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06화 (106/277)

< 건물주를 위하여(1) >

떠오른 글귀를 집중해서 읽었다.

[최근 나스닥이 무섭게 오르면서 코인 또한 불장이라는 인식 속에서 엄청난 자금이 몰리는 중이다. 그 여파로 인해 다양한 알트코인이 순서대로 폭발적인 상승을 맞기 시작했다.]

[12월 19일 오전 9시, 장이 시작됨과 동시에 5,280원이었던 웨이붐의 시세가 국내, 외를 막론하고 크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30분만에 8,060원을 돌파했다. 수익률 50퍼센트를 넘기고서야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웨이붐 다음 순서로 최근 크게 하락했던 에이닷에 자금이 모였다. 오전 10시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 에이닷은 웨이붐이 하락할수록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705원에서 시작한 가격이 결국 915원을 찍었다.]

[에이닷이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읺아 메탄 코인도 함께 상승했다. 1,560원에서 1,925원까지 솟구쳤다. 그러나 오전 10시 50분이 되자 에이닷이 급락했고 메탄 코인 또한 함께 하락했다.]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19일이면 이번 주에 찾아오는 주말, 일요일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정보였다.

활용할 수 있는 코인이 무려 세 가지.

웨이붐으로 50퍼센트.

에이닷으로 1,560원에서 1,925원까지.

"대략 25프로인가?"

거기에 메탄 코인까지. 다만 에이닷과 메탄 코인이 따라서 움직이다보니 최종 수익률은 조금 모자랄 거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적잖게 돈을 불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

마음을 조금 추스릴 겸, 집으로 돌아와 동네를 산책했다. 그러나 잡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건물.

아직도 뇌리에 선명했다.

그 아름다운 자태.

우아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건축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그 자체로 영롱했다.

정말 탐이 났다.

"사야지, 무조건."

이런 기회를 놓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이미 정보권은 샀고.

일요일까지는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며칠 남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더뎠다.

시간이 참으로 느리게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돈을 벌어 건물을 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지금 공원을 걷고 있는 와중에도 온통 건물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마치 그것 하나에 매혹된 기분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유혹.

거기에 들러붙어 허우적거렸다.

저벅.

한참을 그렇게 걷던 중이었다.

"으, 으어, 으아아악!"

킥보드를 탄 채로 신나게 달려오던 아이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류성에게로 돌진했다.

속도 또한 정상이 아니었다.

과할 정도로 빨랐다.

아무래도 내리막이라 컨트롤을 제대로 못한 모양이었다.

아이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뒤에선 부모로 보이는 이가 상황을 뒤늦게 인지하며 달려왔다.

"수혁아!"

류성은 멍한 상태라 미처 그 사실을 보지 못했다. 서, 너 걸음 정도를 남겨둔 상태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으니까.

어...?

그제야 정면으로 달려오는 킥보드가 보였다.

이건 부딪히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느려졌다.

그래도 여전히 부딪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류성의 신체는 이미 본능에 의거하여 몸을 뒤틀고 있는 상태였다.

초월적인 반사신경이었다.

아슬아슬한 거리를 두고 킥보드를 피한 것은 물론이고 손을 뻗어 넘어지려는 아이를 낚아채기까지 했다.

쿠당탕탕.

비어버린 킥보드만이 바닥에 쓰러지듯 넘어지며 쓸려나갔다.

"어, 음. 괜찮아?"

"네. 갠차나여. 죄송함미다."

"조심해야지."

그때 부모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다가왔다.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과와 감사를 동시에 받았다.

류성은 연신 괜찮다고 대답하고서 자리를 피했다.

뭐였지...?

마치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과 그 속에서 절로 움직이는 신체는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아, 그건가?

문득 새롭게 얻은 스킬이 떠올랐다.

[반사신경]

[상위 0.1퍼센트 초일류 운동선수에 해당하는 반사신경을 가진다.]

초일류 운동선수의 반사신경을 가져서 뭐에 쓰나 싶었는데.

"이런 곳에 쓰일 줄이야."

덕분에 다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어린 꼬마도 구했고.

심지어 당황해서 뒤늦게 확인했는데 퀘스트도 클리어가 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최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1점을 획득합니다.]

킥보드를 탄 아이를 구하는 퀘스트였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바로 카드를 사용했다.

가볍게 툭하고 건드리자 확대되면서 다가왔다.

[꽝입니다.]

혀를 차고 있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습미다! 안녕히 가세여!"

"어어, 그래. 잘 가라."

고개를 돌려 아이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시 정면을 바라보면서 걷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사고 직전 본인의 상태가 떠올랐다.

멍하니 건물에 빠져 있던 스스로의 모습. 그래서 킥보드가 무섭게 다가오고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너무 조급했어."

건물 생각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스스로가 보기에도 심각할 정도로 건물에 매몰된 상태였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는 게 중요했다. 겨우 건물 하나에 흔들릴 정도라면 나중에는 얼마나 피곤해질 것인가.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명 수조원, 그 이상을 굴려야 할 수도 있을 텐데.

겨우 3,500억 건물에 흔들리다니.

그릇을 키우자.

류성은 길게 호흡을 하면서 차분한 마음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후웁, 후우."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시야가 트였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 여기 패스하라고!"

"우씨!"

"아오, 진짜!"

우측 미니 축구장.

그곳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뛰어놀고 있었다.

"여기로 줘야지!"

"내가 갈거야!"

"막아, 빨리!"

그 아이들 틈에 섞인 낯익은 꼬맹이가 보였다. 류성이 직접 축구 용품을 사줬던 바로 그 아이였다. 신발이 헤질까 봐서 축구를 안 한다던 그 꼬맹이가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괜히 미소가 그려졌다.

잘하려나?

슬쩍 다가가서 축구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공을 차고 달리는 모습.

패스하는 모습.

그리고 돌파하며 슛하는 장면까지.

"음...?"

저 많은 아이들 가운데, 유독 저 꼬맹이만 눈에 들어왔다. 다른 세상에서 홀로 축구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가끔 TV에서만 보던 장면이었다. 실력 차이가 압도적일 때 홀로 적진을 마구 휘젓는 축구 선수가 종종 보이고는 한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참으로 쉬워 보이는데 상대는 마치 바보라도 된 것마냥 반응조차 못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저 꼬맹이에게서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슷한 나이.

아니, 어쩌면 저 꼬마가 더 어린 것 같은 느낌이었음에도 공을 들고 움직이는 녀석은 남들보다 적어도 한 템포가 더 빨랐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재능이 있구나.

그렇다면 그 재능은 과연 어느 정도인 걸까.

이제 한 번 남았던가.

'재능 관찰자'를 생각하니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재능 관찰자]

[남은 사용 횟수 : 1회]

슬쩍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게 인연인가."

'재능 관찰자'를 얻게 된 계기가 바로 저 아이였다. 축구 용품을 사주고 획득한 보상이었으니까. 그때도 사실은 기회가 된다면 저 아이의 재능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다만 횟수에 제한이 있어 신중했을 뿐이었다. 사실 한 명에게만 쓰기에는 조금 아까웠던 것도 사실이었고.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당장은 크게 사용할 곳도 없었고 무엇보다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끌리는 마음을 억지로 누르면서까지 아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먼 거리를 돌아와 저 아이를 다시금 눈앞에 두게 되었다.

재능 관찰자.

오랜만에 해당 재능을 사용했다.

"여기라니까!"

"아, 패스 좀!"

"슛, 슈우우우웃!"

뛰어오는 아이들 머리 위로 잠재력이 떠올랐다.

눈에 확 들어오는 수준은 없었다.

그러다 지금 막, 슛을 때려 골을 넣은 꼬맹이가 눈에 들어왔다.

[잠재력]

지구력(A+급) 노력(A+급) 끈기(A+급) 발재간(A급) 손재주(A급) 인내(A급) 스포츠지능(A-급)...

[총평]

천재적인 스포츠 스타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순간 눈이 번쩍하고 뜨였다.

"미친."

절로 욕이 튀어나올 정도의 잠재력이었다.

총평도 마찬가지.

지금껏 이 정도 잠재력을 본 적이 없었다.

A급이 이렇게 많다고?

그 뒤에 나열된 무수한 재능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이잖아.

실패할 가능성은 1도 보이지 않았다.

성공 가능성 100퍼센트.

저 꼬맹이의 재능은 그 정도였다.

[퀘스트 발동!]

[연이 닿은 아이의 스포츠 재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저 아이가 재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원하는 분야에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어라!]

[남은 시간 : 무제한]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또한 그런 꼬맹이의 잠재력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패널티 없는 퀘스트.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류성은 가만히 축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꼬맹이 녀석도 류성을 발견한 모양인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다시 시작된 경기.

끝까지 지켜본 결과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천재 맞네."

잠재력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말이다.

*

오랜만에 녀석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축구가 끝나자마자 직접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

"벌써 세 번이나 만났는데 아직도 이름을 모르네. 이름 좀 알려줄래?"

"아, 저는 정수현이에요."

"수현이었구나."

"네."

"난 이런 사람."

아이에게 명함을 건네줬다.

재단 법인 이사장, 류성.

그걸 본 정수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냥, 남들 돕는 일 하는 사람이야."

"그런 일도 있어요?"

"그럼. 사회복지사라는 직업도 있으니까 나중에 검색해 봐."

"네에."

"그리고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도 될까?"

"얼마든지요."

"혹시 축구 좋아해?"

"축구요?"

"응."

"어, 좋아해요."

"아, 내 질문은 그러니까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던가?"

그 말에 정수현이 잠시 고민했다.

"...잘 모르겠어요."

"음, 그렇구나."

"근데 그건 왜요?"

"축구 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절 보고요?"

"어. 너무 잘하더라고."

후원에 관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수현아."

"엄마!"

뒤에서 정수현의 어머니가 다가왔다. 고개를 돌리자 세월에 지친 듯한 한 명의 여인이 보였다. 그녀는 정수현이 다가오자 한 줄기 활력이 도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축구하고 있었어?"

"응! 방금 끝났어!"

"그래, 근데 옆에 계신 분은...?"

류성이 나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명함을 그녀에게 건넸다.

재단 법인 이사장.

그 단어에 여인의 눈이 많이 커졌다.

"재단 법인... 이사장님?"

"네."

"저희 아이랑은 왜...?"

"엄마! 전에 얘기 했잖아. 나 치킨 사주고 축구화도 사준 그 형이야."

"아, 그분?"

"응!"

"정말 고맙습니다."

"뭘요, 원래 제가 하는 일이 그런 거라서요."

"아..."

"그래서 수현이 어머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아, 네. 마침 일이 끝나기는 했는데..."

"다행이네요. 근처에서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얘기하실까요? 당연히 수현이도 같이요."

여인이 정수현을 쳐다봤다.

"난 좋아."

"그럼... 그럴까요?"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이야기가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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