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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57화 (57/277)

< 호양TV(1) >

바로 집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으음."

그냥 가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할머니를 돕고서 나온 보상이 노화 회복 물약이었다.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찝찝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퀘스트를 떠나서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던 할머니의 힘든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박힌 채 떠나지 않았다.

어깨를 쓸어주던 그 손길도.

명절마다 놀러 가면 항상 그렇게 예뻐해 주시는 헐머니,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래."

잡다한 이유를 떠나서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거면 충분한 거지.

더 고민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서둘러 근처 약국에 들렀다.

박카스 한 통을 구매한 뒤 박카스 하나에 물약 두 방울을 넣었다. 이후 차를 끌고 한참이나 길을 둘러갔다. 목적지 근처에 차를 대고서 할머니를 바래다줬던 파란 대문집까지 걸어갔다.

드시겠지?

일단은 시도해볼 수밖에.

대문 앞에 멈춰서서 심호흡을 한 뒤 손을 뻗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머지않아 대문이 열렸다. 다행스럽게도 여기까지 직접 바래다 드린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 아이고, 뭐라도 놓고 갔어요?"

"아뇨, 그건 아니구요."

"그럼 어쩐 일로 다시 온 거예요? 계단도 많아서 힘들었을 텐데."

"그냥 돌아가려니까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서요. 저희 할머니도 떠오르고 해서 그냥 가볍게 선물하나 드리려고요. 이거 받으세요, 박카스에요."

"아니, 이게..."

할머니가 잠시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이내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예전에는 말이에요, 이웃끼리 같이 식사도 하고 음식도 나눠주고 그랬어요."

"아... 그랬나요?"

"그럼요. 요즘은 그런 경험 잘 없을 거예요.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죠. 근데 이렇게 총각한테 선물을 받으니 옛날 기억이 떠올라서... 좋네요, 좋아."

할머니가 박카스 통을 받자마자 류성은 손을 바빠 움직였다. 통 안에 넣어뒀던 물약이 든 박카스 하나를 빠르게 꺼내서 뚜껑을 열었다.

"먼저 하나 드세요."

"고마워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큰 의심 없이 박카스를 받아 마셨다.

"그럼 가볼게요."

"들어와서 같이 밥이라도 먹고 가지 그래요?"

"괜찮아요, 가볼 곳이 있어서요."

"조심해서 가요."

할머니가 아쉬운 듯 손을 흔들었다.

류성은 꾸벅, 인사를 하고서 차가 주차된 곳으로 이동했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었다.

*

집으로 돌아와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화목한 분위기.

그 가운데 류성만이 홀로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했다. 억지웃음과 함께 계속되는 눈치 보기 작전이 이어졌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하나였다.

타이밍이 왔다 싶을 때, 놓치지 않고 캐치해야만 하는 눈썰미가 바로 그것이었다.

"아휴, 목이 좀 칼칼하네."

어머니의 말에 즉시 준비 중이던 물컵을 대령했다. 그 안에는 이미 두 방울의 노화 회복 물약이 스며든 상태였다.

"엄마, 여기."

"어? 고마워."

물을 들이켠 어머니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 봐?"

"어? 아니, 아무것도."

"아무튼 잘 마셨어, 아들."

"어어."

물컵에 싱크대 위에 내려놓고서 어머니를 살폈다. 드라마를 보는 중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

"아니, 그 혹시 컨디션이 좋아진 거 같다거나 그렇진 않아?"

"얘가 갑자기 뭔 소리야."

류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효과가 너무 미미한가?

하급이니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그래도 먹이긴 해야지.

기대감은 조금 줄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물이나 마시면서 해."

"어어, 땡큐."

"너도."

"흐음... 설마 또. 에이, 아니다. 아니겠지."

"침 안 뱉었어, 이 자식아."

"헤헤."

의외로 류환과 류현아는 쉬웠다.

류환은 책상 옆에 물을 내려놓으니 바로 마셨고 류현아는 의심하면서도 최근 용돈을 줘서 그런지 군말 없이 물을 들이켰다.

"아무튼 땡큐, 오빠!"

"오냐."

아버지는 집에서 서류를 보고 있을 때 가져다드렸다.

이걸로 가족은 클리어.

설명과 달리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좋아진 건 분명할 터였다.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는데 분위기가 묘했다.

뭐지?

의문을 품은 채 가족들을 쳐다보는데.

"어...?"

광채가 난다고 해야 할까.

조금 과장하자면.

그래, 눈이 부셨다.

멍하니 있는 류성을 바라보던 류현아가 손가락을 뻗어 볼을 찔렀다.

"와, 오빠도 피부 좋아졌는데?"

"어...?"

여동생의 행동과 말에 정신을 차렸다.

"어제는 완전 꾀죄죄하더니. 우리 어제 뭐 먹었지? 엄마랑 아빠랑 나랑 오빠랑 환이까지 전부 다 피부에 윤기가 좔좔 흐르잖아."

확실히 류현아의 말대로였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의 변화가 적잖게 느껴졌다.

이거, 아무래도.

노화 회복 물약은 마시자마자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잠을 자는 동안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았다.

어제 내가 느낀 건...

플라시보 효과였던 모양이었다.

한 마디로 착각이었던 거다.

"아버지, 뭔가 젊어지신 거 같아요."

"너도 그렇게 보이냐?"

"네. 완전요."

"허허, 나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는데 평소보다 더 좋아 보이긴 하더구나. 컨디션이 좋으면 그런 날도 있는 거니까."

다행이라면 그 변화가 엄청나게 극적이진 않다는 거였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다.

팩을 하고 났더니 피부가 좋아보인다거나 세수를 한 직후 괜히 광이 나는 것 같은 느낌.

딱 그 정도였다.

"일단 밥 먹자."

"아, 네."

"잘 먹겠습니다!"

아침을 먹으며 가족들을 살폈다.

"참, 여보."

"응?"

"나 이상하게 무릎 관절도 많이 좋아진 거 같아."

"그래? 나도 허리가 조금 편하네."

"푹자서 그런가?"

부모님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었지만 류성에게는 아니었다. 그 모든 게 물약의 효과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엄청나구나, 역시.

예상했던 그 이상의 효과를 두 눈으로 보게 되니 욕심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음료 사업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쩝."

하지만 한계가 너무 명확했다.

효과가 딱 두 방울까지만 있는 물품이었으니까.

게다가 200포인트라니.

가격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 모든 걸 떠나서.

너무 위험했다.

아무런 기반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보물을 풀어버리는 건 쓸데없는 위험성을 높이는 행동이었다.

결국 중요한 건 기반이었다.

무언가 제대로 갖춰져야 행동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으리라.

크게 시작할 필요는 없었다.

작게, 소소하게.

그런 이후에 천천히 키워나가면 될 것 같았다.

"잘 먹었습니다."

뭐가 되었건 결국은 꾸준함이 답일 터였다.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되는 날이 오리라.

*

오늘은 그간 미뤄두었던 일을 하나 처리했다.

법무사에 들러 법인 사업자 등록 과정을 대행 신청한 것이다. 추석이 껴서 2주일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말에 마음을 비워 놓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뭐, 재밌는 거 없나?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마침 구독을 해뒀던 너튜버 한 명이 생방송을 틀었다.

오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입장했다.

[다들 반가워요, 호이! 자, 오늘은 점심부터 삼겹살을 먹으러 왔는데요! 맛있겠죠? 고기에다가 김치도 같이 올려서 구워주면, 크흐. 벌써부터 군침이 싹 도네요.]

엄청난 양을 먹어치우는 유명 먹방러, 호양이었다.

호양 생방송은 처음인데?

마침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기쁜 마음으로 시청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삼겹살 20인분요!]

[네...?]

[가볍게 20인분만 주세요.]

[아, 일행이 있으신가 봐요?]

[아뇨, 저 혼자 먹을 거에요.]

[허어... 괜찮겠어요?]

[그럼요. 어서주세요! 어서요!]

[알겠습니다...!]

호양tv가 식당에 가면 으레 벌어지는 일이었다.

"흐흐. 생방으로 보니까 더 재밌네."

사장님의 놀란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진 사장님이 머지않아 엄청난 양의 고기를 가지고 나왔다.

[고기 나왔습니다.]

[오오오오!]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어휴, 그럼요. 걱정 마세요!]

호양은 곧바로 고기와 김치를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이익.

익어 가는 소리가 기분 좋게 퍼졌다.

[이야, 잘 익었네요! 상추에 깻잎 하나 올리고요. 고기 세 점은 기본인 거 아시죠? 밥도 조금 넣고 익은 김치랑 마늘. 고추에 된장까지 넣어주면. 크흐으으으. 끝내주네요, 끝내줘.]

그 거대한 쌈을 한입에 깔끔하게 넣었다.

우물우물.

저렇게 먹는 걸 보니 괜히 군침이 흘렀다.

"어우, 엄청나게 잘 먹네. 그치, 럭키야?"

냐아아아?

가슴 위에 누워있던 럭키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졸린 눈으로 왜 불렀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피곤한 모양이네. 더 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시 먹방에 집중했다.

[어우, 여러분들. 여기 진짜 맛있네요. 그거 아시죠? 제가 처음에 소개를 잠깐 해드렸는데요. 여기가 스티커가 붙은 식당이거든요. 착한 영향력 스티커요.]

초반에 언급된 내용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보는 중이었고.

[그래서 정말 최대치로 먹어보려고요. 삼겹살 20인분은 스타트인 거 아시죠? 진짜 오늘 여기 제대로 돈쭐 내겠습니다!]

이후 엄청난 속도로 흡입을 이어갔다. 20인분이라는 경악할 양의 삼겹살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 바닥난 상태였다.

[여기 오겹살이랑 항성살 각각 5인분씩 추가할게여!]

[예에...?]

[빨리 주세요! 배고파요, 사장님.]

[진짜 드려요? 괜찮겠어요?]

[어휴, 그럼요.]

[허, 허허... 알겠습니다.]

먹으면서 간간이 이야기를 꺼냈다.

착한 영향력에 관해서.

[오늘은 먹방도 하고 다른 곳에도 좀 들러볼 예정이거든요. 착한 영향력 스티커가 식당에만 붙어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안경점, 문구점 등등.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있어서 오늘 제가 제대로 돈 좀 써보려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던 도중이었다.

[아, 혹시 같이 하실 분 계실까요?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 구매할 생각이거든요. 미리 구청에도 연락을 해둔 터라 오늘 안으로 전부 끝낼 거고요. 그러니 마구마구 후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후원 보내주시면 제가 해당 금액만큼 똑같이 추가해서 돈쭐 낼 겁니다!]

그 말에 참여하고자하는 욕구가 무럭무럭 솟구쳤다.

그런 류성의 의지가 닿은 걸까.

지하철 폭행 사건때처럼 공간을 뛰어넘은 퀘스트가 등장했다.

[퀘스트 발동!]

[또 다른 방식의 돈쭐!]

[먹방 유튜버 호양TV가 돈쭐을 내려고 한다. 착한 스티커가 붙은 식당은 물론이고 안경점과 학용품까지 들릴 예정이다. 대량의 물품을 소년, 소녀 가장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 후원에 참여해 진정한 돈쭐이 무엇인지 보여주어라!]

[남은 시간 : 5시간.]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손톱 하나가 뒤집힙니다.]

돈쭐을 내려는 호양에게 후원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꽤 재밌을 것 같았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후원을 가볍게 쐈다.

[주식대마왕tv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계좌 후원도 되나요?]

계좌 후원이 되면 직접 보내는 게 더 좋았으니까. 아무래도 너튜버를 통한 후원은 수수료가 있어서 효율이 좋지 못했다.

[아, 계좌 후원이요?]

호양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불특정 다수에게 계좌로 후원을 받지는 않아요. 세금 문제도 있고 해서요. 깔끔하게 너튜브 후원만 받을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후원해주신 금액이랑 똑같이 저도 낼 거니까요.]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후원금액을 충전했다.

그럼 제대로 쏴볼까.

퀘스트는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보상이 좋아지는 경향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후원금액을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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