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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91화 (91/277)

< 200억 매수 완료(1) >

아무래도 20호점이란 단어에서 이미 맛이 가버린 모양이었다.

"그래, 해보자! 20호점이라니!"

"흐흐, 잘 생각했어. 이참에 대기업 회장 한번 해봐라. 난 뒤에서 꿀이나 빨 테니까 운영은 알아서 다 하고."

"크흠, 회장은 무슨... 아니, 근데 내가 손해 보는 거 같은데?"

"흐흐흐."

"크흐흐."

"새끼, 건배나 하자!"

서로의 맥주잔을 부딪쳤다.

째애앵.

시원한 소리에 이어서 얼어버릴 듯한 차가움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렸다.

"크흐으으으!"

곧바로 치킨의 가슴살을 먹었다.

촉촉살이 아닌데도 부드러웠다.

역시 맛있다니까.

소스에 찍어서도 먹어봤는데 이 또한 아주 잘 어울렸다.

"이 마요네즈 소스는 진짜 대박이다."

"흐흐, 힘들게 개발했지."

"일단은 계약서부터 쓰고, 이후에 특허부터 등록하자고."

"그래, 그러자."

조금은 급하게 투자를 결정한 감도 있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돈만 받쳐준다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맛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서두르진 말고 확실하게 알아보면서 하자고."

"그래야지."

"그럼 다음 주 토요일 정도에 계약하는 거로 하자고. 변호사 통해서 계약서도 제대로 작성해야 하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겠네."

그렇게 프랜차이즈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자, 마시자!"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

이후 치맥 파티가 이어졌다.

*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두 번째 강의시간이 찾아왔다.

"오늘은 미술 강의인데 지난번처럼 재밌을 거야. 다들 기대되지?"

"네에에에!"

"그림 좋아요!"

어린아이가 많아서 그런지 확실히 미술이란 단어에 호응이 높았다.

"자, 그럼 출발!"

아이들이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보육원 앞.

대형버스에 올라타고서 각자 자리를 잡았다. 실내에서 편안하게 간식도 먹고 음료수도 먹으면서 강당으로 이동했다.

"히히, 일요일 너무 좋아!"

"나두!"

"근데 미술이면 낙서야?"

"그렇지 않을까?"

"낙서 죠아, 히히!"

"낙서, 낙서!"

류성은 맨 앞자리에서 원장님과 함께 앉은 채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미술을 낙서라고 표현하는 게 참 귀여웠다. 이번에 모신 강사님은 그림도 잘 그리지만 특히나 속도에 있어서 화제를 모은 사람이었다.

"이번에 모신 강사님이요."

"네."

"공모전에도 나오시면 참 좋을 텐데. 그럴 가능성은 낮겠죠?"

"음, 그렇지 않을까요?"

원장님도 확답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긴, 이미 네임드였으니까.

저런 네임드가 참여하려면 규모가 훨씬 더 커야 하리라.

"규모가 작긴 하죠."

"네, 사실 아직 전시관이랑 협업하는 것도 어렵긴 해요."

고개를 끄덕인 류성이 잠깐 계산을 마쳤다.

젤트리온.

24만 7,500원까지 가는 게 12월 중순.

그때가 되면 적어도 수백억이 생길 터였다.

여유는 충분했다.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죠."

"네? 무슨...?"

"공모전 규모, 제대로 키워보죠. 이렇게 질질 끌어서는 답도 안 나올 거 같고요. 예술 분야도 다양하니까 하나씩 집중해서 차례대로 공모전을 열어보는 거죠. 두 달에 한 번씩 공모전을 열고 나온 작품을 전시하는 거죠. 상금도 키우고요. 그러면 전시관에서도 협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죠. 가능은 한데..."

"홍보도 해보고요. 포털 사이트 대문에 제대로 걸고 지하철 역사에도 걸고요."

웃으며 포부를 밝히는 류성.

하지만 한애라 원장님, 그러니까 부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사장님. 진정하세요."

"으음...?"

"그렇게 해버리면 들어가는 금액이 선을 넘어버려요."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50억."

그 정도 돈이면 충분하리라.

"일단 12월 중순 즈음에 50억 정도 법인으로 보낼게요."

한애라 원장님의 눈이 커졌다.

저런 표정은 처음이었다.

웬만해서는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저렇게 놀라다니.

신선한 기분이었다.

"제,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네."

"어, 이사장님. 제정신인 것도 맞죠?"

"네? 하하, 그럼요."

"꿈도 아니고요."

"현실이죠."

원장님이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그러네요. 현실이네요."

"크큭, 네."

"으음, 50억, 50억이면... 차고도 넘치죠."

"그렇죠?"

"그럼요. 제대로 키워볼게요, 공모전. 다양한 예술 분야를 순서대로 개최해서 꾸준한 전시를 열고 많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형식으로요."

"좋군요. 그렇게 해주세요."

부사장의 눈에 의욕이 깃들었다.

역시, 돈이 최고라니까.

그 사이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

그림 강의가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그림작가 하현우라고 합니다. 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손재주는 남들보다 뛰어난 편이죠. 그러니 큰 화면으로 제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보여줄게요."

속도의 대가라는 말이 어울렸다.

선을 슥슥, 대충 그리는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결과물이 드러났다.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머릿속으로 밑그림을 먼저 그려 놓는 거죠. 쉽지는 않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렇게 그림을 빠르고 쉽게 그릴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바로 기초를 꾸준히 연습하는 거랍니다. 다들 각자 자리에 태블릿이 놓여있을 거예요. 그렇죠?"

"네에!"

"이제 저랑 같이 그 기초 연습을 해볼건데요. 그냥 똑같이 따라서 그리기만 하면 돼요. 테블릿 그림 어플을 먼저 열고..."

"열었어요!"

"좋아요. 이제 펜을 들어서 원을 그리는 거예요. 저처럼."

그림작가, 하현우가 원을 그렸다.

완벽한 원이었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선과 선이 만나 원을 이뤄냈다.

아이들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꾸불거렸고 선과 선이 제대로 만나지 못해 일그러진 원을 그렸다.

"어렵죠? 처음부터 잘 그릴 수는 없지만... 어라?"

하현우가 뒤쪽 화면을 다시 체크했다.

"27번에 앉은 학생?"

"아, 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김진아에요..."

"김진아양, 그림을 배운 적이 있나요?"

"아뇨."

"오호, 근데도 원을 아주 잘 그렸네요. 잘했어요."

"가, 감사합니다!"

하현우가 다시 강의를 이어갔다.

틈틈이 재능 있는 아이를 언급하면서 칭찬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대단한데요?"

"헤헤...!"

"좋아요, 이번에는 원을 그리면서 형태를 잡아볼게요."

작은 원 하나.

큰 원 하나.

벌써 그걸로 형태가 잡혔다.

"얼굴과 몸통이죠."

원을 길게 늘여서 팔과 다리까지 그렸다.

"모든 것은 결국 원의 연장이기도 하거든요."

눈, 코, 입은 물론이고 손가락과 발가락까지도. 그저 원을 그린 것만으로 이미 사람의 형상이 이뤄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세심하게 조율해나가는 거죠."

길었던 원이 눈이 되었다.

늘어진 원이 손가락이 되었고 길쭉한 원은 다리가 되었다.

모든 것이 원에서 탄생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인물상이 완성된 뒤였다.

"자, 다 그렸네요. 쉽죠?"

아이들은 흥미롭게 강의를 들었고 그건 류성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그렇게 2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그림작가와 인사를 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뭘요."

"다음에도 그림 강의가 필요해지면 작가님을 초청하고 싶네요. 괜찮을까요?"

"저야 영광이죠."

"감사합니다."

이후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전과 마찬가지로 의견을 들었다.

"저, 그림 배우고 싶어요...!"

"재밌었나 보네."

"네!"

"좋아, 배워보자."

"고맙습니다!"

마침 눈앞에 있는 아이 또한 그림에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손재주와 집중력, 그리고 조금은 부족하지만 B등급의 창의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총평 : 손으로 할 수 있는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총평이 적힌 메모장을 닫고 다음 아이와 상담을 이어갔다. 오늘은 총 두 명의 아이가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한 명은 배워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물어봤더니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 감사합니다...!

가장 처음 칭찬을 받았던 김진아였다.

소심한 성격이긴 한데.

잠재력은 그중에 가장 뛰어난 편이었다.

"열심히 해 봐."

"네, 네에...!"

아이들과의 상담을 끝내고 보육원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함께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또 한 번 친분을 다졌다. 자연스럽게 원장님하고 공모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게 되었는데 한 가지 의견이 더해졌다.

"아, 경호업체랑도 계약 하죠."

"경호업체요?"

"네. 홍보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거고 아무래도 움직여야 하는 금액이 커지면 날파리가 꼬일 수 있으니까요."

"아하, 그럴게요."

"그럼 일단 그 정도로 정리할까요."

"네, 이사장님."

이후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면서 '글로벌 체스'를 즐겼다. 첫판은 재능을 쓰지 않고 했는데 역시 성취감이 적었다.

어렵구만.

허망하게 패배해서 재미도 없었다.

"이번에는...!"

두 번째 게임부터 재능을 사용했다.

오오, 역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두뇌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눈앞으로 다양한 수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 흥미로움에 빠져버렸다. 마치 전장의 지휘자가 된 것 같았다. 상대의 진영을 한 수로 파훼시켰으며 갑작스러운 공격을 막아내기도 했다. 방어 이후에는 역으로 공격에 들어가 상대의 진영을 무너트리고 파고든 칼날을 잔인하게 휘둘렀다.

[체크메이트!]

그 끝에는 언제나 승리가 있었다.

[승리 경험치 획득!]

[레벨이 상승합니다.]

덕분에 '글로벌 체스'의 레벨이 17에 도달했다.

*

월요일이 찾아왔다.

오전 8시 50분.

류성은 가면을 쓰고서 생방송을 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을 유지한 채로 시청자가 유입되기를 기다렸다. 충분한 숫자가 채워졌을 무렵, 모습을 드러내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가하!"

5분 사이에 1,000명의 시청자가 진입한 상태였다.

알탕 : 가하!

완력남 : 오늘부터 시작일듯! 가하!

운동햇 : 가즈아아아앜!

코코코코 : 으어어, 드디어, 제발, 제발!

TEA : 와, 장전부터 미쳤네ㅋㅋ

모닝나이트 : 크으, 숏스퀴즈 기다렸다고!

백모닝 : 가하!

초코우융 : 결국 오늘이 왔도다ㅋㅋㅋ

사람들은 이미 반 정도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럴 만도 했다.

본장이 시작되기 전이었음에도 가격이 급등한 상태였으니까.

"이야, 시작부터 9만 5,000원이네요? 세력이 장난치는 경우가 대다수긴 하지만 분위기는 좋아 보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남은 금액 소액씩 추가 매수할 예정이니까 참고만 해주세요."

물론 그 소액이 최소 10억이겠지만.

"자, 8시 59분이네요."

증시가 열리기 1분 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9시가 되면서 본격적인 매매가 진행되었다.

양봉이 아름답게 솟구쳤다.

94,500원.

95,000원.

95,500원.

이대로 솟아오르는가 싶었는데 다시 가격이 출렁거렸다.

94,000원.

93,500원.

93,000원.

아무래도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모양인데 너무 늦었다.

"괜찮아요. 기세는 넘어왔습니다. 명백한 숏스퀴즈거든요? 이미 불붙은 상승세를 꺼트리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할 텐데 일부러 극심한 손해를 보려는 곳은 없을 겁니다. 500원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수작일 텐데, 걱정하지 말고 즐기면 됩니다."

그러면서 매수를 준비했다.

"저는 조금만 사볼게요."

10억 치를 매수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한 방에 체결이 되었는데 마침 매수세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주춤거렸다. 이윽고 주가가 안정을 찾더니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다.

"좋네요, 잘 가고 있어요."

시청자들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알탕 : 조금이 10억ㅋㅋㅋ

싹쓰리 : 급이 다르네요ㄹㅇ

평강이 : 멋지다ㅠㅠ

류성은 가볍게 답을 해주면서 함께 숏스퀴즈를 즐겼다. 1시간이 지나고 오전 10시가 되자 가격은 어느새 97,000원이 되었다.

"이야, 곧 10만 원까지 가겠는데요?"

슬쩍 현황을 확인했다.

종목명 : 젤트리온

보유주식 : 195,711주

매입금액 : 16,000,035,500

수익률 : 18.71%

평가손익 : 2,993,606,642

총평가 : 18,993,642,142

대략 30억의 수익을 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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