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 구매(2)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34번. 타 플랫폼에서 메인 이벤트를 받아라.]
[이벤트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선행포인트(4점)을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35번. 웹툰 연재를 시작하라.]
오랜만에 웹소설 특수 연계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얻은 포인트는 4점이었다.
재능 구매까지 머지않은 시점이라 4점이라는 점수가 참으로 크게 다가왔다.
그야말로 순항 중이었다.
마침 전화가 걸려와서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웠다.
"여보세요?"
(네, 작가님. 통화 괜찮으세요?)
"아아, 네. 괜찮아요."
(오늘 시리즌, 레디북스에 작품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요?"
퀘스트 갱신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오늘 들어갔나요?"
(네, 조금 전에 단독 이벤트 받으면서 입점했습니다. 이벤트 들어가고 이제 10분 정도 지났는데 반응이 상당한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하하, 기대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웹툰 2화까지 나왔거든요. 이메일로 보내드릴게요. 한 번 확인해보시고 퀄리티 괜찮으면 10화 분량까지 쌓고 연재 시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집에 가서 확인해볼게요."
(예, 감사합니다!)
머지않아 웹툰화가 되면 특연퀘가 또 클리어되리라.
뭐, 나중 일이겠지만.
잡념을 지우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금방 집에 도착했다.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서 침대에 누워 웹툰을 먼저 확인했다.
1화와 2화였다.
그림체는 일단 마음에 들었다.
"퀄리티 좋네."
스토리도 웹소설을 그대로 따라간 덕분에 어색한 점도 없었다.
순식간에 2화까지 읽어버렸다.
"...재밌네."
이 정도라면 꽤 인기를 끌 수 있을 거 같았다.
곧바로 깨톡을 보냈다.
나 : 웹툰 봤어요, 퀄리티 좋네요
담당자 : 확인하셨나요?ㅎㅎ 혹시 수정할 부분 있으면 말해주세요!
나 : 괜찮아요. 이대로 진행해주세요
담당자 : 알겠습니다! 그럼 빠르게 진행하겠습니다!
나 : 네, 수고하세요!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후우."
오늘 시작된 공모전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조금 긴장되네.
조각 공모전을 검색하자 기사가 촤르륵, 떠올랐다.
[조각 공모전, 성대한 개막식!]
[조각가의 열정적인 모습을 눈앞에서...]
[조각, 그 과정은 생각보다 역동적이었다.]
[조각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RS재단 주최 조각 공모전, 이사장 정체 밝혀져!]
[RS재단 이사장, 젊은 나이...!]
[조각가에 대한 관심이 쏟아져...]
[조각 공모전을 개최한 RS 재단법인?]
[시민들, 호평 이어져...]
생각보다 기사가 많았다.
상단에 있는 기사를 클릭하자 수백 개의 댓글이 보였다.
[댓글]
칼라틱 : 오늘 보러 갔는데 꿀잼^^
광폭 : 재밌었어요!
물통병 : 이사장님 엄청 젊으시던데...ㅎㅎ
조명빨 : 진짜 퀄리티 쩔었음!
김치 : 너튜브로 보긴 했는데 현장감이 엄청나던데요?
스마일 : 내일 보러 갈게요!
오전 : 와, 너튜브로 보는데 깜놀ㄷㄷ
깰작 : 현장감 죽이던데요?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야..."
아무래도 너튜버와 BJ의 영향이 컸다.
이 정도일 줄이야.
다음에는 그들과 정식으로 홍보 모델 계약을 맺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그냥 협조만 해줬을 뿐이니까. 저들이 정식 홍보 모델이 되면 아마 파급력이 한층 더 강해지리라.
한참이나 댓글을 보면서 공모전 반응을 즐겼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아무래도 첫 공모전인 만큼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출발은 정말 완벽했다.
앞으로의 과정과.
이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일이 눈앞에 있었다.
바로 중상급 카드 선택이었다.
"흐음."
다만 어떤 감각이 자꾸만 명령을 내려왔다. 카드를 오픈하기 전에 반드시 재물을 준비해야 할 것만 같은 그러한 본능이었다.
그냥 뽑으면 크게 후회할 거 같은 느낌.
고민할 건 없었다.
재물이야 쉽게 구할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까.
"30분 정도면 되겠지."
글로벌 체스의 현재 레벨이 44였다.
경험치도 97%이었고.
40레벨부터는 특수 연계 퀘스트 목표치가 5레벨 단위로 바뀌었었다. 덕분에 경험치를 3%만 올리면 바로 퀘스트가 클리어 되는 것이다.
즉시 게임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승리로 이어졌다.
경험치 98%.
다시 한 게임을 진행했다.
깔끔한 승리였다.
마지막으로 또 한 게임을 승리로 이끌자 가볍게 45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보상으로 하급 카드를 획득합니다.]
[6. 글로벌 체스의 레벨을 50까지 높여라.]
[보상 : 랜덤카드]
류성의 눈이 빛났다.
"하급이라고?"
지금까지는 최하급 카드만 줬었는데 45레벨 보상부터는 하급 카드를 주는 모양이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퀘스트를 달성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 모양이었다.
나중에는 중급, 혹은 중상급 카드까지 얻을 수 있을지도.
좋은 일만 생기네.
이 또한 기쁜 일이었다.
"그럼 뽑아볼까, 럭키야?"
이름을 부르자 녀석이 나타났다.
냐아아앙.
귀족 같은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곧바로 녀석을 품에 안고서 앞발을 살짝 쥐었다.
카드 오픈.
물음표로 가득한 카드 수십 장이 눈앞에 떠올랐다.
하급 카드였으니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럭키의 쫀득한 앞발을 쪼물딱거렸다.
"아무튼, 잘 뽑아보자고."
돌아가는 카드를 선택했다.
냐아아앙?
럭키와 앞발을 손에 쥐고서 말이다. 마치 럭키의 분홍색 발바닥 패드가 카드에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아아악-
평소보다 밝은 듯한 느낌의 빛이 내리꽂혔다.
[꽝입니다.]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이번에는 중상급 카드를 오픈했다.
핑그르르.
돌아가는 카드를 바라보며 럭키의 앞발을 살며시 내밀었다.
갸르릉.
럭키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골골거리기만 했다. 어차피 행운의 부적 같은 느낌이어서 럭키의 행동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대신 돌아가는 카드를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나 지켜봤을까.
흐음, 뭐랄까.
다른 카드보다 몸집이 커 보이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을 두고 계속 쳐다봤는데 그럴수록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물론 착각이겠지만.
그래도 눈에 들어온 이상 다른 카드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래, 이걸로 하자."
럭키와 함께 손을 뻗었다.
투욱.
건드리는 순간 카드가 확대되듯 스며들었다.
[중상급의 '물품'을 선택했습니다.]
[아이템 '상점 물품 구매권'을 획득합니다.]
잠깐 정적이 감돌았다.
"어..."
홀로그램을 세심하게 읽어나갔다.
다시, 또다시.
그러나 분명 '상점 물품 구매권'이라고 적혀 있었다. 뭐라 말하지 못할 후끈한 기대감이 뇌리를 자극했다.
설마, 진짜로?
이런 말도 안 되는 물품이 나오다니.
제약이 있겠지.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후아."
기대감을 애써 낮추며 물품을 확인했다.
[상점 물품 구매권]
상점에 존재하는 물품을 1회에 한해 구매할 수 있다.
어떤 제약도 붙어있지 않았다.
심장이 고동쳤다.
그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하고서 심호흡을 이어갔다. 사실상 구매해야 할 건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상점 오픈.
고민의 여지도 없었다.
[재능]
1. 그림작가의 창의력(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2. 차티스트의 눈(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3. 재능 관찰자(3회)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4. 시인이 보는 세상(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2번 재능을 선택했다.
[차티스트의 눈을 구매하시겠습니까?]
[1. 소모성]
[2. 패시브]
2번을 누르자 다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점 물품 구매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정말로 사용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수락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그토록 원했던 재능이 손에 들어왔다.
[재능 '차티스트의 눈'을 습득합니다.]
[영구적으로 적용됩니다.]
예전에 경험한 적 있는 어떤 기이한 지식이 스며들었다. 당장 무언가 떠오르는 건 없지만 아마도 주식 차트를 보면 어떤 흐름인지 단번에 눈에 보이리라.
"후우."
이걸로 가장 원했던 걸 이뤘다.
그러면...?
문득 선행포인트가 떠올랐다.
[선행포인트 : 317]
33점만 더 모으면 350점이라 재능을 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그때는 '재능 관찰자'나 혹은 '시인이 보는 세상'을 사면 될 거 같았다.
"이것도 고민이겠는데."
차티스트의 눈을 구매하는 것도 버거웠던지라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그런데 이렇듯 우연찮게 얻게 되었으니 이제는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뭘 사야 더 좋을까.
재능 관찰자?
다른 이들의 재능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었다.
심지어 그 재능은 인성과도 관계가 되어 있기에 사람을 중용하는 부분에서도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하늘 보육원의 한애라 원장처럼 말이다.
책임감과 사리 분별.
열정과 신뢰.
마지막으로 진실성까지 지닌 사람이었다. 덕분에 고민의 여지 없이 그녀를 재단의 부사장으로 초빙한 것이었으니까.
시인의 재능도 갖고 싶었다
가사를 쓰는 작사가.
겨우 한 번의 경험일 뿐이었지만 사람들이 가사에 빠진 모습을 보는 건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앱플릭스 드라마 1위.
음원차트 1위.
여전히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태였다. 대부분은 가수와 작곡가를 말하지만 극히 일부는 작사가를 찾아보고 궁금해하기도 했다.
매력적인 일이었다.
노력한다면.
정말로 많은 가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사는 노래가 되어 음원 차트에 줄줄이 늘어설지도 모르고.
차트 줄 세우기.
말로만 듣던 걸 실현할 가능성도 있었다.
"...진짜 고민이구만."
이건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단은.
차티스트의 눈을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언제 단타를 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일정을 체크했다.
*
오늘도 조각 공모전이 열리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어제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관리는 체육관이 맡아서 하기에 딱히 해야 할 건 없었다.
분위기나 조금 살폈다.
그렇게 얼마간 지켜보다가 사무실로 돌아갔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일을 마치고 헬스장에 들렀다.
운동으로 땀을 제대로 뺀 뒤에 집으로 돌아가 웹소설을 썼다.
체스도 조금 해줬고.
이후 시간에 맞춰 방으로 들어가 생방송을 준비했다.
가면을 착용한 뒤에.
냐아아아?
전에 반응이 좋았던 럭키와 함께 대기했다.
[생방송 on]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충분히 모였을 즈음.
류성은 럭키와 함께 인사했다.
"가하! 오늘은 럭키랑 함께하겠습니다."
평소보다 격하게 반응이 터졌다.
채팅이 엄청났다.
단타꾼 : 오옷, 귀엽구만요 가하!
알탕 : 가하ㅋㅋ 하앍...!
왼발 : 오늘도 영롱하신 자태로군요!
반도체갓 : 가하! 냥이도 안녕!
미스테리 : 그보다, 오늘은 왜...?
초초린이 : ㅠㅠ가면남님 게시글보고 부랴부랴 샀었어요! 덕분에 지금 수익 많이 보고 있어요! 오늘 운좋게 생방까지 들어왔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컬렉션 : 돈복사의 시간이 왔군요ㅎㅎ
짝발 : 흐흐, 어서 가즈아!
류성은 곧바로 엔브이디아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다들 반갑습니다. 새로 오신 초초린이님도요. 지난주에 제가 엔브이디아를 매수했었죠? 1주일간 주가가 적잖게 올라간 상태인데요. 어느 정도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장이 열리면 바로 매도하겠습니다."
본장이 열리기까지 30분이 남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