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정보(3) >
가족들은 일찍 잠을 청했다.
고요한 집안.
류성은 말똥한 정신으로 가면을 쓴 채 생방송을 틀었다. 오랜만에 하는 방송임에도 많은 시청자가 들어와 반가움을 표현했다.
알탕 : 가하!
왼발 : 가하요!
레전드 : 오오, 방가요!
뭉뭉 : 이 시간에?ㄷㄷ
매너맨 : 지금 시간이면 나스닥?
바다향 : 나스닥 가나요! 가즈아아악!
짝발 : 가하요ㅎㅎ
순식간에 50명이 넘어갔다.
화면을 켜고서.
류성 또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가하! 오랜만이죠? 눈치 빠른 분이 정말 많네요."
시작부터 나스닥을 외치는 사람이 보였다.
알탕 : 혹시... 반도체?ㅋㅋ
짝발 : 슈퍼 사이클 탑승?ㅎㅎ
정말 대단한 시청자들이었다.
"이거 참, 제가 먼저 말하기도 전에 이미 들켰네요. 맞습니다, 오늘은 미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려고 늦은 시간에 방송을 켰습니다. 지금 11시라서 30분 뒤에 미국 증시 본장이 열리거든요? 그때 되면 반도체 기업을 매수할 생각입니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끼이익.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냐아앙?
럭키가 약간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아니, 어떻게 들어온 거야?"
거실을 확인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말은 즉, 럭키가 손잡이를 내리고서 문을 열었다는 소리였다.
너튜브에 보면 그런 고양이가 꽤 많은 거 같기는 하지만 럭키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열린 문을 살짝 밀고 들어오는 게 전부였으니까.
알탕 : 오ㅋㅋ 냥이네요, 커엽다ㄷㄷ
집사요 : 우리 냥이도 자꾸 문 열어서 귀찮아 죽겠는데ㅋㅋㅋ
물결 : 오, 냥냥이다!
묵한사발 : 귀엽네^^
반대 : 이 사랑 반대일세!
코인떡상 : 엥, 고양이가 있었어요? 한번도 못봤네ㅎㅎ
아아아 : 크으, 고양이는 진짜 비슷하구나ㅋㅋ 우리 냥이도 맨날 문 열고 들어옴 진짜!
류성은 럭키를 품에 안고서 의자에 앉았다.
"오,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이 많네요. 이런 경험이 꽤 있으신가 봐요."
집사요 : 3마리 키우는데 셋 다 열더라고요ㅎㅎ
아아아 : 저는 두 마리!
짝발 : 이름이 뭐예요? 졸귀인데!
"이야, 많이들 키우시네요. 아, 얘가 좀 귀엽죠? 이름은 럭키에요. 행운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죠. 처음에 데려올 때 상황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의 삶에 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답니다."
류성의 품에 안긴 럭키가 앙증맞은 얼굴을 쭈욱 내밀었다. 화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냥펀치를 날렸다.
냐아아?
빠르게 솟구치는 채팅창이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뉴페이스 : 헠, 냥펀치다...!
현무 : 아, 우리가 넘 시끄러워서 그런가?ㅋㅋㅋ
쥐엠 : 발바닥 캡쳐! 실패ㅠㅠ
"채팅이 빨리 올라오는 게 신기했나 보네요."
여전히 럭키는 채팅창을 보고 있었다.
냐아아앙...?
그리곤 더블 냥펀치를 날렸다.
휙, 휙.
그 모습을 화면으로 봤는데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우스웠다.
"크흐흐."
본장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럭키랑 가볍게 놀고 있으면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럭키에 관해서 여러 가지를 물어봤고 류성은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알탕 : 애기죠? 몇 살이에요!
"아직 1살은 안 된 걸로 알아요. 제가 여름 즈음 데려왔는데 그때가 2개월 정도였으니까 이제 뭐, 한 8개월 정도 되겠네요."
청룡 : 찐 애기네요, 하앍ㅠㅠ
커피좋아 : 발바닥 너무 분홍해요...!
사람들이 발바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네, 아직 애기죠. 발바닥이야 뭐, 쫀득하니 귀엽긴 하죠."
평소처럼 럭키의 앞발을 잡고 발바닥을 만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채팅창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집사요 : 헐ㅠㅠ 발바닥을 그렇게 쉽게...!
아아아 : 너, 너무 착하다ㄷㄷ
커피쓰리샷 : 아니,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ㅋㅋㅋ
눈동자 : 얌전하네요 애가ㅎㅎ
반딧불 : 와, 저게 가능함?ㅠㅠ
코인충 : 부럽당ㅋㅋ
류성은 웃으며 뱃살까지 만졌다.
핑크빛의 몰캉거리는.
만질수록 촐랑거리는 귀여운 뱃살을.
"흐흐, 다들 부러운 모양이네요."
또 다시 난리가 난 채팅창.
럭키는 류성의 손길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다가도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면 계속해서 냥펀치를 날리고는 했다.
냐아아앙?
완벽한 팬서비스였다.
냐앙, 냥!
그렇게 몇 번 펀치를 날리다가 이내 귀찮아졌는지 류성의 허벅지에 누웠다.
그조차 사랑스러웠다.
류성은 럭키의 미간을 쓰다듬으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피곤해졌나 봐요. 마침 시간도 30분이니까 이제 미국 증시나 좀 보겠습니다."
타이밍이 딱이었다.
류성은 곧바로 홈트레이딩 시스템에 접속했다.
"미리 뭘 살까 고민을 했었는데요."
여전히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엔브이디아.
미래 정보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미국 반도체 기업이었다.
"오늘 매수할 건 바로, 엔브이디아입니다."
뒤이어 차트를 확인했는데 최근 1주일간 엄청나게 상승한 상태였다.
"이야, 17퍼센트가 올랐네요."
겨우 17퍼센트가 아니었다. 미국 반도체 1위 기업이 1주일간 무려 17퍼센트나 오른 것이었다. 자그마한 소형주나 코인에 비할 게 아니었다. 800조가 넘어가는 시총을 지닌 초대형급 기업이 그만큼이나 오른 것이었다.
"시총 1천조가 코앞인데요? 심지어 오늘도 1.2퍼센트나 오르는 중이고요. 놀랍네요."
급격한 상승을 이룬 탓일까.
같이 지켜보던 시청자들 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파수꾼 : 와, 너무 오른 거 아닌가요?
반도체갓 : 반도체 산업을 믿기는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오르긴 했네요!
데빌 : 시총이 수백조인데, 17퍼?ㄷㄷㄷ
알탕 :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더니...ㄷㄷ
과금러 : 심장 쫄깃ㅋㅋ
"최근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고점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더 올라갈 여력이 있다고 보고, 매수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상승하는 건 확실했다.
그러니 고민할 게 없었다.
미리 환전해놓은 달러 1억 6,600만 달러를 사용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엄청난 거금이었지만 하루 평균 거래량이 5천만 주였다. 현재 1주당 30만 원이 살짝 넘어가니까 15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거래대금이 엄청나군요."
거기에 추가되는 류성의 1,900억 원.
분명 영향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었다.
"매수 잘 되고 있고요."
덕분에 수월하게 매수가 진행되었다.
수백억이 체결되었고.
허벅지 위에서 잠든 럭키를 조금 만지고 있으니 나머지 금액까지 체결되었다.
아리가리 : ㄷㄷ얼마를 쓴거지...?
알탕 : ㅋㅋㅋ대박
살찐멸치 : 너무 금액이 커서 계산이 안 되네ㅎㅎ
짝발 : ㅜㅜ얌전한 럭키. 너무 귀엽...!
"자자, 금액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매수가 다 된 게 중요한 거죠. 오늘 생방송을 켠 목적은 달성했네요. 일단 1주일 정도는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 이후에 매도할 거 같기는 한데, 참고만 해주시고요. 근데 이렇게 바로 방송 종료하면 좀 그렇죠?"
알탕 : ㅠㅠ놀다가 가요!
짝발 : 에이, 설마 벌써...?
"네, 기왕 이렇게 된 거 럭키도 조금 더 보여줄 겸, 놀다 가겠습니다."
이후 럭키와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냐아아앙?
귀찮아하는 럭키와.
그런 럭키를 만지며 괴롭히는 가면남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냐아앙!
결국, 냥펀치에 맞긴 했는데 아프진 않았다.
발톱을 세우지도 않았고.
그냥 툭하고 건드리는 수준이었다.
"솜방망이네, 짜식."
한 번 더 맞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다시 괴롭힘을 이어갔다. 발바닥을 만지고 뱃살을 만지는 등, 한층 더 귀찮게 굴었는데 럭키는 아쉽게도 냥펀치를 날리지 않았다. 그냥 포기한 듯 몸을 추욱 늘어트렸다.
"아쉽네. 크흠, 그래도 귀엽죠?"
그 덕분일까.
[집사대장님이 50,000원을 후원합니다.]
[냥이 맛난 거 사주세요^^]
[킹갓귀요미님이 30,000원을 후원합니다.]
[ㅋㅋ오늘 힐링되네요 굿굿!]
[달달하네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럭키? 고양이도 귀엽고 엔브이디아도 따라 매수했어요. 기대할게요^^]
어째 평소보다 후원이 더 많이 터졌다.
"후원금으로 한정하면 저보다 럭키가 더 많은 돈을 번 거 같은데요? 후원해주신 금액의 일부는 럭키를 위해 쓰겠습니다. 맛있는 거도 사주고 장난감도 사줄게요. 나머지는 좋은 곳에 사용하고요. 다들 감사합니다."
자정이 넘어가니 슬슬 피곤해졌다.
"그럼 매도할 즈음 다시 찾아올게요. 가하!"
인사를 하고서 생방을 마무리했다.
*
가면남, 그리고 정보꾼.
둘은 동일 인물로 생방송을 할 때마다 화제가 되고는 했다.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매수나 매도를 할 때만 방송을 한다는 특징과 엄청난 시드를 굴린다는 점. 게다가 매매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세 가지 주요한 사실이 결합하면서 많은 이들이 그의 존재 자체를 특별한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제목 : 오늘 호재 떴다, 호재!
제목 : 대형호재 등장^^
제목 : 가면남 반도체 기업 매수했네요ㅋㅋ 슈퍼 사이클 맞다니까!
제목 : 역시, 반도체ㅎㅎ
제목 : 기다렸다, 기다렸다고!
제목 : 오셨다ㅠㅠ 근데 엔브디아네?
제목 : 따라서 사야지ㅎㅎ
제목 : 매수 가즈아아아앜!
등장만으로 호재가 되는 것이다.
제목 : 고민할 거 없다, 따라서 사세요!
제목 : 이번에도 안사면 바보ㅋㅋ
제목 : 항상 따라 사서 수익 내는 중ㅎㅎ
제목 : 돈복사해주는 유일한 너튜버...!
제목 : 믿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엔브이디아 매수에 동참했다.
제목 : 간다, 간다, 간드아아아!
제목 : 더 가즈아아아앜!
제목 : 오, 벌써 3퍼 넘게 올랐네요ㅎㅎ
제목 : 근데 다른 반도체도 잘 가는 중!
제목 : 반도체 슈퍼 호황기니까요!
제목 : 다들 반도체 타세요! 국내 반도체 말고 미국 반도체로!
제목 : ㅠㅠ우리나라 반도체는 죽쑤는 중
제목 : 하, 국장 정리해야 하나...
제목 : 미국이 진짜 진리네요ㅠ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장이 종료되기 전까지 엔브이디아는 4.1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제목 : 이야, 하루만에 30조 넘게 시총 올라갔네?ㅋㅋㅋ
제목 : 대단한 시장이네요 정말ㅎㅎ
기업의 시총을 생각한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상승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제목 : 고양이 봤음?ㅋㅋ
제목 : 진짜 졸귀 ㅜㅜ
제목 : 댓글보고 냥펀치 날리는거ㅎㅎ
간간이 럭키를 언급하는 이들도 보였다. 생각보다 많은 집사가 존재함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오전 9시가 되어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사무실 내선 전화가 거칠게 울어댔다. 가장 빨리 전화를 받은 이는 업무 담당 직원, 최송이였다.
"네, RS재단법인 업무부서입니다."
(인터넷 클릭뉴스의 정직한 기자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 드렸는데요?)
"아, 네. 말씀하세요."
(최근 땅을 엄청나게 사들였다는 소식을 파악했거든요?)
"땅이요?"
(네. 거기에 뭐 동물보호센터를 짓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요?)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그 말에 최송이가 잠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이사장님."
"네?"
"그, 기자가 동물보호센터 짓냐고 물어보는데요?"
"그래요?"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그건 또 어떻게 알아냈는지, 정말.
"어떻게 할까요?"
"알아낸 건 신기한데 뭐, 굳이 숨길 일은 아니죠."
"그럼 있는 그대로 말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한 최송이가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여보세요?"
(네, 듣고 있습니다.)
"말씀하셨던 대로 RS 재단법인은 1만 5천 평에 해당하는 땅을 매입했고 거기에 동물보호센터를 지을 예정입니다."
(진짜였네요. 이거 기사로 써도 되죠?)
"네, 됩니다."
(알겠습니다!)
곧이어 통화가 종료되었다.
또 다른 전화가 왔다.
비슷한 문의였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제대로 정보가 샌 모양이었다.
직원일 수도 있고.
부동산 중개인일 수도 있고.
그도 아니라면.
보호센터를 짓기 위한 과정에서 행보가 드러난 것일 가능성도 있었다.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좋은 일이었고.
숨길 이유도 없었으니까.
"네네, 맞습니다. 네, 동물보호센터 설립할 예정이고요."
"맞아요, 네. 괜찮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화제가 된 건 아니었다.
문의는 열 건이 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던 직원들이 오히려 아쉬워할 수준이었다.
"으음, 끝인가 봐요."
"그러게요."
섭섭함을 뒤로한 채 다시 일상적인 업무를 보냈다.
곧이어 찾아온 휴식시간.
휴게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던 최송이는 문득 상황이 궁금해졌다.
문의가 그래도 왔었는데.
과연 인터넷 기사가 떴을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