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 구매(1) >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연계 퀘스트 발동!]
[계속되는 예술 공모전!]
[국내 예술가를 위한 공모전을 꾸준히 열어 그들에게 꿈과 미래를 전달하라! 해당 공모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도를 파악하여 차등으로 보상을 지급한다!]
[남은 시간 : 무제한]
새로운 연계 퀘스트까지 등장했다.
앞으로도.
공모전을 열 때마다 반응에 따라 보상을 얻게 된 것이다.
간신히 놀란 마음을 가라앉혔다.
재능 '침착함' 덕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행포인트 51점과 연계 퀘스트의 감동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괴성을 지르지 않게 되었을 뿐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느꼈다.
"후우..."
심호흡을 한 뒤에 눈을 떴다.
[선행포인트 : 313]
이제 350점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더 모으면.
재능 '차티스트의 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리라.
"엄청나요!"
"와, 저기 있는 너튜버 누군지 아는데!"
"정말요?"
"네.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잖아요!"
"어머...!"
직원들의 감탄을 뒤로한 채.
저벅.
류성은 천천히 관객석을 돌아다녔다. 격하게 뛰어대는 심장의 고동도 조금 가라앉힐 겸 말이다. 듬성듬성 빈 자리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빼곡하게 채운 느낌이 분명하게 들었다.
본래는 관객석 규모가 적당히 나오는 자그마한 체육관을 알아봤었다. 그러다가 정말 예상 밖으로 관심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보다 더 큰 체육관과 계약을 했다.
그게 바로 이곳이었다.
여길 다 채울 거라는 기대는 조금도 없었다.
절반가량.
그 정도만 채워도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격이었으니까.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다.
대략 80% 이상의 자리를 채운 상태였다. 정말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서 조각 공모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물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줄어들 것이다.
조각 공모전.
고요한 가운데 이어지는 대회.
크게 떠드는 것도 금지된 상태였으니 생각보다 빠르게 사람들의 흥미가 식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그런 현상을 막아내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그래도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이 좋다는 건 분명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었다.
"다들 관계자도 보러 갑시다."
"네, 이사장님!"
직원들과 함께 관계자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네."
"어떤가요? 마음에는 드십니까?"
"충분히요."
"하하, 저도 놀랐습니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줘서요."
"문제는 없겠죠?"
"물론이죠. 언제나 체육관을 빼곡하게 채운 것 이상을 기준으로 대비하고 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렇게 보였다.
안전요원도 상당수였고 떠드는 사람도 적었다.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럼 이제 개막식을 올리죠."
"예, 시작하겠습니다."
곧이어 공모전 개막식이 열렸다.
소소한 이벤트였다.
축하 공연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류성이 단상에 오를 차례가 되었다. 지금까지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재단 이사장의 정체가 오늘 이 자리에서 온전히 밝혀지게 되는 것이었다.
너튜브의 경우에는 돈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에 가면을 썼다지만 좋은 일을 하는데 굳이 정체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설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게 된다는 사실이.
-RS재단의 이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재단 이사장.
그 직함이 주는 무게감이 묵직자에 깔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
웅성거림도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젊은 사람이 등장한 까닭이었다.
-반갑습니다, RS재단의 이사장 류성이라고 합니다.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사방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조각가를 위한 공모전입니다. 부디 그들의 온전한 행위를 그대로 즐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정말 짧으면서도 굵직한 인사였습니다.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울렸다.
류성이 단상을 내려갔다.
이제는 제대로 된 진짜 공모전을 시작할 차례였다.
-조각가분들은 나와주십시오.
조각가들이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그곳에.
반투명한 공간이 있었다.
-작업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다른 이들에게 방해받지 않을 조각가만의 공간이었다.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지만 바깥에서는 내부가 보였기에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럼 공모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은 준비된 재료로 각자만이 생각해온 것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
예술 분야를 위주로 다루는 너튜버, 먹살.
"오늘도 먹고 살아야죠? 먹살!"
인사를 하자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다.
[먹살 먹살!]
[크흐, 오늘도 먹고 살자!]
[먹살!!!]
[오늘따라 더 못생겼네?]
[먹살답다ㅋㅋ]
[씻기는 했냐, 먹살아?]
생방송 시청자만 3,200여 명.
구독자가 35만 명을 넘어가는 예술 분야 원탑 너튜버였다.
"네네, 반가워요. 아니, 근데 왜 벌써부터 심장을 후벼파는 거죠? 아오, 오늘 샤워도 하고 미용실도 다녀왔거든요?"
[에에?ㅋㅋㅋ]
[거짓말ㅋㅋ]
[믿어준다 먹살!]
"흠흠, 아무튼 오늘은 조각 공모전이 열리는 날이라서 구경을 왔거든요? 이야, 근데 사람이 엄청 많아요. 먹을 것도 꽤 팔고 있고요. 신기한 건 조각에 집중해야 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조용하다는 거고요. 안내원도 꽤 돌아다니면서 정숙을 유도하고 있네요. 신선한데요?"
지켜보는 시청자가 공감하는 모양이었다.
[오, 진짜 신기함ㅋㅋ]
[이야, 이게 되네...?]
[그래도 참가자들 생각해주네요, 조금 걱정했는데!]
[시끄러우면 어쩌나 싶었더니ㅎ]
먹살이 천천히 움직였다.
"자, 그리고 여기 재밌는 게 있더라고요?"
[어떤 거요?]
[재밌는 거?]
[ㅇㅇ?]
[먹살이 재밌다 그러면 빼박 노잼임ㅋㅋ]
[ㅇㅈ!]
"아, 진짜 재밌는 거라니까요. 일단 따라와 보세요."
얼마나 이동했을까.
관객석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조금 걸어가니 좁은 복도가 나타났다. 좌, 우로 반투명한 유리가 설치된 일회성 공간이었다.
"신기하죠?"
그 길로 나아가니 조각을 하는 모습을 더 자세하게 볼 수가 있었다.
"자, 지금부터는 말을 거의 하면 안 돼요. 소리가 크면 퇴장을 당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그냥 화면으로 보여 드리기만 할게요. 아, 물론 조용하게 조금씩 말할 수는 있지만 혹시나 조각하는 분들한테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요."
조각가는 외부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는 들릴 터.
그렇기에 관객들은 가까이서 보면서도 입을 다문 채 조각 과정을 즐겼다.
관객들은 충분히 만족했다.
조각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 자체가 진귀했으니까.
카앙, 캉!
게다가 조각 과정이 생각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이었다.
[와, 엄청난데요?]
[저거 망치랑 대못이에요?]
[조각 망치랑 끌이에요!]
[아, 끌...!]
[오우, 엄청난 크기의 돌멩이도 놀라운데 그걸 박살내다니...ㄷㄷ!]
[조각 공모전이라고 해서 정적일 줄 알았는데 엄청 역동적이네요?]
[와, 몰입감ㄷㄷ]
[저렇게 형체를 잡아가는 거임?]
[언제 완성되려나...]
[재밌겠네요! 저도 놀러가야겠음ㅎㅎ]
[신박하다...!]
[조각하는 거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많은 이들이 격하게 호응해줬다.
그건 먹살도 마찬가지였다.
미쳤는데, 진짜?
예술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이런 대회는 처음이었다.
정말 끝내줬다.
환호를 내지르고 싶지만 꾸욱 참았다.
조용히.
올라오는 채팅을 슬쩍 쳐다보다가 어느새 빨려들듯 조각하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서둘러 돌아 나왔다.
"후아, 클라스 쥑이는데요?"
곧바로 다른 길을 통해 들어가 봤다.
좌, 우로 보이는 조각가들.
대리석을 활용한 조각이었다.
위이이잉!
절단을 위한 그라인더가 곳곳에서 소음처럼 몰아쳤다. 조각에서 흔히 쓰이는 재료였지만 조각상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은 정말 녹록지 않아 보였다.
[와, 톱날...!]
[대리석은 저렇게 조각하는구나...!]
[엄청 신기함!]
[오오, 큰 기대 안했는데...]
[상상 초월이다ㅋㅋㅋ]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나무 재료를 사용한 조각이었다.
오른쪽 조각가가 눈에 들어왔다.
삭, 사사삭.
엄청난 속도로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와, 뭐지...?]
[다람쥐인가?]
[설치류같기는 한데]
[엄청 빠르네요ㄷㄷ]
[이야, 벌써 형태가 좀 보이는데요?]
[어, 다람쥐 맞네!]
[ㄴㄴ꼬리가 짧은 듯?]
[꼬리 쪽이 짧은 거 보면 쥐인가?]
[생쥐?]
먹살도 궁금해져서 자리를 지켰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이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생쥐네, 생쥐!]
[형태만 잡고 바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듯?]
[그러네요ㅋㅋ]
[아하, 조각상이 한 개가 아니구나]
[여러 개 조각하는 듯!]
[세트 느낌으로다가?]
[ㅇㅇ]
[두 번째는 뭐지...?]
다시 30분 정도가 지나자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소다, 소ㅋㅋ]
[어...?]
눈치 빠른 이가 외쳤다.
[이거 그거네, 십이지신!]
[오?]
[맞네ㅋㅋㅋ]
[자축인묘에서 자랑 축이네ㅋㅋ]
[십이지신 세트인 듯!]
[오, 다 모이면 멋있을 듯!]
[캬... 눈치들 봐라ㅋㅋ]
[뭐, 형태만 보여서 완성되려면 멀었겠지만, 상상만 해도 멋지긴 하네요!]
[완성본 보고싶다...!]
충분히 감상한 먹살이 자리를 옮겼다.
"쥑여주네요. 그래도 많이 봤으니까 잠깐 밖으로 나가볼게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목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어우야, 조각하는 모습들이 진짜 멋지지 않나요? 안 그래요?"
[ㅇㅈ합니다]
[저, 내일 보러 가려고요ㅋㅋ]
[엄청 잘해놓은 듯!]
[먹살 오랜만에 컨텐츠 제대로 잡았네ㅋㅋ]
[이건 좋다ㅇㅈ!]
[괜찮네ㅋㅋㅋ]
[투명 유리관? 그 속에 있어서 조각가들한테 방해도 안 가는 거 같고, 구경은 또 가까이서 할 수 있고!]
[진짜 잘해놨네요ㅎㅎ]
"네, 엄청 좋아요. 말을 크게 못 하는 건 답답하지만 그 부분만 유념하면 조각하는 모습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직접 와보니 알 수 있었다.
단기 컨텐츠가 아니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때요? 하루만 보기엔 아쉽지 않나요?"
[오오, 설마?]
[내일 오나요?ㅋㅋ]
[가즈아아아앜!]
"매일 오는 건 어렵고요. 그래도 공모전 기간에는 자주 찾아와볼 생각이에요. 하루하루 변해가는 조각상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두면 나중에 추억이 될 거 같아서요."
[오, 좋은 생각인 듯!]
[좋네요ㅎㅎ]
[강추합니다ㅋㅋ]
[역시 먹살!]
[고렇지, 이렇게 컨텐츠 뽑아야지ㅋㅋ]
[먹고 살자!ㅋㅋㅋ]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먹살^^]
[오늘도 먹살이구만ㅎㅎ]
"자,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내일 또 뵙겠습니다!"
그렇게 생방송을 종료했다.
먹살을 제외하고도.
생각보다 많은 너튜버와 BJ들이 조각 공모전을 구경하러 왔다. 덕분에 엄청난 인원이 간접적으로나마 조각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
"후, 재밌었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