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키 >
아이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과 학교 직원들 모두 음식을 양손 가득 들고 있었다. 전부 밝은 표정으로 손에 들린 음식을 먹었다.
“이야, 이거 맛있는데요?”
“그러게요.”
“쩝쩝, 으으음!”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최고였다.
“와, 대바아아악!”
“이건 뭐야?”
“랍스타라는 거야, 바보야!”
“이거 랍스타 아니야!”
“그럼 뭔데?”
“바닷가재야!”
“……둘 다 똑같은 거 아닌가?”
“넌 전설이랑 레전드가 똑같냐?”
“……다른가?”
“다르지!”
“뭐가?”
“느낌이 다르잖아!”
“아하……!”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대화 내용도 재밌었고.
주변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행복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토요일 수업도 끝났으니 내일은 일요일이었다.
쉬는 날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기쁜데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까지 먹는 중이었다. 심지어 푸드트럭 먹방이라는 신기한 경험까지 하는 중이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도 먹어봐!”
“난 저거!”
“이것도 맛있는데…….”
“한 입만 줘봐!”
“네 것도 줘, 그럼.”
얼마나 신이 나는지 여러 명의 아이가 방방거리며 주변을 뛰어다녔다. 너무 즐거워서 그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류성은 그 속에 있었다.
아이들 속에서 함께 웃으며 음식을 먹었다.
“삼촌, 이것도 맛있어요!”
“그래, 한번 먹어볼까.”
얇은 대패삼겹살로 돌돌 말린 한입 김밥이었다.
“으음……!”
확실히 재료가 아주 좋았다.
신선하다고나 할까.
보통의 푸드트럭보다 훨씬 퀄리티가 있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최상의 품질로 요리해 달라고 요청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게 바로 돈의 맛인가.
류성은 음식을 꿀꺽 삼킨 뒤에 음료를 마셨다.
“크흐.”
어느새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정아연을 눈에 담았다.
즐거워 보였다.
평소보다 훨씬 더 미소가 밝았다.
“아연아, 이거 먹어봐!”
“응, 고마워……!”
“이것도 맛있어.”
“헤헤…….”
어른들 기준으로 봤을 때 아이들은 아주 사소하거나 혹은 자그마한 사건으로 크게 달라지고는 한다.
오늘 이 사건이.
정아연과 그녀의 친구들에게 아주 크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 * *
즐거운 식사가 끝날 즈음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다가왔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들도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
“별말씀을요.”
“그런 의미로 마지막 한 마디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말이 있었으니까.
“허허, 좋습니다. 여기 마이크입니다.”
“감사합니다.”
무선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아아.”
소리가 크게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렇게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니 뿌듯하네요. 아, 선생님들도 즐겁게 드셔서 제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이제 준비했던 것 하나를 더 풀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저는 오늘 푸드트럭을 준비한 1학년 2반, 정아연 학생의 삼촌입니다. 학교에 직접 와보니까 정이 가고 좋네요. 그래서 이곳 돌석 초등학교에 후원을 조금 할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내 체육관이나 도서관 정도를 설립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폭탄선언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학생들은 오히려 조용했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놀란 듯 수군거렸다.
“허어…….”
“엄청난 분이셨네요.”
“그러게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엘리베이터도 괜찮겠고요.”
이번에는 아이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우와, 엘리베이터……!”
“좋아요!”
“다들 좋아하니 저도 마음이 동하네요. 하지만 이건 아연이의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그래도 되죠?”
“네? 아, 무, 물론입니다.”
“그렇다고 아연이한테 물어보거나 부담스럽게 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그럼요.”
대답과 함께 교장 선생님이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를 훔쳤다.
이 시원한 날씨에 땀이라니.
아무래도 뜨끔하신 모양이었다.
“믿겠습니다.”
“허허, 네.”
“학생 친구들도, 그럴 수 있지?”
“네에!”
“그럴게요!”
특히나 김영우의 목소리가 컸다. 이번에 잘못한 일을 사과하면서 마음에 큰 변화가 찾아온 모양이었다. 아이는 순식간에 성장하는 법이니까.
“자, 그러면 남은 음식도 맛있게 먹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당장은 이 정도면 충분할 터였다.
나머지는 차근차근.
서서히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 * *
정인아를 병원에 데려다주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냐아아아앙!
달려드는 럭키를 품에 안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애교가 많을까?”
웃으며 미간을 문질러줬다.
갸르릉-
골골대는 럭키를 잠시 내려놓고 신발을 벗었다. 다시 럭키를 품에 안은 채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한동안 럭키의 골골송을 만끽하고 있는데 품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음?”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스마트폰을 꺼내어 화면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긴 했지만 일단 받아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류성 사진작가님 맞으시죠? 이번 사진 공모전 주최 측인 성삼전자 공모전 관리부서 담당 직원입니다.
“아, 네.”
아무래도 수상을 한 모양이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대상에 당선되셨습니다.
“아, 대상이요?”
-네! 대상입니다!
“어, 일단 감사합니다.”
슬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잔잔한 행복이었다.
-하하, 네. 정말 축하드립니다. 홈페이지에도 수상결과가 올라갔는데 혹시 소식을 늦게 접하실 수도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시상식이 이번 주 목요일 저녁에 잡혀 있어서요. 그날, 시간 괜찮으실까요?
“그럼요.”
-그럼 참여하시는 거죠?
“네, 참여할게요.”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밝은 사람을 상대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이었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작가님!
“네, 고생하세요.”
통화를 종료하고서 사진 공모전 홈페이지에 접속해 봤다.
“오호.”
공모전 결과가 메인 화면에 떴다. 대상에 떡하니 적힌 ‘류성‘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대상이라…….”
기대는 했지만 정말로 대상을 받을 줄이야.
상금은 2억이었다.
“이건 친척들 선물이나 사줘야겠다.”
이제 곧 설날이었으니까.
냐앙, 냐아앙!
그때 럭키가 놀아달라는 듯 류성을 툭툭 건드렸다.
“오구오구, 그래. 놀자.”
이번 주말은 느긋하게 럭키와 보내기로 했다.
* * *
럭키와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냐아아아앙!
쥐모양 인형을 들고서 거실을 돌아다녔다.
냥! 냐아앙!
한순간 맹수가 된 럭키가 앙증맞게 뛰어다녔다. 그러나 류성은 좀처럼 지치지 않았다. 과거에 먹었던 체력 물약 효과와 꾸준한 운동 덕분이었다.
“흐흐, 어때, 더 놀아야지?”
결국, 먼저 지친 건 럭키였다.
냐아아앙……!
피곤한지 캣타워를 밟고 올라가더니 해먹 위에 안착했다.
“……녹겠네, 진짜.”
액체가 되어버린 듯한 럭키를 몇 번 쓰다듬어 주다가 소파에 앉았다.
“후우, 그래도 잘 놀았다.”
조금 쉬었다가 2차전을 할 생각이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기운이 돌아온 류성이 몸을 일으켰다.
“자, 2차전 시작해야지?”
냐아아아……?
류성이 럭키의 눈앞에 인형을 흔들었다.
냥, 냐앙, 냐아앙!
럭키도 적당히 힘이 난 걸까.
폴짝.
해먹에서 뛰어내리더니 다시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1차전보다 더 일찍 지쳤다. 피곤한 표정을 하며 럭키가 바닥에 놓인 쿠션에 올라갔다.
냥냥.
해먹까지 올라가는 것도 귀찮은 모양이었다.
“뭐야, 벌써 끝이야?”
냐아아아.
“흐음, 체력이 생각보다 약하네.”
냐아……?
류성의 의욕은 아직 죽지 않았다.
“조금만 쉬다가 더 놀자. 오늘은 아주 그냥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놀아줄 테니까.”
냐……?
그날, 늦은 밤까지 럭키와 이것저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최근 럭키가 가장 좋아하는 마따따비 잎으로 만든 캣볼로 놀아주기도 했고 캣휠을 돌리며 럭키를 유혹하기도 했다. 제대로 놀아주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럭키도 나름대로 놀이를 따라줬다.
“후아, 잘 놀았다. 그치?”
냐아아앙……!
이제 제발 그만하자는 듯한 울음소리긴 한데.
착각이겠지.
아주 뿌듯한 하루였다.
* * *
파인애플의 5주년 계획이 발표되었다.
제목 : 미친, 미친...!
본문 : 아니, 이게 뭐냐고ㅋㅋㅋ 어제는 실적이 그렇게 폭발하더니 오늘은 5주년 계획으로 부스터까지 달아버렸네ㅋㅋㅋㅋ
제목 : 와, 매년 120조를 쓴다고?
제목 : 자사주 매입 소각에만 120조ㅋㅋㅋ
제목 : 심지어 최소임, 최소!
제목 : 주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 진짜 멋진 기업이네ㅎㅎ
제목 : 이러니 갓파인애플이란 소리를 듣지!
정말 놀라운 발표였다.
5년간, 매년 최소 120조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는 것.
다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제목 : 파인애플카 상세 계획서까지 나옴!
제목 : 스마트 안경도 3년 내로 양산할 거라는데?
제목 : 미쳤다, 스마트 워치랑 호환된다고?
본문 : 그러면 스마트 워치 손목에 차고 스마트 안경만 쓰면 홀로그램처럼 막 눈앞에 모바일 스크린이 뜬다는 거지? 미쳤네, 진짜ㅋㅋㅋ 미래가 정말 성큼 다가오는구나ㄷㄷㄷ
제목 : 나 개별주 절대 안 사거든? 근데 이건 못 참겠다!
본문 : 무조건 월요일에 파인애플 산다!
제목 : 파인애플카, 스마트 워치, 스마트 안경ㅎㅎ
제목 : 미래는 파인애플이라고^^
제목 : 엄청나네, 진짜ㄷㄷ
제목 : 후후, 난 1년 넘게 파인애플 모으고 있지ㅋㅋ
제목 : ㅠㅠ개부럽네
그리고 사람들은 깨달았다.
제목 : 근데 진짜 정보꾼 말이야.
본문 :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맞추는 거지? 뭔가 특별한 정보수집 방법이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우연은 아니거든? 우연도 한두 번이지 이건 무슨 뭐만 생겼다 하면 다 맞춰버리잖아?
제목 : 결국 정보꾼은 신이라는 거지ㅋㅋ
제목 : 이번엔 그래도 우연 아닐까?
제목 : 이건 실력이 맞다!
본문 : 사실 우리도 실적 발표 있을 건 알았잖아? 그리고 나는 5주년 계획도 곧 나온다고 소식을 듣긴 했거든. 좀 확실하게 알아보려고 뒤늦게 찾아보니까 정보가 다 있긴 하더라고. 좀 귀찮긴 하지만 해외 사이트 이용해서 번역기 돌리면 더 자세한 정보도 많았고. 결국 얼마나 열심히 찾아봤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달린 게 아닐까?
제목 : 결국 그거 다 감안해서 50프로 이상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본 거네!
제목 : 그러네ㅋㅋㅋ
제목 : 정보갓이다 ㄹㅇ
제목 : 대단하네ㄷㄷ
제목 : 하, 전반적인 증시 정보도 알려주면 좋겠다ㅠㅠ
제목 : 그러게, 보니까 정보꾼은 수익만 내는구만
제목 :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조용했던 게시판이 떠들썩해졌다.
한참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들은 확신과 불안에 물들어갔다.
다가오는 월요일.
파인애플이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
돈복사 기회를 놓칠 거라는 불안.
제목 : 미치겠다...!
제목 : 빨리 월요일 와라ㅠㅠ
제목 : 월요일에 대출 받아야겠다 젠장ㅋㅋ
제목 : 나도...!
제목 : 이거 놓치면 눈물 날 듯!
제목 : 다 같이 사자!
제목 : 아몰라, 무조건 산다!
두 가지가 뒤섞인 심리적 상태는 그들을 안달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