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단타(2) >
2차 저항선이 코앞이었다.
7,261만
7,273만
7,286만
7,292만
솟구치는 가격을 보며 류성도 시청자도 웃었다.
"기세가 너무 좋지만! 그래도 아시죠? 안전하게 매도하는 걸 추천합니다. 적어도 남은 물량 절반 이상은 매도하세요."
알탕 : 그게 안전하긴 하죠!
주린잉 : 저는 쫄보라 전부 매도할게요^^
"좋은 선택입니다. 저는 그래도 시청자분들한테 보여드려야 하는 처지다 보니까 남은 물량 중에서 50퍼센트만 2차 저항선에 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3차 저항선까지 올라갈 경우를 대비해서요. 떨어지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자, 다시 말씀드립니다. 2차 저항선 가격은 7,327만 원이니까 지금 미리 매도 걸어두세요."
알탕 : 7,327만 원 확인!
짝발 : 매도 걸었지요ㅋㅋ
부스터 : 저항선 뚫고 더 가즈아아아!
연애왕 : 여친 가방 사줘야지^^
커플박멸 : 커플 죽어라!
연애왕 : 예...?
커플박멸 : 에?
류성은 피식웃고는 다시 차트를 주시했다.
차트가 움찔거렸다.
자그마한 반동을 타더니 힘차게 솟구쳤다.
"잘 올라가네요. 조금만 더...!"
7,300만 원을 돌파하면서 그 기세를 몰아 7,310만 원까지 올라갔다.
2차 저항선이 머지않았다.
잠깐 횡보하나 싶던 비트코인 가격은 재차 힘을 내며 달려나갔다.
"여기가 중요하거든요. 7,327만 원을 뚫고 더 올라가느냐? 아니면 기운을 잃고 하락하느냐?"
이 정도면 상승세가 가라앉을 법도 했으나.
"이야, 3차 지지선을 맞고 튀어 오른 게 컸나 보네요."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가격은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며 한층 더 거대해진 흥분을 안겨줬다.
"기세가 너무 좋습니다, 정말 좋아요!"
슬쩍 계좌 현황을 살펴봤다.
종목명 : 비트코인(BTC)
매입금액 : 40,305,651,790
수익률 : 1.61%
평가손익 : 648,920,993
총평가 : 40,954,572,783
본래 마이너스 5억이 넘어갔던 숫자가 지금은 플러스 6억 5천으로 바뀌어 있었다. 상당한 금액의 손해를 만회하고 수익으로 전환된 것이다.
"역시, 단타가 재밌네요."
속마음을 내뱉으며 차트를 주시했다.
7,339만
7,343만
7,347만
이대로 3차 저항선까지 올라갈 확률이 높았다. 다만 3차 저항선 또한 3차 지지선과 마찬가지로 매우 강력한 저항선이었다. 그렇기에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저항선에 맞은 뒤 아래로 떨어질 터였다.
"3차 저항선은 7,403만 원이거든요? 안전하게 7,399만 원에 나머지 물량 전부 매도 걸어두겠습니다."
여기선 전부 매도하는 게 옳았다.
그 이상은 무리.
만약 더 올라간다면 그건 내 돈이 아님을 인정하고 지켜보면 될 뿐이었다.
"더 올라가면 내 돈이 아닌 겁니다. 처음부터 차트 다시 파악하면서 새로운 저항선과 지지선을 찾아가면 될 뿐이에요. 그러니 큰 욕심 버리시고 여기선 매도하는 게 맞습니다. 전부 다 매도하세요."
그러자 7,399만 원에 매도물량이 벼락처럼 쌓였다.
"이야, 매물대 빠르게 쌓이네요. 저도 매도 걸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류성의 물량까지 더해졌다.
엄청난 매도벽이 만들어졌다.
"크, 과연...!"
강력한 기세로 마지막 기운을 분출하듯 매물대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상황.
알탕 : 가자, 가자!
짝발 : 영!
수저 : 차!
안경 : 영!
농구왕 : 차!
단타굿 : 영!
롱블랙 : 영!
스마트 : 차!
"영차영차, 순서가 엇나가잖아요. 제대로 해야죠!"
쓸데없는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7,399만 원에 도달한 매수세가 류성의 매물을 소화하기에 이르렀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그것도 전부 말이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7,403만 원에 도달한 비트코인은 이윽고 힘을 잃고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3차 저항선 맞고 흘러내리네요."
차트의 신비였다.
"이게 바로 요즘 AI프로그램 매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죠. AI프로그램이 오히려 차트를 더 제대로 그려내려고 애쓴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우리는 그걸 통해 단타 수익을 낼 수 있는 거고요. 다들 수익 축하드립니다. 이제 시작이니까 흥분 가라앉히시고요. 다시 지지선 잡아보겠습니다."
수익금 10억 원.
한 번의 단타로 적지 않은 금액을 벌어들였다.
그 기세를 이어나가야 할 때였다.
*
벌써 1시간이 지나버렸다.
"오늘 돈복사 제대로 하셨나요?"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다.
딱지 : 대박 돈복사ㅠㅠ
푸딩 : 끝내줬습니다...!
알탕 : 크으, 역시 오늘도!
짝발 : 감사합니다!
이후 후원이 쏟아졌다.
이번에 내역서를 올린 게 효과가 큰 모양이었다.
3만, 5만, 1만, 10만 원 등.
다양한 금액대의 후원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후원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사용하고 난 뒤에 꼭 내역서 올리도록 할게요. 자, 시간이 조금 늦었는데요. 으음..."
오늘 수익만 50억 정도였다.
끝내줬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단타로 50억을 벌어들이다니. 시청자와 함께 하는 단타 자체가 재밌는데 수익까지 안겨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자 금상첨화였다.
"고민이네요."
기운은 조금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래, 재밌으니까.
조금만 더 단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띠링.
류성의 노트북에서 알림이 떠올랐다.
순간 눈이 커진 류성.
물론 가면을 착용해서 화면에 제대로 잡히진 않았지만.
"어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 할 거 같네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요."
방송을 더 이어갈 수가 없었다.
너무나 중요한 메시지였다.
정말 간절하게 기다린 연락이기도 했고.
알탕 : 으, 아쉽다...ㅠㅠ
장르판 : 바쁘다니 어쩔 수 없네요ㅠ
주린잉 : 오늘 고마웠어요^^
노래짱 : 가하!
반도체갓 : 가하ㅠㅠ
"저도 아쉽네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가하!"
인사를 하고 생방송을 종료했다.
가면을 벗고.
곧바로 메시지를 클릭해 채팅창을 열었다.
인생의길 : 어, 연락을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자리에 계실까요?
류성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나 : 네, 안녕하세요!
인생의길 : 아, 반갑습니다. 채널 주인인데 한석호 선생님을 후원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나 : 맞습니다, RS재단 법인 이사장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곳에 후원을 하는 중인데 우연히 너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의길 : 그러셨군요.
나 : 그 이후로 꼭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네요.
인생의길 : 감사합니다, 근데 쉽진 않으실 거예요.
나 : 네?
쉽지 않다니.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인생의길 : 저도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정말 어렵더라구요.
나 : 으흠...!
저렇게까지 말하니 더더욱 궁금해졌다.
돈이 많이 든다는 걸까?
그만큼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일지도.
나 :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가 보군요?
인생의길 : 아, 그건 아닙니다. 재활만 충분히 하시면 되는데 그게, 참...
아아,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았다.
재활 치료보다는 봉사.
그 마인드로 인해 돕는 게 쉽지 않다는 모양이었다.
인생의길 : 재활비용이 생각보다 크기도 하고요. 기간도 오래 걸려서요. 후우, 답답하군요.
나 : 제가 설득해보겠습니다.
인생의길 : 감사합니다. 그러면 일단 만나 뵐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실까요?
나 : 물론이죠.
인생의길 : 그러면 내일...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한적한 시골 동네였다.
인생의길 : 또 봉사하러 가신다고 하셔서요ㅠㅠ
나 : 아, 그렇군요. 그럼 10시까지 찾아가겠습니다.
인생의길 : 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꼭 한석호 선생님 좀 제대로 도와주세요.
나 :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확한 건 만나봐야 알겠지만.
자신은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줄 자신이 말이다.
*
다음날, 아침을 먹고서 설거지를 했다.
오늘은 류성의 담당이었기에.
"설거지하고 커피도 타드릴게요."
"음? 커피 말이냐?"
"네. 믹스커피요, 괜찮죠?"
"허허, 좋지. 커피 한잔하고 출근하는 것도."
"오빠, 나도!"
"...오냐."
"아들, 내 것도."
"당연하지."
"형, 나는?"
"알았어, 인마."
귀찮지만 기왕 타는 거 온 가족에게 전부 맛을 보여주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바리스타의 손맛 재능이 첨가된 커피를 가족에게는 먹여본 적이 없었으니까.
놀라시겠지.
기대하면서 설거지를 끝냈다.
자, 그러면.
집에 준비된 몇 가지 믹스커피를 꺼냈다.
커피머신과 캡슐커피까지.
"흐흐."
괜히 혼자 웃으면서 커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일단 찬물에도 잘 녹는 믹스커피를 1봉만 뜯어서 컵에 담았다. 이후 시원한 물을 넣어 분말 가루를 녹인 뒤에 커피머신에 올렸다.
여기에 캡슐커피 원샷을 추가했다.
치이익-
믹스커피와 괜찮은 원두를 자랑하는 캡슐커피를 섞은 것이다.
크으, 이게 끝내주거든.
며칠 전에 별 생각없이 조합해서 마셔봤는데 정말 맛이 끝내줬다.
궁극의 커피라고나 할까.
어느새 완성된 한 잔에 얼음을 담았다.
"한 잔 완성했고."
나머지 커피도 만들었다.
총 다섯 잔을 제조한 뒤에 거실로 들고 나갔다.
"여기요, 드셔보세요."
"잘 마시마."
아버지가 가장 먼저 맛을 봤다.
호로롭-
순간 눈이 크게 뜨여진 아버지의 모습에 가족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으, 으음...?"
놀란 듯 다시 맛을 음미했다.
호록, 호로록.
연거푸 마시더니 류성을 쳐다봤다.
"아니, 커피가..."
"왜, 아빠? 이상해?"
"당신, 괜찮아?"
"어? 어어.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이 정도로 반응한다고?
그제야 다들 의문 섞인 표정으로 커피를 마셨다.
"아...!"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감탄했다.
"으흠."
류성도 마찬가지.
몇 번을 마셔도 마실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역시 궁극의 커피.
요즘은 거의 매일 이것만 마시는 중이었다.
"오빠, 이거 뭐야? 미쳤잖아!"
"미치게 맛있긴 하지."
좀처럼 감탄하지 않은 류환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형, 대박! 진짜 대박! 나 커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인정!"
"오, 그래?"
"어, 완전 크레이지라고!"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아들, 웬만한 커피숍보다 훨씬 나은데? 너무 맛있다."
류성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까지.
"종종 부탁하마."
"네, 가끔 타드릴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고 했던가.
괜히 어깨가 으쓱거렸다.
*
늦지 않게 집을 나섰다.
부사장에게 미리 연락해서 오늘은 출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회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
한석호 의사 선생님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는 보답받아야 할 존재니까.
어제 채팅을 떠올려보면 쉽진 않겠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만나보면 확실해지겠지."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로를 질주했다.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말로 외진 곳이었는데 길도 상당히 좁았다.
"으차."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5분 정도 걸어가자 대충 지은 천막이 하나 나타났다. 천막 근처에 있던 젊은 남성이 류성을 보더니 다가왔다.
"아, 혹시...?"
"네, RS재단 이사장입니다."
"오셨네요, 고맙습니다."
"뭘요, 그보다 선생님은..."
"저기 천막에서 진료를 보고 계세요."
"아아, 그렇군요."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듯한 허름한 천막 안에서 한석호 의사가 동네 주민을 살펴보고 있었다.
처진 눈동자.
굽은 어깨.
기운 없는 몸짓.
한 눈으로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환자 앞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단지 그것뿐이었음에도.
그가 지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신념이 묵직하게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