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47화 (147/277)

< 후원받는 사람들(1) >

약속했던 대로 사진을 찍으러 향했다.

"출바아아알!"

언제는 귀찮다고 하더니.

막상 나갈 때가 되니 류현아가 가장 활기찼다.

"고고고, 빨리, 빨리!"

"그래, 가자."

당연히 럭키도 함께였다.

냐아아아.

전용 가방에 들어간 럭키는 얌전했다.

"아빠 차타고 가자!"

"그래, 그러자."

집을 나선 가족 전원이 아버지의 차량인 BMW x7에 올라탔다. 대형 SUV라 온 가족이 타고도 여유로웠다.

"그럼 출발하마."

"아빠 달려!"

도로로 나서자 차량의 매력이 한껏 드러났다. 신차인 걸 떠나서 차량 자체가 워낙에 좋았다. 그 탓에 SUV임에도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자랑했다.

가장 좋은 건 따로있었다.

바로 시야였다.

"와, 경치 진짜 좋다."

"그러게."

가장 뒤에 앉은 류성은 특히나 황홀했다. 중간 자리 좌, 우에 앉은 동생 둘 사이로 보이는 전방을 눈에 담았다. 멋진 시야감에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선루프까지 있어서 개방감이 정말로 뛰어났다.

"미쳤네, 진짜."

날씨까지 좋으니 그냥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엿다.

"히히, 좋다!"

류현아와 류환도 즐거운 모양이었다.

확실히...

비싼 차라서 그런지 제대로 돈값을 했다.

"음악도 틀어야지!"

류현아가 최신곡을 틀었다.

♩♪♫♬♭♪♫.

마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어느새 목적지가 코앞이었다.

"거의 다 왔구나."

"아빠, 벌써?"

"허허, 그래."

도착한 곳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시골은 아니었고 적당히 있을 건 있는 아담한 동네였다.

"저기에요."

"건물 지하로 들어가면 되겠구나."

아버지가 지하에 차를 세웠다.

모두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보이는 사진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여기 빌렸거든요. 들어가요."

"그러자."

류성은 목에 걸린 카메라를 조심스레 만지며 사진관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사진관의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인사를 해왔다.

"어서 오십시오, 대관하신 분 맞으시죠?"

"네. 류성이라고 합니다."

"맞으시네요. 제가 여기 사진관 주인입니다."

"반갑습니다."

"3시간 동안 마음껏 사용하시면 됩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여기에 있을 예정이고요. 불편하시면 근처에 있을 테니 필요하실 때 불러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계셔도 됩니다. 편하신 대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때 사진관 주인의 시선이 류성의 목에 걸린 카메라로 향했다.

"어...?"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던 주인.

이내 눈이 커졌다.

"서, 설마. 어, 그 카메라 혹시..."

"오, 알아보시네요?"

"라이카 s3은 아니죠? 분명 아닌데..."

"네, 아니에요."

"그럼 역시...!"

사진관 주인의 표정에 흥분이 서렸다.

"한정판 라이카S4 모델인가요?"

"맞아요."

"허업, 2억이 넘는 카메라를...!"

그 말에 가족들도 놀랐다.

"2억? 오빠, 그 카메라가 2억이야?"

"어, 뭐."

"와, 미친! 카메라가 무슨 자동차보다 비싸네?"

"형, 2억이라고?"

"그래, 인마."

"와, 형이 진짜 돈을 잘 벌긴 하는구나."

"그걸 이제 알았냐."

"아니, 예전에 알았지. 우리 가족 전부 자동차 사줄 때부터."

"짜식."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사진관 주인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본인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가족들이 모르고 계셨던 거 같은데..."

"괜찮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진짜 괜찮아요."

사과를 하면서도 사진관 주인의 시선은 카메라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으음, 아무튼 기왕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혹시 그 카메라... 조금만 봐도 될까요? 제가 원래 이러지 않거든요."

"이해합니다. 한 번 보시죠."

"정말 고맙습니다!"

사진관 주인은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받고서는 요모조모 살폈다. 그리고 초점을 맞추며 렌즈에 잡히는 구도를 확인했다.

"와우, 크레이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카메라를 대하는 손길은 엄청나게 조심스러웠다.

"후아, 명품이네요. 정말."

"네. 좋더라고요."

"가족사진 아주 제대로 뽑히겠네요."

카메라를 돌려준 주인은 흥분한 기색을 애써 가라앉히면서 조금 멀리 떨어졌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라는 배려일 터였다.

"그럼 이제 찍어볼까?"

"좋아!"

"그러자꾸나."

옆을 지나가던 어머니가 옆구리를 콕하고 찔렀다.

"잘했어. 남한테만 돈 쓰는 줄 알았더니."

"크흠,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도 적당히 아끼면서 쓰고. 돈도 모아야지."

"알았어."

"그래, 알아서 잘하니까."

이윽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중앙.

류현아가 왼쪽, 그리고 류환이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몇 장 찍은 다음에 같이 찍을게. 아버지, 고개 조금만 더 들어주시고요."

"그래."

"엄마는 억지로 웃지 말고."

"어어, 알았어."

"표정이 너무 굳어있는데?"

"아, 그런가?"

"심호흡 한 번씩 해봐요."

류성의 말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심호흡했다.

한순간 풀어진 긴장감.

자연스러운 표정이 드리워진 찰나의 순간을 화면에 담았다.

찰칵-

이미 세팅이 된 무대라 조명도 좋았다.

그 덕분일까.

평소보다 더 밝으면서도 환한 느낌이었다.

"으음? 찍은 거니?"

"네."

"어, 그럼 이제..."

"이제 한 장 찍은 거예요."

"아아, 그렇구나."

"이번에는 엄마가 아버지 팔짱 좀 끼시고."

"그, 그래."

대부분 사람은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어색해지고는 한다. 그래서 예쁘게 찍는 게 어려운 거고. 하지만 류성은 이미 사진 작가의 재능을 지닌 상태였다. 사진만 잘 찍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도 전부 알고 있었다.

"이번엔 전부 왼쪽 조금 볼게요."

"왼쪽?"

"네, 천천히 왼쪽 보세요. 럭키가 해먹에 누워있다고 상상하면서요. 늘어져서는 골골거리고 있는거죠."

"럭키가 해먹에..."

생각만으로도 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이었다.

찰칵-

또다시 멋진 장면이 찍혔다.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제 럭키도 찍자."

"응! 내가 안을래!"

류현아가 럭키를 품에 안았다.

냐아아앙?

새로운 장소가 신기한지 호기심을 보이는 럭키. 고개를 빼꼼 내민 모습이 앙증맞았다.

찰칵.

자신도 모르게 찍어버린 사진은 럭키의 귀여움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었다.

"이번엔 엄마가 럭키 안아줘."

"알았어."

그렇게 한참을 찍었다.

사진관에 준비된 여러 가지 소품도 사용했다.

의상도 바꿔보고.

의자에 앉아서 찍기도 했다.

"저기, 사진 작가님?"

"예."

"저도 이제 찍으려고 하는데 찍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사진관 주인은 카메라를 받아들고서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주 제대로 찍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류성도 가족 사이로 들어갔다.

냐아아앙!

럭키가 류성에게 안겨 왔다.

"오구오구, 그래."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

가장 잘 나온 사진을 한참 동안 골랐다.

"이걸로 할래!"

"난 이거."

"엄마는 이게 좋겠는데."

그렇게 10장이 넘는 사진을 인화했다. 액자도 팔고 있었기에 바로 사진 액자까지 주문했다. 30분만에 완성된 사진 액자를 조심스레 들고 움직였다.

"와, 근데 사진 진짜 잘 나왔네!"

"그러냐?"

사진관에서 나오자마자 류현아가 조잘거렸다.

"어, 솔직히 저기 사진관 아저씨보다 오빠 사진이 더 좋아. 훨씬 좋아, 진짜로. 안 그래?"

"그건 인정."

류환이 호응하며 끼어들었다.

"엄마도 우리 아들 사진이 더 좋아 보이는데?"

"크흠, 같은 생각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까지.

냐아아앙.

심지어 이젠 럭키, 너마저.

"...좋아하니 저도 좋네요."

솔직히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사진관 주인의 실력도 범상치 않았으나 시스템에서 얻은 재능의 힘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으니까.

"아, 나온 김에 가볍게 밥이라도 먹고 가면 좋은데 럭키가 있어서 그건 안 되겠네."

"집에 들렀다가 가면 되지."

"흐음, 그럴까?"

"응! 나 고기 먹을래!"

잠깐 고민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그러면 집에 들러서 럭키랑 사진 액자도 두고 다시 나오면 되겠구나."

"우리 아빠 최고!"

"허허, 녀석."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다.

럭키와 액자를 두고.

다시 밖으로 나와 맛집에서 근사한 점심을 먹었다.

*

주말을 맞이하여 남성은 잠깐 병원에 들렀다. 어여쁘게 잠든 딸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없던 기운이 솟아났다. 어쩌면 쥐어짜낸 기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딸. 예쁜 딸."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그렇기 기운을 얻고서.

다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일하고 올게."

"여보, 좀 쉬었다가 가."

"돈 벌어야지."

"그래도..."

"괜찮아, 갔다 올게."

남성은 수척한 얼굴로 애써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내는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그나마 이렇게 딸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버텨내고 있을 뿐이었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였다.

그래도 어찌하랴.

버티고 나아갈 수밖에.

"여보..."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남성은 여인을 보며 말했다.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을 불어넣듯이.

"으응... 나도 힘낼게."

그때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곧이어 방송이 울렸다.

-소아병동에 알립니다. 후원과 관련하여 공지사항이 하나 내려왔으니 복도 게시판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소아병동에 알립니다. 후원과 관련하여 공지사항이...

남성은 후원이란 말에 눈을 빛냈다. 자그마한 도움 하나가 절실한 상태였으니까.

"보고 가야겠네."

"그러자."

부부는 서둘러 복도 게시판이 걸린 곳으로 향했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지?"

걸음을 조금 서두르는데 대화가 들려왔다.

"어머, 드디어 우리 병원도 후원 받는 거네요?"

"허어, 진짜네, 진짜야."

"RS재단이 맞네, 맞아!"

"대한한성 병원에만 후원하는 거 보고 거기로 옮기려고 했었는데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 저희도요."

"그때 얼마나 상심했던지... 근데, 드디어."

"아아...!"

부부의 표정이 대번에 바뀌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게 귀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RS재단이라고...?"

"나, 나도 들었어. 당신도 들었지?"

"어어. 어서, 어서 가보자."

게시판 앞에 도착해 문서를 읽었다.

[성선종합병원 후원 안내 공고문]

안녕하십니까? RS재단 법인입니다. 오늘부터 RS재단에서 성선종합병원 소아병동에 후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후원을...

글을 읽는 부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드디어, 드디어...!"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었다.

RS재단 법인.

대한한성 병원 소아병동이 거의 전액을 후원받는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서 얼마나 놀랐던가.

병원을 옮기려고 열심히 알아봤지만 자리가 없어서 좌절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언젠간 기회가 찾아오리라 믿으며 버텨온 나날들이었다.

"여보...!"

그 순간이 정말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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