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답 받아야 할 사람(1) >
생방송을 종료한 이후 각종 투자 카페에 관련 게시글이 올라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20%가 넘는 수익을 보여줬으니까.
제목 : ㅋㅋ 수익 인증!
제목 : 욕심부리다 쫓겨난 사람들 많을 듯ㅎㅎ
제목 : 강퇴 한 50명 된 듯?ㅋㅋㅋ
제목 : 그냥 가격 따라만 하면 되는건데...ㅎ
제목 : 심지어 시청자들 매매할 때까지 기다려줬음!
제목 : 크흐, 대단함ㅠㅠ
제목 : 역시 단타의 신이었음ㅎㅎ
제목 : 예전보다 더 높은 확률ㄷㄷ
제목 : 단타 성공률 90퍼센트...!
제목 : 와, 저게 말이 됨?????
제목 : 진짜 미친 실력인데요?
제목 : 감사합니다. 정말!
제목 : 욕심 많은 사람들 잊으시고ㅠㅠ 힘내세요!
제목 : 정보꾼님 최고!
그걸 류성 또한 확인했다.
"흐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많은 사람이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재밌었고.
하지만 지금부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현재 새벽 1시 15분.
딱 2시까지만 조용히 단타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럼 사볼까."
지지선에 걸어놓은 게 체결되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시청자들 시드가 줄어든 덕분에 매수가 많이 체결되었다.
대략 3,500만 달러 정도.
저항선에 매도를 걸어둔 채 느긋하게 게시판을 둘러봤다.
제목 : 와, 더 하고 싶은데ㅠㅠ
제목 : 가면남님, 다음에도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제목 : 이번 수익 일부는 후원하기로 결정!
제목 : 저는 내일 맛있는 거나...
기분 좋은 글도 몇 개 보였다.
"호오, 후원이라."
100명을 도와주면 그중 한 명은 또 다른 이를 도와줄 터였다.
바로 지금처럼.
그렇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
"조금씩, 그렇게 바꿔나가는 거지."
잡념에 빠진 사이 매도가 체결되었다.
종목명 : 파인애플
매입금액 : 35,131,007달러
수익률 : 0.77%
평가손익 : 270,508달러
총평가 : 35,401,515달러
수익률은 0.77%였다.
27만 달러.
원화로 3억이 넘어가는 거금이었다.
"크흐."
이렇게 쉽게 돈을 벌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냥 숫자놀음을 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현실이었다.
류성은 계속 단타를 이어갔고.
"이야, 1.3퍼센트네."
이번에는 6억이 넘는 수익을 냈다.
그런데 왜일까.
혼자서 하는 단타는 조금 재미가 없었다.
"...뭔가 지루한데."
결국, 2시까지 채우지 못했다.
1시 45분.
대략 30분 정도 단타를 하면서 25억이 넘는 수익을 냈다.
"그래도, 뭐. 오늘만 66억 정도 벌어들인 건가? 럭키야, 대단하지?"
냐아아앙!
"그래, 너밖에 없다!"
이 정도에서 단타를 끝내기로 했다.
"후아, 피곤하니까 자자. 카드도 다음에 뽑고."
옷을 갈아입고서 침대에 누웠다.
털썩.
럭키도 류성의 오른쪽 발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고르르릉-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오전 업무로 공모전이 진행 중인 체육관으로 향했다.
"와, 이사장님. 사람이 훨씬 많이 늘었는데요?"
"아, 나연씨는 오랜만에 온 거죠?"
"네! 첫날에 오고 처음이에요."
"그럼 충분히 놀랄 수 있죠."
"엄청나요, 정말...!"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오히려 체육관이 부족할 정도로 무수한 인파가 모여든 상태였으니까. 그 탓에 관리하는 처지에서는 일복이 터져버렸다. 사람이 늘어난 만큼 컨트롤 하는 것 역시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다들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다들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곧 조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소란이 이어지면 조각가분들이 입장하기 어려워지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계속해서 방송이 울려댔다.
돌아다니는 체육관 직원도 사람들에게 외쳤다.
"자자,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다행이라면 대부분 사람은 그 말을 잘 따랐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일부는 따르지 않는 이들도 존재했다.
"크흐흐, 그렇다니까! 어, 조금 있다가 갈게!"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혹은, 시비를 거는 사람.
"아니, 공모전 언제 시작하냐고!"
"빨리 좀 하자, 우우!"
"거, 참. 언제까지 방송만 내보내는 거야?"
일종의 민폐 관객들이었다.
"조금만 정숙을 부탁드립니다!"
"아, 조용하고 있잖아요!"
"목소리가 너무 크면 공모전 진행이 어렵습니다."
"거참 깐깐하시네."
"부탁드립니다."
"이 사람들이 진짜, 이러면 내가 꼭 진짜로 떠든 거 같잖아!"
좀처럼 소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럼에도 민폐 관객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 큰 목소리로 외쳐댔다.
"거, 참! 오랜만에 구경하러 왔더니! 공모전이라고 시작하라고, 이 사람들아!"
마침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 어떡해요? 이사장님."
"혼을 내야죠."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조각가를 위한 공모전인 만큼 민폐 관객에게는 냉정하게 대하기로 했다.
굳이 친절을 베풀 이유도 없었고.
저벅.
실랑이를 벌이는 직원과 관객에게 다가갔다.
"제가 조치하죠."
"아, 네!"
그에 민폐 관객이 류성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당신은 또 뭔데?"
"퇴장 부탁드립니다."
"뭐라고? 아니, 그거 조금 떠들었다고!"
"조금이 아니니까요."
"허, 참. 싫다면?"
"그럼 강제로 끌려나가실 겁니다."
옆을 보며 눈짓을 하자 직원 다섯 명이 들러붙었다.
"어쩌실래요?"
"이 사람들이!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류성이 한숨을 쉬었다.
"후우, 정말."
민폐 관객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낮게 속삭였다.
"당신 떠드는 거, CCTV로 다 찍혔어요."
"뭐, 뭐라고?"
"업무방해죄로 고소할 테니까 그렇게 아시고."
고소라는 말에 그제야 상황이 심각해졌음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당신이 뭔데 고소니 뭐니 그런 말을 하는데...?"
"공모전 주최 측 이사장입니다만?"
"이, 이사장...?"
"직접 걸어서 나갈래요? 아니면 끌려서 나갈래요?"
"가, 갑니다. 간다고요!"
그제야 꼬랑지를 말아버린 민폐 관객이 다급히 자리를 떠났다.
"지금 나가면 고소는..."
끝까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서 말이다.
"그건 생각해보죠."
"아니, 그..."
류성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너무 지체됐군요. 이 정도면 손해가..."
"으으...!"
끝내 민폐 관객은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조금 놀란 듯 쳐다보던 임나연이 다가왔다.
"고생하셨어요, 이사장님."
"뭘요."
"어휴, 도대체 왜 저러나 모르겠어요, 정말."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오늘 일을 겪어보니 그냥 지나갈 사안은 아닌 것 같았다. 이 부분은 확실히 해둬야 할 것 같았기에 서둘러 체육관 책임자를 찾아갔다.
"아, 그러니까... 민폐 관객 대응을 확실하게 해달라는 말씀이시죠?"
"네. 업무방해죄 고소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도 선을 넘으면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그 사실만 인지시켜도 쉽게 말을 알아들을 겁니다."
"허허, 알겠습니다."
"단호하게 대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서 공모전 진행을 눈에 담았다.
확실히 처음과 달랐다.
"와, 조각들이..."
"엄청나죠?"
"네! 이제 거의 형태가 갖춰져서 그런지 더 멋있어요."
류성도 동의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숨을 죽이고.
조각을 시작한 조각가를 화면에 담았다.
그들의 움직임에 몰입했다.
어느 순간.
모든 장면이 뇌리에 인지되는 찰나의 세계에 진입했다.
찰칵-
그 순간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였다.
"...잘 나왔네, 이것도."
확인해 보니 정말 완벽했다. 지금 찍은 사진 또한 '미래'를 이야기할 법한 수준이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미래, 그리고 곧 완성될 미래를 말이다.
사진 공모전에 출품 제한이 없었다면 분명 포함되었을 하나의 작품이었다.
*
회사로 돌아가는 길.
임나연이 운전을 하고 류성은 조수석에 올라 인터넷 기사를 살폈다.
[조각 공모전,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
[환상적인 조각! 그 과정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조각가를 위한...]
오늘 올라온 기사가 꽤 많았다.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너튜브 영상도 마찬가지였고.
<생방송 on>
현재 생방송 중인 채널에 들어가 봤는데 분위기가 좋았다.
"먹살이라..."
"네?"
"아아, 지금 인터넷 반응을 좀 보고 있었거든요."
"어머, 어떤가요?"
"엄청 뜨거운데요?"
"정말요?"
"네, 마무리만 잘하면 되겠어요."
"다행이에요, 정말!"
"그리고 너튜버가 생각보다 많이 공모전에 관심을 두네요. 특히 이 먹살이라는 너튜버는 구독자도 많고요."
"아, 먹살!"
임나연의 반응이 꽤나 격했다.
"아는 분이세요?"
"실제로 아는 사람은 아니고요. 이번에 조각 공모전 준비하면서 최근에 구독한 너튜버에요. 예술 정보를 다루는 분인데 이쪽에서는 탑이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영상을 조금 봤는데 깔끔하니 좋아서 기억에 남아 있네요."
"그렇군요."
"다음에는 이런 분들한테 광고를 줘도 좋을 거 같아요!"
류성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말요?"
"네. 아마 광고를 주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그러면서 다른 영상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생각보다 많은 너튜버가 조각 공모전 영상을 올린 상태였다.
조회수도 상당했고.
그러던 와중에 어울리지 않는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 이럴 때가 있었다.
검색한 것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영상이 떠오르는 경우 말이다.
[전 세계를 떠돌며 의술을 베푼 신의]
보통은 그냥 지나치지만.
이런 제목이라면 또 쉽게 넘어갈 수 없게 된다.
"봉사하는 분이신가?"
누가 봐도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았으니까.
영상을 클릭했다.
그러자 다큐멘터리인지 혹은 뉴스인지 모를 서두가 시작되었다.
-반평생 외지를 떠돈 한국인 의사 이야기.
-몸이 서서히 안 좋아지는 걸 느낀 걸까, 17년 만에 국내로 들어왔다.
-그게 불과 재작년이었다.
-국내에서도 그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시골이나 의료인력이 부족한 곳을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이어가던 중,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깨닫는다.
영상을 보는 류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사람이, 왜...!
불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 영상은 끝나지 않았다.
-모은 돈을 치료에 전부 쏟아부었다. 봉사활동 위주의 의료행위였기에 벌어둔 돈도 많지 않았고.
-그에겐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삶은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젠 재활 치료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돈을 벌어야 했다.
-당연하게도 봉사활동을 병행할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본인의 몸을 망가트리면서 여전히, 남을 돕고 있다.
답답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한편으로는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영상 속에서.
인자하게 웃으며 치료를 이어가는 중년의 의사에게 빠져버렸다.
너무 멋졌으니까.
[이유 말입니까?]
[네. 본인 몸을 챙기는 게 우선 아닐까요?]
[허허... 내가 의사에요. 재활 치료, 좋지요. 좋은데 드는 돈이나 걸리는 시간이나 지금의 내겐 무립니다. 그만한 돈을 벌 수도 없고 아픈 이들을 외면할 수도 없어요. 어차피 그럴 거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피는 게 낫지요.]
[아니, 그래도...]
[괜찮아요, 괜찮아. 쉽게 포기하진 않을 테니.]
[...저희도 도울게요.]
평생을 저렇게 살아온 사람을 어찌 함부로 재단할 수 있으랴.
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람이 보답받아야 하는 건데."
말을 내뱉는 순간 깨달았다.
기다릴 일이 아님을.
그 보답이 꼭 다른 누군가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해주자."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 어떤 방식이어야 베푸는 이의 삶을 채울 수 있을까.
깊은 고민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