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1) >
판다는 사람이 많은 만큼 거래량 역시 상당했다.
[근데 왜 가격이 안 떨어짐?]
[떨어지는 중...]
[ㅋㅋㅋㅋ벌써 2퍼 하락함]
[그래도 나름 잘 버티는 듯?]
[속지 말라고오오오!]
[내가 말했제! 마지막 불꽃쇼라고!]
아주 천천히 하락하는 중이기는 했다.
그러나 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개미들은 1원이라도 더 비싸게 팔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그렇게 매도를 한 순간.
[어, 어어...????]
[뭔데? 이거!]
[팔라메 이 생키들아!!!ㅠㅠ]
주가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25퍼센트가 넘어선 것이다.
[와ㅜ 씨. 25퍼라니...]
[아, 좀만 더 버틸걸]
[ㄴㄴ 다들 속으면 안 된다니까? 마지막 낚시라고. 시총을 보라니까? 이거 정상 아니야!]
[숏스퀴즈니까 정상 아니지 인마]
[암튼 던져!]
상한가를 친 게 아니어서 여러모로 애매한 가격이었는데 세력은 절묘하게도 해당 가격대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지금 17만 원이 넘었거든요. 상한가 직전이라서 신규로 진입하기엔 버거워 보이네요."
괜히 세력이 아니었다.
싼 가격대에 매수한 개미를 흔드는 건 오랜 경험으로 익히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진입하기에 어려운 가격.
그러나 매도하기에는 유혹 당하기 쉬운 가격.
그곳에서 머무르는 것.
"지루하네요, 어려운 장이기도 하고요."
하락, 상승, 횡보의 반복.
계속해서 털어주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물량을 던지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익률 수십 퍼센트에 이른 순간 혹하기 마련이니까.
[지금 팔면 도대체 얼마냐?ㅋㅋ]
[아, 존버 하고 싶은데...]
[으으, 에라, 그냥 나도 팔아야겟다!]
[ㅠㅠ, 계속 견뎠는데 저도 팔게요!]
[거의 상한가에 근접했으니 만족!]
[수익률 20프로네요^^]
[크으, 다들 수익 축하합니다ㅎㅎ]
그런 이들이 속속 나타났다.
이야기는 퍼지기 마련.
끝내 사람들은 서로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이 정도면 팔아도 되지 않나?]
[충분하잖아ㅋㅋ]
[ㅇㅈ, 언제나 익절은 진리!]
[고것도 맞지ㅎㅎ]
[아, 점심 시간에 회사 동료한테 얘기 듣고 부랴부랴 왔는데 실화? 바로 매도해버림!]
[깜놀...ㅋㅋ]
[와, 오늘 마누라 명품백 하나 사줘야겠네요^^]
[소고기 가즈아아아아!]
그런 이들이 모이고 모여.
드디어 물량이 쏟아졌다.
그 모든 것을 차근차근 받아먹으면서 세력들은 오후 2시까지 가격을 유지했다.
충분하다고 여긴 걸까.
참고 참았던 힘을 단번에 분출했다.
알탕 : 어어...? 뭐, 뭐냐고!
리모컨 : 간다, 간드아아아악!
뱃살 : 헐, 또 간다고?ㄷㄷ 아쉽네ㅠ
생파 : 그래, 이거라고! 진즉 이렇게 올랐어야지ㅋㅋㅋ
쪼하 : 크으, 이 맛이로구나!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상한가네요."
상한가를 찍으며 마지막 가격인 184,000원에 매수 물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알탕 : 크으, 오랜만에 대박 수익ㅠㅠ
엔가 : 아, 근데 이미 팔았는데ㅠㅠ
탐구세대 : 좋네요ㅎㅎ
환상 : 상따 가야 하나ㅋㅋㅋ
낙화 : 마지막으로 계좌나 보여주세요!
"아쉬워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그래도 수익보고 매도한 걸 테니까 축하드리고요. 아, 낙화님. 제 계좌요? 으음, 그럼 간만에 한 번 볼까요?"
류성은 오랜만에 시청자에게 계좌를 공개했다.
종목명 : 젤트리온
보유주식 : 228,201주
매입금액 : 20,360,750,000
수익률 : 106.2%
평가손익 : 21,623,116,500
총평가 : 41,983,866,500
금액이 너무 크긴 한데.
오히려 심각하게 커지니까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열광적이었다.
무림꾼 : ㅋㅋㅋㅋ돌았
소다맨 : 와씨ㅋㅋ 뭐임, 저거?
기웃대네 : 40억? 아니, 아니지. 400억이구나...ㅋㅋ
아앗 : 앗, 아아앗...!
모닝모닝 : 우와아아앗!
소고기남 : 한우 투뿔이 도대체 몇 인분이냐ㅋㅋ
오겹살 : 이야, 감탄만 나오네요ㅎㅎ
물통 : 1억만 줘요ㅋㅋㅋ
마스털 : 저도 언젠간... 부자 될 겁니다!
애매하게 수억을 굴릴 때는 부럽다던가, 배가 아프다던가, 그런 반응도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류성으로선 편해졌다.
"금액이 좀 크죠? 근데 아직 매도할 생각은 없어요. 아, 중간에 갑자기 돈이 급해지면 분할매도를 해야 할 수도 있긴 하겠네요. 그때는 미리 게시판을 통해서 알려주거나 생방송으로 찾아오도록 할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러는 동안 상한가에 매수하려는 대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17만 3천 주.
300억 이상의 매수 자금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매수세가 조금 줄어들 법도 했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였다.
"와우...!"
오후 3시 30분.
장이 완전히 마감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상한가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20만 주가 쌓이고 장이 종료됐네요. 다음 주에는 더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당분간 생방송을 쉬겠지만 다들 수익 내는 즐거운 한 주가 되길 바랄게요."
알탕 : 덕분에 요즘 수익 잘 나고 좋아요. 다시 돌아오길 기다릴게요!
주린잉 : 푹 쉬고 돌아오시길!
"감사합니다. 알탕님, 주린잉님. 그럼 가하!"
그렇게 생방송을 종료했다.
구독자 5만 2천 명.
생방송 최고 시청자 6,200명을 달성하고서 드디어 젤트리온 공매도가 마무리된 것이다. 물론 아직 매도가 남았지만 12월 중순까지 매일 생방송을 틀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제는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할 때였다.
*
거실로 나가 TV를 틀고서 소파 위에 너부러졌다.
"흐아, 좋다."
배 위에 럭키를 올리고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체스나 한판 해야지.
무려 보상으로 카드를 주는 특수 연계 퀘스트였으니 절대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그래도 좀 피곤하니까.
"딱 1시간만 하자."
그 정도면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될 테니 타이밍도 적당하리라.
[매칭 중...]
잠깐 기다리자 매칭이 되었다.
오호.
레벨 27인 플레이어가 상대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그나마 비슷한 레벨과 만난 상태였지만 류성은 이미 재능을 써버린 상태였다.
빨리 끝내야지.
무수하게 그려지는 수를 따라가며 상대를 압도했다.
[체크메이트!]
순식간에 결판이 나버렸다.
다음 게임을 이어갔다.
두 판을 더 승리하면서 경험치가 거의 풀로 차올랐다.
"오케이."
그 사이 아버지가 퇴근하셨다.
어머니는 저녁을 준비했고.
류환은 방에서 뭔가를 하는 모양이었고 류현아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 현아는?"
"친구랑 저녁 먹고 온다던데?"
"아하."
"우리끼리 맛있는 거 먹자."
"좋지, 흐흐."
주방에서 요리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막판이려나.
마지막 대국을 빠르게 끝내고 상 차리는 걸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았다.
마지막 게임이 진행되고.
빠른 속도로 상대를 압도한 끝에 드디어 레벨 20에 도달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보상으로 최하급 카드를 획득합니다.]
[3. 글로벌 체스의 레벨을 30까지 높여라.]
[보상 : 랜덤카드]
이걸로 최하급 카드 두 장이 모였다
흐음, 조금 더 모아야지.
나중에 한 번에 카드를 오픈할 생각이었다.
"오늘도 뿌듯하구만."
게임을 종료하고서 주방으로 향했다. 저녁을 차리는 어머니를 도왔다.
*
다음 날,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문토피아에 접속해 매출 현황을 살폈다.
정산내역 - 11월
작품 :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총구매 : 1,987,115
취소 : 0
매출 : 198,715,500원
정산금액 : 129,944,039원
현재까지 쌓인 이번 달 정산금액이 무려 1억 3천만 원이었다.
크으, 엄청나구만.
일일 내역으로 전환해서 확인해보니 하루 구매수가 무려 8만이었다.
최신화 구매수가 2만 후반대였는데 하루에 2편씩 올리니 기본적으로 구매수 6만가량은 확보가 된 것이었다. 후발 주자로 따라오는 이들과 신규유입까지 해서 일일 8만의 구매수를 이뤄낸 것이다.
"좋네, 아직까지는."
흡족하게 웃으며 문토피아를 종료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이모티콘 매출도 체크했다.
"오호."
스티커 매출 내역이 따로 붙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큰데?
이모티콘 매출이 대략 2,500만 원이었고 스티커 부분 매출이 600만 원이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면 거액이었다.
다만 젤트리온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너무 커서 소소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도, 뭐.
이렇게 쌓인 돈을 굴려 수익을 내왔던 거니까. 지금 벌어들인 저 돈 역시 나중에는 투자에 사용되어 수십, 수백 배로 불어날 터였다.
"으차."
사이트를 종료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타악.
이신우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머지않아 도착한 곳.
변호사 사무실 내부로 들어가니 소파에 앉아있는 이신우가 보였다.
"왔냐?"
"어."
둘은 그간 지분 문제로 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의 의견이 제대로 통일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전에 말했던 대로 가자니까."
"아니, 그건 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의견이 여지없이 갈렸다.
"답답하네, 정말. 난 지분 25퍼센트면 충분하다니까?"
"그건 네가 손해라고 몇 번을 말하냐."
"소스 개발이나 치킨 개발은 물론이고 영업도 다 네가 하는 거야. 난 20억 투자해서 지분 25프로나 가져가는 거고."
"아무리 네가 내 친구라도 이건 아니지."
이신우가 상체를 숙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고구마를 한 가득 먹어 목이 메이는 듯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정신 차려. 무려 20억을 투자하는 거야. 20억이라고. 그게 무슨 애 이름이냐? 솔직히 프랜차이즈화가 쉬운 것도 아니고 내가 운영은 하겠지만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고. 성공하면 물론 좋은데, 실패할 수도 있어. 네가 투자하는 그 20억, 다 날아갈 수도 있다니까?"
"그건 나도 아는데..."
"끝까지 들어. 내가 생각했을 땐 적어도 50프로는 네가 지분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근데 네가 안 받아들이잖아. 그러니까 35퍼센트라도 가져가라고."
"거, 참. 진짜 고집하고는."
"네 고집이 더 하지."
"아오, 새끼..."
투자하려는 류성은 지분을 많이 받을수록 이득이었고 이신우는 지분을 조금만 주는 게 유리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둘은 반대로 행동하는 중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더 챙기지 못해 안달이 난 상황인 것이다. 그에 결국 조용히 지켜만 보던 변호사가 헛웃음을 뱉었다.
"허허, 허허허..."
어이가 없었으니까.
덕분에 류성과 이신우의 얼굴이 슬쩍 붉어졌다.
"아, 서둘러. 기다리시잖아."
"알았다, 알았어."
끝내 류성이 고집을 꺾었다.
"그래, 35퍼센트로 하자."
"진즉에 그랬어야지."
"황당하네, 진짜."
계약서 공란에 숫자를 적기 직전 류성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후회 안 하지?"
"어, 절대."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35프로 적는다?"
"적으라니까."
류성은 결국 숫자 35를 적고 말았다.
"딱 좋네. 고맙다."
"고맙기는, 무슨."
"다른 투자자였으면 무조건 49프로는 요구했을 거다."
"크흠, 그런가...?"
류성은 시선을 피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
아무리 영업이 잘된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프랜차이즈 기업을 준비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곳에 20억을 투자하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설사 투자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지분 35퍼센트로는 설득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었다.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에 지분 49퍼센트, 이 정도 걸어도 20억 투자할 곳 없어. 안 그러냐? 너 같으면 동네 치킨집 사장이 프렌차이즈 기업으로 키워볼 테니까 20억 달라고 그러면 투자하겠냐고."
"안 하지, 미쳤냐."
"그게 지금 내 상황이야, 인마."
"그래, 인정!"
류성은 서둘러 계약서를 추렸다.
"아무튼, 계약 끝났으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
"최선을 다해야지."
변호사가 헛기침을 하며 기척을 드러냈다.
"크흠. 서명은 다 하셨죠?"
"네, 했습니다."
"여기 계약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아아, 네. 그래야죠. 허허, 거, 참. 변호사 생활 15년 만에 이런 이색적인 광경은 처음이에요. 본인의 조건이 아니라 상대방의 조건을 더 좋게 만들려고 그렇게 다투시다니."
그 말에 창피해진 류성와 이신우가 변호사의 시선을 피했다.
"크흐음, 그게, 참."
"하, 하하."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보기 좋아서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는 흡족하게 웃으며 계약서를 확인했다.
"음. 이미 기존에 전부 확인한 상태였으니 세부적으로 볼 건 없겠군요. 서명도 잘 되었고요. 자, 끝났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하시는 일 잘 되길 바랍니다."
"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둘은 인사를 하고서 변호사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