠?

-네, 당장은요.

-알겠습니다...! 더 귀찮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네요ㅜㅜ 너튜브 생방하시면 저도 가끔 참여해서 볼게요! 다음에도 돈 많이 버시구요, 응원할게요, 파이팅이요!

-아, 네. 고맙습니다.

채팅을 종료하고 류성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돈이라.

많이 벌라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괜스레 머릿속에 남았다.

돈을 버는 것.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게 더 고민이었다.

지금보다 더욱 큰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선 어찌해야 하는가.

그 방법에 대해서.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서도.

“으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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