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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83화 (83/277)

< 공매도 전쟁(1) >

감탄하는 아이가 꽤 보였다.

"우와...!"

"멋있어요!"

"대박!"

류성은 그 아이들의 면면을 눈에 담았다.

오호?

대부분이 연기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었던 까닭이었다. 아닌 아이들은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거나 혹은 직관이 뛰어난 아이였다.

신기하네.

재능과 그 이끌림을 눈에 담는 사이 몇 명의 아이가 정답을 말했다.

"생각보다 답을 얘기한 학생들이 많은데요? 못 맞췄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변화를 느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그건 감각적으로 상대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의미죠.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와 호흡을 맞춰야 하거든요. 그 예민한 변화 하나하나에 호응해주면서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안정기가 부드럽게 웃었다.

"어떤 변화를 느꼈다는 그 자체만으로 여러분은 이미 배우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춘 겁니다."

그의 강의는 독특하면서도 재밌었다.

류성도 연신 감탄할 정도로.

간간이 연기를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었고 다양한 현실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아이들을 매료시켰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훌륭한 강의였다.

*

강의가 모두 끝나고 류성은 안정기와 인사를 나눴다.

"오늘 강의 정말 잘 들었습니다."

"하하, 뭘요. 재밌었다니 다행이네요."

안정기의 본래 모습이 보였다.

편안하고 포근한.

딱 그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참,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어떤 건가요?"

"본래는 강의를 거절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아아, 맞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연기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건 좋은 일이죠. 영화 업계에서 본다면요. 근데 그 아이들이 연기에 흥미를 갖게 만들고 꿈과 목표로 삼게 만들면 다음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게 되더군요."

"아...!"

"제가 그 길을 제시했으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강의는 하지 않는 편이죠."

"이번에는 왜 수락하신 건지 여쭤도 될까요?"

그에 안정기가 웃었다.

"재단에서 후원하는 아이들이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이번 강의의 목적도 꿈을 정하고 그 꿈에 지원하기 위함이고요."

"그렇죠."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재단도 그러라는 법은 없지 않겠어요? 저는 많은 게 부족한 사람이지만 재단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충분히 그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했고요."

그 마인드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저도 정말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연락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요."

좋은 일을 해서 그런 걸까.

좋은 사람이 많이 보였다.

물론 가끔 분노를 유발하는 인간도 보이긴 하지만 그건 극소수일 뿐이었다.

"기분 좋네."

이제 아이들과 상담을 할 차례였다.

*

아이들에게 오늘 강의에 관해 물어봤다.

한 명씩 따로 불러내어 세세하게.

"재밌었어요."

"어떤 점이?"

"으음. 이런 강의 듣는 게 처음이기도 하고 그 배우들의 세계랄까, 그런 부분도 좋았구요."

"배워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들고?"

"어, 글쎄요. 딱히..."

"그래,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

대부분이 비슷했다. 흥미롭다거나 재밌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연기를 배우고자 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끼이익.

그때 다음 상담할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면 돼."

"네!"

연기 잠재력을 지닌 최희진이었다.

"강의 들어보니까 어때?"

류성의 질문에 최희진의 표정에 생기가 감돌았다.

"엄청 재밌었어요."

"그래?"

"네! 강의하면서 연기할 때마다 엄청 두근거리더라구요. 뭔가 신기했어요!"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음, 그리고..."

"그리고?"

"저랑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순간 류성의 눈이 반짝였다.

"저, 그... 한 번 배워봐도 될까요?"

"뭘 그렇게 어렵게 물어?"

"그게..."

"원장님이 이미 말을 했겠지만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언제든 말하면 돼. 그 나이에는 그냥 그렇게 하는 거야. 배워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 거니까. 그만두는 것도 눈치 볼 거 없고.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하면 돼."

류성의 말에 용기를 얻은 최희진이 분명하게 표현했다.

"그럼 저, 연기 배워볼래요."

"그래, 그러자."

"고맙습니다. 정말 열심히 할게요!"

"기대할게."

이어서 다른 아이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연기에 잠재력을 지닌 아이는 셋.

거짓말처럼 세 명 모두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 열심히 해 봐."

"네...!"

지닌 재능이 본능적으로 이끌림을 느낀 걸까.

그 말은 즉.

다른 아이들 또한 지닌 재능과 흡사한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재단법인 RS에서 충분히 지원만 해준다면 말이다.

"기대되네."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길에서 그 재능을 꽃피우는 순간을 바라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아직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

아침 일찍 일어나 헬스장으로 향했다.

땀을 쫘악 빼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으니 8시 20분이 되었다.

냐아아?

럭키와 조금 놀아주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시작인가."

드디어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젤트리온을 매수하게 될 터였다.

공매도와의 전쟁.

그 서막을 올려야 할 때인 것이다.

스윽.

가면을 착용하고 너튜브 채널로 들어갔다.

구독자가 더 오른 상태였다.

<구독자 2.73만명>

3일 전에 2만 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가파른 상승세였다. 아마도 젤트리온 매수에 동참한다는 내용이 커뮤니티 곳곳에 퍼지면서 상당한 주목을 받은 까닭이리라.

"후우."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생방송을 틀었다.

<생방송 ON>

들어오는 시청자가 보였다.

확실히 달랐다.

평소에는 3분에 100명 정도가 들어왔다면 지금은 1분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200명을 돌파해버렸다. 잠깐 화면을 꺼놓은 채로 3분 정도를 더 보내면서 늘어나는 시청자와 빠르게 솟구치는 채팅을 눈에 담았다.

알탕 : 가하! 월요일 왔드아아아!

꼬숩네 : 이야, 오늘부터 젤트리온 매수한다면서요?

한파 : 기대할게요!ㅎㅎ

북극 : 가하! 크으, 기대기대!

짝발 : 가하! 근데 공매도를 이길 수 있을런지ㄷㄷ

반도체갓 : 아따, 공매도 그까짓 거!

프리 : 다 죽여버려! 아니, 공매도만 죽여버려!!!!

모닝 : 가하! 팬티 미리 두 장 준비! 질리 수도 있으니까^^

대부분 응원의 내용이었다.

이제 저 응원을 관망에서 참여로 바꿔놓아야 했다. 그래야 특전 퀘스트 보상을 훨씬 더 달달하게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

"가하!"

생각의 정리를 마치고 화면을 틀었다.

"자, 드디어 월요일입니다. 다들 엄청나게 기다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뭐겠어요? 네, 맞습니다. 바로 돈이죠. 그러니까 일단은 환전부터 해보도록 합시다."

공매도와 싸운다는 건 클라스가 다른 일이었다.

그러니, 금액을 보여주기로 했다.

일단 거금으로 사람들에게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줘야 했으니까.

"1,437만 달러네요."

환전 버튼을 누르자 원화로 변경되었다.

"우대율 95퍼센트라 수수료가 거의 안 나갔습니다. 현재 환율이 1,169원이고요. 덕분에 현재 167억 9,500만 원 정도의 원화가 생겼습니다. 여기에 제가 조금 들고 있던 현금이랑 운영하는 법인 대출까지 풀로 당겨서 미리 넣어뒀던 현금이 32억이거든요? 그걸 모두 더해보니까, 네. 아슬아슬하게 200억은 넘어섰네요. 자투리 떼고 200억이라고 하겠습니다."

재단법인에 자금을 꽤 넣어둔 상태라 그걸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덕분에 운용자금이 200억이 되었다.

"상당하죠?"

정말 어마어마한 거금을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알탕 : 아니, 허, 으음, 미친...!

기윽 : 저, 저게 맞아요?ㅋㅋㅋ

피아노샷 : 와, 200억이라고? 돌았네ㄷㄷ

당연히 난리가 났다.

제대로 읽을 수도 없는 속도로 채팅이 올라왔다.

하나같이 놀라는 중이었다.

금액이 클 거라는 예상이 아니라 실제로 정확한 액수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으니 체감하는 정도가 달라진 것이다.

주린잉 : 저 돈으로 젤트리온을 매수한다고요...?

나스닥신 : 와씨. 돌았는데...!

돈벼락 : 나도 사야겠다ㅋㅋ 아니, 저 정도 금액 추가되면 아무리 젤트리온이라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나?

부자되자 : 공매도 심해서 그건 또 모름.

킹능성 : 근데 뭐, 확실히 개미들 대거 끌어모을 순 있을지도!

그때였다.

반가운 닉네임 하나가 보였다.

코인만한다 : 요즘 바빠서 잘 못 들렀는데 이제 왔네요

"어라, 코인만한다님. 어서 오세요."

코인만한다 : 오, 저 기억하시나요?

"그럼요. 덕분에 단타할 때 시청자 유입이 엄청났는걸요. 그때 제대로 홍보해주셨잖아요."

코인만한다 : 크으, 감사합니다. 제가 원래 코인만 하는 사람이라 주식은 안 하는데 공매도랑 싸우는 거면 이야기가 또 다르죠. 저도 참여해보겠습니다!

"하하, 매수와 매도는 개인의 몫이니까요. 저는 절대로 추천한 적이 없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자, 그러면 9시에 장 열리면 본격적으로 분할매수 시작해보겠습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흐름부터 보자고요."

현재 시각 8시 50분.

장전 매수세가 활발했다.

"사실 장전은 의미가 크게 없긴 하거든요. 그래도 어쩐지 오늘은 매수세가 생각보다 있어 보이네요. 괜히 긴장되는 걸요?"

그러는 동안에도 시청자는 꾸준하게 늘어났다.

1,071명.

1,237명.

1,539명.

9시가 되기 전에 벌써 1600명을 돌파해버렸다.

엄청난 숫자였다.

그런 와중에도 류성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9시 됐고요. 증시 열렸습니다."

종목 젤트리온.

현재 가격 8만 3,500원.

등락률 -0.06%

"500원 하락했는데 매수세가 갑자기 확 줄었죠? 매도세는 많이 늘어난 추세고요. 확실히 공매도가 심각해 보이긴 하네요. 이렇게 실적이 좋은데 이런 매도세는 말이 안 되거든요. 기업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일단 가볍게 10억 원 치, 매수 걸어보겠습니다."

류성은 8만 2,000원에 매수를 걸었다.

"벽을 세운 거예요. 10억 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니까요. 저 매수벽에 공매도를 치는 주체가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보자고요."

그런데 반응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어라?

거짓말처럼 매수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 매수세가 하필이면 8만 2,000원에 집중적으로 쌓이는 중이었다.

류성이 걸어놓은 10억 원은 정확히 12,195주였다. 기존에 걸려있던 물량까지 포함해서 13,000주 정도였는데 지금 매수벽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13,411주.

13,875주.

14,353주.

14,964주.

뭔 일이라도 있나?

채팅을 슬쩍 보니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케롭 : ㅋㅋㅋ종토방 난리네

회전목마 : 다들 매수에 동참한다면서 의지 뿜뿜인 상태ㅎㅎ

공매꺼져 : 이해함ㅋㅋ

쭌씩 : 완전 즐거워보이네요ㅎㅎ

"종토방이 난리라고요? 궁금한데 저도 한 번 볼까요?"

서둘러 젤트리온 종목 토론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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