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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119화 (119/277)

< 설득(1) >

업무를 보다가 인스턴트 커피를 탔다.

"이사장님,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네, 카페 생기면 그땐 더 편하고 맛있는 거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전 이사장님 커피가 좋은데..."

"저도요!"

아부성 발언이라 여긴 류성이 웃었다.

"그러면 가끔 타드릴게요."

"약속하셨어요?"

"네. 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진심이었다.

그들은 정말 웬만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류성의 인스턴트 커피를 더 좋아했으니까.

"이사장님이 제대로 커피 배우시면 장난 아니실 거 같은데..."

"진짜 손맛 자체가 다르시다니까요."

"하하, 그래요?"

"네. 농담 아니에요, 진짜."

"생각해볼게요."

안 그래도 카페를 차리긴 하니까. 바리스타에게 조금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아, 그리고 오늘 안건 하나 올릴게요."

"네!"

"어떤 건가요?"

"오늘 출근하는 길에 본 장면인데요. 할아버지가 폐지를 줍고 계시더라고요. 같이 리어카를 끌고 고물상에 도착했는데... 6천 원을 주더군요. 리어카에 폐지가 가득 쌓여서 흘러넘칠 지경이었는데 말이에요."

"아..."

"그분들을 후원할 방법을 고민하는 중인데 쉽게 떠오르지가 않네요. 같이 고민해보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이야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열심히 생각해볼게요!"

"네, 고맙습니다."

그날 업무가 끝날 때까지, 어느 한 사람도 류성에게 아이디어를 말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 모양이었다.

*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맛은 여전히 끝내주네.

몇 번을 타 마셔도 자신의 손맛에 흠뻑 취할 지경이었다. 한 모금 더 음미한 뒤에 너튜브에 들어가 어제 봤던 영상을 찾았다.

<보호소 화재, 그리고 지금...>

다시 메시지를 남기려는 순간이었다.

띠링.

너튜브 알람이 상단에 떠올랐다. 예전에 보냈던 메시지의 답장이 온 모양이었다.

유기견묘TV : 안녕하세요, 메시지 보고 연락드립니다.

나 : 반갑습니다.

채팅이긴 하지만 이모티콘 사용은 자제했다.

중요한 대화였으니까.

유기견묘TV : 재단을 운영 중이신 분이라고...

나 : 맞습니다.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화재가 났다는 보호소도 직접 확인하고 싶고요.

유기견묘TV : 물론이죠.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나 :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실지.

유기견묘TV : 언제든 상관없습니다.

나 : 그럼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유기견묘TV : 아, 네.

나 : 점심 안 드셨으면 같이 드시죠.

유기견묘TV : 알겠습니다.

곧이어 주소가 날아들었다.

나 : 제 연락처입니다.

유기견묘TV : 저장해두겠습니다.

나 : 네, 그럼 1시까지 알려주신 주소로 찾아가겠습니다.

유기견묘TV : 기다리겠습니다.

대답을 듣고서 바로 몸을 일으켰다.

"부사장님, 저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

"네, 그러세요."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동차에 탑승했다. 이후 네비게이션으로 주소를 먼저 검색했다.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보니 늦진 않을 거 같았다.

55분에 도착하겠네.

곧바로 운전을 시작했다.

부와아아앙.

건물을 벗어나 도로를 누볐다.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정확히 예상 시간이 되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조금 후미진 곳이었다.

아무래도 땅값이 비싸다 보니 보호소를 세우기 위해 이런 위치로 온 모양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보호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마침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났다. 가까이서 보니 너튜버 영상에 나왔던 바로 그 사람이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메시지 주셨던 분이 맞으신지."

"맞습니다."

"RS 재단의 이사장님이요?"

"네, 접니다."

"아, 그렇군요. 젊어서 놀랐습니다."

"그럴 수 있죠."

"일단 안으로 오시죠."

보호소 주인을 따라 내부를 살폈다.

화재 흔적이 심했다.

강아지는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서 잠을 청한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바람을 막으려고 임시천막을 치기는 했는데 그걸로는 턱도 없어 보였다.

"음, 고양이는 어디 있죠?"

"오른쪽 공간에 따로 분리해놨습니다."

"그렇군요."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태였다.

"후원은 좀 들어오셨고요?"

"조금 들어오긴 했는데... 많이 부족하죠. 하필이면 사료가 다 타버려서 먹을 것부터가 문제라서요."

"사설이라 구청 지원도 안 되겠고요."

"맞습니다."

류성은 뜸을 들이다가 본론을 꺼냈다.

"이런 말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네."

"제가 투자를 할 테니 제대로 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예...?"

"저도 고양이 키우고 있습니다. 강아지도 좋아하고요. 하늘땅 별땅 유기견 보호소에 매달 후원도 하고 있죠."

"아, 저도 아는 곳이네요."

"네. 그래서 더 투자하고 싶네요."

"으음..."

"보호소와 관련된 모든 걸 할 수 있을 겁니다."

투자에다가 이런 유혹적인 말이라니. 평소라면 관심 없다고 호통쳤을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몇 번 움찔거리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좋죠. 점심은 안 드셨죠?"

"네."

"그럼 간단하게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시죠."

대화가 꽤 길어질 모양이었다.

*

근처 백반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도 알게 되었다.

37세의 노현찬이었다.

"그러니까, 동물보호센터를 설립하신다고요?"

"네. 제가 센터장이 되는 겁니다. 당연히 노현찬씨는 부센터장이 되어야겠죠."

"아...!"

"그간 못했던 것들, 전부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돈이 많이 들어갈 겁니다."

"넘치면 넘쳤지, 부족할 일은 없을 겁니다."

노현찬의 눈동자가 떨렸다.

"더 크게, 제대로 해보시죠. 수백, 수천 마리의 유기견, 유기묘를 데려와도 케어할 수 있을 공간을 만들어봅시다. 입양 가지 못하는 아이들, 죽을 때까지 평생 데리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어떠세요?"

이건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는 제안이었다.

"자, 잠시만요."

"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세요."

노현찬은 식당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후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번지르르한 말만 믿고서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으니까. 그는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RS 재단법인을 검색해봤다.

어디 보자...

생각보다 많은 기사가 떠올랐다.

[RS 재단 법인, 소년 소녀 가정 후원...!]

[조금씩 후원을 넓히는 RS 재단 법인에 대해서.]

[조각 공모전, 주최 측인 RS 재단!]

[RS 재단, 의식주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과 미래에도 후원 중인 것으로 밝혀져]

[예술인을 위한 꾸준한 공모전...]

[RS 재단 이사장, 인터뷰 전문!]

하나씩 눌러서 확인해봤다.

기사 내용을 읽을수록 하나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RS 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이라는 것을 말이다.

다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동일인물이 맞나?

이런 대단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그가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뒤늦게 인터뷰 전문 기사에서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진짜구나."

동일인이 맞았다.

확실해졌다.

노현찬은 서둘러 화장실에서 나갔다.

앉아 있는 그가 보였다.

처음과는 다르게 뒷모습이 거대한 느낌이었다.

"크흠, 죄송합니다. 조금 오래 걸렸네요."

"아뇨. 괜찮아요."

"음, 그보다... 아까 그 제안 말이에요."

"네."

"저는 너무 좋습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정말 온몸을 바쳐서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제 평생소원이 보호소에서 지내는 유기견, 유기묘들 옆에서 죽는 겁니다."

"...멋지네요."

류성은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거 전부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동물보호센터.

정식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법인은 세워놨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 네!"

"그럼 조건만 충족하면 되겠네요."

"맞습니다. 대신 조건이 최근 강화되어서요."

"그래요?"

그 부분은 모르던 사항이었다.

"네. 격리실, 사육실, 진료실 등만 구비하면 된다는 조건이 전부였는데 최근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조건으로 개정되었죠. 공간배치 방법, 환기, 온도, 습도조절, 소음이나 악취 방지에 대한 시설 안내법이 새롭게 나왔더라고요."

"아하, 좋은데요?"

"그, 그렇죠?"

"네. 조건은 당연히 충족시키는 거고 어떻게 해야 그보다 더 좋은 시설을 만들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죠."

류성의 말에 노현찬의 눈이 빛났다.

"네...! 제가 무조건 생각해내겠습니다!"

"저도 고민해볼게요. 그리고 센터 부지는 매입을 해야 하는데 설립까지 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그때까지는 하늘땅 별땅 보육원에 아이들을 잠시 맡기는 건 어떨까요?"

"저야 감사하죠."

"그럼 제가 미리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네."

류성은 곧바로 하늘땅 별땅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갑자기 연락 드려서 죄송하네요.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최근 불이 난 보호소가 있는데..."

상황을 설명하자 대답이 들려왔다.

(아이고, 안타깝네요. 제가 도울 수 있다면 흔쾌히 도와야죠.)

"감사합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

간단하게 허락을 얻어냈다. 매달 5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하는 터라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음에 찾아뵐게요."

(네,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끊고서 노현찬을 쳐다봤다.

"가능하다고 하네요."

"정말... 고마운 분들이네요."

"자, 그러면 아이들부터 하늘땅 별땅 보호소로 이동시킬까요?"

"예,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그날, 화재가 난 곳에서 생활하던 유기견과 유기묘를 안전하게 '하늘땅 별땅 유기견 보호소'로 이동시켰다.

동물 보호 센터가 설립되기 전까지.

푸른 운동장과.

넓은 개인 공간에서 편히 지낼 수 있으리라.

*

돈이 생기니 해야 할 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아니, 만들고 다닌 건가."

하지만 이 방향이 옳다고 믿었다.

돈은 충분히 넘쳤다.

부족하면 다시 정보권을 구매해서 벌어들이면 그만이었고.

"그러니까, 본격적으로 넓혀봐야지."

다짐하면서 주말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냐아아아.

럭키의 뱃살을 마구 주무르면서 말이다.

"크흐흐, 쫀득해라."

냐아앙!

착해서 냐앙거리기만 하지, 물지도 할퀴지도 않았다.

정말 귀여운 녀석이었다.

"그래, 우리 럭키가 최고지."

한참 괴롭히다가 놓아주니 예전에 구매했던 캣휠로 후다닥 달려갔다.

파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캣휠을 달리기 시작했다.

"오우, 화났나?"

류성은 피식웃으며 그 모습을 구경했다.

띠링.

그때 스마트폰 알림이 왔다.

[수익 실현 가능합니다.]

영화 투자 사이트에서 온 알림이었다.

"아, 벌써?"

류성은 여전히 캣휠을 달리는 럭키를 거실에 두고서 홀로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으로 영화 투자 사이트에 접속했다. 정산내역에 들어가 보니 영화 목록이 떠올랐다.

[수익 현황]

1. 탈출

투자금 : 110,000,000원

손익분기점 : 196만 명

최종 관객수 : 801만 2531명

수익금 : 95,164,312원

정산 신청 : 가능

2. 무명

투자금 : 200,000,000원

손익분기점 : 135만 명

최종 관객수 : 585만 3601명

수익금 : 139,112,877원

정산 신청 : 가능

3. 재벌의 세계

투자금 : 100,000,000원

손익분기점 : 159만 명

최종 관객수 : 612만 1017명

수익금 : 59,121,556원

정산 신청 : 가능

의외로 3개의 영화 전부 정산이 가능했다.

"무명이랑 재벌의 세계는 생각보다 빨리 내려갔네."

류성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귀찮음을 덜었으니까.

일단 수익을 실현하고 새로운 영화에 다시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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