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베 입성(2) >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어디가 좋은지, 그리고 어떤 조건이 괜찮은 건지부터 알아둬야 했다.
웹소설 커뮤니티.
해당 단어로 검색을 하자 몇 개의 사이트가 떠올랐다. 일단 가장 상단에 위치한 사이트부터 눌러봤다. 접속한 뒤에 궁금한 점을 검색해보니 다양한 게시글이 압축되어 나타났다.
제목 : 출판사 추천 목록!
제목 : 계약 조건 필수 팁!
제목 : 걸러야 할 곳...!
제목 : 작품 계약을 할 때는...
하나씩 차례대로 읽어봤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적나라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이들이 많았다.
"이야..."
대략적으로 현재 표준계약은 7대3이었다. 외에도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에 따라 시리즌이나 코코아페이지, 그리고 레디북스 셋 중에 어디가 더 강세인지도 알 수 있었다.
"신기하네."
그걸 보면서 컨텍 쪽지를 다시 확인해봤다.
비교를 하면서 천천히.
덕분에 계약을 맺을만한 업체의 범위가 크게 좁혀졌다. 그러나 답장은 일단 보내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체로 조금 더 기다렸다가 연락하는 걸 추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성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중이었고. 아무래도 지표상 조금 더 확실한 결과가 나온 뒤에 계약에 임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보다 우위의 입장.
그러니까 표준이 아닌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면 일단은..."
기분 좋게 연참이나 하기로 했다.
12화, 13화를 동시에 올렸다.
곧바로 문토피아 어플을 종료했는데 끄자마자 조회수가 궁금해졌다.
이러면 안 되지.
잘못했다가는 온종일 조회수만 쳐다보고 있을 각이었다.
고개를 저은 채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을 하니까 그나마 잠깐은 잊을 수 있었다. 그래도 부족해서 동네를 산책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퀘스트 발동!]
[때로는 달려야 하는 법.]
오랜만에 퀘스트가 등장했다.
자그마한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아이가 목줄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강아지는 생각보다 빨랐고 아이는 생각보다 느렸다.
파바바밧.
류성은 재빨리 달려가 강아지의 목줄을 쥐었다.
앙, 앙앙!
어린 강아지는 뭐가 그렇게도 신이 났는지 방방거려댔다. 뒤늦게 달려온 아이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허억, 고, 고맙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고."
"네!"
아이가 씩씩하게 다시 산책을 이어갔다.
이번엔 안 놓치겠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슬쩍 쫓아갔는데 한 번 줄을 놓친 경험 때문인지 엄청 줄을 꼬옥 쥐고 있었다. 머지않아 아이의 형으로 보이는 이가 나타나 강아지의 목줄을 받았다. 저 정도라면 안심해도 되리라.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최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1점을 획득합니다.]
포인트 1점도 얻었고.
카드까지.
요즘 카드에서 재미난 것들이 많이 나와서 적잖게 기대가 되었다.
이번엔 뭐가 나오려나.
핑그르르, 돌아가는 카드 중에 하나를 선택했다.
[최하급의 '물품'을 택했습니다.]
[보상으로 '알 수 없는 조각'을 획득합니다.]
손에 조각 하나가 쥐어졌다.
"...이건 또 뭐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녹아들듯 손바닥으로 흡수되었다. 조각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사용하고자 의지를 발휘해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희한하네."
손을 살짝 털고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문토피아에 15화를 연재하자마자 곧바로 일반연재 승급을 신청했다. 승급이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터였다.
딩동.
마침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럭키를 위한 선물, 캣닢이었다.
"럭키야. 이리와 봐."
엎드려있던 럭키가 다가왔다.
냐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녀석에게 캣닢이 든 통을 내밀었다.
"이게 캣닢이란 거야."
뚜껑을 열고 바닥에 살짝 뿌리자 코를 갖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
냐아아앙?
녀석의 두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기묘한 소리를 내더니 캣닢에 얼굴을 비볐다. 생각 이상으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크흐흐. 귀엽네."
캣닢을 조금 더 많이 뿌려줬다.
우아아앙! 우앙!
그러자 약간 이성을 잃은 것처럼 흥분했다. 바닥에 몸을 엄청나게 비벼대면서 쉴 새 없이 기이한 소리를 내뱉었다. 츄르를 먹을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인달까. 이 정도로 좋아하는 걸 보니 크게 만족스러웠다.
"사준 보람이 있네."
그렇게 럭키와 놀아주고 있을 때였다.
[일반연재로 승급했습니다.]
[선행포인트(1점)를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4번. 선호작 100을 달성하라.]
[선호작 100을 달성했습니다.]
[선행포인트(1점)를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5번. 최신 조회수 500을 달성하라.]
[최신 조회수 500을 달성했습니다.]
[선행포인트(1점)를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6번. 후원금 10,000원을 달성하라.]
[후원금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선행포인트(1점)를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갑자기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쉴 새 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클리어. 또 클리어.
다시 클리어.
그다음, 또 그다음까지도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10번. 투베 20위에 입성하라.]
[투베 20위에 들었습니다.]
[선행포인트(2점)을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퀘스트...]
10번 퀘스트부터는 선행포인트도 1점이 아니라 2점씩 들어왔다. 몇번 더 이어지던 특수 연계 퀘스트는 결국 13번이 되어서야 잠잠해졌다.
[15번. 투베 3위에 입성하라.]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선행포인트를 17점이나 습득했다. 덕분에 며칠 전 주식 정보권을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25점이 모였다.
"장난 아니네, 이거."
특수 연계 퀘스트가 생각 이상으로 달달했다.
정말 끝내줬다.
*
오랜만에 '미래희망 시민단체'의 영상을 확인해봤다. 그간 보지 못했던 영상을 차례대로 감상했는데 사건은 생각보다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며칠 전 올라온 영상에서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네, 가해자가 계속 출석을 거절하던 상황이었는데요. 결국 검찰이 칼을 뽑아 들었네요.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합니다.]
[드디어...!]
[네, 이제 구속수사가 진행될 겁니다.]
정말 좋은 일이었다.
구속수사가 시작되면 일이 그래도 빠른 속도로 처리될 테니까.
[하지만 그건 형사소송일 뿐이죠. 저희는 이미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가해자의 경우,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몹시 어렵게 몇 가지 정황을 확인했고 운이 좋게도 증거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증거를 법무법인 최앤킴에게 전했습니다. 덕분에 피해자를 여럿 모실 수 있었고 그들 모두가 특수폭행을 비롯한 여러 사안으로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모든 억울한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게 해드릴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인사는 일러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처음부터 말씀을 드렸지만 저희는 끝까지 갈 겁니다. 기대해주십시오.]
생각보다 더 일 처리가 놀라웠다.
다른 피해자를 찾아내다니.
사실 민사소송을 혼자서 해봐야 그 보상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피해자가 여럿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
대단하시네.
류성은 고민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후원자님 아니십니까?)
시민단체의 대표 홍상훈의 목소리가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네, 오랜만이죠? 영상 아주 잘 보고 있어요."
(하하, 고맙습니다. 그저 억울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어? 아, 잠시만요.)
"네."
(어어, 조금 있다가 다시 얘기하자고. 그래, 지금 통화 중이니까. 아이고, 기다리셨죠?)
"괜찮습니다. 바쁘실 테니 본론만 말할게요. 후원을 조금 더 하고 싶어서요."
(아, 후원 말씀이신가요? 으음, 그게 실은 지금은 상황이 썩 괜찮습니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주목을 받는 중이라서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후원금을 보내주시더군요. 지금은 자금이 상당히 넉넉한 편입니다.)
"그래요?"
(네, 하하...)
(아니, 대표님! 그런 말씀은 굳이 왜...)
(어허, 시끄러워.)
(으으...!)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저게 정상일 텐데.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가는 거고.
계산하고 하는 행동이건.
혹은 진심이건.
저런 사람은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한 손 보탤게요.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금이 더 넉넉해지면 이번 사건 외에도 억울한 사람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죠. 이거, 참...)
"전에 그 계좌로 보내면 되겠죠?"
(예, 물론입니다.)
"고생해주세요.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통화를 종료하고 바로 3천만 원을 보냈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
그날 저녁, 류성은 오랜만에 생방송을 진행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이 바로 SQQQ를 처음으로 매수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생방송을 튼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혹시나 한정 퀘스트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였는데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다.
알탕 : 가하!
반도체갓 : 가하!!
꿀꿀 : 가하!
탱탱 : 가하!
알탕이 인사를 시작하자 그 아래로 전부 '가하!'라고 외쳤다.
"가하가 뭐죠?"
알탕 : 가면남 하이의 줄임말이요ㅋㅋ
주린잉 : 가벼운 인사져ㅋㅋ
"아아, 그럼 저도 가하!"
예전에는 뭐 다른 인사를 했던 거 같기는 한데.
기억도 안 나니 넘어가고.
일단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화제를 꺼냈다.
"요즘 미중 무역전쟁으로 말이 많더라고요. 뭐, 이제 곧 2차 무역전쟁이 시작된다는 기사가 엄청나게 뜨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증시는 아직 반응을 안 하고 있는 상태긴 하거든요."
킾고잉 : 음, 증시가 반응을 안 하면 거기서 끝 아닐까요? 뭐, 반응할 이유가 없으니 안 하는 거 같은데...
수돗물 : 기업의 가치는 그대로일 듯!
딸기 : 그래도 증시 자체는 흔들릴 수 있긴 하죠
다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저도 공부를 좀 해봤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위험성이 커보이긴 하더라고요. 솔직히 가장 쉽게 참고할 사안이 있잖아요. 제1차 미중 무역전쟁이요."
알탕 : 아, 2018년도 생각나네요...!
주린잉 : 그때 최악이었는데ㅋㅋ
"금리 인상에 미중 무역전쟁이 겹치면서 증시가 엄청나게 하락했었죠. 이번에도 크게 다를 거 같지는 않던데요?"
알탕 : 크흡, 그럴까요?
"네, 제가 볼 땐 하락할 거 같습니다."
이후 도움이 될 몇 가지 기사와 너튜브 영상을 언급했다. 기사를 읽고 해석하고 소통을 하다보니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시간 참 빠르네요. 벌써 10시 30분, 개장 시간이네요. 증시는 아직 크게 반응이 없는 상태인데요. 저는 계속 말했듯이 하락에 투자할 생각이거든요. 오늘은 가볍게 인버스 ETF만 매수하고 생방송 종료하겠습니다."
어느덧 500명을 넘어선 시청자와 소통하며 거래시스템을 화면에 띄웠다. 이후 SQQQ를 검색하여 차트를 확인했다.
지난 15년간 계속 우하향이었다.
차트만 보면 매수하는 행동이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으니까.
망설임 없이 전액을 사용해 매수를 실행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양자콤으로 벌어들인 돈과 QQQ에 투자하던 돈을 전부 올인했다.
총 38억 원.
엄청난 거금이었기에 류성도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정보가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절대 이렇게는 투자하지 못했으리라.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생방송을 종료했다.
다음은 10월 17일.
그날, SQQQ를 매도하고 TQQQ를 매수하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