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정보(2) >
아주 짧은 단기 투자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다음 주 목요일까지 엔브이디아에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수익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게 벌어들일 수 있을 터였다.
"안 그래도 돈을 너무 많이 써서 걱정이었는데."
땅을 사는데 140억을 썼고 극장 매입에 435억을 사용했다. 후원 재단에 들어가는 금액을 제하고서 단기간에 사용한 돈만 575억이었다.
"이럴 때 벌어둬야지."
그래야 자금적인 여유를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생각을 정리하면서.
아래쪽에 떠오른 나머지 기사를 더 읽었다.
[왜 국내 반도체는 오르지 않는가?]
[해외 반도체, 활황!]
[긴 횡보 끝에 조금 오른 성삼전자, 국내 반도체의 출발을 알리나?]
뭔가 확실한 기사는 아니었다.
해외 반도체는 분명 잘 오르는 느낌이었는데 국내 반도체는 이제 막 출발하는 듯한. 그러나 아닐 수도 있다는 분위기의 어조였다.
"흐음."
결국 확실하게 얻은 정보는 하나였다.
엔브이디아.
그리고 해외 반도체의 열풍이 적어도 다음 주 금요일까지는 이어진다는 것.
그 이후의 일은 알 수가 없었다.
계속 오를 순 없는데.
분명 크게 떨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게 언제일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미래 정보 확인권을 한 번 더 쓰기로 했다.
아직 2회가 남았으니까.
"다다음 주 금요일로."
그러자 다시 새로운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다.
[해외 반도체 기업, 정점 찍고 하락 중!]
[국내 반도체 기업, 드디어 해외 주가를 쫓아가기 시작되나?]
[성삼전자 결국 15만 전자 안착!]
[이번 주 내내 상승한 성삼전자, 드디어 빛을 보나?]
[16만 원을 돌파하려던 성삼전자, 아쉽게도 하락 출발!]
[국내 개미들, 전부 성삼전자에 모여...!]
[해외 반도체, 이번 주 내내 줄줄이 하락세!]
[해외 반도체 기업 PER 너무 높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르지 않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
[이번 주 내내 국내 반도체가 증시를 이끌다!]
[성삼전자, 여전히 싸다는 의견 다수!]
[전문가들...]
류성의 눈이 반짝였다.
추가 정보로 인해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게 한층 수월해졌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는 해외 반도체가 무조건 상승한다. 하지만 다다음 주가 되면 해외 반도체가 무너지고 반대로 국내 반도체가 오르게 되리라.
특히나.
성삼전자 이야기가 많았다.
"15만 전자라."
현재 가격이 대략 12만 원이었으니 적어도 25퍼센트 이상 솟구친다는 이야기였다. 대한민국 시총 1위 기업이 단기간에 그 정도나 오른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계획을 빠르게 정리했다.
메모장에 적어둬야지.
오늘 밤이 되자마자 해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 다음 주 금요일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인 성삼전자를 위주로 매수하면 될 것 같았다.
"충분하지, 이 정도면."
마지막 남은 미래 정보 확인권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언제고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써야 할 순간이 올 것 같았으니까.
*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 지시를 내린 뒤에 협업 중인 대한 한성 종합 병원으로 이동했다. 부사장과 함께 갈까 생각하다가 그녀마저 사무실에 없으면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터라, 그냥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원장실이 있었다.
똑똑.
노크하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병원장이 웃으며 반겼다.
"딱 맞춰 오셨군요."
"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허허, 앉으시죠."
자리에 앉자 병원장이 직접 커피를 타주려고 했다.
"어, 잠시만요."
"음? 왜 그러시는지."
"제가 타드릴게요."
"네?"
"제가 카페도 하나 오픈할 생각이거든요."
"오호, 그래요?"
"네. 그래서 커피를 좀 맛있게 탈 줄 압니다."
"허허, 그러시다면야."
류성의 적극적인 행동에 병원장이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는 지금 상황이 재밌었는지 크큭거리며 웃었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선하군요."
"아, 그런가요?"
"네. 제 손님으로 와주셨는데 직접 커피를 타주시니."
"하하, 그럴 수도 있죠."
류성은 웃으며 인스턴트커피를 탔다.
"따뜻한 거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시원하게요?"
"겨울이니 따뜻하게 먹겠습니다."
"우유는요?"
"넣으면 더 좋죠."
느긋하게 따뜻한 커피를 준비했다.
커피포트로 물을 덥히고.
우유까지 넣어 아주 맛있는 라떼를 완성했다.
"자, 드셔보세요."
"잘 마시겠습니다."
병원장은 웃으며 커피를 음미했다.
후르릅.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반응이 그에게서 튀어나왔다.
"으음...!"
"맛있죠?"
"허허, 아니, 이게 무슨..."
류성은 그 반응을 온전히 즐겼다.
역시 재밌다니까.
커피를 타주면 항상 사람들이 지금처럼 놀라고는 했다. 사무실 직원이 그러했고 한국 극장의 주인이었던 민설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병원장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최근 마신 커피 중에서 최고입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허허, 카페도 성공하겠군요."
"그러면 좋겠지만, 뭐 대부분은 고용한 바리스타분이 맡을 거라서요."
"하긴 바쁘실 테니."
"네, 조금..."
"이거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말이 새었군요. 직접 만나면 꼭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소아병동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무리가 되면 바로 얘기해 주세요."
"그럴게요."
뭐, 크게 부담이 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쉬웠다.
그래서 다른 병원으로 빠르게 넓히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고.
"기왕 오셨으니 같이 둘러보실까요?"
"좋죠."
"그럼 커피만 다 마시고 가죠."
"하하, 네."
둘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음미했다. 한 잔을 가득 채웠던 커피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병원장은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으음, 이걸 또 언제 마실 수 있을지..."
"나중에 카페 오픈하면 오세요. 제가 거기서 타드릴게요."
"허허, 정말이죠?"
"그럼요."
"그렇다면 제가 꼭 가겠습니다."
어느새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냈다.
"벌써 다 마셨네요."
"아쉽지만 가볼까요?"
"네."
류성은 병원장과 함께 소아병동으로 이동했다.
긴 복도가 보였다.
전에 왔을 때는 조금 무거운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그때와는 달랐다. 복도를 걸어 다니는 아이들의 표정도 그렇고, 특히 어른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진 상태였다. 그게 두 눈에 보일 정도였다.
"밝아졌죠?"
"아, 네. 조금 놀랐네요."
"허허, 그럴 수밖에요."
병원장과 천천히 걷던 중이었다.
"선생님, 그러면 병원비는... 얼마나 나올까요?"
왼쪽 병실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어쩐지, 조금은 슬픈.
그러한 대화가 말이다.
"항암치료를 2년 정도는 지속해야 합니다. 길면 5년이 걸릴 수도 있고요. 재활비도 상당한 편이죠. 아무래도 금액적으로 크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아아..."
절망 어린 한탄이 들려온다. 그러나 슬픔이 희망으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근데 크게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네...?"
"현재 저희 소아병동은 RS재단에서 후원을 해주는 중이라서요.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만 제출하시면 기준에 맞춰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거든요."
"저, 정말요?"
"네. 정말로요."
뒤이어 고맙다는 인사가 들려왔다.
진심이 가득 담긴.
그래서 오히려 듣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RS 재단에 고마움을 표현하셔야죠."
"네, 꼭, 꼭 그럴게요! 감사해요, 너무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고, 저한테 안 그러셔도 된다니까요."
"그래두요...!"
몰래 엿듣는 기분이었다.
괜히 머쓱해진 류성이 걸음을 서둘렀다.
"허허, 이사장님. 천천히 가시죠."
"아, 네."
"저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니 제가 다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기분이 좋네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여기니 더욱 그러했다.
신기한 것은.
그와 비슷한 상황이 복도를 거니는 동안 계속해서 이어졌다는 점이었다.
"성은아. 컨디션은 좀 어때?"
"좋아!"
"아이고, 예뻐라.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자, 알겠지?"
"응, 난 괜찮아! 요즘 엄마랑 아빠도 자주 보이고. 이제 많이 심심하지도 않아!"
"...그랬어?"
"응!"
"아빠가 더 자주 올게. 이젠 그럴 수 있어. 앞으로 회사 일만 끝나면 바로 와서 우리 성은이랑 놀아줄게. 알겠지?"
"헤헤, 신나!"
"그래, 너무 예쁘다. 우리 딸."
그런 대화들이 자꾸만 들려왔다.
머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크게 차올랐다.
그래, 이런 게 사는 거지.
이런 게 돈 쓰는 즐거움인 거지.
"어떤가요, 분위기가."
"좋네요. 이렇게 직접 보니까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으허허허, 그러시군요. 더 많이 벌어서 뭘 하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더 많은 이들을 도와야겠죠."
그 말에 병원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멋지군요."
잠시나마 류성이라는 사람이 참으로 크게 보였다. 그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지만 왠지 병원장은 스스로가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이사장님."
"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요."
류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욕이 불타올랐다.
*
사무실에 너튜브용 방송실을 꾸미긴 했는데, 오늘은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미국 주식이 열리는 시간이 11시 30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늦은 시각까지 사무실에 혼자 있을 생각은 없었다.
뭐, 다음에 하면 되니까.
아마 성삼전자를 매수할 때는 거기서 방송을 할 수 있으리라.
"오늘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사장님도요."
"저야 뭐, 그냥 바깥에 돌아다니기만 한걸요. 자자, 어서 집에 갑시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모두에게 퇴근을 종용한 뒤 류성도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서도 꽤 바빴다.
웹소설을 써야 했으니까. 글근육 재능을 사용해 두 편 분량을 작성하고서 오랜만에 문토피아를 살폈다.
172. 별품매(172화)
구매:16,513 I 추천:1,971 I 댓글:297
173. 별품매(173화)
구매:16,471 I 추천:1,809 I 댓글:211
어제 올라갔던 172, 173화의 구매수가 보였다. 편수가 거듭되면서 구매수가 좀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였다.
"아직 괜찮네."
1만 6천이면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올리기만 하면 1시간 만에 유료연재 베스트 1위를 달성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역대급 작품이었다.
"매출은..."
정산내역 - 1월
작품 :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총구매 : 870,682
취소 : 0
매출 : 87,068,200원
정산금액 : 55,852,966원
역시나 예상대로 좋았다. 아직 1월 중순이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매출이었다. 문토피아에 코코아페이지 매출까지 더하면 한 달에 순수익이 2억은 훌쩍 넘어서게 되리라.
"곧 시리즌에도 들어갈 테고."
레디북스도 머지않았다.
웹툰화까지 되면.
아마 5억까지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웹툰은 해외까지 넘어간다고 했던가."
그러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될 터였다. 물론, 웹툰 수익은 총매출의 5%밖에 못 받긴 하지만 그래도 무시 못 할 수준이리라.
최근 해외에서의 국내 웹툰이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잘 나가는 작품은 월 매출 수십억을 찍는 중이었다. 그 정도는 안 바라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후우, 웹소는 됐고."
이제 좀 쉬다가 생방송이나 하면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엔브이디아를 매수할 예정이었다.
여유자금은 약 1,900억 원.
다다음 주가 되었을 때 이 돈이 과연 얼마로 변해있을지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