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을 쓰는 방법(2) >
집으로 돌아온 류성은 저녁을 먹고서 소파에 너부러졌다.
"후아."
오늘 해야 할 일은 전부 끝낸 상태였다.
지금은 휴식을 취할 차례였다.
"일단은..."
미국 주식 분위기나 조금 살펴보기로 했다. 오후 6시부터 프리장이 열리는데 그때부터 개인끼리 거래가 가능해진다.
증권 어플을 열었다.
순간 류성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와우."
메인 화면에 즐겨찾기를 해놓은 까닭에 바로 가격과 등락폭이 보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프리장부터 이렇게 솟구칠 줄이야.
종목명 메카로
현재가 11.9달러▲
대비 3.2달러
등락률 36.8%
생각 이상이었다.
"벌써 36퍼센트라..."
본장이 시작되기 전이라 기관은 투자에 개입하지 못하고 개미들끼리만 매매가 이어지는 상태였다. 그래서 프리장에서는 크게 오르다가도 본장이 되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메카로는 그럴 일이 없었다.
[12월 27일, 장 종료까지 우상향하던 메카로 결국 127% 올라...!]
장 종료까지 우상향한다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을 하다가 예약 매도를 설정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되면 내일.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이 계좌에 찍혀있으리라.
"후우."
설렘을 가라앉히고서 어플을 종료했다.
계속 볼 순 없었으니까.
이번 매매는 생방송을 할 생각도 없었기에 참으로 느긋했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지루하네.
결국 '글로벌 체스'에 접속해 체스를 즐겼다.
여러 고수의 신청이 날아들었다.
류성은 전부 받아주면서 몇 차례 게임을 이어갔다.
"흐흐."
덕분에 레벨이 37에 도달했다.
40도 얼마 안 남았고.
조금만 더 하면 다시 한번 카드를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을 터였다.
어느새 저녁 9시였다.
얼마나 올랐으려나.
증권사 어플을 열어보니 등락이 보였다.
종목명 메카로
현재가 12.7달러▲
대비 4.0달러
등락률 46%
생각보다 더 많이 올라버렸다.
"...장난 아닌데?"
덕분에 수익금이 1,000억을 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
미국 주식 게시판.
[메카로 뭔데? 뭐냐고오오오!]
[ㅋㅋㅋ기사 떴음!]
[뭔 기사임?]
[지난 주 금욜부터 찌라시 돌더니 찐이었네...?]
[미친...ㅋㅋㅋ]
[링크임, 보고 오셈!]
많은 사람이 메카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와, 진짜 내연기관 종료네?]
[몇 년 안 남았음ㅎㅎ]
[아니, 선진국은 전부 동의했네. 우리나라도 그렇고, 진짜 30년부터 전기차 올인이구나ㅎㅎ]
[덕분에 반도체 미쳤음!]
[프리장에서 사야지ㅋㅋ]
[본장에 떡상갈듯!]
[가즈아아아앜!]
반도체 기업의 질주였다.
당연히 몸집이 가벼운 신생이면서도 기술력이 좋은 메카로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미쳐따ㅜㅠ 메카로ㅠㅠ!]
[벌써 49퍼...?]
[본장에 얼마나 오르려고ㅋㅋㅋㅋ]
[달다, 달아...!]
[이렇게 달아도 되냐고? 이썩겠다!]
[난 벌써 치과 가는 중인데?]
[미친 넘ㅋㅋㅋㅋ]
[난 임플란트 심었다 벌써]
[몇 개냐?]
[어금니 4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2개]
[정신 나가겠네ㅋㅋ]
그 정도의 상승이었다.
수익에 정신이 나가버릴 만큼.
[본장 5분 남았다.]
[가자, 가자, 가자아아아아!]
[기관 들어오면 떡상각?]
[각이지!]
그렇게 11시 30분이 되었고.
드디어.
본장이 시작되었다.
*
류성은 침대에 누워 모바일로 차트를 확인했다.
엄청난 상승이었다.
본장이 시작되면서 살짝 하락하는 것 같았는데 11시 40분 정도 되니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리고 11시 55분.
메카로는 무려 101%에 도달한 상태였다.
종목명 메카로
현재가 17.487달러▲
대비 8.787달러
등락률 101%
사실 긴장이 되어서 계좌 상태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상상은 되지만.
뭔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나면 가슴이 너무 뛸 것 같았으니까.
"후우."
그래도 이젠 한계였다.
호기심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럭키야."
냐아아아?
"긴장 좀 풀자."
럭키를 품에 안고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디 한 번 볼까.
과연 1,400억이라는 거금이 지금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종목명 : 메카로
매입금액 : 122,023,509
수익률 : 146.96%
평가손익 : 179,362,355
총평가 : 301,385,864
정말 기가 막힌 수준이었다.
원화가 아닌 달러였다.
매입금액이 1억 2,200만 달러였기에 현재 총평가는 대략 3억 달러. 현재 환율이 1,150원이니 원화로 환산할 경우 3,466억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여기서 더 오른다 이거지?"
그 사이 메카로는 110퍼센트까지 솟구쳤다.
최종 목표는 124퍼센트.
원래 예약 매도를 걸어두고 잠을 청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기세가 너무 좋았다.
어쩌면 장중에 124퍼센트를 넘어설지도 몰랐다.
무조건이겠는데, 이건.
그러니 조금 기다렸다가 분할매도를 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투자하는 금액이 커진 만큼 이런 사소한 수익률을 소중하게 다뤄야 했다. 0.1퍼센트 차이로 오가는 금액이 무려 수십 억대였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류성은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의 고동을 만끽하며 가격을 주시했다.
호가는 어지러웠다.
엄청난 등락폭이었다.
17.911달러
17.953달러
17.899달러
17.836달러
17.903달러
대략 17.9달러 선에서 어지럽게 매수와 매도가 뒤엉켰다.
치열한 접전이라고나 할까.
매수하려는 자와 매도하려는 자의 싸움이었다.
호재는 충분했다.
무려 전세계 선진국들의 내연기관 종료 협정.
전기차 생산 결정.
그러나 그 시기가 몇 년 뒤라는 것.
"단기 호재라는 얘기지."
정보권에는 오늘 하루의 상승치만 적혀있었다.
12월 27일, 127퍼센트의 상승.
다음 날인 28일에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르면 오늘, 늦어도 며칠이면 시세분출이 끝날 가능성이 아주 큰 그런 단발성 호재로 보이기는 했다.
나중에 해당 협정 시기가 현실로 다가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다시 높아지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닐 터였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었다.
익절은 할 테지만.
적당한 물량을 손에 쥔 채 며칠간 더 지켜볼 것이냐.
혹은, 오늘 전부 매도할 것이냐.
당장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일단은 가격이 솟구치는 속도를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결정하기로 했다.
*
새벽 1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간다, 간다, 간다!]
[수익률 130퍼센트 돌파!]
[미친...!]
[와, 계속 지켜본 의미가 있네ㅋㅋㅋ]
[크흐, 이제 140퍼, 아니 150퍼까지 가즈아아아!]
[가야지!]
[영! 차!]
[영!]
[차!]
멍하니 게시판을 보던 류성도 정신이 들었다.
"130퍼...?"
증권사 어플을 확인하니 정말이었다.
종목명 메카로
현재가 20.0535달러▲
대비 11.3535달러
등락률 130.5%
이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목표가 127퍼센트였으니 그보다 높으면 매도할 이유가 충분했다.
일단 1억 달러치 물량을 매도해버렸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
거래량이 상당히 붙은 상태였기에 거금도 문제가 없었다.
"오우."
순식간에 1억 달러, 1,150억치의 물량이 팔렸다.
엄청난 속도였다.
물량을 집어삼킨 메카로는 잠깐 휘청이더니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135퍼센트.
류성은 다시 1억 달러를 매도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아직도 2억 달러 가량이 남은 상태였다.
수익이 엄청났으니까.
20분 정도 더 지켜보다가 남은 주식까지 전부 팔아버렸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조금 남겨둘까 고민하긴 했는데 그냥 안전하게 수익을 내기로 했다. 아무리 봐도 단기간에 너무 심하게 오른 것 같았으니까.
"후우."
이로써 한순간에 4억 달러가 손에 들어왔다.
원화로 4,600억.
이거면 건물을 매입하고도 3천억에 가까운 거금이 남아 있게 될 터였다.
"...소아병동."
덕분에 제대로 후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12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고 300억을 재단 법인 자금으로 이체시켰다.
"아니, 이사장님? 이거... 맞아요?"
"부사장님이 놀라는 걸 보니까 좀 재밌네요."
"장난하지 마시구요!"
"하하, 네. 300억 맞습니다."
"이건, 어..."
"좀 많죠?"
"조금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
"그러니까 돈은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지원해주세요."
그제야 부사장이 정신을 차렸다.
"후우, 네. 알겠습니다. 제대로 해볼게요!"
돈이 생긴 덕분일까.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이사장님, 내일부터 병원 아이들한테 후원 시작될 거 같아요."
"잘됐네요."
"경제적 여건이 힘들수록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게 했으니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그래도 생각보다 자금이 많이 나갈 거 같지는 않아요. 정말로 힘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병원에도 빠르게 후원을 진행해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좋네요. 아, 대신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요."
"네."
"조건을 하나 걸어보죠."
"어떤...?"
"소년 소녀 가정 후원도 점점 범위가 넓어질 텐데 병원 한, 두 곳으로는 커버할 수 없으니까요. 외래진료가 가능한지 꼭 물어봐 주세요."
"아! 엄청 좋은 생각인데요?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사장이 다음 보고를 이어갔다.
"공모전 재료도 전부 준비된 상태에요."
"다행이군요."
한국 대학교의 도움이 컸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무수한 조각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터였다.
그런 공모전이었다.
RS 재단 법인은 조각의 재료를 준비하고 숙박과 음식을 제공한다.
공모전 기간은 14일.
그 안에 해당 공간에서 조각을 완성해야만 했다.
"생각만 해도 멋지겠어요."
"기대돼요, 정말."
"저희도요! 엄청나게 기대돼요!"
"다들 틈틈이 보러 가자고요. 이것도 업무의 연장선이니까요."
"꺄아아악, 좋아요!"
"이사장님, 최고!"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헬스장에 들러 운동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체스 레벨을 올리고 아침에 미처 쓰지 못한 웹소설 비축분을 쌓아나갔다.
그즈음.
기다리던 정기후원 보상이 들어왔다.
[연계퀘스트 '어서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선행포인트 27점을 획득합니다.]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후원금액이 초기화됩니다.]
이번에 두 번 연속으로 정보권을 구매하느라 120포인트를 사용한 상태여서 허전했는데 다시금 얼마간은 채워졌다.
27포인트라.
현재 지닌 77포인트를 더하면 총 104포인트였다.
"이 정도면, 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대한한성 종합병원.
이사장과 소아·청소년 진료과를 책임지는 박교수가 커피를 마셨다.
"후원금을 직접적으로 받진 않을 거야."
"네, 들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겠군. 실질적인 도움이 될 테고. 오랜만에 소아병동에 웃음꽃이 피겠어. 그렇지 않나?"
"그럴 거 같습니다."
박교수는 사실 많이 놀란 상태였다.
"솔직히,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아, 물론 작게나마 후원을 받은 적은 많지만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더군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금액이 한, 두 푼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걱정하지 말게, 자금 여유는 충분하다고 들었으니."
"으음, 한 달만 유지해도 수억 원은 그냥 깨질 겁니다."
박교수의 걱정은 당연했다.
현실적인 부분이었으니.
하지만 병원장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 부분은 나도 말했네."
"그렇습니까?"
"그래. 내가 정확하게 자네랑 같은 말을 했었지. 그러니까 거기서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나? 크큭, 더 쓸 수 있게 해달라더군. 정말 힘든 사람들이라면 전액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이야."
"아...?"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정말 좋은 곳이군요."
"맞아, 그런 곳이지. 거기 이사장이 젊은 나이인데 참 생각이 깊어. 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군. 일단 소아병동에 공지부터 올리자고."
"알겠습니다."
둘은 흐뭇하게 각자의 업무를 진행했다.
그리고 얼마 후.
소아병동에 공지사항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