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99화 (99/277)

< 열풍(1)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 이제 좀 살겠네."

여유가 생겼는지 이신우가 맞은 편에 앉았다.

"그래서, 그 웹소설은 어떠냐?"

"볼래?"

"웃는 거 보니까 괜찮나 보네. 한번 보자."

류성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걸 받아든 이신우.

화면을 바라보던 녀석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미친, 뭔데 이거? 11만 명?"

"어. 11만 명."

"아니, 뭔 영화도 아니고. 허어, 11만 명이라니. 이거 조회수 아니라 사람 숫자 맞는 거지?"

"맞아, 사람 숫자야."

"돌았네, 진짜."

"사실 1화만 눌러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그렇게 놀랄 건 아니고."

"그래도 엄청나지!"

"크흠, 그건 맞지."

이제 겨우 이벤트가 시작되었을 뿐이니까.

"보통 한 달에 30만 명? 잘 나오면 40만 명 정도 찍히더라."

"크흐, 이래서 컨텐츠 사업을 하라는 거구만. 한 자리에서 그냥 대한민국 독자는 다 끌어모으는 거잖아?"

"아무래도 거리나 공간에 제한이 없으니까."

"끝내주네."

"그래도 넌 프랜차이즈 해야지."

"아, 당연하지! 난 무조건 치킨으로 성공할 거야."

"흐흐, 대신 내 웹소설에 치킨 먹는 장면 나오면 언급 제대로 해줄게."

"오, 괜찮은데?"

실없는 대화를 나누며 웃다 보니 어느새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그럴수록 이신우는 더 바빠졌고 류성은 묘하게 안정감을 느꼈다.

"네, 배달이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전화가 왔다.

"네네, 프라이드 한 마리랑 마요치킨 한 마리요. 알겠습니다. 카드 결제요? 네네."

이신우가 응대하는 동안 배달 어플이 기계적인 음성을 내뱉었다.

-배달의 시민 주문!

-배달의 시민 주문!

통화를 종료하고 영수증을 뽑아 메뉴를 확인한 이신우가 조리를 시작했다.

튀겨지는 치킨 소리.

더불어 사방에서 울리는 떠들썩한 소리와 그런 손님을 응대하는 알바생까지.

"맛있다, 그치?"

"대박! 여기 마요소스 미쳤는데?"

그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자칫 정신이 사나울 수 있음에도 류성의 표정은 평화롭기만 했다. 간신히 숨을 돌린 이신우가 찾아왔을 때, 그도 모르게 속내가 툭하고 튀어나왔다.

"이게 평화지."

"뭔 헛소리야? 바빠 뒈지겠는데."

"너 바쁜 거 보니까 내가 맘이 너무 편안해서."

"뭐래? 미친놈이."

"크흐흐. 아, 여유롭고 좋다. 더 열심히 일해라. 난 더 열심히 쉴 테니까."

"아오...!"

"이것이야말로 힐링이지. 흐흐, 개꿀이구만."

이신우가 뭐라 한마디 하려는 순간이었다.

-배달의 시민 주문!

-배달의 시민 주문!

어플로 배달 요청이 들어왔다. 이신우는 급히 영수증을 확인하고는 치킨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장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잘되는 것 같았다.

"역시 걱정할 게 없다니까."

프랜차이즈 또한 대박이 날 조짐이 보였다.

씨익 웃으며.

어느새 같이 보기가 13만 명으로 증가한 '별을 품을 매니지먼트'를 눈에 담았다.

댓글도 수백 개가 넘어갔다.

"크흐."

하나씩 읽으며 치맥을 즐겼다.

*

도서 추천 게시판.

꽤 인원이 많이 상주하는 곳이라 하루에도 적잖은 작품이 언급되고는 했다.

오늘은 조금 특이했다.

다양한 작품보다는 하나의 작품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 상태였다.

[별품매 올라왔네요, 드디어!]

[코코페네요, 이벤트 좋고욬ㅋㅋ]

[크흐, 대박나기를!]

[아, 진짜 별품매 너무 재밌는데ㅠㅠ 사람들 좀 많이 봐주면 좋겠네요ㅋㅋ]

[이벤트 좋아보이니까 많이 볼 거 같아요ㅎㅎ]

[웹툰화 가즈아아아아!]

[영상화 해도 좋을 듯ㅋㅋ]

시간이 꽤 흘렀은에도 열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밤 11시, 같이 보기 17만 돌파!]

[와, 제대로 밀어주네요! 코코페 접속하니까 팝업창 대문짝만하게 떠버림ㅎㅎ]

[오오, 구우우우웃!]

새벽 1시가 넘어갈 무렵 같이 보기 20만을 돌파했다.

댓글도 2천개가 넘어갔다.

[와, 댓글 진짜 구라안치고 전부 다 호평일색임ㅋㅋ]

[그럴 수밖에요ㅋ]

[별품매 읽으면서 악플을 단다...?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극악한 취향임을 받아들이셔야 할 듯]

[이게 재미없으면...ㅎㅎ]

[취존은 하자구요ㅋㅋㅋ]

의외로 새벽동안에도 같이 보기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해가 뜨기 시작할 즈음에는 23만 명을 넘어섰고 새롭게 올라오는 많은 댓글은 행복한 피로감을 하소연했다.

군필생학교 : 아ㅠ 학교 가야되는데 너무 재밌어서 잠도 못 자고 계속 봐버렸네요ㅠㅠ

ㄴ명의 : 와, 전 출근해야 되는데ㄷㄷ

ㄴ칭타오 : 저도 클남... 망했음ㅋㅋㅋ

ㄴ대학교째자 : 일종의 대작 부작용인 듯ㅎㅎ

ㄴ오늘도출근 : 그래도 가야죠^^

ㄴ의리 : 아이디부터 빡치네요ㅋㅋㅋ

몰아붙이는 이벤트 덕분이었을까.

그 날 랭킹 1위에 올랐다.

신규유입이 더욱 거세게 붙었고 코코페는 잘 팔리는 작품을 한번 더 밀어주기에 이르렀다.

[코코페 신작! 일매출 최고기록 갱신!]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재미 포인트는?]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는...]

열풍이 불어닥쳤다.

*

오늘은 오랜만에 생필품을 전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자자, 마지막 집이네요."

"힘냅시다."

상자를 한가득 안고서 홍민기의 집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여!"

"오냐, 다들 오랜만이네?"

"헤헤."

옆에 있던 홍민기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왔다.

"안녕하세요."

"오, 그래."

류성은 일단 상자를 내려놓고서 녀석과 대화를 나눴다.

"그림은 잘 배우고 있고?"

"네. 완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재미는?"

"네?"

"재미는 있냐고."

그 말에 홍민기가 웃었다.

"그럼요. 엄청나게 재밌어요."

"그래, 재밌게 배워."

"나중에 유명한 웹툰작가도 될 수 있겠죠?"

"충분히 가능할 거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게 원동력이 될 테니까.

"저도 도울게요!"

"그러면 가벼운 물품만 같이 옮기자."

"네!"

자원봉사자와 류성, 그리고 홍민기까지 더해지면서 생필품이 든 상자가 빠르게 옮겨졌다. 류성은 방으로 들어가 할아버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근데 어디 가는 거예요?"

"맛있는 거 먹으러."

"아..."

홍민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홀로 남은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것이리라.

"할아버지는 아직 식당까지 움직이기는 힘드시대서."

"그렇죠."

"대신 가는 길에 포장해줄 테니까 가져다드려."

"지, 진짜요?"

"그래."

"...고맙습니다."

"인사도 자꾸 들으면 지겨워."

"그래도요."

"그럴 땐 그냥, 잘 먹는다는 말이면 충분해."

"...네, 잘 먹을게요."

"오냐."

처음에 봤을 때의 까칠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원래 성격인가.

뭐랄까, 세상에 대한 반항기가 조금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색이 매우 옅어진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날 필요가 있었으니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지금에 대한 즐거움으로.

류성은 단지 그렇게 되기 위한 한 걸음을 거들어줄 뿐이었다.

*

자원봉사자와 아이들 모두 함께 모여서 저녁을 즐겼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계산 해주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식사는 맛있게 드셨고요?"

"네, 입에 잘 맞네요."

"다행이네요. 덕분에 오늘 매출이 대박입니다."

싱글벙글하는 사장님의 표정만 봐도 저 말이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기 또한 착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이고서 배고픈 아이들에게 무료나 혹은 적은 금액에 음식을 판매하는 좋은 가게였다. 그런 곳의 사장님이 좋아하니 류성도 기분이 흡족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아이고, 말만이라도 행복하네요. 저기 낯익은 아이들도 몇 명 보이고요. 좋은 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도요."

"흐허허, 괜히 부끄럽군요. 아, 포장도 하셨죠? 아주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네요. 감사합니다."

류성은 아이들에게 포장된 음식을 나눠줬다.

"잘 먹을게요!"

"잘 먹겠습니다!"

가는 길이 조금 멀어서 전부 집까지 태워다줬다.

이후 사무실로 향했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이라 고요했다. 불을 켜고서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오늘 자원봉사를 하면서 결정한 사항을 작성하기 위함이었다.

"확장할 때가 되기는 했지."

금천구는 이제 안정적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연락하는 걸 꺼리지도 않았고 공무원들 역시 일 처리가 꼼꼼해서 이제는 RS 재단에서 해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물건만 제때 준비해서 전하고 가끔 자원봉사에 참여하면 끝이었으니까.

이제는 다른 구청으로 범위를 넓혀서 소년 소녀 가정을 도와야 할 때였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근처부터 천천히.

조금씩 넓혀가는 게 맞을 테니까.

"옆 동네면 관악구인가."

내일 관악구청에 연락을 넣어서 도움을 청하면 될 것 같았다.

첫 번째 안건은 이거면 됐고.

두 번째 안건이었다.

직원채용.

경리는 사실 아직 부담이 없을 터였다. 그러니까 홍보랑 업무 담당을 두 명씩 더 뽑으면 될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후원을 지속해서 늘리다 보면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최소 두 명씩은 더 인원이 필요해질 것 같았다. 지금부터 뽑아서 가르쳐야 그 시기가 되었을 때 혼선을 빚지 않으리라.

오케이, 마무리!

완성된 서류를 공문으로 보냈다.

형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건 확실하게 해야 하는 법이었다.

*

다음 날, 공문을 확인한 부사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범위를 더 넓히기로 했다. 예정했던 관악구청에 동작구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무리가 아니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죠."

"네, 돈은 충분합니다."

물론 시간을 조금 두고 여유롭게 진행해야 할 부분이었다. 젤트리온을 매도해야 현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제가 동작구청에 전화할게요. 이사장님이 관악구청에 연락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류성은 곧바로 관악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관악구청이죠? 네, 소년 소녀 가정에 후원을 좀 하려고요."

(관련부서로 연결해 드릴게요.)

조금 기다리자 부서로 연결이 되었다.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네, 당장은 아니고 12월 중순부터 진행하려고 합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네네, 지금은 금천구 소년 소녀 가정을 돕는 중이고요. RS 재단법인입니다."

그때, 크게 반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드디어 연락을 주셨네요. 안 그래도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제 이야기를요?"

(네, 거기 팀장 고형준이 제 친구입니다.)

"아, 그래요? 반갑네요, 정말."

(그 친구가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이거 원. 아무튼 이렇게 연락을 주셨으니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사실 요즘 이렇게까지 집중적인 후원을 이어가는 곳이 거의 없어서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 말로 잘 부탁드려야죠."

이야기는 순조롭게 풀렸다.

하긴, 후원을 한다는데 거절할 곳은 없으리라.

아무튼 관악구와 동작구.

여기에 현재 후원하고 있는 금천구까지 포함해 꽤 넓은 지역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게 되었다. 두 곳이 안정이 되면 다시 범위를 넓힐 예정이었다. 그렇게 서울을 전부 커버하게 되면 이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야 하리라.

뭐, 한참 멀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돈은 필수였다.

끝없이 솟구치는 돈.

그러한 금력이 필요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후원을 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아이들도 그 날을 특별히 기다리고는 하니까요.)

"좋은 생각인데요?"

(그럼 그 날에 맞춰서 준비를 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시고요, 준비되는 대로 서류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켜보던 부사장 및 직원 모두 뿌듯한 표정이었다.

"이사장님, 동작구도 이야기 잘 풀렸어요."

"다행이네요. 자, 다시 일들 합시다. 계속 바빠질 테니까요."

"네! 이사장님!"

"참, 부사장님은 직원 채용 준비해주시고요."

"알겠어요."

평화로운 나날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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