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28화 (128/277)

< 45포인트(1) >

오늘은 제대로 쉬기로 했다.

어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엄청 아팠으니까.

"어우, 속도 안 좋고."

컨디션 난조였다.

뒹굴자, 하루만.

일단은 럭키를 데려와서 함께 침대에 누웠다.

"럭키야아아."

냐아아앙?

뱃살에 얼굴을 파묻으니 퐁신퐁신한 맛이 일품이었다. 럭키도 싫지 않은지 골골송을 불러댔다.

골골골-

류성은 쫀득한 젤리를 만지면서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힐링, 그 자체였다.

한참을 뒹굴다가 천장을 보고 누웠다.

스윽.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았다.

너튜브도 좀 보고.

심심해서 현재 사놓은 엔브이디아의 계좌 현황도 체크했다.

종목명 : 엔브이디아

매입금액 : 166,000,000달러

수익률 : 9.57%

평가손익 : 15,886,200달러

총평가 : 181,886,200달러

평가손익, 그러니까 수익금만 1,588만 달러였다.

"어, 대충 계산하면..."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180억 정도였다.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봤자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놀라움을 애써 억눌렀다.

이대로 목요일까지 들고 있다가 매도하면 되리라. 이후 곧바로 성삼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을 매수하고 다시 1주일을 기다린 뒤에 팔아버리면 끝이었다.

"수익은 걱정할 거 없겠고."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주식 게시판에 접속해봤다.

많은 게시글이 보였다.

제목 : 반도체 사세요, 어서!

제목 : 다들 잘 쉬고 계신가요?

제목 : 오랜만에 평안...^^

제목 : 역시 반도체ㅎㅎ

제목 : 주말 푹 쉬시고 월요일부터 다시 반도체 떡상 가자고요!

그중에서도 반도체 이야기가 많았다.

제목 : 정보꾼님은 언제 매도하려나요?

제목 : 따라서 팔아야지ㅋㅋ

제목 : 반도체 뒤늦게 탑승했어요ㅠㅠ 제발 가즈아아아!

제목 : 지금은 코인보다 주식ㅎㅎ

제목 : ㅠㅠ어떡하죠?

제목 : 반도체 슈퍼 싸이클 못 먹으면 바보죠뭐ㅋ

간간이 게시글을 눌러서 본문 내용도 확인했다.

별다를 건 없었다.

다만 댓글이 웃겨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댓글]

작성자 : 하아ㅠㅠ 진짜 살려주세요...

ㄴ삼다물 : 아, 괜찮다니까요. 그냥 님 돈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버티세요!

ㄴ작성자 : ㅠㅠ진짜 내 돈 아니라서 그래요...

ㄴ삼다물 : 아...?

뭔가 웃으면 안 될 거 같지만.

"크흡...!"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는 그런 댓글들. 이런 반도체 호황에도 물리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었으니까.

[댓글]

작성자 : 나도 그냥 반도체 살걸ㅠㅠ

ㄴ겜겜모닝 : 장이 좋아도. 장이 좋지 않아도. 장이 적당해도. 항상 물려 있다.

ㄴ작성자 : 놀리지 마요ㅠㅠ

ㄴ겜게모닝 : 풋

ㄴ작성자 : 웃어...?

ㄴ겜게모닝 : 사과

ㄴ작성자 : ????

ㄴ겜게모닝 : 풋사과라고요...

ㄴ작성자 : ㅅㅂ럼아, 즉당히해라

ㄴ변비 : 아, 장이야기 보니까 배아프다...ㅠ 오늘은 좀 시원하게 나오려나?

ㄴ작성자 : 하...ㅠ 꺼져요 좀!

류성은 킬킬거리며 여유를 즐겼다.

얼마나 웃었을까.

뜬금없이 등장한 퀘스트에 잠깐 멍해졌다.

[연계 퀘스트 발동!]

[외화벌이를 위한 노력?]

[아직도 확신이 없어 해외 반도체 투자를 망설이는 많은 개미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더욱 확실한 신뢰를 주어 수익이 날 수 있게 하라.]

[남은 시간 : 7일.]

[성공 보상 : 선행 포인트.]

[한정 퀘스트는 성공시 랜덤 카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실패 패널티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크게 어렵진 않았다. 개미들이 해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게 만들라는 내용이었으니까.

"흐음."

사실 이제껏 한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다. 그래도 퀘스트가 떠올랐으니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게시글이나 하나 작성해보기로 했다. 보상이 포인트였으니 놓칠 수 없는 퀘스트인 것도 사실이니까.

[제목 : 다음 주 목요일까지 미국 반도체 분위기 좋아 보입니다.]

[본문 내용 : 현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확신이 없거나 혹은 고점이지 않나 싶어서 고민하는 모양새인데요. 제가 자료를 몇 가지 보여드리면서...]

그간 공부했던 자료를 올리면서 객관적으로 증시를 분석했다.

[D램의 가격이 반년 전부터 솟구치는 상태였고 아직도 올라가고 있죠.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하락할 거라고 예견했지만 예측을 빗나가고 여전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기차, 자율주행 호재가 더해진 게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내연기관은 생각보다 더 빨리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의 생산량은 나날이 급등하는 추세기도 하고요. 반도체의 가격 상승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

[단기적으로는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까지 들고 있으면 무조건 수익이 난다고 말씀드릴게요. 그 정도로 확신하고 있으니 겁먹지 마시고 투자를...]

본문 내용을 다시 읽어본 뒤에 글을 게시했다.

닉네임 정보꾼.

참으로 오랜만에 올리는 게시글이었다.

*

이제는 코인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서도 정보꾼의 이름은 탑급에 놓인 확실한 네임드 유저였다. 덕분에 게시글 조회수가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면서 순식간에 핫이슈 1위에 등극했다.

[댓글]

하얀놈 : 와ㅠㅠ정보꾼님이시네ㄷㄷ

루프탑 : 목요일이나 금요일까지? 좋습니다, 저는 올인할게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는 투자자의 말을 믿어보겠습니다!

라떼달달 : 정보꾼? 누구임?

ㄴ오후 : 주식 첨하시나 봐요ㅎ

ㄴ라떼달달 : 네ㅋ

ㄴ오후 : 너튜브 가면남 검색해보세요ㅎ

ㄴ라떼달달 : 감사여!

독복사2 : 와, 게시글 쓰는 거 첨 아니신가?

ㄴ아쿠아맨 : 여긴 두 번째인듯? 아닌가?

ㄴ돈복사2 : 암튼 그 정도로 확신이 있으니 쓰셨겠죠? 저도 쫓아갑니다!

주식초린이 : 음, 무서워서 투자 안하고 있었는데...

라떼달달 : 와, 너튜버 다 봤는데 핵고수시네용ㅎ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아마, 유입이 꽤 되리라.

몇 군데에 같은 글을 게시하고서 신경을 꺼버렸다. 어차피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이 정도만 해도 현재 지닌 이름값이라면 충분히 많은 이들이 투자를 결심하게 될 테니까.

다만 류성도 미처 알지 못했다. 이 게시글의 영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수한 개미들이 자극을 받기에 이르렀으며 추가로 컨텐츠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이 해당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다.

덕분에.

몇 시간 만에 너튜브 영상이 제작되었다.

<모든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사람이 있다?>

<투자의 신, 반도체 추천!>

<정보꾼, 드디어 개미들을 유혹하나?>

<투자 성공률 100퍼센트? 이번 투자도 성공할 것인가?>

심지어 기사까지 떠올랐다.

[정보꾼, 주식과 코인 투자의 천재?]

[얼굴 가린 천재 투자자의 추천 픽!]

[지금까지 한 번도 투자에 실패한 적이 없는 고래 투자자...!]

[미국 반도체 사이클 상승 예측?]

[고점이라 예측한 전문투자자VS상승 예측한 정보꾼!]

[승률 100%가 가능한가?]

[사기인가? 아니면 진실인가?]

그 모든 것들이 쟁점이 되어 개미 투자자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

가족들과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인생은 실전이란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중상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45점을 획득합니다.]

갑자기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음...?

보상에 놀라 몸이 잠깐 굳어버렸다.

중상급 카드라고?

게다가 선행포인트가 무려 45점이었다.

"...크흠."

욕이 절로 튀어나올 뻔했다. 간신히 헛기침으로 참아낸 뒤에 물을 냅다 들이켰다.

그제야 제목이 보였다.

어, 이거...?

아저씨 한 분이 지하철에서 흉기에 가격당한 그 사건이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금도 간간이 시민단체의 너튜브 채널을 확인하고는 있었다. 다만 최근 별다른 영상이 올라오지 않아서 내심 궁금하던 차였는데 이렇게 퀘스트에게 먼저 안내를 받을 줄이야.

끝났나 보네.

아무래도 일이 잘 풀린 모양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들어가서 쉬어."

류성은 밥그릇을 싱크대에 놓은 뒤 거실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서둘러 너튜브에 접속했다.

"오호."

한동안 올라오지 않았던 시민단체 채널에 영상 하나가 새롭게 떠오른 상태였다. 영상을 클릭하자 낯이 익은 시민단체 대표와 피해자였던 아저씨가 화면에 보였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최근 너무 바빴는데 이번 영상을 시작으로 다시 여러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최근 도움을 청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편집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일단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아, 사과하는 중인데 왜 이렇게 웃고 있냐고요? 드디어 지하철 폭행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인데요.]

류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둘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특수폭행으로 징역 7년이 나왔으나 가해자가 항소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 영상과 외에도 피해를 보신 분들이 증언을 해주신 덕분에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 6개월이 결정되었습니다. 불복한 가해자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항소심 결과인 6년 6개월로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

생각보다 형량이 높았다.

특수폭행의 힘이었다.

[그게 대략 2주 전에 발생한 일이네요. 그 사이에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민사소송까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걸었고 조금 전에 피해보상금을 받았습니다. 이걸로 사건 하나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네요. 그간 소식을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길었다.

그래도 잘 해결되었다.

그간 영상을 통해서 봐도 그렇고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걸 봐도 확실히 미래희망 시민단체는 괜찮은 곳이었다.

번호가 어디 있더라.

오랜만에 홍상훈 대표에게 연락을 넣었다.

*

홍상훈 대표가 손을 들었다.

"자자, 다들 조용!"

"예!"

시민단체 직원들이 수다를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홍상훈 대표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류성 후원자님."

(네, 영상 잘 봤어요.)

"오래 기다리셨죠? 너무 바빠서 업로드를 못 했었네요.

(그래도 오늘 올라왔으니까요.)

"그렇지요. 어떠셨습니까?"

(보는 내내 기분이 좋더군요.)

"으하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의미로 후원금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다음에는 직접 뵙고 식사라도 대접할게요.)

"기다리겠습니다!"

통화를 끊고서 직원들을 눈에 담았다.

"흐흐, 류성 후원자님이시다."

"오오, 후원해주신대요?"

"녀석들, 돈 생각밖에 없지?"

"크흠, 기왕이면 후원 해주시면 좋으니까요. 아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엄청 많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서, 해주신대요?"

"그래, 해주신단다!"

생각보다 금방 돈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어, 어엇. 대표님?"

"어, 그래. 돈 들어왔어?"

"네. 들어왔는데..."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의 표정이 이상했다.

"대표님. 빨리 보셔야 할 거 같아요."

"어어, 그래."

홍상훈 대표가 서둘러 직원에게 다가갔다.

컴퓨터 화면을 쳐다봤다.

그곳에 조금 전에 입금된 내역이 보였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숫자를 잘못 본 걸까.

홍상훈 대표가 고개를 흔들며 다시 확인했다.

"어, 그러니까..."

"대표님. 십억이에요, 십억!"

"뭐, 시, 십억?"

화들짝 놀라서 몇 번을 확인했다.

10억이 맞았다.

놀란 그가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어, 저기 아무래도 금액이 너무 많아서요. 확인차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아, 10억이요?)

"네. 이게... 맞습니까?"

(맞아요. 좋은 일에 팍팍 써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많은 사람을 돕겠습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고생해주세요.)

"네!"

통화를 끊었음에도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두근, 두근.

이 나이를 먹어서 가슴이 뛰다니.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절로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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