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주를 위하여(3) >
정보권에서 얻은 코인의 시총은 대형급이 아니었다. 각각의 시총을 생각해보면 현재 들고 있는 시드나 시청자들의 시드를 더할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물론 웬만해서는 해외 시세를 따라가겠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자금이 추가되면 해외 시세와 차이가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이 모든 건 추측이었다.
어쩌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젤트리온을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도 정보권과 현실이 달랐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젤트리온이 특수 케이스였다면? 특전 퀘스트였던 만큼 예외를 적용한 거였다면? 그 외에 나머지 퀘스트는 류성의 개입마저 예상한 정보라면?
이건 제대로 테스트를 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확인을 해보면 되겠지."
600억이 넘는 시드.
많은 시청자.
해당 시드가 투입되었을 경우, 코인 정보에 나온 금액과 얼마나 차이가 발생할 것인가.
모든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정보권과 동일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정보권의 정보는 류성의 개입마저 계산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으리라.
정보권의 내용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젤트리온처럼 미래를 바꾸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고.
솔직히 편한 건 전자였다. 류성의 개입마저 계산하여 결과로 도출한 정보권. 그럼 자금이 아무리 많아져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후자라면 시드가 커질수록 달라질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질 것이다.
"전자면 좋겠는데."
류성은 중얼거리며 정리해뒀던 메모장을 확인했다.
[19일 오전 9시, 웨이붐 5,280원에서 8,060원까지 상승. 오전 10시, 에이닷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탄 상승]
오늘 매매해야 할 종목은 세 개였다.
웨이붐, 그리고 에이닷과 메탄.
웨이붐은 시총 7조라 가볍지만 에이닷은 35조로 무거운 편이었다.
레플 역시 시총이 55조로 탄탄했다.
그러니.
사실상 웨이붐만 매매를 해보면 결과가 나올 터였다. 정보권에 적힌대로 8,060원을 찍고 하락하기만 한다면 류성의 개입마저 계산하는 게 확실해지는 것이다.
[코인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그 사이 시청자가 꽤 들어왔다.
5분 만에 471명이었다.
제목으로 인한 어그로 효과가 생각보다 강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화면에 모습이 나오도록 설정을 바꿨다.
"가하!"
이후 시청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알탕 : 오오, 보이네요! 언제나 1위^^ 가하!
늅늅이 : 첨 왔어요, 반갑습니다ㅎㅎ
물주먹 : 가하ㅋㅋ 이야, 오늘은 코인 가나요?
코인풀대출 : 드디어ㅠㅠ 왔도다!
불침대 : 코인 가즈아아앜!
"네, 다들 반갑습니다. 오늘은 제목 그대로 코인으로 수익을 좀 내볼 생각이거든요. 자금이 많은 편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해보도록 할게요."
류성은 다운비트에 접속했다.
오전 8시 30분.
9시가 되기 전에 웨이붐을 전액 매수해야만 했다.
"뭘 사야 하려나요."
고민하는 척하다가 웨이붐 코인을 눌렀다.
차트를 슬쩍 보여줬다.
"이거 괜찮은데요? 일단 저점은 충분히 다진 거 같아요."
이후 호가창을 확인했다.
5,005원.
정보권에 적힌 것보다 가격이 많이 낮았다.
"5원 단위로 2억에서 10억 정도씩 매매 대기 물량이 쌓인 상태네요."
확실히 적은 액수였다. 그나마 불장이라서 이 정도로 거래량이 늘어난 거지, 아니었다면 훨씬 더 대기 물량이 부족했을 터였다.
"조금만 사보겠습니다."
짝발 : 오잉, 웨이붐 호재 있나요? 왜 사는 거죵?
"아, 짝발님. 그냥 차트가 마음에 들어서 사는 겁니다."
짝발 : 아핫? 따라가야지ㅋㅋ
"매매는 언제나 본인의 책임이라는 거 주의하시고요. 자, 그럼 소액으로 매수 한 번 해볼게요."
시청자와의 대화를 잠깐 멈추고 매수를 진행했다.
일단은 10억을 사용했다.
2호가 위쪽인 5,015원에 매수를 걸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2억 정도가 체결되고 8억이 매수 대기 물량으로 잡혔다.
"흐음."
잠깐 기다리자 거짓말처럼 매물이 쏟아졌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20초도 걸리지 않아서 남은 물량이 전부 매수되었다.
알탕 : 와, 매도세 뭐죠?
국보급 : 10억이 바로 매수가 돼버리네ㅋㅋ
"요즘은 AI매매가 대부분이라서요."
주린잉 : AI매매요?
"네. 인공지능 매매라고 하죠? 주식이건 코인이건 이 프로그램 안 쓰는 곳이 없거든요. 해당 프로그램이 해외 시세랑 맞추려고 매수와 매도를 자동으로 진행하는 거죠. AI가 일단 해외랑 시세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매도를 때린 거예요."
뉴비 : 오호, 하긴 시세는 맞춰야 하니ㅋㅋ
알탕 : 그렇군요?ㄷㄷ
주린잉 : 코인의 세계는 역시...ㅎㅎ
불장가즈아 : 오오, 가하! 뭐임? 드디어 코인임? 크으! 기다렸다고요!
토깽이 : 오? 그럼 시드가 많아도 상관없겠군요?
"불장가즈아님, 어서 오시고요. 토깽이님, 어느 정도까지는 상관이 없다고 보셔도 될 거 같네요. 대신 금액이 너무 커지게 되면 AI도 브레이크를 걸겠죠. 그때부터는 해외랑 시세가 엇나가기 시작하는 거고요."
토깽이 : 아하, 그 정도 되려면 어후ㄷㄷ 몇백억은 있어야겠네요
리메이크 : 알찬 정보 개꿀ㅋㅋ
"자, 그러면 저는 조금만 더 사볼게요."
이번에는 50억을 사용했다.
생각보다 AI매매가 강한 것 같아서 초기에 최대한 많이 모을 작정이었다.
이번에도 두 틱, 그러니까 2호가 위로 매수를 긁었다.
5,020원.
5억 원 정도 매수가 되었다.
남은 건 45억 원.
고요한 흐름이 이어졌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간간이 매수되긴 하는데 속도가 느렸다.
"흐음. 거래량이 적으니까 위로 긁어볼게요."
금액을 수정해서 5틱 위로 긁어버렸다.
5,025원
5,030원
5,035원
5,040원
5,045원
가격이 솟구치면서 거래가 체결되었다. 대략 25억 정도가 단번에 체결이 되었고 5,045원에 20억 정도 되는 매수벽이 세워졌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그제야 멈춰있던 AI 자동매매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모든 물량이 매수되었다. 해외랑 시세 차이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절한 것이다.
"위로 긁으니까 잘 사지네요. 이렇게 사죠, 뭐."
어느새 가격이 조금 빠졌다. 류성은 그때마다 가격을 더 높여서 매수를 진행했다.
"매수 완료했고요. 이번엔 그럼..."
100억 치를 매수해보기로 했다. 조금 루즈한 감이 있어서 5,120원까지 긁어버리자 대량의 매물이 쏟아졌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모든 금액이 체결된 것이다.
"쉽죠?"
다음은 200억 치를 매수했다.
5,135원
5,150원
5,165원
5,170원
계속해서 금액을 올리면서 매수하니 생각보다 금방 체결이 되었다. 이제 남은 자금은 200억이었다.
"딱 600억 들고 왔거든요. 남은 금액 한 번에 사용할게요."
매수를 진행하려는데 갑자기 가격이 솟구쳤다.
5,175원
5,180원
5,195원
아무래도 방송을 보는 개미들이 매수에 동참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매수자가 상당하네요. 이럴 땐 그냥 위로 더 긁어버리면 됩니다."
어차피 8,000원 이상 올라갈 걸 알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었다. 심지어 현재 정보권에 내용보다 가격이 더 낮았기에 매수를 망설일 이유도 없었고.
5,175원
5,205원
5,230원
5,255원
5,275원
5,275원까지 가격이 솟구쳤을 즈음에서야 웨이붐을 매수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고 보니.
정보권에 나온 오전 9시 시작 가격이 5,280원이었다. 지금 가격이랑 비교하면 겨우 5원 차이였다.
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정보권에 적힌 정보가 류성의 개입마저 계산한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나올 수가 없었다.
100프로네.
결론이 나오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자 시야가 넓어졌다.
자연스럽게 해외 시세가 눈에 들어왔다.
"음. 다운비트에서 웨이붐을 많이 샀는데요. 해외 시세를 쫓아서 내려가는 게 아니라 해외 시세가 다운비트를 따라서 올라오는 느낌이네요."
다운비트의 웨이붐 가격은 5,275원.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 거래소인 바낸의 웨이붐 가격은 5,205원이었다. 해외 가격이 국내 가격을 따라오는 형국이었다.
알탕 : 와, 씨ㅋㅋ 근데 600억... 괜찮아요?
주린잉 : 섬뜩한데요?ㄷㄷ
늅늅 : 이게, 이게 맞습니까?
반도체갓 : 형님... 클라쓰 지림!
짝발 : 기왕 이렇게 된거 가즈아아아아앜!
보물 : 호재 등장이오!
가락면 : 가면남님은 언제나 시장을 활기차게 만듬ㅎㅎ
보통의 다른 사람이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한다면 정신이 나갔거나 미친 게 틀림없을 것이다.
어떤 호재도 없는 상태에서 단기간에 600억이란 거금을 알트코인에 집어넣는 건 맨정신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류성에겐 정보권이 존재했다.
정답지가 손에 들린 이상 그의 이런 투자방법이야말로 오히려 확실한 한 수였다.
"곧 등락률 초기화되겠네요. 그때부터 시작이겠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오전 9시가 되었다.
웨이붐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주식 카페도 시끄럽긴 했다.
제목 : 오, 가면남님 코인 하시네
제목 : 시드가ㅋㅋㅋ
제목 : 600억ㅎㅎ, 괴물이군요 역시
제목 : 따라 가야지ㅋㅋㅋ
제목 : 돈복사 기회 고고고!
제목 : 아, 코인... 으음ㅎㅎ
제목 : 일단 생방송 구경중!
그러나 코인 카페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제목 : 미쳤다ㅠㅠ 드디어!
제목 : ㅅㅂ, 계속 주식만 하더니 왔네, 왔어ㅋㅋ
제목 : 풍년이오!!!!
제목 : 가즈아, 가즈아아아아!
제목 : 웨이붐 매수중이네?ㅋㅋ
제목 : ㅁㅊ, 얼마나 쓰는 거임?
제목 : 600억치가 매수가 되는구나
제목 : 세력들 물량 개 털렸을 거 같은데?
제목 : 무조건 오르겠네ㅋㅋ
제목 : 지금은 가면남이 세력이니까! 아니, 존재 자체가 호재니까!
제목 : 아? 고런거임?ㅋㅋ
제목 : 고고고, 매수 가즈아아아!
그중에서도 웨이붐 게시판이 가장 뜨거웠다.
제목 : 왔다, 탈출 기회가 왔다고ㅋㅋㅋ
본문 내용 : 불장이라고 해서 개잡주 분산해서 사놨는데 이 녀석만 안 오르더라고요ㅠㅠ 진짜 똥줄타서 죽을 뻔했는데 드디어 탈출각이 보이네요! 가면남님, 정보꾼님. 아무튼, 동일하신 두 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까르보나라 : 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
단합 : 탈출각...? 얼마에 물렸기에?
ㄴ작성자 : 5,500원이요!
ㄴ단합 : ㅋㅋ근데 이 정도면 탈출보다는 익절각 봐야져!
ㄴ작성자 : ㅠㅠ본전만 찾아도 감지덕지!
개굴 : 분위기 심상찮은데?
자몽 : 이제 곧 9시다! 약속의 9시!
시간은 흘렀고 오전 9시가 되었다.
정각이 되는 순간 모든 가격의 등락이 리셋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주목받고 있던 웨이붐이 하늘로 솟구쳤다.
제목 : 어, 어어? 웨이붐 가나요?
제목 : 간다, 간다, 간다!
제목 : 오늘의 불장, 첫타는 웨이붐^^
제목 : 와씨, 드디어...!
제목 : 100프로만 먹자, 꼬우!
제목 : 미친, 기세 미쳐따!
제목 : 역시 가면남, 호재 덩어리^^
제목 : 우오오ㅠㅠ제발!
제목 : 어서 웨이붐 사세요! 빨리!
제목 : 빠른 탑승 바랍니다! 가면남님 출발한답니다!
제목 : 운전기사 정보꾼님 출발이요ㅎㅎ
환희의 불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