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01화 (101/277)

< 젤트리온 수익실현(1) >

일요일, 강의를 들은 보육원 아이들과 진지한 상담을 끝냈다.

"자, 오늘도 고생했어."

"고맙습니다아!"

약속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여기서 바로 헤어지기로 했다.

"원장님, 애들이랑 점심 맛있는거 사드시고요."

"네, 그럴게요."

"저는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드라마의 대박을 기원하는 모임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30분 정도 남았나.

지금 출발하면 딱 알맞게 도착할 것 같았다.

여유롭게 운전을 시작했다.

부와아앙.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음악을 들으니 참으로 좋았다.

행복한 시간은 짧다고 했던가.

-500미터 전방에 목적지입니다.

생각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니, 벌써...?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꽤나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서울 외곽인데 건물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200미터 전방에 목적지입니다.

그제야 커다란 건물 하나가 보였다.

저긴가 보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삐까번쩍한 차량이 많이 보였다.

"이야."

류성은 감탄하며 식당으로 진입했다.

"예약 하셨을까요?"

"아, 네. 류성입니다."

"확인되셨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직원을 따라 복도를 지나갔다.

곧이어 나타난 중앙 홀.

사람들이 대거 모여있는 상태였다.

"왔어요?"

"네, 오랜만에 뵙네요."

작곡가 전은아가 류성을 반겨줬다.

"이쪽으로 와요."

마침 그곳에 낯이 익은 작사가 몇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함께 수상했던 이들이었다. 나름대로 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이야,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드라마 나오기만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죠, 뭐."

류성의 농담에 다들 크큭거리며 웃었다.

동감하는 눈치였다.

자리에 앉아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대상을 받은 작사가가 등장했다.

율리아라고 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서 와요."

전은아가 그녀도 같은 테이블에 앉혔다. 율리아는 영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거절하진 않았다.

"오랜만이네요."

"네, 뭐."

그때처럼 오늘도 퉁명스러웠다.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기에 가볍게 무시한 채 편안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오...!"

"이야, 드디어 주인공들이 오셨구만."

그때 주, 조연 배우와 가수 마이유가 등장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들.

아, 부럽네.

류성은 멀찍이서 그런 마이유를 쳐다봤다.

"어?"

순간 마이유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류성이 위치한 테이블로 차분히 걸어왔다. 그리곤 반갑다는 듯 크게 외쳤다.

"작사가님!"

"어머, 마이..."

그에 율리아가 환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이내 무산되었다.

"류성 작사가님, 이게 얼마만이에요!"

마이유가 류성의 이름을 불렀으니까. 류성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저요?"

"그럼요!"

"아, 네. 오랜만이긴 하죠."

그때 대표 사무실에서 잠깐 보긴 했으니까. 그걸 기억하고 또 이렇게 인사를 해주다니 인성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이러니 좋아할 수밖에.

그녀는 다가와 손을 내밀었고 류성은 조심스레 악수를 했다.

으으음...!

내일까지 이 손은 절대 안 씻어야지. 다짐하고 있는데 그녀의 상체가 서서히 기울어졌다.

어, 어어...?

그 순간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잘 봤어요."

"네?"

"공모전이요. 인터뷰 사진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설마 재단 이사장님일 줄은 몰랐거든요."

"아, 아아."

"파이팅이에요."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이유가 별스타그램에 공모전을 링크 했었다. 조각, 혹은 예술 공모전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인터뷰까지 본 모양이었다. 거기서 류성의 사진을 발견한 거고.

하긴.

그녀도 아티스트니까.

"우와, 대박. 마이유랑 아는 사이셨어요?"

"인맥 왕이셨네요?"

"부럽네요, 으으. 나도 악수하고 싶은데..."

몸을 돌리자마자 날아드는 질문 세례.

"아, 뭐. 잘 아는 건 아니고요. 한 번 봤었죠."

"그게 어디에요."

그 와중에 날아드는 날카로운 눈초리.

율리아의 시선이었다.

본인에게로 오는 줄 알았던 마이유가 류성에게로 향했으니. 게다가 그하고만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려서 뭔가 심정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가 대상인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류성은 고개를 돌렸다.

푸훕.

괜스레 웃음이 터진 까닭이었다. 간신히 표정을 관리하고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아, 참. 그 소식도 들었어요. 더블 메인 OST라면서요?"

"네. 그렇게 되었네요."

"크으,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그보다 앱플릭스에 정확히 언제 방영 될까요?"

"이번 달이라고는 하던데 날짜는 모르겠네요."

마침 드라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

"자자, 집중 해주세요."

중앙에 있던 대표가 몸을 일으켰다.

"모두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의 노고로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앱플릭스에 방영될 날만 기다리고 있죠. 정확한 일정은 12월 21일입니다. 그 날, 동시에 모든 편수가 전세계에 오픈이 될 예정입니다. 배우분들의 연기, 감독님의 연출, 바탕이 되어줄 음악까지. 모두가 완벽했습니다. 최근 이렇게 기대가 되는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미리 김칫국을 마시긴 그렇고 그저 대박을 기원하며 자리를 마련했으니 모두들 즐겨주십시오."

짧으면서도 의미있는 인사말이었다.

짝짝짝.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졌다.

"자, 그럼 먹읍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유롭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괜찮네.

가끔은 이런 모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

정신을 차리고보니 옆 자리에 마이유가 앉아 있었다.

앞에는 배우들이 있었고.

대표가 불러서 왔는데 얼떨결에 계속 눌러앉게 되었다. 어색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한 사람이 류성을 관심있게 쳐다봤다.

이번 드라마의 남주였다.

상당히 유명한 배우기도 했고.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제 이야기를요?"

"네. 옆에 있는 이유가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번에 노래 가사가 너무 좋다고. 여기 계신 대표님도 그렇고, 저기 앉아 계신 전은아 작곡가님도 그렇고요. 아, 음향 감독님도 말씀하시던데요?"

아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좀 부끄럽네요."

"어휴, 겸손하시네요. 저도 들어봤는데 진짜 기가 막히더라구요. 덕분에 드라마가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다고 할까요? 그 감성에 스며드는데, 어후. 노래 하나로 여주인공 캐릭터에 그냥 강제로 공감이 돼버리는 수준이었다니까요. 크흐, 끝내줬어요. 정말."

생긴 건 차도남인데 말하는 건 약간 뭐랄까.

친근하다고 해야 되려나.

아님 조금 푼수같다고 해야 할까.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을 말한 거죠.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네, 저두요."

그때 옆에 있던 마이유가 쿡쿡거리며 웃었다.

"오빠는 말만 줄이면 참 멋있는데..."

"아니, 내가 뭐, 왜?"

"이거 봐. 푼수같잖아, 꼭."

"크흐으음. 그런 말을 좀 듣긴 한다만."

뭔가 배우랑 가수 속에 있으니 불편했다.

자리를 좀 옮겨볼까.

슬쩍 일어나려는데 마이유가 말을 걸어왔다.

"참, 저한테 언제 밥 한 번 사세요."

"네?"

"제가 공모전 홍보 해드렸잖아요."

"아, 그랬죠."

덕분에 엄청나게 바빴었지.

"그러고 보니 은혜를 입었네요."

"그럼요. 꼭 갚으셔야 돼요. 근데 가사도 잘 쓰시는데 재단까지 운영하시고. 대단하신데요?"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돼더라고요."

"파이팅이에요. 제가 그런 예술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조각도 예전에 잠깐 배웠던 적도 있고요."

"오, 그래요?"

"네. 실력만 좀 있었어도 참여했을 텐데, 아쉽네요. 아, 그리고 또 작사할 생각은 없으세요?"

"작사라..."

"나중에 가사 한 번 받아보고 싶어서요. 진짜 마음에 들었거든요."

"음, 생각해볼게요."

지금은 재능이 없어서 가사를 쓸 실력이 되지 않았다.

좋은 제안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나 할까.

"그럼 가사 쓰게 되면 꼭 연락주세요."

"그럴게요."

"제 연락처 모르시죠?"

"그렇죠?"

그러더니 폰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어, 이래도 되나.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미니 그녀가 번호를 찍어줬다.

"매니저 번호에요. 가사 쓰면 꼭 연락주세요. 꼭이요."

"아, 네. 그럴게요."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마이유 개인 번호가 아니라 매니저 번호였다.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히 있었으니 이제 정말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때 아이유가 손을 내밀었다.

"저도 연락처 하나만 주세요."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어 넘겼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마이유.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슬쩍 몸을 일으켰다.

"저는 이만 자리로 가볼게요."

"가시게요?"

"네. 작사가님들이랑 이야기 좀 하려구요."

"아아, 네."

영 불편하다니까.

결국 다시 작사가들이 모인 테이블로 향했다.

"왔어요?"

"네. 역시 여기가 좋네요."

"흐흐, 다른 곳이 좀 불편하기는 하죠."

"그렇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곳에서 느긋하게 음식을 즐기다가 2차 얘기가 나오는 순간 몰래 빠져나왔다.

1차면 충분했으니까.

술도 안 마셨기에 직접 운전대를 잡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

일상이 이어졌다.

"벌써 13일이구만."

재단 법인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웹소설을 쓰고 연재를 했다. 간간이 체스를 하면서 레벨도 29까지 올려놓은 상태였다.

매일 운동을 쉬지 않았으며 하루 1시간 이상은 증시 공부에 투자했다. 바쁜 나날이 이어지니 정말 하루하루가 삭제되는 기분이었다.

"빠르네, 참."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새 젤트리온을 매도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아침 일찍.

류성은 부사장에게 연락했다.

(네, 이사장님.)

"며칠 바쁠 거 같아서요. 한동안 사무실에 못갈 거 같아요."

(아아. 그럼 중요한 서류 나오면 그때 연락 드릴게요.)

역시나 척하면 착이었다.

(업무 걱정하지 마시고 볼일 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통화를 끊고 가면을 착용한 뒤에 생방송을 시작했다.

"가하!"

5분 만에 2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들어온 상태였다.

여전히 뜨거운 반응이었다.

물론 한창 젤트리온으로 이슈가 타오를 때는 500명 넘게 들어왔었다.

아쉽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방송하는데도 이 정도면 충분히 의미가 있었으니까. 실망할 이유보다 감사할 이유가 더 컸다.

알탕 : 우오오오, 왔도다, 왔도다!

유씨퓌 : 와, 가하요! 오랜만이군요!

눈비 : 크, 겁나 반가움ㅠㅠ 안 그래도 요즘 멘탈이 흔들려서...!

짝발 : 매도 하나요! 이제 매도하나요! 가하!

"오랜만인데도 이렇게 많이 와주시고 격하게 반겨주시니 정말 고맙네요."

주린잉 : 오랜만이라 더 반갑죠! 가하!

"저도 반갑습니다, 정말."

5분이 넘도록 시청자와 인사만 나눴다.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자, 그럼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가격 한 번 봐야죠?"

젤트리온을 검색하자 차트가 화면에 떠올랐다.

알탕 : 가즈아아아아!

롤롤라 : 가격 진짜 겁나 올랐음ㅋㅋ

주린잉 : 언제 팔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ㅎㅎ

유씨퓌 : 기대, 긴장, 설렘ㅋㅋ

오로롸 :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를 거라곤...ㅠㅠ

모닝굿 : 하아, 너무 일찍 매도해버렸다ㅠ

아직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뒤늦게 탑승했거나 혹은 매도하고 지켜보는 이들이 다수이리라.

"음, 초기에 저랑 같이 매수하고서도 존버하는 분 계신가요? 있으면 숫자 1번 눌러주세요. 심심한데 뭐라도 누르고 싶은 분들은 2번을. 그리고 매도하신 분들은 숫자 3번 눌러주세요."

그러자 채팅이 잠깐 멈칫거리더니 이내 숫자가 비처럼 쏟아졌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