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84화 (84/277)

< 공매도 전쟁(2) >

그러자 게시글이 보였다.

[정보꾼, 매수 걸었다!]

[8.2만 원에 우리도 전부 매수 걸어!]

[매수벽 만들라고!]

[공매도 새끼들, 그래. 던지려면 던져라. 언제까지 던지나 보자!]

[다들 뭐해요? 8.2만에 벽 세우라고!]

[자자, 빨리 1주 매수 고고!]

[어서 매수에 동참하세요!]

[여기서 이겨야 됩니다, 오늘은 이길 수 있다고!]

[가즈아아아아악!]

류성이 8만 2,000원에 매수벽을 만드는 걸 보고서 방송을 보고 있던 일부 시청자가 종토방에 글을 올린 모양이었다. 거기에 호응을 한 무수한 개미들이 같은 가격대에 매수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젬뮈니 : 재밌겠는데요?ㅋㅋ

알탕 : ㅋㅋㅋㅋ저도 1주 매수 동참!

짝발 : 저도 소액 참여!

그때 누군가 거액을 부은 모양이었다.

"이야, 매수세가 또 늘었네요."

8만 2천 원에 세워진 매수벽이 점차 탄탄해졌다.

어느새 25,518주였다.

"이거 금액으로 환산하면 얼마죠?"

계산이 빠른 시청자가 답을 알려줬다.

[알탕님이 후원을 하셨습니다.]

[21억 정도요!]

"알탕님, 감사합니다. 제가 10억을 걸어놨으니까 나머지 11억은 개인 투자자님들 물량이겠네요. 생각보다 더 엄청난데요?"

뜨거운 반응이었다.

열렬한 응원이자 사투였고.

전투의 시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매도를 시행하고 있는 주체들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

검은 머리 외국인.

해외의 여러 국가에서 외국 투자금을 운용하는 한국인을 일컫는다.

위치도 외국.

자금도 외국.

그러나 운용하는 사람은 한국인인 것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공매도의 주체는 대부분이 바로 이 검은 머리 외국인인 것이다.

"젤트리온 상황은 어때?"

"뭐, 매수세가 조금 올라오긴 했습니다."

"그래? 뭔 일인데?"

"꽤 자금 있는 너튜버가 매수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흐음, 너튜버라. 한 번 흔들어 봐."

"알겠습니다."

팀장의 지시에 직원이 공매도를 때렸다.

가격이 하락했다.

어느덧 매수벽이 세워진 8만 2,000원대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매수벽이 얇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두터워졌다.

"호오, 3만 8천주라..."

"오히려 매수벽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팀장님."

"재밌네, 재밌어."

31억 원이 넘어가는 거금이었다.

확실히 큰 액수였다.

겨우 한 틱에 걸린 거금이었으니 아무리 그들이라도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직원은 침을 꿀꺽, 삼키고서 고개를 돌려 팀장을 쳐다봤다.

"어떻게 할까요?"

"뭐, 놀랍긴 한데 상관없지. 어차피 우리만 공매도하는 건 아니니까 적당히 소량으로 놀아주면서 눈치껏 때려 봐. 언제든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사내는 여러번에 걸쳐서 공매도를 쳤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빠른 속도로 매도가 체결되었다.

"다른 팀도 투입된 모양이야."

"그런 거 같습니다."

다른 투자사도 본격적으로 공매도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매도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8만 2,000원에 쌓여있던 매수대기 물량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3만 7,013주.

3만 6,199주.

3만 5,807주.

3만 6,311주.

매수세가 조금 붙는 경우도 있었지만 공매도 비중이 훨씬 컸다. 3분 정도가 지나자 3만주가 깨지면서 2만 9천주가 되었다.

"계속 공매도 이어가겠습니다."

"좋아, 좋아!"

2만주 초반까지 하락한 순간 누군가 대량의 매물을 한 장에 쏟아내면서 8만 2,000원이란 지지대가 단번에 부서졌다.

그 여파로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8만 1,500원.

8만 1,000원.

끝내 8만 원이 부서지고 7만 9,500원에 이르렀다.

지켜보던 팀장이 외쳤다.

"지금! 매수해서 상환 시작해!"

공매도란 주식을 남에게 빌려서 미리 팔아버리는 행위였다. 주식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작전이기에 매도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매수하면서 공매도를 갚아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수익을 그때그때 내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일종의 눈치 보기 싸움이었다.

공매도하는 이들도 분명 알고 있다.

영원히 내려갈 순 없음을.

반드시 반등하는 시기가 오는데 그 전에 공매도를 대부분 갚아버려야 손해 없이 수익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자, 과해선 안 돼! 절대로! 꽤 빠졌다 싶을 때는 지금처럼 틈틈이 상환도 하고! 우리가 뭐 크게 욕심내자는 건 아니잖아? 자잘하게만 먹자고, 자잘하게!"

"예!"

"현재 주가 안정됐습니다!"

"다시 8만 1,500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좋아, 여기까지! 현재 상환율은?"

"30%가량 했습니다!"

"괜찮네. 수익도 쏠쏠하겠어, 흐흐."

가격은 다시 8만 2,000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잠시일 뿐이었다.

다시 공매도가 늘어나면서 가격은 천천히 우하향했다.

"우리도 다시 공매도 시작하고."

"예, 팀장님!"

그때 누군가가 의문을 표했다.

"저기, 팀장님. 근데 개미들이 생각 이상으로 붙은 거 같은데요?"

"그래서?"

"이대로면 위험하지 않을지..."

"자네, 몇 년 차야?"

"1년 차입니다."

"쯔쯧. 그러니까 그런 허황된 생각이나 하는 거지."

"그래도 혹시나..."

"개미는 말이야, 아무리 발악해봤자 개미일 뿐이야."

거금을 사용하는 주체들에게 있어서 개인투자자는 우스울 뿐이었다. 이번 젤트리온 공매도 역시 마찬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

오후 3시가 넘어갔다.

류성은 그때까지도 생방송을 이어갔다.

시청자는 어느덧 2,517명.

역대급 시청자를 달성하는 중이었다.

"현재 20억 정도 매수했는데요. 어, 지금 보이시죠? 막판에 갑자기 말아 올리잖아요. 이게 환매수를 해서 그런 거라 추측하고 있거든요."

알탕 : 환매수가 머죵?

짝발 : 환매? 갚는다? 뭐 그런 거인 듯?

"짝발님, 잘 아시는데요? 공매도가 빌려서 매도하는 거니까 결국에는 매수해서 갚아야 하거든요. 그걸 환매수 혹은 숏커버링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알탕 : 오호라!

주린잉 : 재밌네요ㅎㅎ

"더 재밌는 건 따로 있죠. 얘네들도 공매도만 할 수는 없거든요. 계속 빌려서 매도만 했다가는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요. 그래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시로 매수를 하곤 하죠. 예를 들어서 오늘은 A라는 기관이 8만 5천 원부터 공매도했다고 가정해보자고요. 지금은 8만 1,500원이니까 현재 가격에 사서 갚기만 해도 1주당 3,500원 이득을 보는 거죠."

알탕 : 아, 공매는 그렇게 수익 내는 거네요?

온달과바보 : 오호, 좋은 정보!

"네, 조금 전에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왔잖아요? 그걸 보고 환매를 하려는 모양이다, 추측하는 거죠."

반도체갓 : 그러면 계속 환매하면서 가격 떨어트리면 어째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실적이 바탕이 되는 기업인 이상 공매도가 줄어들고 환매수가 더 많아지는 시기가 반드시 올 테니까요. 저는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이 매수할 예정이고요. 물론 효율적으로 사야겠죠."

어느새 3시 20분이 되었다.

장이 종료된 것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오늘 즐거웠고요. 그럼 내일 오전 9시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종료했다.

"후아, 뻐근하네."

이렇게 오래 방송을 한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재밌네.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어준 뒤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이제는 글을 쓸 차례였다.

재능 '글근육'이 활성화되었다.

집중력이 상승했다.

써야 할 장면이 이미지처럼 떠올랐다.

타다닥.

기계처럼 자판기를 3시간 정도 두드린 결과, 두 편 분량이 완성되었다.

"조금만 있으면 100편인가."

그러면 타플랫폼에 연재가 시작되리라.

얼마나 보시려나.

해야 할 모든 일이 기대로 가득했다.

즐거운 나날이었다.

*

젤트리온 매수 이틀 차.

현재 가격 81,500원.

등락률 0.00%

류성은 시청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 8만 원에 매수를 걸었다.

"8만 원에 이미 매수 벽이 꽤 두텁게 쌓여있네요. 저도 여기에 한 손 거들어보겠습니다. 제 돈까지 더해서 아예 철옹성으로 만들어 버려야겠네요."

정확히 20억 원을 사용했다.

주식수로 따진다면 무려 24,539주였다.

"이야, 매수 대기 물량이 5만 주가 넘었군요."

시청자들이 킬킬거렸다.

알탕 : ㅋㅋㅋㅋ미쳤다

주린잉 : 와, 40억이 넘음!

에펠탑 : 한 틱에 40억ㄷㄷㄷ

AI봇 : ㅋㅋㅋ쥑인다

초코우유 : 어제부터 진짜 역사적인 현장에 있는 기분임

딸기 : 전 매수에 동참 중이라 더 그럼ㅋㅋ

공매타파 : 1주 매수 가즈아!

킬리만자로 : 오늘도 1주 매수 완료!

"자, 매수되는 거 기다리면서 공매 현황도 한 번 볼까요?"

류성은 사이트에 접속해 공매 현황을 체크했다.

"어제도 공매도가 늘었네요. 근데 늘어나는 정도가 예전처럼 심하진 않아요. 공매도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걸수도 있겠어요."

다시 젤트리온 차트를 확인했다.

호가창과 함께.

8만 원에 걸린 매수벽이 조금 더 두꺼워졌다.

"5만 3천 주. 좋습니다. 여기에 또 공매도를 치면 우리야 좋죠. 싼 가격에 매수하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시청자들이 호응해줬다.

바나나 : 무조건 개이득!

우유 : 싸면 사면 좋죠ㅋㅋㅋ

알탕 : 결국 올라갈 녀석이니ㅎㅎ

주린잉 : 맞아용!

가면 속에서 류성이 웃었다.

"공매도 치는 사람도 부담감은 분명 존재할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무시할 수 있겠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중일 거예요. 인지하고 나면 늦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느 순간, 부담감이라는 폭탄이 펑하고 터질 테니까요.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러는 사이, 주가가 하락했다.

어느덧 80,000원과 80,500원 사이에서 매매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벽이 서서히 허물어졌다.

"괜찮아요, 더 하락할 순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분할로 매수하는 중이고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무리 빠져도... 네, 7만 원이 한계가 아닐까 싶거든요. 이미 11만 원에서 지금까지 떨어진 거라서요. 실적을 무시한 채 전고점 대비 35퍼센트 이상을 밀어버린다? 미친 짓이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다시 가격이 올랐다.

한 틱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긴장감이 사라지기엔 충분했다.

"자, 다시 81,000원까지 올랐네요. 장이 조금 루즈하니까 게시판이나 좀 보자고요."

류성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를 훑었다.

[이야, 젤트리온 미쳤네ㅎㅎ]

[공매도랑 치열하구만ㅋㅋ]

[구경하는 맛은 확실히 있음]

[근데 보고 있으면 진짜 이거 잘하면 숏스퀴즈 발생할 것도 같은데?]

[숏스퀴즈라... 나오기만 하면 대박 수익이긴 한데]

[좀 끌리네ㅋㅋㅋ]

[나도 소액만 사볼까?]

생각보다 젤트리온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오호, 관심도가 크긴 한가 봅니다."

관심이 조금씩 쌓이는 시점이었다.

좋은 흐름이었다.

한 번이 어렵지 매수하기 시작하면 계속 매수하게 되는 게 주식이었다. 그러니 이런 자그마한 관심이 아주 소중했다.

"주식 게시판도 그렇고 의외로 코인 게시판에서도 얘기가 좀 있네요."

심지어 인터넷 기사도 꽤 많았다.

젤트리온 증시.

그리고 공매도에 관한 기사와 그 기사에 달리는 무수한 댓글들까지.

알탕 : 와, 진짜 역대급이네요

반도체갓 : 어후ㅋㅋㅋ

에펠탑 : 지금 젤트리온 투자자들, 나중에 모임에 나가면 이렇게 말하지 않겠음?

알탕 : 어떻게요?ㅋㅋ

에펠탑 : 젤트리온 공매도 전쟁, 해봤냐? 그거 경험 안 해봤으면 투자자라는 말을 하면 안 되지! 뭐, 이런 식으로?ㅋㅋ

짝발 : 오호?ㅋㅋㅋㅋ

주린잉 : 일리있음ㅎㅎ

"재밌네요."

역사가 될지도 모를 순간에 서 있다는 건, 생각보다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다 좋은데, 빨리 좀 매수가 되면 더 좋겠어요. 저 아직 돈 많거든요."

그 자신감이 시청자를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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