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85화 (85/277)

< 공매도 전쟁(3) >

생각보다 많은 너튜버가 젤트리온을 언급했다.

그중에 한 명.

그 유명세가 최상위에 있는 사람마저 현재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영상을 올렸다.

[와, 파고들수록 진짜 장난 아닌데요?]

거대한 세력과 자그마한 일개 개인의 사투였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으니까.

[사실 역사적으로 개미들이 이긴 적도 분명 있긴 하거든요. 다만 그건 여러 가지 대외적인 요인이 겹쳐서 일어난 일이라서요. IT버블이라던가, 금융위기라던가, 뭐 그럴 때나 가끔 벌어지는 특별한 이슈죠. 지금처럼 대외적 요인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싸움은 사실 이기는 게 불가능에 가깝긴 하거든요. 다만...]

희망은 분명히 존재했다.

[젤트리온 실적이 너무 좋아요. 너어어어무, 너무. 이걸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네요. 주식은 결국 기업의 실적을 따라서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개미들이 포기하지 않는 거 같고 오히려 약이 바짝 올라있는 모양새에요. 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긴 하겠네요.]

예상하지 못한 이름이 등장했다.

[영향력 있는 너튜버 한 명이 참전했더라고요. 아는 사람은 알고 계시죠? 네, 바로 주식대마왕TV 채널을 운영하는 가면남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연신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진실로 가득한.

그래서 보는 사람조차 괜히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누구기에.

어떤 사람이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이 사람이 진짜 장난이 아니거든요. 투자하는 거 보면 혹시 신들린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무당이라고 해도 믿을 겁니다, 저는. 일단 이 사람 과거 전적을 보자면 말이죠. 투자해서 실패한 적이 없는 거 같더라고요.]

[농담이 심하다고요? 전혀요, 과거 영상을 보면 그런 말 절대로 못 할 겁니다. 아,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납득하게 될 거라니까요.]

어느새 이야기의 주제가 바뀌었다.

젤트리온 공매도에서.

어느새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로.

[구독자는 적은 편인데 뭐랄까, 영향력은 진짜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 주식, 코인 좀 하는 너튜버들은 전부 구독했을걸요? 저만 봐도 그 정도 사실은 알 수 있겠죠?]

[제가 이런 영상 잘 안 올리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가면남 덕분에 저도 젤트리온에 관심이 생겨버려서 올리게 되었네요.]

[아, 공매도 전쟁에 참여할 거냐구요? 뭐, 숏스퀴즈가 나올 법도 하다고 생각해서요. 소액 정도는 매수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당연히 추천하지는 않을게요. 그냥 개인적인 재미라서요.]

[자, 다시 본래 주제로 돌아가서...]

그 영상이 불길을 키웠다.

기름을 던진 것이다.

이미 거대했던 화염은 절대로 스러지지 않을 크기가 되어버렸다.

*

류성은 오늘도 오후까지 생방송을 이어갔다. 그러던 와중에 전해 들은 하나의 소식은 그로서도 조금 놀라운 것이었다.

"그 사람이 절 언급했다고요?"

알탕 : 네, 대박ㅋㅋㅋ

클라쭈 : 와, 구독자 40만 명 넘지 않음?

샤머니즘 : 주식 너튜버 중에선 최상위권임ㅋㅋ

짝발 : 오오, 그래서 이렇게...?

"네, 짝발님. 그래서 이렇게 시청자가 급증하는 모양이네요."

어느덧 3,000명이 넘어선 시청자.

놀라울 정도였다.

"한 번 봐야겠네요."

그냥 지나칠 순 없었기에 해당 너튜버가 올렸다는 영상을 확인해봤다. 처음에는 젤트리온 공매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보다 보니 어느새 가면남을 주로 언급하고 있었다.

[가면남, 이 사람 대단하죠?]

[크흐, 단타 영상은 지금 다시 봐도 놀랍네요.]

[이야, 역시...!]

[아무튼, 젤트리온은 이런 여러 요소로 인해 주식 시장에서 이목이 쏠린 상태란 말이죠. 아마 개미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거 같네요.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됩니다.]

빠르게 영상을 스킵한 뒤 가볍게 인사했다.

"너무 좋게 말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잠깐 영상 보는 사이에 새롭게 오신 분들이 많네요. 반갑습니다."

어느새 시청자가 3,800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엄청난 인원이었다.

하지만 다른 너튜버의 힘을 빌린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 채 해야 할 일을 침착하게 이어갔다.

"음, 일단 오늘은 7만 8,000원까지는 안 올 모양이네요."

현재 가격은 79,500원.

8만 원이 깨지고 그 아래에 머물렀다.

두려움은 없었다.

류성은 언제 숏스퀴즈가 발생할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겁 없이 매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까지는 시간이 꽤 남은 상태라 모든 돈을 당장 다 사용할 순 없었다.

최대한 천천히.

일정에 맞춰 매수할 계획이었다.

"장이 벌써 끝났네요. 잠깐 계좌나 볼까요?"

지루함을 달랠 겸 계좌를 오픈했다.

종목명 : 젤트리온

보유주식 : 36,734주

매입금액 : 2,999,979,500

수익률 : -1.4%

평가손익 : -41,999,510

총평가 : 2,957,965,490

대략 4,200만 원의 손해를 보는 중이었지만 류성은 덤덤했다.

"30억 정도 매수를 진행한 상태고요. 수익률은 마이너스 1.4퍼센트네요. 나중에 큰 수익률로 돌아올 거라고 믿으면서 오늘 생방송 종료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방송을 종료하고 가면을 벗었다.

*

엄청난 속도로 글이 나왔다.

타다다닥.

재능 '글근육'이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컨디션이 좋았던 걸까.

오늘은 세 편 이상의 분량을 뽑아냈다.

"어후, 피곤하네."

어느덧 저녁 6시 40분이었다.

찬물에 세수하고 거실로 나오자 어머니는 저녁을 차리는 중이었다. 류현아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그 옆에 럭키가 누워있었다.

"럭키야아아아!"

류성은 곧바로 럭키에게 다가가 얼굴을 파묻었다.

냐아앙?

온전한 힐링 시간이었다.

"으으, 좋다."

럭키의 뱃살이 말랑거렸다.

냐아아.

이게 뭔 짓이냐는 듯 쳐다보는 럭키의 시선을 무시한 채 녀석의 냄새를 한껏 들이켰다.

"흐으으읍. 흐흐."

분홍색 뱃살 냄새가 참 좋았다.

"잘 씻지도 않는데 어쩜 이렇게 냄새가 좋지? 참 신기하단 말이야."

얼굴을 떼고서 미간을 만져주니 럭키 녀석이 편안하게 몸을 늘어트렸다.

갸르릉.

곧바로 골골송을 불렀다.

"아오, 옆에 가서 놀아!"

류현아의 말은 무시했다.

"오구오구, 귀여워라."

"뭐, 귀엽긴 하지."

"너한테 한 말 아닌데?"

"아, 나도 럭키한테 한 말이거든요?"

"아아, 난 또."

어느새 몸을 일으킨 럭키가 류성의 무릎 위에 자리를 잡았다. 편안하게 누운 채 손을 뻗어 꾹꾹이를 시작했다.

꾸욱, 꾸욱.

골골송과 함께 지그시 감은 눈매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아이고, 좋아?"

오랜만에 캣닢도 뿌려주기로 했다.

으차.

몸을 일으켜 캣닢통을 가져와 바닥에 살짝 뿌렸다.

냐앙?

럭키는 마치 개처럼 캣닢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무언가에 취한 듯 눈빛이 살짝 변했다.

우와앙냥냐아앙!

특유의 요상한 소리가 퍼졌다.

귀엽네, 정말.

캣닢에 몸을 비비며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참 사랑스러웠다.

우와앙냐아앙!

그런 럭키를 가만히 지켜보던 중이었다.

"다들 밥 먹자!"

저녁이 완성된 모양이었다.

캣닢에 취한 럭키를 두고 거실로 향했다.

"자, 먹자."

"잘 먹겠습니다!"

온 가족이 모인 즐거운 식사시간이었다.

*

저녁을 먹고서 집을 나섰다.

배도 부르고.

소화나 시킬 겸 근처 공원을 여유롭게 걸어 다녔다.

뭐, 이러다 퀘스트가 나와주면 더 좋겠지만.

"그러고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빠르네, 참.

처음에는 퀘스트 덕분에 선행을 했었다.

거의 강요였지, 뭐.

하지만 사람들을 도우면 도울수록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제는 그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 되었다. 삶의 일부가 되었고 활력이 되었으며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생각이 훨씬 더 강해졌다.

정말로 많은 돈을 벌어서.

어려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희망찬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쓰고 싶었다.

아주 화끈하게 말이다.

어차피 한 번밖에 살아갈 수 없는 인생이었다.

그래, 그런 거라면.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었다.

"의미라..."

상념과 함께 거닐던 중이었다.

음?

두리번거리는 아이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어리둥절한 모양새였기에 절로 눈길이 갔다. 게다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구석진 곳이어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저벅.

빠르게 아이에게 다가갔다.

[퀘스트 발동!]

[길을 잃은 어린아이!]

[근처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

오랜만에 보는 퀘스트였다.

길을 잃은 모양이었다.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이 되었으니 해결하기만 하면 되었다.

"안녕? 꼬마야."

"아, 안뇽하세여..."

허리보다 작은 키에 앙증맞은 눈.

통통한 볼살까지.

참으로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여기 왜 혼자 있어? 위험하게."

"모르게쩌여..."

"음, 엄마는 어디 있어?"

"노리터요."

"그래, 놀이터는 어딜까?"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는 의미였다.

이 근처에 있는 놀이터가 두 개였는데 하필이면 두 놀이터의 위치가 완전히 반대 방향이었다.

그래도, 뭐.

둘 다 가보면 해결될 문제였다.

"내가 아는데, 같이 갈까?"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래써여."

"아, 그랬어?"

이걸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고.

어쩌나 싶은 그때.

아이가 등에 메고 있는 노란 가방이 보였다.

"잠깐만."

가방을 확인하니 명찰 하나가 달려 있었다.

이름과 전화번호였다.

"휘유, 다행이네. 꼬마야, 내가 엄마 찾아줄 테니까 기다려 봐."

"네에."

류성은 곧바로 거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 여보세요?)

"김미소 어머니 되시죠?"

(마, 맞아요! 근데 누구신지...?)

"제가 지금 김미소를 데리고 있습니다."

순간 전화기 너머의 숨결이 달라졌다.

(네, 네? 아, 아아...! 미소는, 미소는 괜찮은 거죠?)

"네, 뭐. 괜찮은 거 같은데요."

(제, 제발. 멀쩡하게만 보내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 제발...!)

"네...?"

뭔가 대화가 심각할 정도로 이상했다.

(부, 분명 놀이터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대체 언제 납치를...)

"아니, 저기. 어머니? 그런 게 아니고요."

류성은 다급히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 공원 산책하다가 아이 혼자 있는 게 이상해서요. 가방에 번호가 적혀 있어서 제 휴대폰으로 전화한 겁니다. 납치 아니니까 안심하시고요."

(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숨결이 잦아들었다.

(죄송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아뇨. 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아이가 여기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서요. 이쪽으로 직접 오셔야 할 거 같아요."

(네, 제가 갈게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어, 여기가 공원 입구 왼쪽..."

계속 통화를 하면서 위치를 설명했다.

(아, 찾은 거 같아요!)

이윽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자가 등장했다.

"미소야, 미소야!"

"엄마아아!"

"도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강아지 따라가다가..."

"어휴, 정말...!"

어머니는 한동안 아이를 혼냈다. 그러더니 이내 미안하다며 울먹거렸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

"갠차낭."

"그래, 그래. 내 새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모양인지 몸을 일으킨 어머니가 류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아니에요."

"오해한 부분은 정말로 죄송해요.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창피하네요."

"괜찮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다시 한번 감사..."

"아이고, 괜찮다니까요.“

류성은 손을 저으며 뒤로 물러났다.

"아무튼, 전 이만 가볼게요!"

"아, 네."

"안녕히 가세여!"

"그래, 안녕."

기이한 해프닝이었다.

그래도, 뭐.

아이를 도왔으니 그걸로 되었다. 더불어 퀘스트 보상으로 카드도 하나 얻었다. 솔직히 요즘은 선행 포인트보다 이 카드가 더 간절할 지경이었다.

뭐가 나오려나.

기대하면서 카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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