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52화 (152/277)

< 파인애플 매수(1) >

바쁜 와중에도 할 일을 미룰 순 없었다. 늦은 밤이 되자마자 하회탈 가면을 착용했다. 곧바로 생방송을 틀려고 했지만 떠오른 홀로그램이 류성을 잠시 멈칫거리게 했다.

[한정 퀘스트 발동!]

[오늘부터 1주일간, 너튜브 생방송 시청자가 파인애플을 매수하게 만들어라. 모든 시청자의 금액을 총합하여 보상으로 환산한다.]

[남은 시간 : 1주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퀘스트였다.

흐음, 이건…… 쉽겠는데?

류성은 계획을 순식간에 세우고서 생방송을 틀었다.

알탕 : 가하!

치유 : 오오, 가하요!

김치찌개 : 가하가하가하!

장군 : 가하라고 하오!

된장 : 가하입니다^^

시청자들이 속속 들어오며 인사를 해왔다.

“네, 다들 반갑습니다. 가하!”

아직 미국장이 열리기 5분 전이었기에 가볍게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스윙을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생각이거든요. 투자하려는 액수가 많이 크다 보니까 아무래도 파인애플이 눈에 들어오네요.”

여전히 기분이 상쾌하진 않았지만 돈을 벌어야 보다 더 많은 돈을 거침없이 휘두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애써 차분하게 마음을 먹고 방송을 이어갔다.

“일단 차트부터 보죠.”

파인애플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흐름이 보였다.

이미 정보를 얻었기에 어디까지 가격이 올라갈지 알고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차티스트의 눈이 더해지니 마치 차트를 이루는 모든 것이 단어가 되어 뇌리에 박히는 기분이었다.

무언가 뻥 하고 뚫려 버린 기분이었다.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중학생 시절, 도저히 풀 수 없던 문제 앞에서 끙끙거렸었다. 그때 선생님이 공식 하나를 알려줬다. 그 공식을 대입하는 순간, 문제는 마치 열쇠를 꽂은 자물쇠처럼 탁하니 풀려버렸다.

지금 류성은 그런 마법릐 공식을 손에 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차티스트의 눈이라는 재능에 파인애플 정보권이라는 공식을 말이다.

“이거, 너무 잘 보이는데요.”

짝발 : 뭐가요?

물수건 : ???

럽업 : 미래 가격이 보이시나요?ㅋㅋ

알탕 : 그럼 어서 알려주세요!

주문폭주 : 꺄홀!

류성은 채팅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 미래 가격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일단 흐름이 아주 명확하게 보이거든요. 당장 오늘 분위기도 아주 좋을 거 같고요. 스윙으로 봐도 좋고 장기로 투자하기에도 더할 나위가 없겠어요.”

정말 대단한 기업이었다.

“여러분, 그냥 파인애플에 투자하세요. 이거 하나면 든든하겠네요, 정말. 근데 그냥 이렇게 말하면 크게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조금 더 상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지금 파인애플 시총이 얼마죠?”

류성이 질문하기 무섭게 대답이 올라왔다.

물통 : 3,500조 정도요!

알탕 : 달러로 하면 3조 달러 정도?

이야기꾼 : 워우, 무슨 기업 하나 시총이 우리나라 코스피 전부 합한 것보다 높네요?

주린잉 : 와, 시총 장난 아니네요ㄷㄷ

“네, 시총이 엄청나죠? 우리나라 코스피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더해도 시총 2,500조가 안 되거든요. 근데 파인애플은 단일 기업으로 이미 3천 조가 넘어버렸으니, 뭐. 대단한 기업이죠. 근데 말이죠.”

류성이 잠시 말을 흐렸다.

순간 채팅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분위기를 파악한 것이다.

뭔가,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이라는 분위기를 말이다.

“그 대단한 기업의 시총이 지금보다 50퍼센트 정도 더 오른다면 어떨까요?”

알탕 : 50퍼센트...?

짝발 : 어, 그럼 4조 5,000억 달러?

주린잉 : 원화로 5천 조요?

삭슬이 : ㄷㄷㄷ엄청난데요

과자 : 근데, 뭐. 언젠간 올라가겠죠ㅋㅋ

사이보그 : ㅇㅈ

불빛 : 엄청나긴 하지만, 몇 년 지나면은 뭐.

“그렇죠. 언젠간 올라가겠죠. 근데 그 시총 5천 조까지 오르는 게 막연한 언젠가가 아니라, 이번 달이라면요?”

그 질문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알탕 : 에에?ㅋㅋ

불빛 : 음? 이번 달에 5천 조까지 오른다고요?

티큐 : 그니까, 이번 달에 50프로가 오른다?

반도체갓 : 에이, 스승님! 그게 말이 됩니까!

모낭충 : 지나가던 개도 그건 아니라고 할 듯!

짝발 : 이건 노ㅇㅈ!

커피 : 말이 안 되죠, 그건ㅋㅋ

깡패 : 어허, 과해요, 과해!

타이머 : 상상만 해도 좋긴 한데, 불가능할 듯!

“말이 안 되죠, 역시?”

알탕 : 당연하죠!

주린잉 : 어, 음. 그건 확실히 가능성이 없죠ㅎㅎ

안개 :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

브이아이피 : 재판장님, 결론 내려주세요!

프렌드 : 가능성 없음! 땅땅!

치타 : 판결 완료!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2월에 벌어지게 될 터였다.

“근데 차트로는 얼추 보이거든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보였다.

차트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진짜 엄청난 차트예요, 스윙으로 보면 2월이 끝내줄 거 같단 말이죠. 괜찮은 호재 하나만 터져주면 그냥 하늘까지 치고 올라갈 차트예요.”

파인애플은 2월, 역사상 최고 실적을 자랑하게 된다. 추가로 향후 5주년 계획을 발표하고 매년 120조라는 거액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쓸 터였다.

대형 호재가 터지는 것이다.

그 호재가 차트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1차로 무수한 투자자가 모이게 될 것이다. 2차로 증권사가 그 개미들의 돈을 빨아먹기 위해 모여들 것이고. 3차로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게 되리라.

단기간 고도의 상승.

파인애플의 전설을 목도할 수 있을 터였다.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을 해보자면…….”

그리고 그 사실을 류성은 시청자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퀘스트를 클리어해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함이었다.

“여기까지는 올라갈 거 같네요. 시총 4조 5,000억 달러. 그러니까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5,000조가 되겠죠. 주당 가격으로 말을 하자면…….”

현재 파인애플의 가격은 237달러였다.

“2월 안으로 파인애플 1주당 가격이 350달러까진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가히 폭탄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덕분에.

퀘스트는 아주 제대로 클리어될 것이다.

기대되었다.

과연 어떤 보상이 주어질지.

“자, 그럼 본장 열렸으니까 파인애플 매수하겠습니다.”

그 날, 500억 치를 매수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 * *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건 정보꾼이라는 초네임드의 이름으로도 판가름할 수 없는 난제였다.

제목 : 와, 정보꾼 아니었으면 쌍욕부터 박았을 텐데

제목 : 2월, 그러니까 이번 달 내로 파인애플이 50프로가 오른다고?

제목 : 말이 되나...?ㅋㅋ

제목 : 근데 정보꾼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거 참.

제목 : 그렇다고 믿을 수도 없고...ㄷㄷ

제목 : 난제네, 난제야

제목 : 세계 10대 난제에 이거 하나 추가해라.

제목 : 그럼 이제 11대 난제냐?

제목 : 2월 한정 1대 난제로 결정!

제목 : 하긴, 2월 끝나면 결과가 나오긴 할 테니까

제목 : 와, 근데 강심장이네 정보꾼?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졌다.

엄청난 게시글이 솟구쳤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글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의견이 거의 50 대 50으로 나뉘었다.

제목 : 아니, 이건 아니라니까ㅠㅠ

제목 : 아무리 정보꾼이어도... 이번 달에 애플 시총이 50퍼가 오르는 게 말이 되냐고!

제목 : 근데 정보꾼이잖아?

제목 : 처음부터 영상 다시 보고 왔다, 그냥 정보꾼은 신이다, 믿어라!

제목 : 정보꾼이 그런 거면 그런 거라고!

제목 : 어휴, 답이 없네ㅋㅋ

제목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지

제목 : 정보꾼 너무 다 맞춰왔음, 인간적인 면모가 없다고!

제목 : 이번에 실수하면 그나마 사람 같긴 하겠네요ㅎㅎ

제목 : 하긴, 100퍼센트 맞출 순 없지

제목 : 지금까지가 너무 이상했던 거임

서서히 분위기가 기울어졌다.

이번엔 정보꾼이 맞추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목 :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제목 : 시총 3,500조가 5,000조가 되면 1,500조가 오르는 거라고!

제목 : 1,500조가 봉으로 보이냐ㅋㅋㅋ

제목 : 성삼전자가 지금 300조인데, 그럼 성삼전자 5개만큼 성장한다는 거네?

제목 : 와우...ㄷㄷ

제목 : 와, 성삼전자 5개?ㅋㅋ 이건 아닐 듯

제목 : 그러네, 저렇게 보니까 좀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 :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오르겠지.

제목 : ㅇㅇ, 그건 그럴 듯!

제목 : 정보꾼 픽이니까, 뭐ㅋㅋㅋ

제목 : 조금만 사봐야지^^

제목 : 어쨌든 오르긴 할 듯! 그게 50프로는 아니겠지만!

제목 : 한 10프로만 올라도 대박이지머ㅎ

상승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저 50퍼센트가 과할 뿐.

오르긴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덕분이었다.

무수한 개미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 * *

심사위원들에게 받은 조각 공모전 채점표를 들고서 다시 체육관을 찾아갔다.

오늘은 부사장과 함께였다.

가장 점수가 높은 3번 방, 조각상을 확인했다.

“아, 이거군요.”

“네, 확실히 눈길을 끌었죠.”

“십이지신 조각상 세트라.”

대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봐도 십이지신 조각상의 퀄리티는 정말 놀라웠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7번 방 조각상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최우수상은 고래 조각상이네요.”

“네, 이것도 멋지죠.”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것과 순위가 비슷했다.

고래상과 십이지신.

둘 중 하나가 대상이고 하나는 최우수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채점표가 딱 그대로 나와버렸다.

“어떻게 보세요, 부사장님?”

“조각상을 볼 줄은 모르지만 딱히 문제는 없을 거 같아요.”

“그렇죠?”

“네.”

“사실 저도 두 개를 대상 후보로 보고 있었거든요.”

“와, 그랬어요? 이사장님, 조각 보는 눈이 있으셨네요.”

“우연이죠, 뭐.”

류성은 웃으며 나머지 최우수상 작품을 차례대로 눈에 담았다.

절로 납득하게 되었다.

“아, 이것도…….”

“역시.”

“이 조각상도 아주 좋았죠.”

“마음에 드네요.”

하나같이 최우수에 걸맞은 퀄리티였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대상과 최우수상은 채점표 그대로 확정 짓기로 했다. 그 아래 우수상 작품 열 점과 장려상 작품 열다섯 점, 그리고 특선 작품 서른 점 또한 채점표를 따랐다.

대상과 최우수상은 사실 가장 좋은 걸 선택하면 되기에 고민할 게 없었는데 그 아래는 하나같이 쟁쟁하니 선택하기가 도리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전부 채점표 그대로네요.”

“심사위원분들이 대단하긴 하시네요.”

“그러게요.”

심사위원을 모시길 잘했다 싶었다.

“돌아가서 이대로 발표하죠.”

“네.”

사무실로 돌아가 RS재단 홈페이지에 올릴 공지를 제작했다.

[제1회 RS재단 조각 공모전 결과]

대상 - 십이지신 조각상

최우수상 - 고래 조각상, 대나무 조각상…….

우수상 - 잉어 조각상, 호랑이 조각상…….

장려상 - 인물 조각상, 건물 조각상…….

특선 - 나무 조각상, 소나무 조각상…….

수상마다 사진도 걸었다.

류성이 찍은 것이었다.

덕분에 무슨 조각상이 어떤 상을 탄 건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네요. 바로 올리죠.”

“네,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공지가 올라갔다.

많은 이들이 수상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렀다. 잠깐 서버가 버벅거리긴 했지만 터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네. 서버는 안 터진 거 같아요.”

“반응은 어때요?”

“아주 좋죠. 아주 좋긴 한데…….”

당연하게도 수상자들의 행복한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 또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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