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젤트리온 수익실현(3) >
생방을 종료하고서 웹소설 두 편을 작성했다.
"후아, 오늘 분량도 만족."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담당자에게 깨톡을 하나 보냈다.
나 : 안녕하세요. 혹시 코코페 일일 매출 얼마나 나왔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숫자 1이 빠르게 사라졌다.
담당자 : 그럼요^^ 바로 알아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나 : 네, 감사합니다ㅎㅎ
잠깐 기다리니 담당자에게서 다시 깨톡이 왔다.
담당자 : 일일 매출 현황입니다!
스크린샷을 클릭하자 매출내역이 보였다.
12월 3일 - 5,755,500
12월 4일 - 33,891,300
12월 5일 - 67,523,400
12월 6일 - 51,078,900
12월 7일 - 42,890,800
말도 안 되는 매출이었다.
코코페에 입점한 첫날에 570만 원을 벌어들였고 그 이후 매일 수천만 원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중이었다.
12월 13일 - 28,332,300
어제 일매출은 2,833만 원이었다.
"허어..."
이렇게까지 많이 팔렸을 줄은 몰랐다. 물론 같이 보기가 벌써 45만을 넘었고 댓글도 2만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엄청나네, 역대급 매출이라는 기사를 보긴 했는데."
기사가 과장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바로 깨톡을 보냈다.
나 : 매출이... 엄청난데요?
담당자 : 네, 역대급이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ㅎㅎ 대박 축하드립니다!
나 : 감사합니다ㄷㄷ 근데 이게 계속 유지되진 않죠?
담당자 : 네, 아무래도 이벤트가 이제 전부 끝나서요. 아마 매출이 조금씩 하락하긴 할 겁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가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웹툰이 나오면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올 수도 있고요^^
나 : 어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ㅎㅎ
담당자 : 뭘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나 : 네, 수고하세요!
웹툰이 나오면 여기서 더 나온다고?
상상이 되지 않았다.
타 플랫폼에도 풀리게 될 텐데.
"장난 아니구나."
세계 시장을 휩쓸어버린 해리포터가 되진 못하겠지만.
그래, 어쩌면.
국내 시장을 휩쓰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헬스장을 다녀왔다.
오후 10시.
류성은 침대에 누워 '글로벌 체스'에 접속했다.
현재 레벨 29.
1레벨만 올리면 세 번째 보상을 얻을 수 있기에 오늘 잠들기 전까지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냐아아아.
럭키를 배 위에 올려두고서 재능을 사용했다.
그럼 해볼까.
매칭을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플레이어 'Kings'님이 대국을 신청했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까?
-예/아니오
메시지가 떠올랐다.
으흠?
상대방의 아이디를 클릭한 순간 류성의 눈이 커졌다.
처음이었다.
레벨 99의 플레이어를 보는 것은 말이다.
*
인터넷 체스 고수가 등장했다라는 소문이 퍼진 것도 벌써 시간이 꽤 지났다. 현재 FM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마틴도 그 이야기를 들었고.
"닉네임이 류라고?"
"어, 맞아. 그거."
"근데 고수가 등장한 게 어디 한, 두 번이어야지."
"이번에는 좀 독특하거든."
"어떤 점이?"
"음, 수가 확실히 달라. 제대로 배운 느낌은 아닌데 잘해."
"그래?"
"지난 경기 관전만 몇 번 봤는데도 티가 나더라고. 제대로 한번 붙어보면 재밌을 거 같은데. 쩝, 시간이 안 맞네."
"시간?"
"어, 보니까 엄청나게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하더라고. 운이 좋으면 아침에 보기도 하는데 그건 확률이 좀 낮기는 해."
"흐음."
계속되는 언급에 마틴은 류라는 닉네임을 머릿속에 넣어둔 채 집으로 돌아갔다. 몸도 정신도 피곤했기에 금방 잠이 들었다.
"으어."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묘하게 컨디션이 좋은데."
아침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역시 아침에는 침대 체스지."
글로벌 체스에 접속하자마자 어제 이야기를 나눴던 신진고수가 떠올랐다.
류라고 했던가.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마침 접속 중인 상태였다.
"호오."
분명 아침에 보는 건 어렵다고 들었는데.
운이 좋은 모양이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대국 신청을 보냈다.
[대기 중...]
이런 낯선 상대와의 대국은 실력 향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레벨은 확실히 낮지만.
실력자가 추천해줬으니 의심은 없었다.
수락해주기를.
가만히 기다리니 상대방이 수락 버튼을 눌렀다.
"좋아, 제대로 해보자고."
이내 대국이 시작되었다.
상대는 처음부터 나이트를 앞으로 보냈다.
마틴은 폰을 두 칸 보냈다.
상대의 흐름에 빨려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본인만의 리듬으로 상대를 흔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반응해주질 않았다.
수가 보이기는 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보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보다 더 많은 수를 본다고?
"설마, 아니겠지."
마틴은 미간을 좁히며 체스판을 주시했다.
어지러운 전장이었다.
분명 마틴의 말이 상대를 휘어잡고 있었다.
사방에서 옥죄는 형국.
하지만 이상하게 압박을 받는 건 그였다.
뭔가 놓치고 있어.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감각이 예민하게 외쳐댔다. 숨겨진 한 수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신중하게 수를 이어갔다.
퀸을 앞으로 보냈다.
직선과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최강의 패였다.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차를 움직이는 Ryu.
여기까지 오니 감각이 착각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몇 수 남지 않았으니까.
이대로면 내 승리야.
마틴은 나이트를 움직여 상대 킹을 압박했다.
[체크]
그 순간이었다.
상대 Ryu가 킹과 룩의 위치를 바꿨다.
"아...?"
특별 규칙 중 하나인 캐슬링이었다.
그제야 보였다.
킹과 룩이 바뀌었을 뿐이었건만, 룩의 직선 공격으로 인해 틈이 벌어졌음을. 그 틈을 막기 위해선 퀸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미친!"
희생하지 않으면 몇 수 뒤에 킹이 잡히리라.
그게 이제야 보였다.
특별 규칙은 아무리 집중해도 놓치기 쉬웠다. 해당 규칙까지 파악해 수를 내다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경우의 수가 한없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후우. 괜찮아, 아직은 진 게 아니니까."
결국 퀸을 내어주고 상대 차를 잡아냈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젠장..."
하지만 수가 이어지면서 알 수 있었다. 상대는 드러난 틈을 놓치지 않는 맹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체크 메이트!]
황당한 패배였다.
그렇기에 쉽사리 승복할 수가 없었다.
다시 게임을 신청했다.
상대가 게임을 받아줬다.
"이번에는 안 통해."
특별 규칙까지 머릿속에 집어넣고서 한층 더 집중했다.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훨씬 더 많은 수가 보였다.
이긴다, 반드시.
진영과 진영 간의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상대를 집어삼키고 부서트리는 전장의 축소판.
"됐어...!"
절대 지지 않으리라 여겼다.
"...."
분명 모든 게 완벽했는데.
[체크 메이트!]
그럼에도 패배하고 말았다.
두 번째였다.
마틴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다시 게임을 신청했다.
상대는 이번에도 수락했다.
그리고 이어진 게임에서 또다시 졌다.
세 번째 패배였으며.
더는 우길 수도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깨져버렸다. 그날, 마틴은 세 번의 게임을 계속해서 돌려보며 복기했다. 조금씩이지만 상대의 수가 이해가 되었다.
"이거였군...!"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했다.
놀라운 흡수력이었다.
*
류성은 네 번째 도전을 걸어오지 않는 상대를 지켜보다가 매칭 버튼을 눌렀다.
[매칭 중...]
기다리면서 세 번의 게임을 복기했다.
잘하네, 역시.
99레벨이라 그런지 확실히 달랐다.
조금 더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임 스타트!]
마침 게임이 잡혔다. 잡념을 지우고 본 게임에 집중했다. 상대의 레벨이 그리 높지 않아서 수월했다. 빠르게 게임을 이기고 나니 드디어 레벨이 30에 도달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보상으로 최하급 카드를 획득합니다.]
[3. 글로벌 체스의 레벨을 40까지 높여라.]
[보상 : 랜덤카드]
이걸로 최하급 카드 3장과 할아버지를 구하면서 얻은 중급 카드 1장이 모였다.
지금 써버릴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참아야지."
젤트리온 특전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나면 높은 등급의 카드를 얻을 확률이 높았다. 그러니 그 카드까지 모으고서 한 방에 오픈해보기로 했다.
*
거대 자본을 운용하는 외국 투자사.
"팀장님, 어제는 바빠서 보고를 못 드렸는데요. 물량이 꽤 나와서 대거 매수를 진행했습니다."
"얼마나?"
"대략 1,500억 정도 됩니다."
"흐음, 꽤 되는군."
"멈출까요?"
"젤트리온 공매도 치던 녀석들, 아직 매수해야 할 물량이 꽤 남았다고 하더군."
"그 말씀은?"
"조금 더 매수를 해보자고. 어차피 우리가 매수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만 넘기면 그만이니까. 녀석들은 우리가 언제까지 가격을 끌어올릴지 몰라. 그러니 충분히 고점에서 넘길 수 있지."
"그렇지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매수해."
"알겠습니다!"
그들은 장이 시작되기 전 AI매매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매수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라 가격이 착실하게 높아졌다.
거래량이 늘어났다.
매수와 매도가 반복되면서 개미들이 들러붙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공매도 세력.
"빌어먹을, 여기서 또 오른다고?"
"어쩌죠?"
"하아, 젠장. 환매수 해야 할 남은 물량이 얼마나 돼?"
"얼마 남지 않긴 했습니다. 5만 주가 조금 넘습니다."
"5만 주, 5만 주라..."
"130억이 조금 넘습니다."
그 말에 팀장이 눈을 감았다.
"오늘 끝내야겠어."
"예?"
"안 그러면 외국 투자사에 더 비싸게 사야 할 수도 있어. 그나마 지금 사버려야 손해가 덜할 거 아냐? 다행이라면 우리가 주도했기 때문에 가장 빨리 환매수가 가능했다는 거지. 다른 공매도 세력 녀석들은 아마 죽어날 거다. 아무튼 우리는 오늘 마무리 지을 테니까 전부 매수해서 갚자고!"
"알겠습니다!"
"시작해!"
그렇게 젤트리온의 역사가 달라졌다. 본래 도달했어야 할 최고점은 24만 7,500원이었으나 류성의 개입으로 많은 것이 비틀렸다. 자그마한 날갯짓이 흐르고 흘러 태풍이 되어버린 것이다.
*
류성은 가면 속에서 밝게 웃었다.
"이야, 설마 30만 원을 찍을 거라고는 진짜 예상도 못 했는데 말이죠. 제가 어제 200억 정도 팔았잖아요? 오늘은 남은 거 그냥 다 팔게요."
현재 VI가 찍히기 직전이었다.
류성은 시장가로 전부 매도를 걸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
엄청난 자금이 쏠린 덕분일까.
류성의 남은 주식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와우, 금방인데요?"
머지않아 모든 주식이 매도되었다.
"자, 저는 끝났네요."
계좌 현황으로 들어갔다.
원화가 보였다.
대략 615억 원이었다. 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의 대규모 자금이었다. 이대로 계속 생방송을 할 정신이 아니었다.
"음, 매도도 했겠다, 저는 오늘 생방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음에 또 투자할 게 보이면 찾아뵙겠습니다. 이걸로 정말 젤트리온은 깔끔하게 끝났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부디 어깨에서 매도하세요. 더 올라도 한계가 있으니까 욕심내지 마시고요. 그럼 정말 가보겠습니다, 가하!"
모두의 인사를 받으며 생방송을 종료했다.
"...."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스윽.
가면을 벗은 류성의 표정이 얼떨떨했다.
재차 어플을 확인했다.
정말로 615억 원이 있었다.
"이거면..."
한동안 돈이 부족할 일은 없으리라.
아니, 아니지.
이 돈으로 더 크게 불릴 생각을 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코인 정보권이나 살까.
행복한 고민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