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36화 (136/277)

< 단타(3) >

생방송을 준비하는 류성의 표정에 기대감이 서렸다.

"흐음. 안 나와주려나?"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퀘스트 하나가 떠주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띠링!]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한정 퀘스트 발동!]

[단타 수익률을 높여라!]

[생방송을 종료할 때까지 단타 수익률 20퍼센트를 달성하라!]

[보상 : 랜덤 카드]

다만 예상을 빗나간 게 하나 있었다.

시청자와 관련이 없는 한정 퀘스트란 사실이었다

뭐, 상관은 없지만.

평소처럼 방송하면서 동시에 퀘스트도 클리어하면 될 뿐이었다.

"자, 시작해보자고."

가면을 쓰고서 생방송을 시작했다.

<생방송 on>

잠깐 렉이 걸린 모양이었다.

화면이 멈춘 느낌이었다.

그러다 한순간 렉이 풀리면서 입장 메시지가 파도처럼 쏟아졌다.

"어...?"

류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채팅이 올라왔는데 속도가 엄청나서 제대로 읽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어, 네. 다들 반갑습니다. 가하!"

시청자 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그것도 아주 가파르게.

눈을 몇 번 깜빡이는 동안 인원이 몇 배로 늘어났고 그 과정은 한참이나 반복되었다.

"벌써 170명, 아니 230명, 아니 310명..."

말을 할 때마다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데요?"

익숙한 닉네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새로운 인파에 파묻혀 기존 시청자들의 채팅이 등장과 동시에 밀려버린 까닭이었다.

"네, 글자가 하나도 안 보이거든요? 너무 빨라요, 채팅 속도가."

그 사이 시청자는 1,000명을 돌파했다.

생방송을 켜고서.

겨우 1분 27초가 흘렀을 무렵이었다.

"자, 조금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잠시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럭키를 품에 안았다.

냐아아아?

귀찮은 기색을 보이는 럭키의 뱃살을 만지며 킬킬거렸다.

"귀엽죠?"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시청자 유입 속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채팅 속도가 느려졌다.

"어후, 이제야 채팅을 좀 볼 수 있겠네요."

시청자는 2,738명이었다.

오랜만이었다.

이 정도로 많은 시청자와 함께 하는 건 말이다.

"다들 단타를 많이 기다린 모양입니다."

알탕 : 당연하죠!

기다림 : 얼마나 기다렸는지 닉네임마저 기다림이라고요ㅠㅠ

망부석 : 늙어 죽을 뻔ㅋㅋ

버터 : 후아, 기대되네요ㄷㄷ

쏘쿨 : 20분 남았다...!

액션 : 빨리 본장 열리면 좋겠다!

"네, 저도 본장이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솔직히 단타가 재밌긴 해요, 그렇죠?"

알탕 : ㅋㅋㅋㅋㅋㅋ

짝발 : ㅇㅈ!

가을바람 : 그걸 아는 싸람이!

광안리 :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립니다!

인천옆바다 : 단타 가즈아아!

"시간이 없어서 장투 위주로 했는데 앞으로는 종종 단타로 찾아뵐 예정이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다만, 재능이 없었기에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니까.

"근데 아무래도 제가 금액이 크다 보니 영향을 덜 받는 거로 해야 하거든요. 미국 대기업이나 비트코인 위주로 단타를 치지 않을까 싶네요. 소형주나 알트코인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그 부분은 참고해두시면 되겠습니다."

심지어 현재 자금마저도 모두 굴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대략 100억 원.

그 정도 금액으로 단타를 치는 게 무난해 보였다.

1,000억 원으로 단타를 치면 금액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었다. 매수, 매도를 한 번씩만 해도 거래대금은 2,000억 원이 된다.

매매를 10번만 반복해도 거래대금은 2조 원이 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인 바이넌스의 비트코인 하루 거래대금이 약 10조 원이었고 미국 대형주의 거래대금이 20조나 30조 수준이니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되면 차트가 어그러진다. 재능 '차티스트의 눈'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기 흐름을 파악하는 게 힘들어지는 것이다.

적당한 금액으로.

욕심을 줄인 채.

그렇게 단타를 이어가면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게 좋았다.

알탕 : 비트가 영향을 덜 받기는 하죠!

해운대 : 미국 대형주가 갓이긴 함ㅋㅋ

비타민 : 물려도 좋은 미국 고고!

무모한놈 : 10분 남아따!

류성은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본장이 열리는 11시 30분이 찾아왔다.

생방송 시청자 3,219명.

엄청난 인파 속에서 류성은 파인애플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차트 좀 보겠습니다."

기대감이 증폭된다.

류성도.

그리고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스마일 : 크흐, 진짜 재밌겠다ㄷㄷ

한컵 : 돈복사니까요ㅋㅋㅋ

거치대 : 과연, 과연!

가만히 차트를 주시했다.

전과 마찬가지였다.

차트를 보는 순간 지식이 떠오르면서 시각적인 형상을 이뤘다. 1분봉 차트를 확인하는 중이었는데 가상의 선이 그어졌다. 어떤 것이 지지하는 선이고 어떤 것이 저항하는 선인지 명확하게 구분이 되었다.

지지는 하락을 버텨내고.

저항은 상승을 억압한다.

그 선을 토대로 매매를 하면 되었다.

지지선에서는 매수를.

저항선에는 매도를.

그게 바로 단타의 기본이었다.

"흐름 좋네요. 단타하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파인애플이야 뭐, 시총이 2,500조가 넘기 때문에 거래량도 많은 편이고요. 반도체 기업인 엔브이디아랑 비교하자면 대충 1.5배에서 2배 정도 됩니다. 정말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터지는 날에는 하루에 50조씩 거래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몇백억 정도의 단타로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터였다. 물론 시청자라는 변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저들 대부분은 소액을 굴리는 개미일 테니까.

"아, 선부터 그어드릴게요."

단기 추세에 해당하는 지지선과 저항선을 하나씩 그렸다.

시청자도 볼 수 있도록.

"이제 해당 지지선에 맞춰서 매수를 진행하면 됩니다, 쉽죠?"

컵라면 : 그게 쉽겠냐고요ㅠ

알탕 : 일단 저 선을 그리는 것부터가 난제입니다만?

주린잉 : 그저 웃지요...^^

"아, 그럴 수 있죠.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저만 따라오면 되니까요. 돈복사, 오랜만에 시작해보겠습니다!"

곧이어 파인애플의 주가가 하락했다.

지지선에 닿기 직전이었다.

"이제 곧 지지선에 닿을 거 같네요. 살짝 깨고 아래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만 5분봉, 30분봉, 60분봉, 그리고 일봉 차트를 보면 장기적인 추세가 좋아요. 그러니 단기적으로도 흐름을 깨지는 않을 겁니다. 지지선 맞고 다시 가격이 솟구칠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지지선 가격에 매수 진행하겠습니다."

류성은 곧바로 매수를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욕심이 많은 개미들이 류성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를 걸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상당한 금액으로.

"음, 놓쳤나요?"

그 탓에 주가는 류성이 걸어놓은 매수가격까지 내려오지 않은 채 위로 솟구쳤다. 그대로 저항선까지 올라갈 기세였다.

"매수세가 생각보다 강하네요."

모두 생방송을 시청하는 일부 개미 때문임을 알고 있지만 류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단은 다음 저점 기다리면서 수다나 떨까요?"

이럴 땐 방법이 있으니까.

알탕 : ㅋㅋ저도 똑같이 걸었는데 매수가 안 되네요!

짝발 : 아쉽지만 다음 버스를 기다리면서!

집사마스터 : 럭키나 보여주세요ㅎㅎ

아무렇지 않은 척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충분히 오른 주가가 다시금 하락하기 시작할 즈음 선을 하나 그었다.

"가격 다시 떨어지고 있네요. 지지선 하나 그어보겠습니다."

일부러 원래 지지선보다 조금 더 낮게 그렸다.

저항선은 긋지 않았다.

어디에 팔아야 할지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해당 가격에 매수 걸어놓겠습니다."

지지선보다 낮게 걸어놓았기에 당연히 매수가 체결되지 않았다.

"체결이 안 되고 올라가네요, 이번 턴도 넘기도록 할게요."

그때였다.

채팅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단타하자제발 : 아니, 방금 매수했는데 어디서 팔아야 하죠?

돈만번다 : 저항선도 그어주세요!

불빛놈 : 매도 얼마에 함? 빨려 알려줘요!

욕심쟁이 : 이미 산 사람은요? 어떡함?

차트를 분석하고 알려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는커녕,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청자들.

도리어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

욕심이 덕지덕지 붙었다.

굳이 저들과 함께할 이유가 없었다.

"단타를 쫓아오는 건 좋습니다만. 욕심이 흘러넘치는 일부 개인 투자자 때문에 제대로 진행이 되질 않네요. 각자는 소액이겠지만 천만 원씩 1,000명이 모이면 100억입니다. 100억이면 몇 틱 정도는 버텨낼 수 있는 자금이거든요. 그게 차트를 어그러트릴 수 있어요. 그러면 단기 차트를 읽는 게 어려워집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앞으로 단타 생방송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길 바랍니다."

냉랭하게 말을 뱉으며 몇 사람을 강퇴시켰다.

['단타하자제발'님을 강퇴합니다.]

['돈만번다'님을 강퇴합니다.]

['불빛놈'님을 강퇴...]

그에 기존 시청자들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알탕 : ㅋㅋㅋ아니, 왜케 욕심 내나요!

주머니 : 그르게 조심 좀 하지^^

짝발 : 제발 따라만 합시다ㅠ 욕심내서 단타 망치지 말고요!

주린잉 : 어휴ㅎㅎ

반도체갓 : 형님, 멋집니다!

존버충 : 이거지!ㅋㅋㅋ

그러나 류성은 여전히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자, 한 번만 더 어그러지면 그냥 방송 접겠습니다. 이렇게 생방송을 하는 이유는 저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전부 제 방송 봐주시는 시청자분을 위해서입니다. 돈 벌려면 저는 그냥 혼자 조용히 단타치면 돼요. 굳이 이렇게 생방송 하는데 분위기 흐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다시 하락하고 있으니까 지지선 잡아볼게요. 어디 보자, 232.7달러에 걸면 되겠네요."

시청자들이 먼저 매수할 수 있게 해줬다.

그들을 위한 방송이니까.

언제든 혼자 조용히 단타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생방송을 하는 동안에는 시청자를 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욕심에 매몰되지 않은 평범한 시청자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매수 걸었죠? 저도 이제 매수 걸겠습니다."

25초 정도 지나지 주가가 지지선에 닿았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100만, 300만, 500만 달러.

"역시 파인애플이네요. 거래대금이 크니까 시원하네요."

순식간에 1,000만 달러 넘게 매수가 체결되었다.

조금만 더.

대략 1,500만 달러까지 체결된 이후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원화로 171억 원 정도였다.

"좋습니다, 좋아요."

확실히 굴리는 시드가 커지니 단타에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171억이나 매수되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저항선 보겠습니다."

대략 236.1달러였다.

"235.9달러에 매도 걸어두세요, 다들."

류성은 충분히 시간을 준 뒤에 저항선에 물량을 전부 걸어뒀다. 생각보다 금방 가격이 올라왔다. 이제 곧 저항선에 닿을 것 같았다.

"단타라서 확실히 재밌네요. 벌써 팔리기 직전이거든요?"

말하는 사이에 매도가 진행되었다.

종목명 : 파인애플

매입금액 : 15,073,511달러

수익률 : 1.43%

평가손익 : 215,551달러

총평가 : 15,289,062달러

수익률이 무려 1.43퍼센트였다.

21만 5,551달러.

원화로 하면 대략 2억 4,500만 원이었다.

"이야, 다 팔렸네요."

3분 만에 2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계속되는 단타에 수익이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크, 성공했고요."

"자, 이번 단타도 수익 1퍼센트 챙겼습니다."

"네, 이번에는 1.3퍼센트고요."

"0.78퍼센트 수익이네요."

"꽤 큰데요? 1.7퍼센트 수익입니다!"

물론 틈틈이 매수와 매도가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함정을 파서 욕심 많은 단타꾼을 퇴장시켰다. 그렇게 단타를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혼자 단타를 한다면 대략 500억 정도의 자금을 굴려도 문제가 없으리란 걸 말이다.

"벌써 1시간 넘게 단타를 하고 있는데요. 다들 돈복사 좀 하셨나요?"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다.

김빛나 : 완전 복사중ㅋㅋㅋ

안경닦이 : 수익률 13프로 넘었어요ㅠㅠ

복사꾼 :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음!

이승 : 와, 어케 이럴 수가 있죠? 단타 성공률이 90프로라니ㄷㄷ

알탕 : 내일 소고기 먹어야징ㅋㅋㅋ

비눗방울 : 노트북 한 대 사러^^

인간문화재 : 크으, 너무 행복ㅋㅋ

석삼이 : 욕심 안 부리고 그냥 똑같이 매수 매도만 했는데 돈이 엄청 늘어나네요ㄷㄷ

짝발 : 존경합니다ㅋㅋ

고냥고냥 : 리스펙ㅠㅠ 진짜 쩔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조금만 더 해볼까요?"

이후 30분 정도를 더 이어갔다.

그리고 결국.

41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단타 수익률을 높여라!]

[퀘스트 클리어!]

[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퀘스트 보상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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