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72화 (72/277)

< 아이들의 재능(1) >

늦지 않게 하늘 보육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들이 류성을 크게 반겼다. 류성은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재능 관찰자'를 사용했다.

[재능 관찰자(2회)를 사용합니다.]

[횟수가 2회->1회로 줄어듭니다.]

그 순간이었다.

[한정 퀘스트 발동!]

[미래의 꿈나무를 위하여!]

[많은 아이가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 돈이 없어서, 환경이 불우해서, 기회가 없어서. 다양한 이유 속에서 각박한 세상을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미래의 꿈나무들. 그 아이들에게 꿈과 목표를 가져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어라! 아이들이 무언가를 이뤄낼 때마다 시스템이 판단하여 보상을 지급한다.]

[남은 시간 : 무제한.]

떠오르는 한정 퀘스트.

미래의 꿈나무라.

아이들이 무언가를 달성할 때마다 보상을 얻는 모양이었다. 남은 시간은 무제한에 시스템이 판단해서 보상을 준다면 이건 일종의 보너스나 다름이 없었다. 마치 정기후원 퀘스트처럼 말이다.

대박인데?

물론 보상의 수준이야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아저씨다!"

"안녕하세요오!"

그때, 환영의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서 다가오는 아이들을 눈에 담았다.

"그래, 형민이랑 희아도 안녕? 오랜만에 봤더니 키가 많이 큰 거 같은데?"

"맨날 기둥에 표시하고 있는데 똑같아요!"

"맞아요! 똑같아요!"

"매일은 너무 빠르고 한 달 뒤에 보면 분명히 다를 걸?"

"진짜요?"

"그럼."

"그러면 한 달 뒤에 잴래요!"

"그래, 기대할게."

"네에!"

여전히 축구를 잘하게 생긴 박찬민과 목소리가 고운 김이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머리 위에 떠오른 재능을 빠르게 훑었다.

[잠재력]

지구력(A급) 스피드(-A급) 발재주(-A급)...

[잠재력]

창의력(A급) 리듬(A급) 절대음감(A급)...

축구에 딱 어울리는 잠재력을 지닌 박찬민. 음악에 어울리는 재능을 지닌 김이나까지. 류성은 서둘러 스마트폰 메모장에다가 아이들이 지닌 가장 뛰어난 재능 3, 4가지와 총평을 빠르게 작성했다.

"찬민이랑 이나도 오랜만이네."

"안녕하세요!"

마지막으로 고등학생인 두 아이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편지를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녀석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조금 부끄러워하는 모양새였다.

"유종이랑 지은이도 반갑고."

"아, 네!"

"이름 전부 기억하시네요...?"

"그럼. 집에 가서 열심히 외웠거든."

"...고맙습니다."

"또. 인사는 이제 그만하자."

"아, 네...!"

양손을 올려 두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슥슥.

눈길은 자연스럽게 머리 위에 있는 잠재력으로 향했는데 두 아이 모두 강한 의지와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 머리 만지는 건 별로인가?"

"아, 아뇨. 괜찮아요...!"

"저도요!"

"그래?"

류성은 조금 더 쓰다듬어주다가 손을 뗐다. 이후 다른 보육원에서 온 아이들과도 인사를 하면서 잠재력을 차근차근 메모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류성이 뭘 그렇게 열심히 적고 있는 건지 궁금해했다.

"뭐 적고 있어요?"

"저도 볼래요!"

"안 돼, 이건 나만의 비밀수첩이야."

그러나 류성은 크게 반응하지 않은 채 다른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파악하고 지닌 잠재력을 작성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후우, 끝났네.

아이들이 총 서른이 넘지 않아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 인사는 다 나눴고. 원장님은 어디 계셔?"

"지금 세 분이 원장실에 계실 거에요."

"그래? 고맙다."

류성은 곧바로 원장실로 이동했다.

세 분의 원장님이 보였다.

인사를 나누면서 아직 남은 관찰자의 눈으로 재능을 보고 있는데 하늘 보육원 원장님의 재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잠재력]

책임감(+A급) 사리분별(A급) 열정(A급) 신뢰(A급) 진실성(A급)...

[총평]

어떤 일을 맡아도 진실한 마음과 열정으로서 대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줄 알며 거기에 책임감까지 겸비한 전형적인 성군 타입이다.

재능을 비롯한 총평까지 눈에 박혀 들어왔다.

['재능 관찰자'의 사용시간이 종료됩니다.]

류성은 황급히 해당 총평을 메모장에 적었다. 세 명의 원장님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잠깐 기다려줬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중요한 게 떠올라서..."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그럼 얘기를 좀 해볼까요?"

하늘 보육원 원장, 한애라. 그녀가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류성을 쳐다봤다.

"그 전에 제가 질문 하나만 할게요."

"네, 원장님."

"일이 조금 커진 느낌이라서요. 정말 괜찮으실지 여쭤보고 싶어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괜찮습니다. 이제 곧 후원재단이 설립될 예정이라서요."

"네...? 후원재단이요?"

"네. 여기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 본격적으로 후원을 시작할 생각이거든요."

"아, 그런... 축하드려요, 정말."

"고맙습니다."

류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저는 그 출발로 여기 있는 아이들이 가진 꿈에 후원하려고 합니다. 다들, 괜찮으실까요?"

원장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었던 이야기이긴 한데, 후원재단까지 설립이 되는 거라면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겠죠."

"아이들한테 좋은 일이니까요."

그때 한애라 원장님이 서류를 건넸다.

"그런 의미로 이거부터 한 번 읽어보세요. 도움이 될 거에요."

"이건 뭔가요?"

"아이들이 쓴 글이에요. 하고 싶고 또 이루고 싶은 것들이 전부 담겨 있죠."

"아아...!"

이런 준비까지 해주니 더욱 고마웠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적힌 것과 류성이 두 눈으로 확인한 재능 사이에는 괴리가 꽤 클 터였다. 첫 번째 서류만 훑어봤음에도 그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걸 받았으니 제 생각도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경청할게요."

"일단 지금 여기에 적힌 내용에는 집중하지 않으려고요."

"네...?"

"아이들도 고민해서 적었겠지만 사실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많은 것들을 겪어보고 체험하면서 본인이 어디에 흥미를 느끼는지 또 어디서 그 재능이 빛을 발휘하는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원장님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해서, 이것저것 최대한 준비해서 경험부터 시켜줄 생각이에요. 제대로 된 경험이 바탕이 된 이후 다시 물어보려고요. 뭘 하고 싶은지, 또 뭐가 되고 싶은지 말이에요."

감탄한 듯한 원장님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한애라 원장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그 재능, 그리고 총평.

아무리 생각해도 적임자였다. 안 그래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딱 적당하다 싶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재능을 지닌 사람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테니까.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한애라 원장님을 단번에 끌어들일 방법.

으음.

조금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달 수밖에.

"조건... 말인가요?"

"네."

세 분 원장님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예상대로의 흐름이었다.

"한애라 원장님."

"네."

"제 조건은 간단합니다."

"말씀해주세요."

"제가 설립하는 후원재단의 부사장이 되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거는 조건입니다."

"네...?"

"부사장 자리를 맡아주세요."

"아, 아니, 그게..."

"한애라 원장님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어서 그럽니다. 사실 저 혼자서는 너무 힘들기도 하고요. 부탁 좀 드릴게요."

"어, 음. 고민을 조금..."

당황하는 한애라에게 쐐기를 박았다.

"조건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단호한 듯 장난스러운 류성의 어투에 눈을 반개하며 노려보는 한애라 원장님. 그러나 이내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두 눈은 이미 굳은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었으니까.

"저 생각보다 까다로워요. 나이가 들고 억척스럽게 살아오다 보니 더 그렇게 변해버렸죠. 특히 이런 일처리에 있어서는 더 그렇구요. 그래도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좋아요. 저에게도 기회가 되겠죠. 더 많은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죠?"

"네,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정말 다행이었다.

한애라 원장님이 거절하지 않아서.

"잘 부탁드릴게요."

"저두요, 한애라 부사장님."

"크흠..."

아직은 호칭이 어색한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는 한애라 원장님이었다.

"구체적 사안은 재단법인이 설립되고 얘기하시죠."

"좋아요."

"그럼 오늘은 제가 점심 제대로 쏠게요. 아이들 전부 모였으니까 맛있는 거 먹어야죠. 밥 먹으면서 오늘 나눴던 이야기도 말해주고요."

"그럴까요, 그럼?"

"네, 가시죠."

원장실에서 나와 음식부터 주문했다. 이후, 아이들과 함께 호화로운 점심을 즐겼다. 그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도 살짝 언급했다.

"...그렇게 지원도 하고 그럴 예정이니까 알아두고."

"네에에엡!"

"감사합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기대감에 부풀었다.

*

TQQQ를 매도해야 할 시간이었다.

"흐음, 애매한데."

주요 내용은 TQQQ를 매도하고 SQQQ를 매수하는 게 전부였다. 1분도 걸리지 않는 매매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굳이 생방송을 틀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다만 지난번에도 게시글로 대체한 적이 있다 보니 마음이 결국 생방송으로 기울었다.

"그래, 뭐."

수다라도 좀 떨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만이기도 하고.

솔직히 시청자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까.

결정을 내리고서 행동에 옮겼다.

스윽.

하회탈 가면을 착용한 뒤에 생방송을 시작했다.

<생방송 on>

시청자가 유입되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더딘 속도였지만 그래도 무시하지 못할 인원이 짧은 시간 내에 접속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알탕 : 전에는 왜 방송 안 하셨어요ㅠㅠ

앵무새 : 이게 얼마만이죠...?

주린잉 : 허엌, 허엌... 기다리다 쓰러지는 줄!

낯익은 아이디를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토끼 : 와, 증말!

짝발 : 이보쇼, 채널 주인 양반! 이거 너무하지 않소!

류성이 멋쩍게 웃었다.

물론 가면에 가려져 보이진 않겠지만.

"듣고 보니 제가 정말 잘못했네요. 조금 바쁘기도 했고 이미 투자금도 다 주식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서 뭔가 딱히 보여드릴 게 없어서 말이죠. 오늘도 마찬가지긴 한데 그냥 이야기나 조금 하려고 생방송 틀었어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짝발 : 잘 지내긴 했죠! 그래도 게시글 보자마자 바로 SQQQ팔고 TQQQ샀어요!ㅋㅋ

알탕 : 저도요ㅋㅋㅋ

주린잉 : 타이밍 예술이었죠...!

"잘하셨네요. 근데 뭐, 아직 조금 더 하락할 거 같으니까 참고하시고요. 여전히 분위기가 별로잖아요. 미국이랑 중국이랑, 어후..."

알탕 : 으으, 무역전쟁 지겹네요!

삭제 : 진짜 끝났으면 좋겠음ㅠㅠ

그레이 : 요즘 증시 변동성이ㅎㄷㄷ하죠

"저도 너무 지겹습니다. 뭐, 그래도 이럴 때 수익을 내야죠. 마침 증시도 열렸으니까 이제 매매나 한번 해보겠습니다. 제가 너튜브 채널 게시판에 TQQQ를 1주일 정도만 보유할 예정이라고 말했었잖아요?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 날입니다. TQQQ를 매도하고 다시 SQQQ를 매수해보겠습니다."

종목명 : TQQQ

매입금액 : 5,567,678달러

수익률 : 40.3%

평가손익 : 2,243,774달러

총평가 : 7,811,452달러

총평가 781만 달러.

원화로 9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금액이 커서 그런지 전부 매도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차분히 기다린 끝에 원하는 가격대에 전부 매도할 수 있었다.

"후우, 이번에는 사야겠죠?"

이어서 SQQQ를 매수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오늘부터 11월 9일까지 계속 하락세가 이어질 테니 SQQQ의 수익이 상당할 터였다. 다음에 익절을 할 때는 드디어 자산이 100억대에 접어들게 되리라. 물론 본격적으로 후원을 시작하면 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뭐.

저 돈이 녹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앞으로도 벌 테니까.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돈을 말이다.

“자, 뭐. 이제 다 끝났네요? 그럼 수다나 떨까요?”

알탕 : 그럽시다ㄱㄱ

반도체갓 : 영화 투자 어떻게 되셨죠?ㅋㅋ

짝발 : 아, 맞다. 영화ㅋㅋ

그래도 이야기할 소재가 있기는 했다.

“실은 이번에 영화로...”

1시간가량을 신나게 떠들고서 생방송을 종료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