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22화 (122/277)

< 미래 정보(1) >

가벼운 인사가 오갔다.

"반갑습니다. 미래애넷 지점장입니다."

"네. RS 재단법인 이사장, 류성이라고 합니다."

순간 지점장의 눈이 반짝였다.

"RS 재단이라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조각 공모전으로 화제인 그곳 아닙니까?"

"맞습니다. 알고 계시네요."

"하하, 그럼요.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죠."

설마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의외라고 해야 할까.

뭐, 기분은 좋지만.

그게 거래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었다.

"자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지분 거래를 진행하겠습니다."

"네."

"여기 준비한 서류입니다. 먼저 민설린양의 남동생이 그녀에게 지분을 양도한다는 증명서입니다. 해서 민설린양이 지닌 지분이 51퍼센트가 되었습니다. 해당 지분을 RS 재단의 이사장님과 거래하기 위해..."

이야기를 모두 끝났을 즈음, 류성과 대동했던 변호사가 나섰다.

"제가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러셔야죠."

변호사가 준비된 서류를 꼼꼼하게 살폈다. 류성 또한 그의 옆에서 함께 문서 내용을 읽었다. 변호사는 세심하게 내용을 알려줬고 류성은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의문이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건 이상하군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지점장님, 이 부분은 수정해야겠군요."

"하하... 알겠습니다."

몇 가지 모호한 내용을 수정한 뒤에 관련된 질문도 던졌다. 지점장이 아닌 민설린에게 직접 말이다.

"한국 극장에도 간부들이 있겠죠?"

"간부라고 하기엔 그렇고 대신 직원들 관리하는 사람이 제 동생이었어요."

"아아..."

"그 외에는 간부진이라고 부를 사람은 없어요. 대부분이 초창기 투자자들이라 명목상 지분을 들고 있는 거라서요. 할아버지 지인이거나, 할아버지 지인의 자식이거나. 뭐, 그 정도예요. 경영에는 관심도 없고요. 가끔 배당금이나 챙겨주는 편이었죠. 물론 몇 년 전부터는 수익이 마이너스라서 그것도 멈췄지만요."

"그렇군요. 그래도 지분이 있는 사람들이랑 한 번 만나보긴 해야겠군요."

"네, 아무래도요."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제가 따로 자리를 만들게요. 기업도 아니고 단일 사업체라서 주주총회를 열거나 그러진 않아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면 연락주세요."

"네."

"그럼 이제 계약을 체결하죠."

류성의 말에 미래애냇 지점장이 계약서를 양쪽으로 내밀었다.

"자, 계약서입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류성과 민설린, 두 사람이 서명했다. 이걸로 지분 매각 거래가 완료되었다. 펜을 내려놓은 류성이 그녀를 쳐다봤다.

"돈은 지금 바로 입금하죠."

"지금요?"

"네."

"그래 주시면 고맙죠."

류성은 이번에도 어플을 사용해 한 번에 거금을 이체했다.

435억.

해당 금액이 민설린에게 들어갔다. 최근 건물을 거래하기 전에 미리 이체 한도 제한을 풀어놓은 터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들어왔네요."

"끝났군요, 이걸로."

지켜보던 지점장이 호쾌하게 웃었다.

"허허, 이렇게 깔끔한 거래는 또 오랜만이군요. 자, 이걸로 한국 극장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립니다."

그에 민설린이 다가와 류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사해요, 이사장님."

"저한테도 좋은 거래였습니다."

민설린과 인사를 나눈 뒤 서류를 챙겨 지점장실을 빠져나왔다.

"후우."

이로써 한국 극장의 주인이 되었다.

동시에.

엔터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죽어가는 극장 산업, 결국 매각하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중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33점을 획득합니다.]

마치 그 사실을 축하해주는 것만 같은 홀로그램이었다. 류성의 입가로 호선이 그려졌다.

*

문자를 받은 노현찬은 차를 끌고서 해당 주소지로 이동했다.

"경기도 화성이라..."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었다.

화성이면 그래도 비쌀 텐데.

다만 송산면은 들어보지 못한 곳이라서 확실히 외진 느낌이 들기는 했다.

"가보면 알겠지."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니 40분 정도 걸렸다.

입력했던 주소지 앞에서 멈추니 부동산이 나왔다.

여기인가.

안으로 들어가자 중개인이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 어제 거래했던 땅 답사를 좀 왔는데요."

"어제 거래했던 땅이라면..."

중개인의 눈이 반짝였다.

"아이고, 저쪽 넓은 땅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그 뭐라더라. 보호소를 짓는다던데..."

"네. 정확하게는 동물보호센터죠."

"아아, 맞아요. 그렇게 들었어요. 그럼 그쪽으로 가보실까요?"

거래는 끝났지만 그래도 중개인인 만큼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그렇기에 중개인 역시 귀찮은 기색 없이 안내했다. 거래금이 컸던 만큼 중개료 또한 컸으니까.

게다가 큰 손을 한 명 알아두면 두고두고 좋은 일이었기에 중개인으로서는 반가운 손님일 수밖에 없었다.

"이쪽입니다."

중개인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머지않아 도착한 곳.

그러나 땅을 보는 노현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정확히 어느 땅이죠?"

"저기 보이는 땅이요."

"아니, 그러니까 저기 보이는 땅인 건 알겠는데요."

"네네."

"어디부터 어디까지인 거죠?"

"아, 설명 못 들으셨나요?"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눈에 보이는 땅 전부입니다."

"예...?"

그제야 노현찬은 뭔가 잘못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보는 땅 전부라고요?"

"네, 5만 제곱미터. 대략 1만 5천 평이죠."

"어, 자, 잠시만요."

그는 서둘러 센터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센터장님."

(아, 네. 급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목소리가...)

"어, 그게 제가 땅을 좀 보러 왔거든요."

(아아, 그러셨군요. 그런데요?)

"땅이 무슨 1만 5천 평이라는데, 이게 맞나요?"

(네, 맞습니다.)

"아, 그래요...?"

(네. 너무 좁은가요?)

노현찬은 보이지도 않을 텐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이고, 좁다뇨! 전혀요, 너무 넓어서 놀랐죠. 확인차 전화를 드린 겁니다."

(아아, 그러셨군요.)

"아무튼 맞다니까... 알겠습니다."

(네, 적당한 규모로 센터 지어주시고요. 나머지 부지는 애들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겁니다. 유기견, 유기묘가 늘어나면 해당 부지를 공사해서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면 되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서 중개인에게 돌아갔다.

"맞다고 하죠?"

"네."

"하하, 놀라신 모양입니다."

"많이요."

"저도 처음에 이야기 듣고 당황하긴 했었죠. 그, 보호센터를 짓는다고 하시니까. 이런 곳은 소규모 테마파크를 짓거나 아파트 단지용으로 쓰는 편이니까요."

"그러게 말이에요."

대답은 하지만 정신은 딴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래, 전에 그와 밥을 먹으면서 분명히 그런 말을 듣기는 했었다.

원하는 모든 걸 해주겠다고.

덤덤한 표정과 목소리였다.

그 당시 이야기를 들었을 때야 심장이 고동쳤지만 나이가 몇인데 그런 말에 혹할까. 당연히 일정 부분은 겉치레라고 여겼다.

"하, 하하..."

그 모든 게 노현찬의 망상일 뿐이었다.

겉치레? 꾸며낸 말?

그런 게 아니었다.

센터장 류성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미래를 언급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넓네요, 정말."

"그러게 말입니다. 허허."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쳐다봤다.

그 위로.

예전에 떠나보낸 반려견, 반려묘와 쏙 닮은 구름이 인사를 하듯 거리를 좁혀왔다. 가까이 와서는 형태가 뭉개졌지만 이미 추억은 노현찬을 집어삼킨 뒤였다.

그 아이들은 비록 힘겨운 삶을 이어가다 곁을 떠났지만 앞으로 찾아올 아이들은 더없이 행복하리라.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오전 업무지시를 내린 뒤에 휴게실로 향했다. 직접 내린 따뜻한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들고서 옥상 정원으로 올라갔다.

위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손에 들린 따뜻한 커피의 온기가 추위를 물리쳤다.

후릅.

가볍게 한 모금하고서 고개를 들었다.

카드 오픈.

이제 모았던 카드의 보상을 확인할 차례였다.

최하급 카드가 두 장.

중급 카드가 두 장이었다.

먼저 최하급 카드 두 장을 오픈했다.

핑그르르 돌아가는 카드들.

손을 뻗어 선택하자 확대되듯 날아들었다.

[꽝입니다.]

[꽝입니다.]

둘 다 꽝이었다.

"...크흠."

최하급에서 뭔가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하다고나 할까.

"뭐, 중급이 남았으니까."

중급 카드는 대체로 기대를 배신한 적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도, 제발.

속으로 바라며 중급 카드 한 장을 오픈했다.

[최하급의 ‘유혹’카드를 택했습니다.]

[보상으로 ‘향수(중급)’를 지급합니다.]

처음 보는 종류였다.

유혹.

그리고 보상으로 얻은 향수까지.

"뭐지, 이건?"

일단 향수를 손에 들고서 설명을 확인했다.

[향수(중급)]

[남녀를 떠나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향수다.]

생각보다 좋은 효과였다.

"호감이라."

막연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강력한 효과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으면 대부분의 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리기도 하는 법이었으니까.

류성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향기만 마음에 들면 정말 괜찮을 것 같았기에 허공에 살짝 뿌려봤다.

"오."

향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미미한 수준이었다.

사실 강한 향을 맡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메스꺼운 편이었기에 류성은 이 향수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테스트를 끝내고서 팔꿈치 안쪽에 향수를 뿌렸다. 접촉이 많지 않고 체온이 높아서 향을 오래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러면.

마지막 남은 중급 카드를 확인할 차례였다.

카드 오픈.

돌아가는 카드 하나를 선택했다.

화아아아악-

환한 빛을 뿜어내더니 이윽고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떴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두루마리 형태였다.

[중급의 '정보'를 택했습니다.]

[보상으로 '미래 정보 확인권(3회)'을 습득합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두루마리 형태라서 일반적인 정보권이라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미래 정보 확인권...?"

서둘러 내용을 체크했다.

[미래 정보 확인권(3회)]

미래의 어느 날을 지정하여 해당 날짜에 올라온 주식 및 코인 관련 인터넷 기사 20개를 확인할 수 있다. 조회수가 가장 높은 순서대로 나열된다.

신기한 능력이었다.

천천히 설명을 여러 번 읽어봤다.

꼼꼼히, 세세하게.

보면 볼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써볼까."

안 그래도 마침 궁금하던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도체 현황.

최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돌아왔다면서 증시가 아주 난리였다. 물론 메카로는 류성이 매도한 다음 날부터 천천히 하락했지만 나머지 반도체 기업은 지금도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앞으로 어찌 될 것인가.

미래의 어느 날을 확정 지을 수 있다면.

"금요일이 좋겠어."

다음 주 금요일이 궁금했다.

그때까지도 여전할지.

그 열기가 이어진다면 류성도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면 될 테니까.

['미래 정보 확인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예를 선택했다.

['미래 정보 확인권'이 차감됩니다.]

[3회->2회로 줄어듭니다.]

[미래 날짜를 선택해주십시오.]

[다음 주 금요일을 선택했습니다.]

선택을 마치자 눈앞으로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여전하다!]

[엔브이디아 이어지는 열풍!]

[드디어 솟구치나? 성삼전자!]

[해외 반도체 기업은 상승 랠리를 펼치는 중!]

[여전히 횡보 중인 성삼전자에 몰리는 관심!]

[성삼전자, 오늘만 3.71% 올라!]

[그간의 횡보에서 탈출한 성삼전자, 꿈틀거리는 코스피!]

[10년 내로 다시 오지 않을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는 개미 투자자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 반도체 기업이 이미 고점에 올라섰다는 판단을...]

[국내 투자 상위 10위에 오른 반도체 기업, 메카로. 그러나 연일 하락세!]

기사를 차분하게 읽었다.

반도체 호황이 계속 유지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두 개의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엔브이디아, 성삼전자.

엔브이디아는 미국 반도체 시총 1위 기업이었고 성삼전자는 대한민국 시총 1위 기업이었다.

"오호라."

순식간에 계획이 세워졌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