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67화 (67/277)

< 투베 입성(1) >

급락의 시작은 10월 5일이었다.

"그렇다면..."

4일에 미리 SQQQ를 매수하면 될 것 같았다. 다시금 일지를 읽어보면서 계획을 간추려봤다.

꽤 복잡한데.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류성은 바로 메모장 어플을 열어 계획표를 작성했다.

10월 4일 - SQQQ 매수

10월 17일 - SQQQ 매도, TQQQ 매수

10월 22일 - TQQQ 매도, SQQQ 매수

11월 7일 - SQQQ 매도, TQQQ 매수

훨씬 깔끔했다.

괜찮네.

이제 저대로 따라서 매매하기만 하면 되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기다리는 동안 웹소설을 쓰면서 특수 연계 퀘스트 클리어에 집중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니 당장은 일반연재 승급을 목표로 움직이면 될 터였다.

"비축은 꽤 있으니까."

7만5천자가 되어야 일반연재 승급이 되기에 15편 정도는 올려야 했다. 현재 9화까지 올라간 상태였으니 조금만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연참의 효과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승급이 우선이라 여겼기에 당장 10화를 올려버렸다. 새로운 편수를 올리고 난 후에 현재 쓰고 있는 내용이 적힌 파일을 열었다.

19화 중반부였다.

회귀하기 전, 주인공의 엔터에 속해있던 배우와 마주치는 이야기였다. 그때의 배우는 연륜이 꽤 있었으나 지금은 혜화역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실력이야 당연히 그때보다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빛이 났다.

조금만 다듬으면 과거보다 더 빨리 그 빛이 대중에게 공개될 터였다. 문제는 주인공의 처지였다. 아직은 에이전시에 속한 일개 매니저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당장은 인맥만 만들어놓고 이제 곧 회사를 차리게 되면 영입하기로 결심했다.

글이 술술 풀려나왔다.

그와 친해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힘들어하는 배우의 모습과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까지도.

-형님, 고맙습니다.

-아니, 빈말 아니야. 넌 진짜로 스타가 될 거야. 그것도 그냥 스타가 아니라 대스타가.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럴 거라니까.

-흐흐.

-그러니까... 나중에 나한테 와라.

-예? 어휴, 농담도 참.

-나 이런 거로 농담 안 한다.

대화 자체에 기대감을 심어줬다.

배우는 그럴 리 없다는 듯.

그러나 주인공은 확신하는 느낌을 살려서 말이다.

그 자체가 기대감이 되리라. 훗날 정말로 대스타가 될 거라는 걸 독자들은 알고 있으니까.

대스타가 되었을 때, 힘든 시절 옆에서 힘이 되어주던 주인공을 배우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엔터에 속하게 되어 발전해갈 그림은 또 어떠할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기대감이었다.

이미지가 구체화되고.

자연스레 장면에는 만족감이 서렸다.

타다다닥.

글근육이 이어지는 시간 동안 류성은 1만 자가 넘는 글을 작성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집필을 끝낸 뒤에는 해당 편수를 퇴고했다.

"흐음."

오늘은 수정할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

같은 시각, 류성의 웹소설이 화제로 떠올랐다. 10화가 되자마자 누군가가 그의 글을 추천한 까닭이었다.

닉네임 : 고오수

제목 : 소설 하나 추천합니다^^

본문 내용 : 요즘 정말 마음에 드는 소설 하나가 보여서 추천합니다. 문토피아 이용하면서 쓰는 세 번째 추천글이네요. 일단 스토리는...

그 누군가는 바로 문토피아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고오수’였다.

ㄴ아니, 이 분이... 추천을?

ㄴ이거 실화임?

ㄴ헐, 무조건 보러 갑니다ㄷㄷ

ㄴ어라, 눈이 잘못 된 건가? 다시 봐야지, 으음. 여전히 닉네임이 고오수네요? 아, 내가 안경을 어디 뒀더라... 음? 여전히 그대론데요? 미친, 이게 진짜라고? 저 팬티 좀 갈아입고 올게요!

ㄴ처음 본다, 이 분 추천글은ㅋㅋㅋ

ㄴ세 번이나 추천했음? 찾아봐야지ㄷㄷ

ㄴ와, 예전 추천글 두 개 봤는데 하나같이 주목 못 받다가 뒤늦게 포텐터진 작품들이네...!

ㄴ역사적인 날이구만

ㄴ컼ㅋㅋㅋㅋㅋㅋㅋ

ㄴ대박사건! 대박사건이다아아!

처음에는 저 사람이 추천글을 썼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어갔다.

ㄴ와, 이거 소설 미쳤는데요...?

ㄴ저도 보던 건데, 꿀잼 ㅇㅈ

ㄴ진짜 재밌음!

ㄴ이제 딱 10화까지 올라오긴 했는데 확실히 수작 느낌이랄까?

ㄴ몰입도가... ㅎㄷㄷ

ㄴ스토리는 특별할 게 없는데 이상하게 재밌네요ㅎㅎ

ㄴ몰랐네... 내가 이런 소설 좋아했구나...

서서히 작품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즐거워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수작, 혹은 그걸 뛰어넘는 명작급의 소설을 접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자연스레 각종 웹소설 게시판으로 화력이 넘나들었다.

ㄴ별로구만, 무슨

ㄴ수준이하다

ㄴ위에 두 사람, 취향차이는 존재할 수 있는데 말하는 게 영...ㅋㅋ

ㄴ얼마나 부러우면 저럴까ㅠㅠ

ㄴ안타깝네...

ㄴ이 정도면 취향 아니어도 볼만한데?

부러움에 배아파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긍정적이었다.

ㄴ꼭 읽어보세요, 저도 추천!

ㄴ재밌네요, 확실히...

ㄴ원래 복수하는 이야기 안 좋아하는데 캐릭터가 너무 멋있어서 오히려 몰입하게 됨!

ㄴ리얼ㅋㅋ

ㄴ뭐랄까, 복수를 이렇게 멋있게 그려낼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음ㅎㅎ

ㄴ크으, 좋다!

덕분에 소설의 조회수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

오랜만에 이신우와 함께 소주와 삼겹살을 먹으며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다.

"크으, 메뉴 개발도 끝났고 인테리어도 다했고."

"오오, 그래?"

"어. 조금 있으면 오픈이니까 놀러나 와."

"당연히 가야지."

"흐흐, 기분 최고다, 마시자!"

"마시자!"

그렇게 류성은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갔고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으으..."

간신히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중천에 떠오른 뒤였다.

어우, 머리야.

거실로 나가니 어머니가 해장국을 끓여주셨다.

"먹고 정신이나 차려."

"으으..."

뜨끈한 국이 들어가니 속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후아, 살겠네.

이후 거실 소파에 늘어지듯 눕자 럭키가 다가왔다.

"아이고, 럭키 왔어?"

냐아아아.

소파 한쪽에 놓인 생쥐 인형을 들고서 가볍게 놀아줬다.

냐앙! 냐!

럭키눈 꼬마 맹수처럼 이리저리 펄떡거리며 뛰어다녔다. 한참을 그렇게 놀아주고 있는데 어머니가 과일을 깎아왔다.

"먹으면서 놀아."

"오호, 오늘은 애플망고네?"

"맛있더라."

사과 맛이 나는 망고라고는 하는데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맛있기는 정말 더럽게 맛있었다.

"요즘 과일이 얼마나 비싼지, 원."

"으음, 과일이 좀 그렇지."

"이거 한 알에 2만 원이 넘어, 2만 원이."

"어? 2만 원? 이게?"

"그래."

"어후..."

충격을 받으면서도 포크를 멈추지 않았다.

칼로 갈라놓은 망고 한 알을 톡하고 떼어내서 입에 넣으면 상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어우러지듯 퍼졌다.

끝내줬다.

슬쩍 럭키를 쳐다봤는데 녀석은 신기하게도 사람이 먹는 음식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맛있는 걸 먹으니 괜히 미안해졌다.

"흐음, 럭키야."

냐아아?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냐아아!

류성은 럭키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나눴고 그걸 듣고 있던 어머니가 툭하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 머야, 캣닢? 고양이는 그거에 환장한다던데."

"캣닢?"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엄마, 땡큐!

"사주게?"

"응, 지금 바로 사려고."

류성은 곧바로 캣닢을 검색해서 구매를 해버렸다.

얼마 하지도 않았고.

아마 2, 3일만 기다리면 도착할 터였다.

"럭키야, 며칠만 기다려. 환상을 보여줄 테니까."

냐아아아...?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럭키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곤 바닥에 너부러진 인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냐아앙! 냥!

어쩜 이렇게 매일 보면서 살아도 귀여울 수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일단 혼자서 잘 놀고 있으니.

류성은 애플망고를 한 알 더 떼어먹고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화면 하단에 있는 문토피아 어플을 눌렀다.

뭐, 비슷하겠지만.

어차피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제 확인하고 오늘 처음으로 보는 거라 그래도 조회수가 몇십 정도는 더 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그마한 설렘을 담아 메인 화면을 눈에 담았다. 가장 먼저 투데이 베스트 작품이 보였다.

아직은 투베에 들 일이 없었기에 곧바로 서재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시선을 스치는 제목으로 인해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어라, 뭐지...?

엄청 비슷한 제목을 본 기분인데.

에이, 설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잘못 본 거라고 확신했다. 해당 위치는 투데이 베스트 1위부터 12위까지 보이는 메인 배너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호기심이란.

비슷한 제목인 건가.

그건 그거대로 별로인데.

"흐음."

의문과 함께 눈길을 돌리는 순간 류성은 본인도 모르게 괴성을 내질렀다.

"흐어어어어업!"

"아오! 아들, 깜짝 놀랐잖니!"

"어, 그게..."

"왜, 뭔데?"

"아니, 요즘 취미로 소설 하나 쓰거든."

"응? 소설까지?"

"으응. 근데, 그게... 조회수가 좀 높아져서."

"아이고, 그랬어?"

"어어, 나 잠깐만 확인 좀 할게."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봤다.

10위. 이레귤러를 삼키는 괴물

11위. 배우를 꿈꾸다 in 회귀

12위.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연재작이 무려 1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손가락이 바들거렸다.

화면을 터치해 작품을 누르자 최신 조회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10. 별품매(10화)

조회:4,622 I 추천:267 I 댓글:37

최신화인 10화의 조회수가 무려 4,622였다. 가장 아래에 위치한 1, 2화의 조회수도 보였다.

2. 별품매(2화)

조회:5,453 I 추천:296 I 댓글:23

1. 별품매(1화)

조회:5,626 I 추천:305 I 댓글:25

상당한 조회수에 엄청난 연독률이었다. 뭔가 시스템이 잘못되거나 오류라도 난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조회수 상단에 위치한 독자 추천란에 누군가가 작품을 추천한 글이 보인 까닭이었다.

그걸 눌러보니 알 수 있었다.

독자, 고오수.

문토피아의 네임드인 그가 추천한 덕분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화제 몰이를 하고 있었다.

"...대박이네."

정말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수십 명이 넘는 독자가 상당한 액수의 후원금을 보내줬으며 다양한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그리고 출판사에서 컨텍 쪽지가 와있었다.

제목 : KM킹엔터입니다!

본문 내용 : 안녕하세요, 뉴페 작가님! 현재 연재 중이신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를 보고 다급히 쪽지를 보냅니다! 1화에서부터 복수를 결심하는 회귀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전개하는 면모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주인공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부각하며 블랙홀에 빨려들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

하나같이 찬사를 보내며 계약을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이게... 진짜라고?"

류성은 중얼거리며 몇 번이나 확인했다.

모두가 진짜였다.

아무리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니, 있기는 했다.

조회수와 선작, 그리고 추천과 댓글이 조금씩 더 증가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자신은 있었다.

글근육 재능은 무려 500포인트나 하는 운명의 타로카드가 점지해준 선택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빨리 뜰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25화까지는 반응이 없어도 신경 쓰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후아, 침착하자.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모든 게 좋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인지해야만 한다.

아직 겨우 10화잖아.

완결이라는 멀고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었으니까.

“더 열심히 적어야겠어.”

하루에 3시간을 투자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어나 운동을 하고 오전에 글을 쓰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증시 공부를 하면 되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산책을 돌아다니는 중이었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컨텍 쪽지를 확인했다.

계약은 해야겠는데.

기왕 작품을 쓰기 시작했으니 유료연재는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하나.

저 많은 업체 중 과연 어느 곳이랑 계약하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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