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96화 (96/277)

< 가능성 있는 망상(1) >

영화를 보기 전에 확인했었다.

메모장에 적어뒀던 도유종의 잠재력을 말이다.

[잠재력]

눈썰미(A급) 감각(A급) 판단력(-A급) 공간감(-A급)...

[총평]

뛰어난 눈썰미로 자그마한 것도 캐치할 수 있다. 때로는 본능적인 판단으로 이론을 뛰어넘기도 하며 바라보는 상황 자체를 공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잠재력도 좋았고 총평도 긍정적이었다.

그래서였다.

영화를 모두 보고 나면 도유종의 감상을 꼭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그 기회가 왔으니 놓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말이야. 요즘 유종이 나이대 친구는 어떤 느낌으로 봤을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주면 돼."

"어, 그러면..."

도유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우리나라 재난 영화는 좀 식상하다고 해야 될까요? 위기에만 급급한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재난 스케일부터 외국 영화랑 차이가 나고 예산 문제도 있으니 이해는 하지만요."

"그래도 탈출은 재밌다?"

"네, 탈출은 조금 다르네요."

"어떻게?"

"재난물이긴 한데 재난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냥 제가 알아서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연출 덕분에 오히려 더 극적으로 느껴진 게 있더라고요. 실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재난에 휩싸인 느낌이요."

"오호."

"재난 자체는 그런 상상력에 기댄 느낌인데 반대로 인물은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더라구요. 덕분에 서로간의 케미가 확 드러나면서 개그적인 재미가 살아나기도 했고요."

뭔가 말하는 것 자체가 감각적이었다.

확실히 스마트하네.

도유종의 경우에는 일단은 공부를 원하는 모양이었다. 아직 꿈이나 목표랄 게 없다고나 할까. 뭘 해도 평균 이상은 갈 것 같지만 이상하게 한 가지 직업이 자꾸만 떠올랐다.

영화 감독.

도유종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저 감각적인 시야.

그리고 표현하는 방법이나 느끼는 부분들 역시 평범하지가 않았다.

"설명 잘 들었어. 확실히 보는 시야가 달라서 좋은데?"

"아, 그런가요?"

"어, 아주 훌륭했어."

아무리 봐도 예술쪽인데 말이야.

"참, 학과는 생각해둔 게 있고?"

"대학교요?"

"응."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생각해 봐. 매주 강의도 하니까 흥미가 생기는 분야가 나오겠지."

"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잘 봤다.

오랜만에 재밌는 재난 영화였다.

특히 연기.

시나리오만 보고서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더 좋았다. 코믹스러운 어투나 표정은 확실히 저 배우가 최고인 것 같았다.

"자, 그럼 다들 조용히 나가자."

원장님이 아이들을 이끌었다.

조용히 움직이는 아이들.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참았던 이야기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재밌다, 그치?"

"응. 또 보고 싶어...!"

"나두."

그 이야기를 류성은 뒤에서 집중해서 들었다.

이게 모두 반응이었으니까.

특히 아이들의 반응은 꾸밈이 없기에 더욱 정확했다.

"난 영화 처음인데, 완전 최고!"

"영화관 좋아!"

"근데 나도 탈출하고 싶어!"

"어디를?"

"우웅. 영화관!"

"바보야. 여기서 탈출하면 다 죽어."

"아니거든!"

"맞거든! 영화에서 그렇게 나왔거든!"

"그건 영화니까."

"바보야. 영화도 현실이야!"

"어, 그게..."

정말 날 것 그대로의 반응이었다.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우기는 모습은 귀엽다고 해야 할지 재밌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재밌어하는 것 같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슬쩍 걷는 속도를 높였다.

다른 아이의 대화가 들려왔다.

"와, 재난 영화 안 좋아했는데..."

"이건 인정."

초등학교 고학년, 중, 고등학생 위주로 들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끝내주는데?"

"크흐. 진짜 웃기더라. 긴장감도 있고."

전부 호평일색이었다.

잘 되겠네, 이건.

무난하게 흥행 몰이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이들과 함께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정기후원 퀘스트가 갱신되었다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연계퀘스트 '어서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후원금액 : 2억 5,500만 원.]

[선행포인트 24점을 획득합니다.]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후원금액이 초기화됩니다.]

최근 소년 소녀 가정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했었다. 꿈과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그 금액이 정기후원에 포함되면서 후원금액이 대폭 증가했다.

이야, 상당히 모였는데?

기존에 있던 121점에 오늘 획득한 24점을 더하면 총 145점이었다.

정말 많은 점수였다.

처음에는 10포인트에도 벌벌 떨었는데.

아무튼.

포인트도 상당히 모였으니 오랜만에 상점을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재화]

1. 주식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2. 코인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3. 토지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4. 부동산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5. 랜덤 정보

-주식이나 코인, 토지 및 부동산 외에도 원자재, 미술품, 경제시황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무작위로 지급한다.

필요 선행 포인트 : 60

기타물품은 넘어간다 치더라도.

재화는 곧 구매해야 할 터.

다행스럽게도 아직 주식 정보권의 가격이 그대로였다.

60포인트.

아무래도 한 번 더 구매해야 가격이 올라갈 모양이었다.

나한테는 좋지.

한참동안 정보권을 바라보면서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다.

젤트리온을 12월 중순이 되기 전에 매도하고 곧바로 코인 정보권을 구매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었다.

길어야 2주.

그 안에 포인트를 쓰게 될 것 같았다.

오케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서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다.

이후 재능을 선택했다.

[재능]

1. 그림작가의 창의력(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2. 차티스트의 눈(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3. 재능 관찰자(3회)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4. 시인이 보는 세상(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5. 랜덤 재능

-각종 재능을 무작위로 지급한다.

필요 선행 포인트 : 35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단연코 '차티스트의 눈'이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과거, 하루 3시간으로 올린 수익률은 엄청났다.

시청자 반응도 좋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그 선택이 아주 높은 확률로 들어맞을 때의 쾌감.

여전히 떠올랐다.

그 날의 기억이 아주 진하게 말이다.

그걸 온전히 지니게 된다면?

"어후."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차티스트의 눈만 좋은 건 아니었다.

사실 안 좋은 게 없었다.

그림작가의 창의력을 배워 대한민국 이모티콘 시장을 집어삼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첫 이모티콘 출시 이후로 지금까지 성과가 아주 좋았다.

매출도 상당했지만 스티커 부문으로 영향력이 확대된 게 유의미했다. 아마 앞으로도 몇 가지 분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그런 이모티콘을 수십, 수백 개 생성한다면? 국내 이모티콘 관련 시장을 상당수 집어삼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인이 보는 세상을 영구적으로 습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음악 시장 자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시인의 감성으로 무수한 작사를 이어가고 해당 가사가 완성되어 음원으로 발표된다면?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음원 차트에 류성이란 이름의 작사가로 줄을 세울 수도 있을 터였다.

흐음, 조금 과한가.

망상에 다다른 상상이긴 했지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한 재능들이었으니까.

스윽.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 다시 눈을 떴다.

눈앞에 떠오른 재능을 보며 웃다가 이내 아래에 적힌 350포인트를 보는 순간 흥분이 차갑게 식었다.

...멀었구나.

막상 수치를 눈으로 확인하니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하나씩 구매하는 날이 오리라.

그 날이 참으로 기대되었다.

*

12월의 시작은 산뜻했다.

날은 싸늘해졌지만 젤트리온의 상황은 훈훈하기만 했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켠 공모전 홍보 또한 본격적이었다.

"드디어 걸렸네요."

"네. 뿌듯한데요?"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 역시 흡족하게 웃었다.

"무려 초록 포털 사이트의 메인 배너!"

"축하드립니다, 이사장님!"

직원의 축하에 류성이 흡족하게 웃었다.

"뭘요, 다 같이 한 건데요. 그런 의미로 오늘 점심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죠?"

"꺄아아악, 좋아요!"

"해산물 좋아하세요? 랍스터? 킹크랩?"

"허얼, 없어서 못 먹죠!"

"맞아요!"

"그럼 먹으러 가시죠."

즐겁게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온 사무실.

따르르릉.

쉴 새 없이 울리는 사무실 전화기에 조금 놀랐다. 총 다섯 대의 전화기를 놓은 상태였는데 전부 거칠게 울어대는 중이었으니까.

"어엇...!"

홍보직원 백성욱과 업무직원 최송이가 후다닥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아, 네. 여보세요? RS 재단법인입니다. 네, 네...? 아, 네네. 맞아요. 네."

"공모전이요? 맞아요, 네. 네네."

"네, RS 재단법입니다. 네, 맞습니다. 네...?"

전부 공모전 관련 연락이었다.

류성과 부사장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홍보의 여파.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차차, 조금씩.

그렇게 관심이 증가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사람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계속되는 문의 전화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아, 저... 공모전 관련으로 여쭤볼 게 있어서요.)

"네. 어떤 점이 궁금하실까요?"

(일단...)

일반인은 물론이고 기자한테도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xx방송국 기자입니다. 규모가 작아서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내용이라 기사를 작성하려고요. 이번 공모전, 규모가 엄청 나던데요. 정확하게...)

류성을 포함한 전직원이 전화응대에 나섰지만 도저히 대처할 수준이 아니었다.

"후우."

수화기를 내려놓은 류성이 손뼉을 쳤다.

쫘아아악.

그 소리에 직원들의 시선이 모였다.

"안 되겠어요, 전화 끊죠. 선도 잠깐 빼놓고요."

"네?"

"어차피 답도 없잖아요. 그냥 홈페이지에 공지 작성해서 올리는 걸로 합시다."

"아, 그럴까요...?"

"네.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도 아닌데 뭐가 문제겠어요."

"알겠습니다!"

이미 공지가 올라가긴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더 상세하고 자세하게.

그렇게 또 다른 공지 하나를 작성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 RS 재단법인에서 주최하는 제1회 공모전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문의가 너무 많아 통화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욱 상세한 내용을 안내해드리고자...>

상황이 조금은 진정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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