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34화 (134/277)

< 단타(1) >

기다리는 동안 럭키의 귀여움을 자랑했다.

뱃살과 분홍색 패드.

그리고 착하디착한 성격까지.

"아주 개냥이에요, 그냥."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참, 고양이 잘 아는 분 계신가요? 럭키가 만져줄 때는 갸르릉거리면서 좋아하거든요? 근데 좀 많이 놀아줬다 싶으면 애가 갑자기 미친 듯이 캣타워를 타더라고요. 왜 그런지 아시는 분 계실까요?"

그때 누군가의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집사마스터 : 싫어하던 게 아니라 좋아하다가 달리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갸르릉거리다가 달리더라고요."

집사마스터 : 그러면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아서 뛰는 모양이네요. 그런 애들이 있어요. 스트레스 쌓일 때 캣타워 달리는 냥이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 달리는 냥이도 있고요.

"오호, 다행이네요. 혹시나 스트레스를 받는 건가 싶었는데."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았다.

하긴, 싫은데 골골송을 부르진 않을 테니까.

기왕 시간이 났으니까.

이참에 선물도 추천을 받아보기로 했따.

"전에 받은 후원금으로 선물도 몇 개 사주려고 하거든요. 추천 좀 부탁할게요."

그러자 각종 용품이 튀어나왔다.

몇 가지는 흥미로웠다.

집사마스터 : 캣휠 있을 정도면 웬만큼은 있으실 텐데... 해먹 있으려나요? 냥이들이 해먹 좋아해요ㅎㅎ 햇살 들어오는 곳에 적당한 높이로 메달아 놓으면 엄청 잘 쓰더라고요.

"이야, 해먹 좋은데요?"

알탕 : 캣볼도 좋습니다!

집사마스터 : 아, 캣볼 좋죠. 마따따비 잎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거든요. 요즘 마따따비 캣볼이란 게 있어서요. 그거 사주면 잘 가지고 놀 거예요.

물어보길 잘했다 싶었다.

"집사마스터님, 아이디 그대로 마스터셨군요. 좋습니다, 바로 구매할게요!"

해먹과 캣볼을 비롯한 럭키 전용 선물을 사버렸다.

"자, 그럼 이제..."

충분히 시간이 흘렀다.

본장이 열리기까지 3분이 남은 상태였다.

"흐름이나 지켜보면서 기다려보겠습니다."

자그마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가만히 대기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따라 매도하기 위해 눈을 부릅뜬 채 기다렸다.

알탕 : 왔다, 열렸어요!

짝발 : 가즈아아앜!

거래량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본장이 시작되자마자 기관이 매매에 참여한 까닭이었다.

"열렸네요."

주식을 매도하기 전, 마지막으로 계좌 현황을 슬쩍 훑었다.

종목명 : 엔브이디아

매입금액 : 166,000,000달러

수익률 : 21.36%

평가손익 : 35,457,600달러

총평가 : 201,457,600달러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순수익 3,545만 달러.

원화로 계산하면 400억에 달하는 거금이었으니까.

"그러면 이제 매도 시작하겠습니다."

해당 거래량 위로 물량을 툭툭, 던졌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200억, 350억, 500억.

상당한 물량을 투하한 까닭인지 주가가 살짝 내려갔다.

"잠깐 대기할게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니 다시 가격이 올라왔다. 아직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리기 위함인지 강한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관들. 류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매도 버튼을 눌렀다.

"자, 다시 팔겠습니다."

순식간에 1,000억 치 물량이 팔렸다.

무심히 해야 할 일을 이어갔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50분 만에 모든 물량을 털어버렸다.

아주 깔끔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어서 앞으로의 행보를 살짝 언급해줬다.

"내일은 국내 반도체 기업을 매수할 예정이거든요. 금액이 많다 보니까 전부 매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최대한 매수를 해볼 예정이고요. 그러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적당한 선에서 컷할게요. 컷하고 나면 돈이 남겠죠? 그 돈으로는 단타나 한번 제대로 해볼 생각입니다. 오랜만이죠, 단타는? 다들 그때 꼭 참여하셔서 돈복사 하길 바랄게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음에 뵐게요. 가하!"

그렇게 생방송을 종료했다.

[외화벌이를 위한 노력?]

[퀘스트 클리어!]

[선행포인트 19점을 획득합니다.]

퀘스트 클리어와 보상은 덤이었다.

*

도대체 얼마만의 단타인 걸까.

제목 : 드디어 왔다!

제목 : 포기하고 있었는데ㄷㄷ

제목 : 방금 정보꾼 마지막 인사말,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제목 : 와씨, 소오름...!

제목 : 영상 세 번 봤어요ㅠ 찐이네요!

제목 : 그가 단타로 돌아온다!

정말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정보꾼이 하는 단타.

마법과도 같은 시간.

돈이 복사되는 기적의 그날을 말이다.

제목 : 장투도 진짜 승률 100프로긴 한데 단타가 찐이긴 했지

제목 : 크흐, 아직도 그날이 기억 남

제목 : 아, 이게 고수의 세상이구나 싶었는데ㅎㅎ

제목 : 내일이라고요?

제목 : 와, 어케 기다리지?ㅋㅋ

제목 : 하루가 1년 같다...!

그때 재밌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 내일 정보꾼의 단타를 보고 싶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

본문 내용 : 다들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데 정보꾼, 그러니까 가면남은 국내 반도체 기업을 매수한다고 했음. 그러다 돈이 남게 되면 단타를 한다는 조건을 붙였음. 중요한 건 이 부분임. 돈이 남게 되면. 만약 돈이 안 남으면? 당연히 단타는 없음. 글이 길어지니까 이제 결론만 말하겠음, 성삼기업 내일 무조건 1주 이상씩 매수하셈. 이상!

[댓글]

킬킬돈돈 : 성삼기업? 왜요?

ㄴ작성자 : 가면남 자금이 워낙 커서 성삼기업 아니면 감당이 안 됨. 거기에 우리 개미까지 들러붙어서 매수하면 절대로 모든 금액을 쓸 수가 없음. 그렇게 해야만 단타를 할 수 있고 우리는 돈복사가 가능함!

ㄴ킬킬돈돈 : 와씨ㅋㅋ 이해했음ㅇㅋㅇㅋ

ㄴ진행자 : 오, 대박ㅋㅋㅋ

ㄴ유리컵 : 성삼기업 내일 10주 사겠습니다!

ㄴ불빛 : 저도 살게요ㅋㅋㅋ

ㄴ작성자 : 진짜 1주씩이라도 사야 함. 그래야 단타 가능!

ㄴ엠티 : 찐으로 좋은 정보다!

이후 비슷한 글이 게시판을 도배했다.

제목 : 내일 성삼전자 매수 가즈아아아!

제목 : 왜 사는진 모르겠는데 가즈아!

제목 : 탈출기회 주십쇼ㅠㅠ!

제목 : 뭔가 분위기가 먼가하다...!

제목 : 먼가 먼가가 온다!

제목 : 응, 그래봐야 반도체 고점^^

제목 : 반도체 고고고!

중간에 배가 아픈지 질투하는 듯한 글도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렇게 온종일.

동일한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

다음 날, 드디어 RS건물 1층 카페가 오픈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네, 이현수 바리스타님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연봉은 전에 말씀하신 대로 기본급에다가 추가로 매출에서 일부를 떼어드리도록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아, 직원들한테도 맛있는 커피 내려주시고요."

"물론입니다!"

"그럼 전 올라가 볼게요."

"예, 사장님!"

류성이 업무를 보기 위해 사무실로 올라갔고 홀로 남은 이현수 바리스타가 영업을 준비했다.

"후우, 시작해볼까."

오전 11시에 문을 열었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더니 카페로 들어왔다.

"와, 예쁜데? 신상인가?"

"그러네. 여기 지나다니면서 뭐 공사는 하는 거 같기는 했는데."

"커피도 맛있으려나."

"한번 마셔보자고."

"좋아!"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다가와 주문을 했다.

"난 핸드드립으로."

"난 라떼.“

의견을 교환하는 두 사람.

이윽고 여인이 바리스타를 쳐다봤다.

"저희 주문할게요!"

"네, 손님."

"이거 아이스로 한잔 주문하고요. 라떼도 아이스로 한잔 주문할게요."

"알겠습니다. 에티오피아 구지 체카타 내추럴 아이스로 한잔, 그리고 라떼 아이스로 한잔 맞으시죠?"

"네."

"16,500원입니다."

주문을 받고서 열과 성을 다해 커피를 내렸다.

커피 향이 진동했다.

맡기만 해도 괜히 미소가 그려지는 그런 향기였다.

"커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네!"

커피를 맛보는 두 사람을 곁눈질로 살폈다. 한 입 머금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미소짓는 모습이 보였다.

됐어...!

반응 그대로의 호평이 이어졌다.

"와, 대박. 이거 마셔 봐, 오빠."

"맛있나?"

"어. 진짜 맛있어."

맛을 본 남성 또한 다르지 않았다.

"오, 완전 좋은데?"

"그치?"

"어. 근래 먹은 핸드드립 중에서는 최고네."

"히히, 오랜만에 맛집 찾았당."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현수도 기분이 좋아졌다.

흐흐, 자주 와주세요.

속으로 바라면서 또 다른 손님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렇게 일하는 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기본급 자체도 높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매출이 늘어나야 추가적인 월급도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질수록 이현수 본인이 잘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어, 저는 이거랑..."

"예,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생각보다 손님이 꽤 방문했다.

아직 홍보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확실히 자리가 좋은 모양이었다.

하긴, 명동이었으니까.

거기다 바로 앞이 사람이 가장 많이 다니는 충무로 네거리기도 했고.

이윽고 찾아온 점심시간.

류성을 포함한 RS 재단의 직원들이 우르르 내려와 커피를 주문했다.

"흐아, 맛있는 거 먹고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란."

"너무 좋아요...!“

류성도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그를 주시하던 이현수 바리스타가 고개를 돌리는 류성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웃는 그의 모습을 보니 괜히 안도감이 밀려왔다.

마음에 드신 모양이야.

속으로 생각하며 다음에는 또 어떤 원두로 핸드드립을 내릴지 고민했다.

가장 인기가 좋은 원두 하나를 고정으로 두고 외에는 2주 정도 주기로 꾸준히 원두를 바꿀 생각이었던 까닭이었다.

"흐흠."

그 특색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올 터였다.

*

류성은 오후 업무를 부사장에게 맡기고 13층으로 올라갔다. 구석진 곳에 있는 개인 방송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집에 있는 하회탈과 조금 다르게 생긴 가면을 착용했다.

"어색하네."

여기서 방송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뭐.

훨씬 깔끔하고 조용하니 집중은 잘 될 거 같았다.

<생방송 on>

곧바로 생방송을 틀었다.

시청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가하!"

인사를 하자 사람들이 반응해줬다.

솟구치는 채팅창.

오늘은 인사 자체에 거대한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다.

알탕 : 가하! 흐, 흐흐흐!

짝발 : 가흐아아아아!

지프차 : 단타, 단타, 단타!

녹각 : 빨리 고고고!

마이웨이 : 가하요! 후웁, 드디어...!

어제 했던 말이 영향이 컸던 모양이었다.

"엄청 들어오시네요. 채팅 올라오는 것도 그렇고요."

생방송을 시작하고 이제 3분이 지났는데 벌써 시청자가 250명을 넘어갔다. 그들 대부분이 단타에 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빠르게 치솟는 채팅들.

제대로 읽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요. 단타는 돈이 남으면 할 겁니다. 일단은 국내 반도체 기업부터 매수를 조금 해봐야죠."

시청자를 진정시킬 틈이 없었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싶으면 금방 새로운 시청자 수십 명이 들어와 다시 단타 이야기를 꺼냈으니까.

"아무래도 진정이 될 분위기가 아닌 거 같으니까 일단 성삼전자부터 매수하겠습니다."

같은 증권사에 동일한 계좌를 사용하고 있어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아도 국내 주식을 매수할 수가 있었다.

"로그인 좀 할게요."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오픈하고서 화면에 분봉 차트를 띄웠다. 생각보다 성삼전자의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였다.

"벌써 3.7퍼센트라."

시총 1위 기업의 대상승이었다.

심상치 않았다.

"이거 흐름이..."

그 순간 재능 '차티스트의 눈'이 반응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알지 못하던 지식이 뇌관을 타고 흘러들었다. 덕분에 현재 차트가 어떤 상태인지 단번에 파악되었다.

"좋지 않네요."

그의 입에서 부정적인 어감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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