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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78화 (78/277)

< 공매도 일지(1) >

류성은 팀장님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자원봉사자는 셋.

남자가 한 명, 여자가 두 명이었다.

"오늘 잘 부탁드려요."

"아, 저도요!"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자원봉사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류성도 같은 조끼를 입고 있었기에 굳이 밝히지 않은 이상 같은 자원봉사자로 알고 있으리라.

"자, 다들 집중해주세요."

그때 팀장 고형준이 나섰다.

"저희는 여기 지도 보이시죠? 이쪽 구역만 맡으면 됩니다. 총 여섯 집을 돌아야 하고요."

"저녁 전에는 끝나겠네요."

"네, 그렇죠."

류성은 슬쩍 팀장에게 붙었다. 다른 자원봉사자에게는 대화가 들리지 않도록 낮게 속삭였다.

"다 끝나면 자원봉사자분들 식사라도 사드리고 싶은데, 괜찮으려나요?"

"아이고, 그럼요."

"비밀로 해주세요, 괜히 이목이 쏠리는 건 불편해서요."

"그러겠습니다."

이후 다시 봉사자들과 함께 위치했다.

"자자, 일단 다들 차량에 탑승하시죠."

"네!"

차를 타고 맡은 구역으로 진입했다.

첫 번째 집에 도착했다.

고형준 팀장의 지휘 아래에서 봉사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냉장고 무거우니까 조심하시고요."

"네. 흐읍...!"

"저도 도울 테니 조금만 힘냅시다!"

냉장고를 비롯한 각종 생활필수품을 다양하게 후원했다. 그곳에 지내는 할머니와 어린 손주가 연신 고맙다면서 인사를 해왔다.

"고맙습니다아!"

아이의 배꼽 인사가 오늘따라 진하게 와닿았다.

해맑은 웃음이 시야에 선명하다.

시간이 흘러도 저 미소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류성은 조금 더 힘을 냈다.

"후아... 끝났네."

짐을 전부 옮기고서 아이에게 다가갔다.

"꼬마야, 몇 살이야?"

"다섯 살이요!"

"그래, 다섯 살이구나. 앞으로도 많이 도와줄 테니까 힘든 일 생기면 어른들한테 바로 이야기하면 돼, 알겠지?"

"네에!"

혹시 몰라 명함 한 장을 아이의 주머니에 넣었다.

"전부 외면하면 거기 적힌 번호로 연락하고."

"고맙습니다아!"

"그래."

자주 들르겠지만 평상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었으니까.

"자, 그럼 다음 집으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들려오는 고형준 팀장의 목소리에 숙였던 상체를 일으켰다.

두 번째 집으로 향할 차례였다.

머지않아 도착한 해당 가구에는 에어컨과 세탁기를 지원했다. 서류로 봤을 때 에어컨 자체가 없었고 또 세탁기도 고물에 가까웠던 까닭이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고장 나거나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해주시고요."

"그래요, 그럴게요."

물론 전달하는 거로 끝나진 않았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생활 속에서 더 필요한 것들을 들으면서 참고했고 손주에 관해서도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그 녀석, 무슨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던가..."

"프로게이머, 좋죠."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렇지, 착하고 번듯한 아이인데. 미안할 따름이지."

류성은 부드럽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요."

"말만으로도 고맙지요, 고마워."

절대 말로만 끝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프로게이머라.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아, 여기구나.

예전 홍민기를 따라간 끝에 발견한 그 아이의 집이었다.

"...뉘쇼?"

방안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청에서 왔어요. 오늘 연락 드렸었죠?"

"아아, 구청. 내가 몸이 안 좋아서..."

"괜찮아요. 저희가 방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되고말고."

안으로 들어서자 좋지 않은 몸으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괜찮아요, 누워 계세요."

류성이 만류하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할아버지.

"미안허이, 상태가 영..."

"괜찮아요, 정말. 근데 정확히 어디가 안 좋으신 건가요?"

"전부 안 좋지, 뭐. 갑상선도 안 좋고 관절도 안 좋고, 당뇨도 있고 그렇지, 뭐."

"병원은 다니시고요?"

"병원은 무슨."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아무래도 병원과 협업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것도 체크해야겠네.

일단은 최대한 빨리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를 받게 할 생각이었다. 이후 병원에 문의하거나 괜찮은 곳과 협업하여 방문 진료를 요청하면 될 것 같았다.

"제가 내일 모시러 올게요. 병원에 들러서 진료부터 받아보세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 전부 지원해드리는 거니까요."

"그게, 그래도 될지..."

"되고 말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고마우이, 정말."

그 사이 몇 가지 물품이 옮겨졌다.

"아니, 이게 다 뭔지."

"재단법인 RS에서 드리는 선물이에요, 할아버지."

에어컨과 노트북을 전달했고 마찬가지로 생활필수품을 다양하게 후원했다.

"내 에어컨이랑 노트북을 받아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손주 녀석이 정말 좋아하겠구먼."

슬쩍 고개를 돌리는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었다.

류성은 모른 척했다.

대신 손주에 관해서 질문했다.

"손주가 세 명이죠?"

"맞어, 하나도 아니고 셋이지. 첫째가 제일 고생이여."

그 아이가 바로 홍민기이리라.

"이제 곧 집에 올 텐데."

말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렸다.

끼이익.

홍민기가 동생 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었는데 류성을 발견하고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굳어있던 표정을 풀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

"네, 뭐. 그러네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봉사하러 왔지."

"아저씨 같은 사람도 직접 봉사해요?"

"나 같은 사람?"

"그, 뭐냐. 큰 사람이요. 높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재단법인을 운영하는 걸 보고서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류성이 피식하고 웃으며 홍민기에게 다가갔다.

"난 큰 사람도 높은 사람도 아니야. 그냥 동네 형이지."

"형은 무슨 형이에요."

"그럼?"

"아저씨죠, 아저씨."

"크흠, 이 자식이. 전부터 자꾸 아저씨라고 그러네. 아직 20대거든?"

"20대면 아저씨 맞네요. 군인도 20대 초반이지만 군인 아저씨라고 부르잖아요."

듣다 보니 설득되는 기분이었다.

"아니에요?"

"틀린 소리는 아니다만."

"그럼 아저씨죠."

"그러네."

어린 애랑 이게 무슨 상황인지.

뭐, 그래도 친해진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름대로 흡족하기도 했다.

"그보다 뒤에는 동생?"

"아, 네."

숨어있던 두 아이가 나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오!"

자그마한 애들이 고개를 숙이니 밤톨처럼 귀여웠다.

"그래, 안녕."

"헤헤."

"귀엽게 생겼네, 여기 너희 형이랑은 좀 다르게."

"고맙습니다아."

그 말에 홍민기가 미간을 좁혔다.

"야, 그렇게 인사하면 난 못생긴 게 되잖아."

"우웅?"

"그런가? 히히."

투덕거리는 녀석들을 흡족하게 지켜보다가 슬쩍 홍민기를 따로 불러냈다.

"근데, 왜 이렇게 따로 부르는데요?"

"말할 게 있어서."

"뭔데요...?"

"너희 할아버지, 건강 상태 안 좋은 건 알지?"

"...알죠."

"내일 와서 병원으로 모실 거니까 시간 되면 너도 같이 가야지."

그 말에 홍민기의 눈이 반짝였다.

"병원이요?"

"그래."

"할아버지 병원 가는 거 엄청나게 싫어하시는데..."

"이미 내일 가기로 하셨어."

"아...!"

"갈 거야, 말 거야?"

"가, 갈게요!"

"그래, 당연히 가야지. 넌 그래도 철도 들고 알건 다 아니까 말하는 거야. 앞으로는 네가 보호자니까. 동생들 보호자고 할아버지 보호자인 거야. 알겠어?"

"네."

"그러니까 힘든 일 생기면 연락도 네가 직접 하는 거야, 나한테. 할 수 있지?"

홍민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망도, 좌절도 없었다.

녀석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일 뿐이었다.

"짜식."

정말로 멋진 놈이었다.

*

모든 후원 물품을 전달하고서 자원봉사자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자연스레 박수가 나왔다.

그때 팀장이 류성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무거운 물건이 정말 많았죠? 힘드셨을 겁니다. 이번에 후원 주최 측인 재단법인 RS에서 그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러분께 맛있는 저녁을 대접하라고 하시네요. 바쁘신 분은 어쩔 수 없겠지만 괜찮으면 같이 저녁이나 하시죠."

그 말에 자원봉사가 전원이 미소를 지었다.

"오오, 저희야 너무 좋죠!"

"감사합니다!"

"근데 뭐 먹으러 가나요?"

팀장이 크게 외쳤다.

"상이 부러질지도 모를 만큼 제대로 된 한정식으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오오!"

"좋아요, 좋아!"

류성도 그들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길이 예쁘네.

차량에 탑승해 창문 너머를 조용히 바라보던 중이었다.

[퀘스트 '소년 소녀 가정을 위하여'가 갱신됩니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서른 곳 이상을 후원해야 했던 소년 소녀 가정 퀘스트가 갱신되면서 동시에 클리어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중...]

[정산 완료.]

[중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27점을 획득합니다.]

적잖은 금액을 쓰긴 했는데 그래도 이번 보상은 정말 놀라웠다.

하급도 아닌 중급 카드였다.

생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등급에 절로 눈이 커졌다.

허어...!

게다가 선행포인트도 무려 27점이나 되었다. 한정퀘스트도 아니고 정기후원도 아닌 단발성 퀘스트로 그만한 점수를 얻은 것이다.

다르긴 하네.

확실히 난이도가 있어서 그런지 보상도 남달랐다.

지금까지 모인 포인트를 확인해봤다.

118점이었다.

"허어."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옆에 있던 팀장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세요?"

"아, 그냥 한정식이 참 맛있을 거 같아서요."

"아하, 그렇죠. 저도 기대됩니다."

대충 얼버무린 뒤에 허공을 응시했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중급 랜덤카드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카드 선택.

허공을 핑그르르 돌아가는 카드들.

테두리부터 이미 남달랐다.

기존의 무미건조한 색상이 아닌 한껏 푸르른 색깔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하나를 선택했다.

서서히 멈추는 카드 하나.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과 함께 류성의 미간으로 스며들었다.

[중급의 '정보권'을 택했습니다.]

[보상으로 '공매도 정보권'을 습득합니다.]

두루마리 하나를 얻었다.

공매도 정보권이라.

아직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벌써 흥미로웠다.

후아.

길게 숨을 뱉어내며 가상의 두루마리를 펼쳤다. 촤르륵, 펼쳐진 두루마리는 네모난 홀로그램이 되었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 글자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직접.

이 순간 자판기를 두드리는 것처럼 말이다.

[개미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총이 10조에 이르는 거대기업, 젤트리온의 실적이 역대급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공매도를 이어갔다. 그 탓에 주가가 하락하는 장이 연일 이어졌다.]

[11월 25일까지 이어진 하락세에도 개미들은 포기하지 않고 매수를 이어갔다. 도리어 무수한 개미가 붙어 1주 매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공매도 척결이라는 의지로 단합한 개미들의 힘은 놀라웠다. 끝내 외국인 투자자가 항복을 선언하면서 장 막판에 숏스퀴즈를 실행했다.]

[11월 26일, 외국인 투자자의 숏스퀴즈로 주가가 17퍼센트가량 상승했다. 끝까지 버티던 국내 기관도 어쩔 수 없이 숏스퀴즈에 동참했다. 개미들은 여전히 매수를 이어갔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역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매수를 진행했다.]

[젤트리온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기 시작했다. 젤트리온은 역사상 최고점을 연일 갱신하기에 이르렀고 12월 13일, 최고점인 24만 7,500원을 찍고서 간신히 상승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개미들의 완벽한 승리였다.]

류성의 눈이 반짝였다.

공매도와의 전쟁...!

그 단어가 주는 어떤 뜨거운 열망이 가슴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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