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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76화 (76/277)

< 상한선(1) >

오랜만에 ‘하늘땅 별땅 유기견 보호소’에 들러 봉사활동을 했다.

"오랜만이네, 녀석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강아지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조금 일찍 오셨네요."

"그러게요. 전처럼 먼저 봉사활동 시작할까요?"

류성의 말에 주인아저씨가 고개를 저었다.

"음, 그것보다는 운동장에서 강아지랑 놀아주는 건 어떠세요?"

"저야 좋죠."

"그럼 부탁 좀 드릴까요?"

"알겠습니다. 제대로 놀아보죠, 뭐."

이후 강아지들이 차례대로 풀려났다. 집에서 나와 넓은 운동장으로 향한 녀석들은 신이 나는지 꼬리를 거칠게 흔들어댔다.

이윽고 보호소에서 지내는 모든 강아지가 운동장으로 튀어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수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하나같이 착한 아이들이라 문제는 없었다.

대형견은 특히나 점잖았고 소형견은 용감했다.

앙앙!

소형견이 대형견에게 달려들어도 대형견은 대체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가볍게 움직일 뿐이었다.

"작은 녀석들이 더 덤비네요."

"하하, 무서운 걸 모르는 거죠. 다행이라고 한다면 큰 녀석들은 스스로 힘이 세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오호, 그래요?"

"네. 소형견한테는 절대 과격하게 덤비질 않아요. 그냥 당해주는 편이죠. 같은 체급이어야 제대로 놀기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신기하네요."

"순하죠, 애들이 참."

주인아저씨의 밀을 들으며 류성은 상체를 가볍게 숙였다. 손을 뻗어 꼬리를 살랑거리는 리트리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헥헥.

기분 좋게 헤실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녹아내렸다.

"짜식, 잘생겼네. 그럼 제대로 놀아볼까?"

류성이 달리기 시작했다.

월월!

중, 대형견을 비롯한 소형견이 모두 류성을 쫓아 넓은 운동장을 뛰어놀았다. 순식간에 앞서 나가는 강아지들이 보였다.

"자, 여기다, 여기!"

류성은 그 즉시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 다시 달렸다. 그러자 강아지들도 방향을 꺾더니 류성을 쫓아왔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따라잡혔다.

"너무 빠른데, 이 녀석들?"

강아지들이 대거 앞서나갔다.

그러면 다시.

또 한 번 방향을 틀었다. 이후로도 그런 방법을 반복하면서 한참을 뛰어놀았다. 그러나 서서히 강아지들의 반응이 시들해졌다.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 류성이 공을 차거나 바닥에 놓인 다양한 장난감을 던지며 호응을 끌어냈다.

왕! 왕왕!

대부분 강아지가 관심을 드러냈다.

이거였구만!

이후 달리거나 공을 차거나, 혹은 장난감을 던져주면서 20분가량을 놀아줬다.

"후웁, 후아...!"

헬스장을 다니며 열심히 운동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류성은 쉽게 지치지 않았다.

하지만 날마다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강아지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친 상태에서 20분 정도를 더 놀아주니 진이 쫘악 빠져버렸다.

"얘들아... 더는 힘들어서 안 되겠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수한 강아지가 다가와 그런 류성에게 치대었다. 얼굴을 들이밀기도 했고 어떤 녀석은 거칠게 얼굴을 핥았다. 마침 다른 일을 마치고 돌아와 류성을 지켜보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흐뭇하게 웃으며 휘파람을 불렀다.

휘익!

그러자 강아지들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야, 대단하신데요? 보통은 10분도 못 놀아주거든요. 그냥 달리는 거랑 이 녀석들이랑 놀아주는 건 또 달라서 말이죠."

"흐어어, 죽을 거 같네요. 근데 전 휘파람 소리에 전부 앉는 게 더 놀라운데요?"

"이 정도는 해야죠. 그보다, 벌써 체력을 다 쓰신 건 아니죠?"

그 말에 류성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설마요. 아직 뭐, 반은 남았습니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주인아저씨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체력도 남았겠다, 이제 청소하러 가실까요?"

"...지금, 바로요?"

"네, 시간이 좀 어그러져서요."

"어, 음. 그럼 안 되죠."

"가시죠."

"그, 그럴까요?"

"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하, 하하..."

류성은 애써 웃으며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

봉사활동을 마치고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봐주는 사람들을 차례대로 만나면서 선물을 전달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저야 말로요. 선물도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와도 되죠?"

"그럼요,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 혹시라도 힘든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매달 후원은 하겠지만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괜히 고민하지 마시고 저한테 연락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꼭 그럴게요."

"네, 들어가세요."

다음으로 동물병원에 들러야 할 차례였다. 집으로 돌아가 럭키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오구, 그래. 오랜만이지?"

본래는 어머니가 시간을 내서 예방접종을 맞췄었는데 이번에는 류성이 직접 3차 접종도 맞추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수의사 선생님한테 인사도 하고 말이다.

"보호자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류성입니다."

"고양이네요. 럭키죠?"

"네, 맞아요."

"아, 3차 맞으시러 오셨구나. 접수되었구요,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내부로 들어가 빈자리에 앉았다. 케이지에 들어있는 럭키는 생각보다 얌전했다. 다만 호기심이 있는지 눈알을 좌우로 굴리는 중이었다.

"궁금해?"

냐아앙.

애매한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겠다 싶은 마음에 케이지의 문을 열어 럭키를 품에 안아 들었다.

냐아?

어쩜 이리도 순하고 어여쁜지.

뱃살도 출렁거리고.

분홍색 발바닥 패드는 쫀득거리고.

눈은 보석 같고.

행동은 애교로 가득했다.

"럭키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아, 네."

럭키를 안고서 그대로 진료실로 들어섰다. 오랜만에 보는 수의사 선생님이 류성과 럭키를 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와, 얼마만이에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네, 조금 바빠서요."

"럭키도 안녕?"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럭키를 받아들었다.

"전에 2차 예방 접종할 때도 그랬지만 특별하다 싶을 정도로 순해요."

"그런가요?"

"네. 일단 가볍게 귀 청소도 좀 하고요. 이후에 3차 예방접종 맞을게요."

류성의 앞에서 바로 럭키의 귀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저기..."

"네?"

"고마워요."

갑작스러운 인사였다.

"전에 연락처 알려드린 분들이요. 자주 병원에 오시거든요. 정말 좋은 후원자를 만났다면서 올 때마다 얼마나 이야기를 하시는지. 그냥 제가 다 고맙더라구요. 그래서 드린 말씀이에요."

"아아, 그러셨군요."

말이 나온 김에 명함을 꺼냈다.

"앞으로 더 제대로 해보려고요."

"우와, 재단법인을 세우셨어요?"

"네."

"엄청 대단하신데요?"

"쑥스럽네요."

수의사 선생님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혹시라도 동물구조를 한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수의사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연락해주세요. 제가 바로 달려가서 도와드릴 테니까요."

"약속하셨습니다?"

"그럼요."

마침 귀 청소가 끝났다.

"이제 주사 맞을게요."

간호사가 보조해줬다. 조심스럽게 럭키를 안고서 뒷덜미를 살며시 쥐었다.

"살살할게."

그곳에 주사를 넣었는데 럭키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얌전했다.

"아이고, 착해라."

간단하게 접종이 끝났다. 류성은 럭키를 받아들고서 수의사 선생님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럭키에 관한 걸 물어보면서 말이다.

"캣닢 좋죠."

"이번에 사줬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음, 그러면..."

그러다 다른 손님이 오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 오늘 감사했습니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시고요?"

"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계산을 마치고 동물병원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간 류성은 그날 하루를 온전히 럭키에게 쏟아붓기로 했다.

혹시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었기에 지켜보고 있는데 얼마나 기운이 넘치는지 자꾸만 놀아달라고 치대었다.

냐앙, 냐아앙.

류성은 럭키를 안아든 채 여기저기를 살폈다.

"흐음,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였기에 럭키가 원하는 대로 놀아주기로 했다.

냐아아앙!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갸르르릉.

럭키는 아주 멀쩡했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그저 귀여웠다.

*

10월의 마지막 날.

모교에 들렀다.

재단법인을 설립한 만큼 명함도 나눠주고 후원에 관한 서류를 다시 작성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식권 나눠주신 거 서류로 확인했습니다. 금액도 넉넉하고 아주 좋더라구요."

"강력하게 추천을 해주셔서 말이죠. 사실 저희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으니 서로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특히 아이들한테요."

"그렇죠."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니 이해관계가 충돌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인터넷 기사나 너튜브 영상을 보면 세상에 참 이상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그런 기사를 봤었다.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고 또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의 기사 말이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전혀 달랐다.

선하고 여유로웠다.

이곳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차라도 한잔하실까요?"

"좋죠."

그 괴리감이 참 기묘하달까.

싫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이후로도 류성은 열심히 모교를 돌아다녔다.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니 육체적으로는 피곤해도 정신적으로는 충만해졌다.

"기분 좋네."

상쾌하다고나 할까.

드라이브도 좀 하고 여유를 즐기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다녀왔습니다."

"왔어? 이제 막 밥 차리려고 했는데 잘됐네. 한 30분 걸리니까 천천히 씻고 나와."

"알았어, 금방 갈게."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며 옷을 훌러덩 벗었다.

[연계퀘스트 '어서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후원금액 : 6,000만 원.]

[선행포인트 23점을 획득합니다.]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후원금액이 초기화됩니다.]

마침 정기후원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상한선의 수준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선행포인트 23점.

1점에 200만 원으로 가치를 재던 중이라 계산이 바로 나왔다.

4,600만 원.

현재 상한금액은 딱 그 정도 수준이리라.

"다음 달이 되면 조금 더 오르겠고."

앞으로는 아마 매달 상한선에 닿은 포인트를 얻지 않을까 싶었다.

한결 편해지겠네.

슬쩍 지금까지 모인 포인트를 확인해봤다.

정확히 91점이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었다.

재능을 영구적으로 구매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정보권 구매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 넉넉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 일지'에 대한 일정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코인 정보권을 구매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실제로 뭘 사게 될지는 그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잡념을 멈추고 샤워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쏴아아아.

흘러내리는 물에 몸을 씻은 뒤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

자연스럽게 웹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류현아가 워낙 대단하다면서 치켜세우다 보니 요즘에는 아버지, 어머니도 관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본다면서?"

"네, 생각보다 많이 보더라고요."

"멋지구나. 웹툰이나 웹소설 시장이 요즘 많이 커지긴 했지. 드라마로도 많이 나오는 추세고 말이야."

"그렇죠."

아버지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나도 예전에는 무협 소설도 읽고 그랬어."

"어, 정말요?"

"그럼. 내가 젊을 적에는..."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 예전 이야기였다.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그런 소설도 있었죠. 기억나요."

"그러냐?"

"네. 저도 읽었거든요."

"오호라."

의외로 아버지와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로맨스 소설을 많이 봤었지."

어머니도 그렇고.

"난 판타지!"

"난 로판!"

류환과 류현아도 장르소설을 어느 정도 읽은 모양이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는데.

가족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이야.

"그래서 오빠! 매출은 어때?"

"매출이야 좋지."

이번에는 부모님도 꽤 궁금한 표정이었다. 뭐, 웹소설로 벌어들인 돈을 굳이 감출 이유는 없었기에 스마트폰을 꺼내어 문토피아 어플을 눌렀다. 정산내역으로 들어간 뒤에 부모님에게 화면을 보여드렸다.

"첫 달 매출이에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0일 정도 매출이고요."

두 사람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이모티콘 매출을 처음 봤을 때도 저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했다.

"아들? 이, 이게 얼마야...?"

"허어, 대단한데?"

류성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다음 달에는 아마 1억 정도는 벌릴 텐데 그때는 더 놀라지 않을까 싶었다.

"정산되면 선물 하나씩 사드릴게요."

"엄마는 너무 좋지."

"허허허, 그래. 나도 잘 받으마."

"오빠! 나는...!"

"넌 빼고."

"아니, 농담도 때가 있는 거라고! 설마, 아니지? 응? 아니지? 아니지!"

"아오, 시끄러."

"아니라고 말해줘, 제바아아알!"

"그래. 아니다, 됐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흐히히, 선물 기대할게, 오빠!"

"..."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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