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31화 (131/277)

< 주제(3) >

오늘 강의도 꽤나 흥미로웠다.

"저는 시나리오도 직접 짜는 편입니다. 정말 괜찮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영상만 찍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만족감은 떨어지더군요. 그 이유는 제가 시나리오를 짤 때부터 배우를 특정하기 때문이랍니다. 자, 예를 들어보죠."

뒤쪽 스크린에 배우가 떠올랐다.

멋들어진 남자배우였다.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알법한 그런 존재.

"모두 잘 알죠?"

"네에!"

"이 배우를 가만히 들여다봅시다. 분명 웃고 있는 사진인데 이상하게 눈빛에서 무심함과 공허함이 느껴지는군요."

확실히 그런 사진이었다.

입은 웃고 있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골목길에서 만나면 무서울 수도 있겠어요. 몸이나 눈썹, 혹은 얼굴 어딘가에 상처가 있으면 전쟁을 치르는 용병이 떠오를 법도 하군요. 몸도 탄탄해 보이니 거기서도 특급의 실력을 지녔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겠어요."

감독은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

"...끝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 용병의 이야기를 그려보면 어떨가 싶군요."

순식간에 시놉시스가 완성되었다.

그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어쩜 이렇게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사실상 감독의 진짜 역할은 그 이후부터 이뤄지죠.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총괄해야 하니까요.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조차 보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자그마한 공간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죠. 소리 하나로 장르가 바뀌기도 합니다. 감독은 그런 자그마한 부분을 캐치하여 그걸 관객들에게 이입시켜야 하며..."

강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류성은 강의실 가장 뒤쪽 자리로 이동해 목에 걸린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어디 보자.

강단을 주시하는 아이들이 화면에 담기도록 자리를 잡았다.

사진이란 참으로 묘했다.

분명 같은 시간, 같은 것을 찍는데도 사람에 따라 나오는 사진이 다르니까.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각도, 조명, 그리고 분위기는 물론이고 불어오는 바람과 온도로 인한 차이까지도. 그 모든 것이 원인이 되어 사진을 다르게 만든다.

요소요소가 어우러질 때.

사진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사진작가의 순간포착]

류성이 얻은 재능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지금...!

류성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찰칵-

강의가 종료되고 감독이 인사를 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깨어지기 직전의 순간이었으며 그로 인해 균형이 정확히 단상 중앙에 맞닿는 순간이었다.

"후우..."

아주 괜찮은 사진 한 장을 건졌다.

이 또한 미래일 것이다.

강의를 듣는 아이들이 자라날 미래. 성장해서 무언가를 이뤄나갈 미래. 이미 경험한 누군가를 바라보며 꿈을 꾸는 미래.

"좋네."

사진 공모전에 낼 두 번째 후보였다.

"감사합니다."

"우와아아아아!"

뒤늦게 아이들의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류성은 사진기를 내려놓았다.

짝짝-

마찬가지로 멋진 강의에 박수로 화답했다.

*

아이들과 상담을 했다.

전과 비슷하게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영화감독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건.

"그래, 관심이 생겼다는 거지?"

"네. 이래도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도유종 또한 마찬가지였다.

[잠재력]

눈썰미(A급) 감각(A급) 판단력(-A급) 공간감(-A급)...

[총평]

뛰어난 눈썰미로 자그마한 것도 캐치할 수 있다. 때로는 본능적인 판단으로 이론을 뛰어넘기도 하며 바라보는 상황 자체를 공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러 잠재력이 영화감독이란 직업에 어떤 이끌림을 느낀 모양이었다.

"강의를 듣다보니까 재밌을 거 같아서요."

"좋지."

"배워봐도 될까요?"

"당연하잖아. 학원 다니면서 배워보다가 정말 제대로 마음이 생기면 연극영화과에 입학해도 괜찮겠네. 참, 보육원에서 지내면서 다니는 게 더 좋겠지. 그래야 제대로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 알고 있지?"

"네, 저도 그게 더 좋고요."

"다행이네. 일단 해보다가 길이 아닌 거 같으면 바로 그만두면 돼. 다시 강의 들으면서 뭐가 재밌을지 찾아 나서면 되니까."

도유종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확실하게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열심히 할게요."

"아니."

"네?"

"열심히 하지 말고 재밌게 해. 시간은 많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아... 네! 재밌게 배워볼게요!"

"그래, 기대할게."

그렇게 마지막 상담을 끝냈다.

이후 아이들을 데리고 예약해놓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조금 이르긴 한데, 괜찮지?"

"네!"

"전 벌써 배고파요!"

"저두요!"

현재 오후 5시 12분. 조금 이르긴 하지만 슬슬 해가 질 무렵이니 식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특히나 어린 나이에는 밥 먹고 돌아서면 금방 배가 꺼지곤 했으니까.

"자, 그러면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자."

"네에!"

"좋아요!"

식당 내부로 들어가 고기를 주문했다.

오늘은 한우였다.

그것도 최상급의 암소 투플러스 등급.

"모자라면 마음껏 더 시켜 먹고."

"잘 먹겠습니다!"

차려진 소고기를 불판에 올렸다.

치이이익.

핏기가 살짝 가신 고기를 소금에 찍어 입에 넣으니.

"으으음...!"

극한의 고소함이 입안을 농락했다.

끝내주는데?

역시 오랜만에 먹는 소고기는 진리였다.

"우와...!"

"이, 이게 뭐야?"

"맛있엉!"

아이들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원장님들도 마찬가지.

정말 맛에 취해버린 시간이었다.

"더... 먹어도 되나요?"

"마음껏 먹어."

"그러면..."

"으, 근데 너무 비싸다."

"우웅."

아이들이 고민하는 모습에 류성이 버튼을 눌러 대신 주문해줬다.

"테이블마다 꽃등심 5인분하고요. 나머지는 2개씩 내주세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아, 음료수도 2병씩 추가할게요."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위가 모두 달랐지만 동일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꽃등심이었다.

그걸 먹는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 하나같이 감탄사를 터트리기도 했고 말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렇고.

여기는 꽃등심이 정말 끝내줬다.

극상의 맛이었다.

그때 눈앞에서 소고기를 음미하던 한애라 원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녀는 잠시 식당 입구를 나가더니 그곳에서 통화했다.

대화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았다.

"흐음."

옆 모습이 간간이 보였는데 매우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지?

의문을 품는 순간이었다.

[퀘스트 '미래의 꿈나무를 위하여!'가 갱신됩니다.]

[아이가 꿈에 한 발 더 다가섭니다.]

[영화 단역 출연 확정!]

[시스템의 판단에 따른 보상을 지급합니다.]

[선행포인트 상자를 습득합니다.]

오늘 강의에 참여하지 않은 한 명의 아이가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모양이었다.

이거, 정말...

기분 좋은 보상이었다.

"자, 얘들아. 여기 좀 봐줄래?"

그때 한애라 원장이 손뼉을 치며 식당으로 들어왔다.

짜악!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다들 최희진 알지?"

"네! 알아요!"

"이번에 영화 오디션에 참여했다가 대사가 조금 있는 단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하네."

"우와, 영화요?"

"대박!"

"응, 그러니까 조금 있다가 오면 다들 축하해주자."

"네, 알겠습니다!"

처음부터 대사가 있는 단역 캐스팅이라.

출발이 좋았다.

한애라 원장은 자리를 잡고 앉아 류성에게 보다 상세하게 이야기해줬다.

"조연 오디션을 보러 갔던 건 아시죠?"

"서류로 봤었죠. 거기선 탈락이라고 적혀 있던데요?"

"맞아요. 근데 오늘 감독님한테 연락이 와서 단역으로 출연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다고 하네요. 대사도 생각보다 꽤 있어서 그러겠다고 대답한 모양이에요. 아, 물론 학원에서 충분한 상의를 거치고 내린 결정이라고 하네요."

"잘됐네요."

"네, 설마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는데..."

"그만큼 재능이 있었던 거죠."

"그런가 봐요."

"그보다 희진이는요?"

"지금 학원에서 연습 중인데 곧 온다고 하네요."

"오면 축하해줘야겠네요."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

보상도 괜찮았고.

[선행포인트 상자]

3점부터 12점 사이의 포인트를 랜덤으로 획득한다.

이번에도 랜덤 상자였는데 수치가 3에서 12까지였다.

곧바로 상자를 열어버렸다.

[선행포인트 7점을 획득합니다.]

[선행포인트 : 262]

나쁘지 않은 점수를 획득했다.

이걸로 262점이 되었다.

그간 해왔던 일들이 조금씩 결실을 보는 느낌이었다.

*

머지않아 최희진이 도착했다.

"와, 축하해!"

"희진이 누나, 최고!"

"다들 고마워!"

마지막으로 류성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오디션 통과, 축하한다."

"정말 감사합니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최희진이 얼마나 연기를 즐겁게 배우고 있는지를 말이다.

잠재력도 좋고.

제대로 노력한다면 상당히 유명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득 지금 상황이 너무 즐거웠다.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모서리 쪽에 자리를 잡았다.

"음...?"

아이들이 쳐다봤지만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자, 난 사진 찍을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먹어."

"아아, 네에!"

하지만 이미 인지를 해버린 탓일까.

뭔가 어설퍼졌다.

그래서 류성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렸다.

5분, 10분.

그 정도 되자 아이들이 다시 본래대로 돌아왔다.

이걸 찍고 싶었다.

이 모습을 남겨두고 싶었다.

찰칵-

곧바로 사진기의 셔터를 눌렀다.

"...좋은데?"

한 장의 사진으로 충분했다.

이미 원하는 장면이 온전히 담겨있는 까닭이었다.

*

월요일 아침부터 분주했다.

드디어 조각 공모전에 오픈한 까닭이었다.

"일단 현장으로 가보죠."

"네, 이사장님!"

인원을 나눠 일부는 사무실 업무를 보기로 했고 나머지는 현장으로 향해 분위기를 살펴보기로 했다.

조각이 진행될 곳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돔형 체육관이었다.

"근데 저희가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아뇨."

직원의 물음에 류성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냥 구경하는 거네요?"

"비슷하죠. 체육관 쪽에서 인원을 투입해주기로 계약을 했으니까요. 실수가 나오는지 아닌지만 지켜보면 되는데 그것도 제가 따로 계약해놓은 업체가 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어요."

"다행이네요. 이런 쪽은 문외한이라..."

"저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더욱 평이 좋은 업체와 계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없으리라.

머지않아 도착한 돔형 체육관.

"와, 생각보다 크네요?"

"네. 상당하죠."

바깥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으음,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애써 괜찮은 척 표정을 가다듬은 채 체육관에 들어섰다. 다행스럽게도 복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조금 보였다.

"안에는 그래도 있네요."

그래도 기대치보다는 적었지만.

"일단 관객석으로 가보죠."

"네에."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홍보가 덜된 걸까.

제대로 된 주목을 받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속으로 반성하며 관객석으로 진입하는 닫힌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악-

뜨거운 열기가 불어와 피부를 강타했다.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려오고.

뒤이어 관객석을 빼곡하게 채운 사람들이 보였다.

"어...?"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 카메라를 지닌 기자도 상당수였다.

"와, 제가 예전에 조각 배웠거든요? 이야, 사람 엄청난데요?"

"오길 잘했네요."

"자, 다들 보이시죠?"

개인방송을 하는 BJ나 너튜버도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와, 대박...!"

"사람 엄청 많은데요, 이사장님?"

"어, 그러게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그 순간.

[국내 예술가의 발전을 위하여!]

[퀘스트 클리어!]

[이슈의 정도를 체크합니다.]

[정산 중...]

오랫동안 반응하지 않던 예술가 퀘스트가 드디어 클리어되었다.

[정산 완료.]

[중상급 카드를 획득합니다.]

[선행포인트 51점을 획득합니다.]

엄청난 보상이 선물처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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