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스닥 정보권(2) >
종목을 검색하자 바로 차트가 떠올랐는데 이미 가격이 10달러에서 15달러도 50%나 올라버린 상태였다. 투자사가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통해 상장이 되자마자 매수를 해버린 것 같았다. 결국 개인투자자는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었다.
"벌써 많이 올랐네요."
10달러일 때 시총이 원화로 6천억이었다. 지금은 15달러가 되었으니 9천억이 되었다.
이제 막 상장한 기업의 주식치고는 높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기대 매출을 생각하면 아직 한참 더 오를 여력이 존재했다.
"더 늦기 전에 매수부터 할게요."
24시간이 넘도록 오직 양자콤 기업에 관한 공부를 이어갔다. 거기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용기를 내야 할 때였다.
15억 원.
해당 금액 전부를 매수에 퍼부었다.
대략 133만 달러였다.
어마어마한 거금을 투입했으나 거래는 순식간에 체결되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 주식의 위대함이었다.
거래량이 엄청났다.
이만한 거금을 한 방에 사용하게 될 줄이야.
솔직히 심장이 쿵쾅거렸다. 매수한 직후 2%가 급락했는데 그 짧은 시간 눈에 들어오는 마이너스 금액이 무려 3천만 원이었으니까.
지금 팔아버리면 3천만 원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 더 하락하면?
1억, 2억, 어쩌면 반토막이 날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했다. 수억 원이라는 거금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공부했던 대로 증시가 흘러가진 않으니까. 지금 주가도 과하다고 본 투자사가 당장이라도 공매도를 이어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새 마이너스 5천만 원이 되었다.
"조금 떨어지네요."
솔직히 두려웠다.
믿자, 믿어야지.
정보권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충분히 오르겠다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존재함에도 그런 심정이었다.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용기로 그리도 대범하게 투자하는지.
"...대단하네요, 참."
알탕 : 에? 뭐가요?ㅋㅋ
"투자하는 모든 사람이요."
알탕 : 새삼스럽군요ㅋㅋ
갓갓 : 제일 대단한 건 정보꾼님이면서!
성좌 : ㅋㅋ이거시 바로 기만인가!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뭐.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는 일이었다.
"자, 아무튼 이제 지켜보자고요."
다행스럽게도 주가는 금방 올라갔다.
16달러, 17달러.
11시가 되기 전에 20달러를 찍고 그 위에서 횡보하기 시작했다.
종목명 : 양자콤
보유주식 : 89,101주
매입금액 : 1,336,515달러
수익률 : 33.17%
평가손익 : 441,049달러
총평가 : 1,777,564달러
44만 달러의 수익.
"음, 그러니까... 대충 5억 정도 수익 중이네요."
15달러에서 20달러가 되었다.
시총은 1조 2천억 원.
류성이 생각하는 적정 시총까지는 아직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슬러그 : 아니ㅋㅋ 5억? 5억이요?ㅋㅋ
맥주 : 와, 잠깐 사이에 주가가 100%가 올라버렸네ㄷㄷ 그 중간에 탑승한 정보꾼님의 야수같은 심장에 존경을 보냅니다ㄷㄷ
밀크티 : 너무 부럽다...ㅠㅠ
갓작 : 아, 넘 늦게 봐서 매수하는 게 늦어버린 듯ㅠㅠ
알탕 : 저도 사고픈데, 아쉽...!
오늘은 시간이 빠듯하기는 했었다.
"개인적으로 30달러 정도를 적정가격으로 보고 있는데요. 상장 첫날이라 40달러 이상 갈 수도 있거든요. 지금 진입해도 괜찮은 가격이라고 봅니다. 물론,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투자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란 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죠?"
그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매수를 외쳐댔다.
알탕 : 에라, 모르겠다. 나도 매수!
주린잉 : 저도 매수요ㅋㅋ
온다르 : 29달러에 팔아야징ㅋㅋ
거울 : 매수 가즈아아아아!
5분 정도가 더 흘렀을 무렵이었다.
가격이 요동쳤다.
18.5달러까지 빠지더니 다시 급격하게 상승했다.
22달러, 25달러, 27달러.
"네, 30달러네요."
류성이 말한 적정 주가에 도달한 것이다.
"욕심은 부리지 않을게요. 분할매도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천천히 분할매도를 이어가기로 했다.
"5천 주 매도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매도가 되면서 수익이 났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적정 주가를 뛰어넘는 진정한 상승세가 그때부터 터져버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
코인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제목 : 정보꾼, 지금 미국 주식 하는 중!
본문 내용 : 양자콤? 오늘 상장한 거 같던데 그걸로 돈복사 중임ㅋㅋ
[댓글]
현희 : 이미 따라서 샀지롱ㅋㅋ
ㄴ작성자 : 돈복사중?
ㄴ현희 : ㅇㅇ, 나 벌써 수익 50프로 넘음ㅋㅋㅋ
ㄴ작성자 : 미쳤네ㄷㄷ
ㄴ현희 : 오늘 조용히 정보꾼 따라서 산 코인러 많을 걸? 워낙 해온 전적이 있으니까
ㄴ작성자 : 하긴ㅠ 나도 바로 봤으면 무조건 샀을 텐데, 어휴
ㄴ현희 : 안타깝네ㅋㅋ
의심하는 이들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워낙 많은 사건이 있었다.
독독코인만 하더라도 매도해야 할 타이밍을 귀신처럼 파악했었다.
제목 : 그냥 신이 내린 운빨러라니까!
본문 내용 : 쫓아만 가도 운에 휩싸이는 거라고! 어서 따라 와라!
제목 : 1억 투자했다ㅋㅋ
제목 : 저도 소소하게 양자콤 매수했네요
제목 : 근데, 정보꾼은 분할매도 중이던데?
제목 : 벌써 분할매도 세 번이나 함
제목 : 계속 주가가 과하다고 얘기하는 중
제목 : 근데 주가 상승,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임ㅋㅋㅋ
제목 : 오늘 가즈아아아아!
제목 : 미국 주식도 미쳤구나, 하루에 250프로가 가네
양자콤, 상장 가격 10달러.
현재 가격은 35달러.
2시간이 채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250%나 솟아올랐다.
그러나, 상승세는 여전했다.
언제까지 올라갈지.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품은 채 양자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류성이 시선을 슬쩍 내렸다.
[시청자 : 1,377명]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음, 근데 진짜 과하거든요."
벌써 36달러였다.
"일단 또 분할매도 할게요, 저는."
다시 5천 주를 매도했다.
수익률 140%.
조금씩 오를 때마다 팔았더니 벌써 3만주 이상을 매도한 상태였다. 그래도 여전히 5만 9천주가 남아있었지만.
종목명 : 양자콤
보유주식 : 59,101주
매입금액 : 886,515달러
수익률 : 140%
평가손익 : 1,241,121달러
총평가 : 2,127,636달러
총평가가 212만 달러였다.
3만주를 매도했음에도 처음에 투자했던 133만 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미쳤네.
전부 다 매도하면 얼마가 되어 있을까.
아직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 37달러네요. 또 매도하겠습니다."
다시 1만주를 매도했다.
분할매도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 본격적인 투자사의 공매도가 시작되면 가격은 순식간에 하락할 테니까.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매도할 만큼은 매도해버리고 싶었다. 수익은 조금 줄어들더라도 멘탈을 지키기엔 그게 훨씬 좋았으니까.
"자, 시청자분들도 매도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
알탕 : 아직이에요, 아직! 가즈아아!
짝발 : 어허, 매도라니!
재벌주식 : 무엄하도다!
무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
"전 책임 안 집니다. 분명히 말했어요?"
가격은 여전히 올라갔다.
36.5달러, 37달러.
시총이 벌써 2조를 훌쩍 넘어섰다.
심했다, 너무 심했다.
수익이라 좋기는 한데 과한 걸 넘어서서 약간 기괴할 정도로 올라가니 심장의 쿵쾅거림이 거세어졌다. 그러나 이런 순간일수록 침착해야만 했다.
침착하자, 침착.
그걸 위해 공부한 거니까.
적정 주가는 30달러야.
그러니까 무조건 분할매도하는 게 맞다는 판단으로 손가락을 간신히 움직였다.
"...매도했습니다."
그렇게 1만 9천주 가량이 남았을 무렵이었다. 드디어 주가가 롤러코스터마냥 급락하기 시작했다.
수익은 충분해.
다급히 들고 있는 모든 주식을 한방에 던졌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모든 주식이 팔렸다.
"후우, 운이 좋았네요. 최종수익은..."
계좌 현황에 들어가니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9억 9천만 원입니다."
덕분에 총자산이 39억을 넘어서게 되었다.
알탕 : 역시... GOD!
반도체갓 : 스승님이 짱입니다!
주린잉 : 축하드려요, 수익!
또 한 번 실력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
어느덧 9월 말일에 접어들었다.
영화는 여전히 잘 나가는 중이었다. 1, 2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며 상당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둠이 드리워진, 정말 500만 찍나?]
[서울전쟁, 550만 돌파!]
[서서히 관객수 줄어들기 시작하는 서울전쟁!]
[순위권에서 내려왔어도 관객 꾸준히 이어져.]
[계속되는 흥행 질주!]
많은 관객이 들어차서 한동안 더 상영될 것 같았다.
좋은 일이긴 한데.
대신 그만큼 수익 실현 시기가 늦춰질 터였다. 기대감 반, 아쉬움 반으로 기사를 읽어내려가며 손을 뻗었다. 접시에 한가득 쌓인 복숭아 하나를 포크로 찍은 뒤 입에 가져갔다.
아사삭.
복숭아 특유의 향이 강하게 퍼졌다.
음...!
맛에 놀라며 고개를 들자 마침 쳐다보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때?"
"이야, 복숭아 완전 맛있는데?"
"그치? 이제 곧 복숭아 철도 끝나니까 그 전에 많이 먹어."
"그래야겠다."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에 추석인 거 알지?"
"알지."
"목요일 저녁에 출발할 거니까 알아두고. 환이랑 현아도."
"넵! 알겠습니다!"
"다들 오랜만에 보겠네."
친척과는 사이가 워낙 좋아서 오히려 기다려졌다.
"빨리 추석 오면 좋겠다."
"나도!"
류현아는 벌써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 보고 싶어."
"평소에 연락은 하냐?"
"당연하지! 오빠는 날 뭐로 보는 거야?"
"철없는 여동생?"
"전에 봤잖아! 나 대학에서 인기 많고 정상적인 거! 내가 친구들도 엄청 챙겨줬는데 기억도 안 나냐?"
"글쎄, 급하게 화장실 가던 남학생은 생각이 나긴 하는데."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적당히 류현아를 놀리니 힘이 샘솟았다.
역시 괴롭혀야 제맛이거든.
복숭아를 몇 알 더 먹다가 말이 나온 김에 전화를 한 번 드리면 좋을 거 같았다.
"생각난 김에 안부 전화나 드려야겠다."
"지금?"
"어."
곧바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이 아니냐.)
"네, 할아버지. 잘 지내시죠?"
(그럼. 아주 힘이 넘치지.)
"할머니는요?"
(옆방에서 화투치고 있다.)
"아, 그래요? 아직도 친구분들이랑 자주 화투 치시나 보네요."
(맨날 치지, 뭐.)
"저희는 목요일 저녁에 가기로 했는데 다른 곳은 어때요?"
(비슷하게 올겨.)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
(필요하기는. 넘쳐서 문제다.)
정말 할아버지의 성격은 변함이 없었다.
무뚝뚝함 그 자체랄까.
그래도 직접 만나면 그 눈빛과 표정에서 애정이 크게 느껴지는 분이었다.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 오기나 해.)
"그럴게요."
(오냐. 끊는다.)
그때 류현아가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금방 갈게요!"
(현아구나? 벌써부터 귀가 아퍼.)
"아직 잘 들리신다니까 다행이에요!"
(욘석이. 어서 오기나 해.)
"넵!"
정말 목적만을 위한 통화였다.
그래도 좋았다.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였으니까.
"할아버지는 여전하시네."
그 말에 어머니가 피식하고 웃었다.
"너희 아빠가 할아버지 닮았잖니. 물론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만."
예전에는 아버지도 상당히 무뚝뚝했었다. 요즘은 그래도 가족에게 애정표현을 조금씩 하는 편이었으니 엄청난 발전이었다.
아마 럭키를 데리고 온 이후부터였던가? 아니면 전업 투자를 하겠다고 설득했을 때?
아무튼, 그즈음이었다.
서서히 바뀐 변화는 이제 온전히 체감될 정도였다.
"그래서, 엄마는 싫어?"
"싫기는. 너무 좋지."
덕분에 집안 가득 밝은 기운까지 더해졌다.
정말로 좋았다.
이 행복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