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10화 (110/277)

< 돈복사(2) >

일단은 두 개의 차트를 함께 체크하면서 에이닷에 조금 더 집중했다.

725원.

729원.

733원.

737원.

에이닷이 올라갈수록 다른 코인의 가격은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의외인 것은 메탄이었는데 메탄 또한 1,550원에서 1,510원까지 아주 살짝 떨어졌다. 아무래도 에이닷에 개미들 자금이 쏠리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웨이붐도 그렇고 다른 코인에 모여있던 자금이 에이닷으로 들어오는 거 같네요. 쉽게 말해서 단타 개미들이 들고 있던 코인 매도하고 에이닷을 매수하는 거죠. 조금 꿈틀거리니까 냅다 탑승부터 해보는 거 같은데, 선택이 절묘하네요. 단타 잘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덕분에 에이닷은 더욱 무섭게 가격을 높여나갔다.

751원.

763원.

777원.

915원까지 가격이 올라간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다. 끝까지 발라먹어도 괜찮을 거 같지만 적당히 수익을 내고서 메탄으로 갈아타는 게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메탄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

꿈틀거림도 없었다.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두 개의 코인 모두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타이밍만 어떻게든 잘 맞추면 말이다. 그러니 에이닷과 메탄 모두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800원 넘었습니다."

에이닷이 800원을 넘자 메탄도 슬쩍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에이닷을 매도하고 메탄을 매수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에이닷에 여전히 강한 매수세가 남아있을 때 모든 물량을 서둘러 던져버렸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종목명 : 에이닷(ADT)

매입금액 : 50,005,651,790

수익률 : 15.2%

평가손익 : 7,600,859,072

총평가 : 87,606,510,862

투자원금 500억.

수익금 76억 원.

도합 576억 원을 들고서 메탄 코인으로 돌진했다.

*

메탄에는 이미 400억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였다. 여기서 576억 원을 새롭게 쏟아부었다.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전액 매수가 체결되자마자 가격이 크게 솟구쳤다.

1,610원

1,630원

1,650원

1,660원

에이닷은 횡보하면서 살짝 하락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메탄의 상승세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1,680원

1,690원

1,700원

1,720원

정보권에 나온 최고금액은 1,925원.

현재 시각 10시 15분.

아직 50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은 상태였다.

"매수세 제대로 붙었네요."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붙어 1,800원을 넘어설 때 류성은 메탄 코인을 전부 팔아버렸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대략 1,080억이 생겼다.

"이걸로 다시 에이닷 매수할게요."

메탄에 자금이 모이면서 에이닷은 하락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매도물량이 많아서 금방 매수가 체결될 것 같았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예상대로였다.

"크흐, 좋네요, 좋아."

류성이 세워놓은 철옹성 같았던 거대한 매수벽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들기 시작했다.

알탕 : ㅋㅋㅋ아니, 매수벽 실화냐고요!

연어먹자 : 저기다 던진다고...?

온다르 : 바보들인가요ㅠㅠ

생수병 : 와, 근데 사르륵 녹네요. 엄청난데요?

"네, 아주 잘 녹고 있습니다. 현재 500억 넘게 매수된 상태고요. 남은 물량도 빠르게 매수 체결되고 있습니다."

적잖은 거액이 체결된 상태라서 그런지 처음보다는 매도세가 줄어들기는 했다. 지금은 속도가 생명이었기에 바로 가격을 수정했다.

"10원 높여서 위로 긁을게요."

다시 200억 정도가 빠르게 매수되었다.

“5원 더 높이겠습니다.”

다시 5원을 높이자 남은 금액이 전부 체결되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에이닷으로 다시 한번 매수세가 붙기 시작했다.

"오, 가나요?"

현재 오전 10시 35분.

슬슬 올라갈 타이밍이기는 했다.

805원.

807원.

811원.

815원.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동시에.

돈복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종목명 : 에이닷(ADT)

매입금액 : 108,075,651,790

수익률 : 2.17%

평가손익 : 2,928,850,163

총평가 : 111,004,501,953

2퍼센트가 조금 넘는 수익률인데 수익금은 무려 29억 원이었다. 투자하는 금액이 커지니 작은 수익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돈복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수익 잘 내고 계시죠?"

시청자들 또한 환호했다.

니코커 : 당연합죠ㅋㅋ

25시간각 : 돈복사 아닙니까ㅋㅋㅋ

팬티 : 벗고 쏴리 질러어어어엌!!!

무통좌 : 나는 아프지 않다ㅠ

알탕 : 왜 혼자 슬퍼함ㅋㅋㅋㅋ

짝발 : 다들 돈 벌고 있구만!

무통좌 : 그저 울지요ㅠ

"자자, 모두가 벌 순 없긴 하죠. 그래도 무통좌님 힘내시고요. 닉네임처럼 통증을 느끼지 않는 강철의 사나이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잠시 에이닷 호가창 좀 집중할게요."

매수세가 사라지기 전에 팔아버릴 작정이었다.

50분까진 오르겠지만.

그때까지 매매를 반복하면서 수익을 낼 생각이었다.

833원.

837원

841원.

845원.

매수세가 살아 꿈틀거리는 지금 모든 물량을 던져버렸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현재 시각 10시 26분.

아직 몇 번은 더 왔다 갔다 할 여지가 있었다. 류성은 서둘러 해당 금액을 들고 횡보 중인 메탄으로 달려갔다.

*

다운비트에도 세력은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금이 큰 곳이 바로 ‘체인 투자사’였다.

"형님, 고래 한 놈 붙었습니다."

"어디에?"

"웨이붐에서도 한탕 해 먹었고 지금은 에이닷이랑 메탄에서 놀고 있는데요? 와리가리 치는 게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세력 아니고?"

"네, 세력은 아니고 고래 맞습니다."

"어떻게 알아?"

"너튜버입니다."

"아하, 오케이. 기다려 봐. 확인 좀 하자."

"예, 형님."

체인 투자사의 대표이자 형님이라 불리는 자가 너튜브를 열었다. 그냥 코인이라고 치고 실시간 방송 중인 것만 나오게 설정을 바꾸자 제일 위에 시청자가 가장 많은 방송이 떠올랐다.

"이 녀석이야?"

"맞습니다, 가면남."

"가면남, 그래. 많이 들어보긴 했지."

방송을 틀어놓고 다음으로 에이닷과 메탄을 주시했다. 가면남이 움직일 때마다 코인의 시세가 출렁거렸다.

"새끼, 돈 더럽게 많네."

"천 억이 넘습니다."

"미친, 나보다 더 많잖아?"

"에이, 형님이 더 많으시면서."

"인마, 이건 전부 법인 돈이지, 내 돈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

"크흠, 죄송합니다."

"에라이, 그건 됐고..."

대표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문제는 해외 시세야. 해외가 움직이는 이상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어쩔까요?"

"뭘 어째, 새끼야. 그냥 저 가면남인가 뭔가한테 맞춰."

"예?"

"저기에 맞추기만 해도 돈 벌겠는데 뭐가 고민이냐?"

"아, 그렇긴 하죠."

"AI 프로그램 설정해서 맞추라고. 초단타로 수익 조금씩 내고 크게는 저 너튜버 쫓아가면서 수익 내는 거로."

"알겠습니다."

프로그램 설정은 금방 끝났다.

"자, 그럼 이제 한번 보자고."

가면남이 메탄을 들고 있을 때 AI 프로그램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했다. 메탄 코인 초단타로 수익을 냈고 동시에 에이닷에 자전거래를 돌리며 가격을 아래로 추락시켰다.

"대표님. 근데 에이닷 살까요?"

"사겠지, 뭐."

정보꾼은 메탄 가격을 어느 시점에 매도하더니 곧바로 에이닷을 매수했다.

[이야, 에이닷 가격이 꽤 떨어졌네요. 좋습니다.]

그에 대표가 웃었다.

"이거 봐, 사잖아."

"그러네요."

그 사이 AI 프로그램은 자전거래를 멈췄으나 생각보다 큰 하락에 무수한 개미들이 화들짝 놀라며 들고 있던 코인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다.

[오오, 매도세 좋은데요?]

류성이 코인을 매수하고 나면 AI 프로그램으로 다시 자전거래를 돌리면서 가격을 높였다. 거래량이 급증하니 자연스럽게 개미가 들러붙었다. 생각보다 많은 개미가 매수를 시작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솟구쳤다.

[전 여기서 팔게요!]

그러면 가면남은 곧바로 매도를 실행했다.

"새끼, 욕심이 없네."

"시드가 크니까요."

"하긴, 저렇게 짧게 먹는 게 좋긴 하지."

그렇게 가면남을 도와 몇 차례나 더 코인을 주물럭거렸을까.

[슬슬 배도 고프고 오늘은 여기서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수익 감사하고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가면남이 인사를 하고서 생방송을 종료했다.

"아쉽네. 그보다 오늘 수익 좀 났냐?"

"예. 장난 아닙니다."

"소고기나 먹으러 가자. 애들 다 부르고."

"예, 형님! 근데 이런 말 해도 됩니까?"

"뭐."

"이렇게 돈을 버실 줄은 몰랐습니다. 뭐랄까, 스마트해 보이십니다."

"새꺄, 시대가 변했잖아. 우리라고 언제까지 서로 헐뜯고 싸우기만 할 거냐? 이젠 서로서로 돕고 사는 거지. 물론 최고점에 물린 개미들이야 죽어나겠다만 그거야 욕망을 이기지 못한 그놈들 탓인 거고."

"맞습니다."

"그래, 그런 거야. 우리도 이제 편하게 좀 살자."

"예, 형님"

얼떨결에 시작된 가면남과 세력의 콜라버레이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근데 이거, 생각보다 더 쏠쏠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흐흐."

"크흐흐흐."

"흐하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

코인 카페는 물론이고 각종 코인 관련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에이닷 사라, 빨리!]

[아니, 지금은 메탄이라고!]

[등신들아, 뭐하냐ㅋㅋ]

[그냥 가면남 따라서 사라고ㅋㅋㅋ]

[이거 필승법이라고!]

필승법이라면서 올라오는 게시글이 무수한 까닭이었다.

[아, 에이닷에 물림ㅠㅠ]

[필승법이라메!]

[기다려 봐, 탈출기회 바로 올 거니까! 필승법 맞다고!]

[ㅅㅂ, 진짜 바로 오네?ㅋㅋ 가면남, 메탄 매도하고 에이닷 사니까 바로 수익 났음!]

[아니, 대신 메탄에서 내가 물렸는데?]

[너도 기다려봐ㅋㅋ]

[오, 진짜 기다리니까 가면남 다시 메탄 왔다!]

[필승법 맞지?]

[맞네, 이거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

[그래서 수익 얼마나 났냐, 위에?]

[1주일치 일당 범!]

[부럽네ㅠㅠ!]

[에이닷, 메탄 둘 다 사라 그냥! 난 둘 다 사서 수익 나는 거 차례대로 매도 중ㅋㅋ]

[개꿀 전략인데?]

에이닷과 메탄을 번갈아 매매하는 정보꾼. 뒤에서 은근하게 돕는 세력. 그리고 개미들까지 합세하니 그야말로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되어버렸다.

[에이닷 간드아아앗!]

[메탄이라고, 이번엔!]

[메탄 익절 고맙고요, 에이닷 넘어갑니다^^]

[메탄, 에이닷 둘다 신이다!]

[아니, 가면남이 신이지, 멍청아!]

[아, 죄송합니다! 가면남 신!]

[이 와중에도 가면남 반대로 행동하는 바보들 넘치죠? 에이닷 매수해야 할 타이밍인데 매도하고 있죠?]

[저것도 근데 나쁘지 않음. 정보꾼이 에이닷 매수해야 매수세가 나오니까 팔기가 쉬움. 그리고 정보꾼이 에이닷 매수하기 시작하면 메탄이 생각보다 많이 하락함. 그럼 하락한 메탄 사놓고 기다리면 정보꾼이 다시 메탄 매수할 때 매도하면 됨.]

[아하...?]

[뭐야, 그럼 어떻게 하든지 수익 나네?]

[그러네?]

[이게 돈복사라고ㅋㅋㅋ]

마치 에이닷과 메탄에 투자한 모두가 수익을 낸 것만 같은 착각의 향연이 이어졌다. 손해 보는 이가 없는 것만 같은 기현상.

그러나.

누군가는 꼭대기에 물리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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