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74화 (74/277)

< 재단법인 설립(1) >

오전 10시에 두 개의 편수가 연재되었다.

독자들은 울부짖었다.

ㄴ우와아아앜, 작가님? 제정신이에요?

ㄴ헐, 무리하는 거 아님?

ㄴ아, 두 편이라니! 진짜 겁나 좋긴 한데... 이러다 연중할까 봐 무서움ㅠㅠ

ㄴ연중 없이 가주시길ㅠㅠ

ㄴ근데 진짜 너무 재밌다...!

ㄴ후아, 소름...!

ㄴ으으, 다음 편 주세요!

ㄴ미쳤네, 진짜ㅎㅎ

ㄴ제발 무리하지 마세요!

정말 많은 독자가 무리한 페이스가 아니냐며 걱정했다.

"...신기하네."

그런 걱정이 참으로 고마웠다.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아무튼, 전혀 무리가 아니었기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공지사항은 읽지 않는 독자가 워낙 많은 터라 그냥 작가의 말에 언급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로.

한 편을 더 올리며 작가의 말에 글을 작성했다.

[작가의 말]

걱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저는 하루 1만 자 이상을 꾸준히 쓰고 있고 비축분도 넉넉한 편이라서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완결까지 연중 없이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ㄴ아니, 또 한 편을?

ㄴ먹이 감사합니다! 냠냠!

ㄴ다행입니다, 연중 걱정없이 달릴게요^^

ㄴ진정한 갓작가...!

ㄴ크으, 꿀맛이군요!

ㄴ글이 진짜 맛있네...ㅋㅋ

ㄴ오오, 비축분도 많으시고 이 정도 퀄리티로 1만자라니... 글도 빨리 쓰시네요. 대단하시넹ㄷㄷ

ㄴ잘 볼게요!

ㄴ진짜 재밌어요ㅠㅠ

류성은 한동안 댓글을 보며 힐링시간을 가졌다.

독자의 반응이 참으로 좋았다.

이 맛에 많은 작가가 글을 쓰는 걸까.

아,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 또한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겠지만 말이다.

생각난 김에 정산내역도 확인해봤다.

정산내역 - 10월

작품 :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총구매 : 271,093

취소 : 0

매출 : 27,109,300원

정산금액 : 17,078,859원

하루만에 정산금액이 1,700만 원을 넘어섰다.

중독되겠네, 진짜.

흐뭇하게 웃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후, 정신 차려야지."

다시 글을 쓸 시간이었다.

문토피아 어플을 종료하고서 노트북 화면을 주시했다.

정말 중요한 장면이었다.

복수의 대상과 처음으로 마주치는 부분이었으니까.

[재능 '글근육'이 활성화됩니다.]

어느새 집중력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탁, 타다닥.

자판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퍼지고 화면은 글로 가득 채워졌다. 글은 이내 문장을 이뤘고 문장은 장면이 되었다.

이미지가 구축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미지가 희미해지면서 일그러졌다.

손이 멈췄다.

"흐음..."

고민하다가 다시 글을 작성했다.

희미한 이미지가 진해졌다.

그러나 일그러짐은 한층 더 심해졌다.

다시, 다시, 다시.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쓴 끝에 간신히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어느 한 곳도 일그러지지 않았으며 희미하지도 않았다.

"...좋아."

괜찮은 장면이 뽑힌 것 같았다.

*

드디어 재단법인이 설립되었다. 자본은 일단 최소한도인 3억에 맞춰놓은 상태였다. 지금 투자 중인 레버리지 ETF에서 수익을 내면 그때 자본금을 높이면 그만이었으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그럼 다음에 또 헬스장에서 보죠.)

"네, 들어가세요."

공무원 한 사람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제 제대로 후원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너튜브 영상을 눈에 담았다.

[여러분의 도움이...]

소년, 소녀 가장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몇 번이나 봤던 영상이었음에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일개 개인이 아닌 법인이었기에 이제는 후원 자체가 매우 수월해졌다. 시청이나 구청과 연계하기도 편해졌고.

"일단은..."

소년, 소녀 가장부터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이사장님.)

"아, 이제 그렇게 불러주시는 건가요?"

(그럼요. 적응해야죠, 저도.)

"음, 좋네요. 그러면 부사장님. 오늘부터 제대로 일을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 말씀은...?)

"네, 재단법인 설립됐습니다."

(아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사무실로 오실 수 있으실까요?"

(그럼요. 당장 갈게요.)

"저도 출발해야 해서요. 30분 뒤에 사무실에서 뵙는 거로 하죠."

(네, 알겠어요.)

통화를 종료하고서 외출할 준비를 했다. 그래도 나름 깔끔한 옷을 차려입은 상태로 집을 나섰다.

사무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몇 가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간추렸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한 아이가 만두집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

이제 몇 번 경험하다 보니 감이 왔다.

도움이 필요한 게 분명했다.

나이는 대략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였는데 어쩌면 중학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먹지 못해 왜소한 경우도 종종 있었으니까.

저벅.

아이에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퀘스트 발동!]

[소년 소녀 가정을 위하여!]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이미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소년 소녀 가장들이 존재한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밑에서 동생 두 명과 함께 자라는 소년 소녀 가정이다. 기초 수급으로 네 명이 한 달을 먹고 산다는 건 정말 힘겨운 일이다. 그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아이들을 도와라!]

[목표 : 0/30]

[남은 시간 : 30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몸살에 걸립니다.]

애초에 도울 생각이었는데 여기에 퀘스트까지 함께한다면 당연히 더 좋은 일이었다.

목표치가 서른 곳이라.

그보다 더 많은 곳에 도움을 줄 생각이었던 터라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다만 퀘스트 제목이 소년 소녀 가정이라고 나와 있는 건 조금 의아했다.

뭐, 일단은 저 아이부터.

지척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눈을 맞췄다.

"안녕? 여기서 뭐해?"

"네? 어... 그냥요."

"형이 뭐라도 도와줄까?"

그러자 아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배고픈 거 같던데, 만두 먹을래?"

"됐다구요, 아저씨."

그러고는 쌩하니 걸어갔다.

꽤 차가운 반응이었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도움의 손길.

그간 얼마나 많이 받아봤을까.

거기서 또.

얼마나 많은 실망을 느꼈을까.

"짜식, 성깔있네."

류성은 가볍게 웃으며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집이라도 알아둬야지.

이제 곧 재단에서 후원을 시작하겠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으니까.

"아저씨, 왜 따라오세요? 뭐 납치범 이런 거에요?"

"아니. 그냥 가는 길이 비슷해서? 그리고 아저씨 아니고 형인데?"

"저한테는 아저씨거든요. 아니, 됐고. 먼저 가시던가요."

확실히 생각보다는 나이가 있는 모양이었다.

맹랑하다고 해야 될까.

아니면 대처가 단호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마음에 들었다.

"내가 곧 여기 구청 사람들이랑 같이 봉사를 시작할 예정이거든?"

"...근데요?"

"그때 너도 볼 수 있을까?"

아이가 류성을 매섭게 쳐다봤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요? 딱 보기에도 가난해 보인다, 뭐 그런 건가요?"

괜히 이상하게 생각하기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냐?"

녀석을 빤히 바라보면서 직설적으로 물어보자 아이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기왕이면 지금부터 친해지면 좋잖아."

"쳇, 됐거든요. 그런 사람 제가 뭐 한, 두 명 본 줄 아세요?"

"이상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봉사하러 왔다가 인상만 쓰고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아니면 시간만 대충 떼우다가 돌아가던가요."

이런 아이는 어떻게 구슬려야 할까.

아니, 구슬릴 수가 있으려나.

차라리 이럴 땐 조금 더 적나라하게 마음을 보여주는 게 더 괜찮을 것 같았다.

"난 좀 다를 걸."

"안 믿어요."

"지금도 보육원 세 곳에 후원하고 있는데? 아, 초등학교랑 중학교랑 고등학교에도 후원하고 있고."

아이가 조금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어쩌라구요."

"최근에는 재단법인도 설립했거든. 재단법인이 뭔지는 모르려나."

"알거든요?"

"응? 그걸 안다고?"

잠깐 머뭇거리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도움을... 많이 받으니까요."

"오호, 나도 사람들 도와주려고 그런 비슷한 걸 만든 거야. 일단 이거 하나 받아 두고."

미리 만들어뒀던 명함 하나를 건넸다.

재단법인 RS.

류성의 이름 앞글자를 딴 단순한 네이밍이었다.

"됐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넣어 두라고. 자식이, 고집만 세서는."

억지로 녀석의 주머니에 명함을 넣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굳이 명함을 꺼내어 버리진 않았다. 까칠한 것 같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킨다고 해야 할까.

"근데, 이름은 뭐냐?"

"알아서 뭐하게요."

"다음에도 볼 텐데 알아두면 좋잖아. 난 류성. 거기 RS가 내 이름을 따서 지은 거야."

"유치하네요."

"뭐, 그렇다고 치고. 나도 소개했으니까 너도 이름 정도는 알려주는 게 예의겠지?"

"...홍민기요."

이런 와중에도 대답은 잘하는 편이었다.

꽤 귀여운 녀석이었다.

그리곤 상황을 깨달았는지 미간을 좁히고서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진짜 따라오지 마세요. 신고 해버리기 전에."

"어,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충분히 거리를 두고 쫓아갔다.

머지않아 도착한 곳.

골목 깊은 곳에 있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집을 확인한 뒤 몸을 돌렸다.

"서둘러야겠네."

1분 1초라도 더 빨리 후원을 시작해야할 것 같았다.

*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서류를 정리하면서 몇 가지를 체크했다. 그러다 생각난 부분이 있어서 모교에 차례대로 연락을 돌렸다.

"네, 앞으로는 재단법인 RS를 통해 후원금이 전해질 예정이에요. 네네, 감사합니다. 서류요? 필요하면 다시 작성해야죠. 네, 한 번 찾아뵐게요. 수고하시고요."

직원도 몇 명 고용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사무실은 넓으니 문제는 없으리라. 그러고 보니 예술인 퀘스트도 클리어를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할 게 많았다.

띠링.

마침 들어오는 한애라 원장님이 보였다.

"오셨어요?"

"네, 사무실이 생각보다 넓은데요?"

"그렇죠?"

"월세가 상당할 거 같아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집이랑 보육원에서 가까워야 한다는 부분이라서요. 그걸 중점으로 두면서 깔끔한 곳을 찾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하긴... 그렇겠네요."

"뭐, 그리고 크게 돈이 나가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정도 월세는 정말로 부담되지 않았다.

"일단 앉으세요, 원장님."

"아, 그럴까요?"

두 사람은 마주 앉은 채로 커피를 마시며 본격적인 업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적어도 경리 직원 한 명이랑 잡다한 업무를 봐야 할 직원 한 명, 그리고 전문적인 홍보 직원도 한 명은 있으면 좋겠어요."

"총 세 명이군요."

"네. 당장은 그 정도면 될 거 같아요."

"그렇게 하시죠."

한애라 부사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스마트했다.

"제가 채용공고 올리고 면접도 볼게요."

"그럼 감사하죠."

"물론 이사장님도 참여는 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년 소녀 가장을 후원하신다고요?"

"네, 맞아요."

"그 부분도 시청이나 구청에 연락해서 제대로 물어볼게요. 아, 추가로 웬만하면 저희가 주도하는 건 어떨까요? 괜히 잡다하게 끼어들어서 후원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요. 범위가 좁더라도 집중할 수 있는 게 좋거든요. 천천히 확대해가면 되니까요."

마침 류성도 생각하던 부분이었다.

좁지만 확실하게.

그 이후 서서히 확대해가는 방법.

"저랑 생각이 같으시네요."

"다행이에요. 그러면 최우선으로 식권 문제부터 처리할게요. 지자체랑 연결해서 일단 여기 동네 하나만큼이라도 식권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이요."

이건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었고.

이야, 진짜 대단하신데?

뭔가 척척 진행하는 게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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