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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161화 (161/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61화

102. 입찰

조각 판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특선.

구매 대기자가 한 명이면 사전에 제시한 금액에 바로 판매되었다. 하지만 두 명 이상일 경우에는 입찰 경쟁을 통해 팔기로 했다.

사전고지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가격을 제시받을 예정이었고 제시한 사람 중에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이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입찰 기회는 한 번입니다.”

-신중해야겠군요.

“네. 오전 11시 정각에 메시지를 보내주셔야 하고요. 시간이 늦으면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됩니다.”

-알겠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11시가 되는 순간 메시지가 왔다.

“최 대리님, 메시지 도착했어요.”

“얼마에요?”

“500만 원, 650만 원, 900만 원이요.”

“차이가 크네요. 900만 부른 분한테 바로 연락 넣어주세요. 받은 메시지도 정리해서 서류로 보내주시고요.”

“네, 대리님!”

상금도 놀라운 수준이었는데 조각 판매금도 상당한 액수였다. 특선에 당선된 조각상이 보통 200만 원에서 900만 원 사이에 판매되었고 장려상은 기본이 800만 원이었다.

“장려상에 당선된 가족상, 최고 금액 1,500만 원에 입찰 들어왔습니다.”

“진행하세요.”

당연히 우수상이나 최우수상 조각상은 그보다 훨씬 비쌀 터였다. 하지만 특선, 장려상 작품이 워낙 많아서 오늘은 이것만 정리하기에도 벅찼다.

“오늘은 특선, 장려상에 집중할게요.”

“알겠습니다!”

“이 주임님이 특선 재차 확인해주시고요. 김 주임님은 장려상 체크해 주세요.”

“네!”

최송이 대리가 지시를 내리고 두 명의 주임이 한 파트씩을 맡았다. 주임은 다시 사원들과 함께 해당 업무를 진행했다.

돈이 관련된 이상 실수가 없어야 했다.

확인 또 확인.

몇 번을 체크해도 부족했다.

“서두르지 말고요. 실수가 없는 게 중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판매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쌓이는 서류들.

그리고 줄어드는 업무량.

“후아, 특선 판매 끝났어요!”

“장려상도요!”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서류 전부 보내주세요.”

“네!”

최송이 대리는 받은 서류를 정리해서 RS재단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입찰받은 금액.

그리고 낙찰된 내역 전부를 공개한 것이다.

“고생하셨어요, 다들.”

“후아……!”

“겨우 끝났네요.”

“이제 남은 건 내일 하도록 하죠.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은 수상 작품 개수가 적은 편이니까 오늘보다는 여유가 있을 거예요.”

“다행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갔다.

나머지 업무를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5시였다.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그때, 류성의 목소리가 퍼졌다.

“자, 퇴근들 합시다. 급한 건 끝났으니까요.”

“아……!”

“시간이 참 빠르네요.”

“그러게요. 다들 갑시다.”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언제나처럼 칼퇴근이었다.

* * *

밤 11시 20분에 생방송을 틀었다.

“다들 반갑습니다, 가하!”

시청자들이 인사를 받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주식고수 : 반가요! 어제는 왜 안 왔어요?

알탕 : 오오, 가하!

초고수 : 크, 어제도 파인애플 3프로나 올랐는데!

미니멀 : 요즘 행복^^

웹툰죠아 : 돈복사 감사합니다!

물한잔 : 후원 쏠게요, 좋은 일에 써주세요ㅎㅎ

“다들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요. 물한잔 님, 후원도 감사합니다. 아, 어제는 일이 있어서 방송을 못 틀었어요. 공지를 올리긴 했는데 그래도 매우 아쉬웠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왔죠. 오늘도 파인애플이 잘 올라주길 기원해 보자고요.”

채팅을 보며 수다를 조금 더 떨었다.

“아, 단타요? 단타도 해야죠. 사실 혼자서만 조금씩 하는 중입니다. 아, 실망하셨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주말에는 다 같이할 테니까요.”

그 사이에 시청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정말 빠른 속도였다.

겨우 10분 만에 이 정도 시청자가 들어왔다는 건 계속 기다렸다는 뜻이니까.

“많이들 기다렸나 보네요. 자, 본장 시작하니까 차트 보겠습니다.”

파인애플이 벌써 2.1% 상승하는 중이었다.

“뭐, 오늘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네요.”

류성은 슬쩍 현재 자산을 확인했다.

종목명 : 파인애플

매입금액 : 217,391,304달러

수익률 : 21.67%

평가손익 : 47,108,695달러

총평가 : 264,499,999

벌써 540억 정도 수익을 보는 중이었다.

“흐흐, 크흐음. 좋네요, 오늘도! 자 갑시다!”

류성의 목소리에 기운이 묻어나왔다.

역시 돈의 힘은 강력했다.

어느새 기세가 살아나서는 하이톤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차트도 좀 볼까요? 초단기, 단기, 중기, 장기, 초장기로 세세하게요.”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자, 일단 초단기 차트를 보겠습니다. 지지선, 저항선 그어드릴게요. 여기랑 여기요, 보이시나요? 초단기로 보면 방금 위쪽 저항선에 살짝 닿았다가 내려왔네요. 방금 지지선에 닿았고요. 오, 바로 올라가는군요. 아직 힘이 강하다는 증거죠.”

단기 차트도 좋았다.

“단기 차트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중기와 장기 차트는 조금 양상이 달랐다.

“음, 스윙하려는 분들은 조심해야겠네요. 중, 장기 차트 기준으로 보면 거의 상단 최고점 부근에 도달한 상태거든요. 쉽게 예를 좀 들어볼까요?”

류성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초단기, 단기 차트에서 보여드린 저항선이 자그마한 저항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종의 장애물이죠.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돌멩이 하나가 있네요. 피하거나 넘어가면 되는 쉬운 장애물이죠.”

알탕 : 오오, 장애물...!

짝발 : 그럼 중기 차트 장애물은요?

“중기 차트의 저항선은 큰 장애물이에요. 자동차가 기울어져 길을 막고 있다거나 다리를 건너려는데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거죠. 넘어가기가 아무래도 상자보다는 힘들겠죠?”

유황 : 오호...?

뉴스맨 : 와, 이해가 쏙쏙 되네요!

“그럼 장기 차트에서 저항선은 어떨까요?”

알탕 : 완전 슈퍼급 장애물인 거네요!

“맞습니다. 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깨까지 쌓였다거나 장마가 심각해서 침수되었다거나. 침수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거나. 이러면 과연 그 장애물을 뚫고 나아갈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죠. 그게 바로 말도 안 되는 실적을 보여주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거고요. 대부분은 아마 슈퍼급 장애물을 넘어가지 못하고 집에 조용히 있을 겁니다. 그 말은 즉, 주식 또한 저항선에 맞고 힘을 잃는다는 의미죠.”

사람들이 심각해졌다.

알탕 : 그럼 언제 매도해야 하는 거죠?ㄷㄷ

“말씀드렸죠? 2월에 50프로 오를 거라고. 그거 먹고 나가면 됩니다.”

알탕 : 깔끔...ㅋㅋ

편안 : 오늘도 속이 편-안 하군요ㅋㅋㅋ

이어폰 : 크흐, 50프로 가즈아아!

“자, 마지막으로 초장기 차트를 볼게요.”

재밌게도 초장기 차트는 또 중, 장기와 달랐다.

“초장기 차트는 기세가 좋네요. 저항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정말 1년 단위로 보고서 투자할 거면 지금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1개월 단위로 수익을 내고 싶으면 지금이 기회겠네요. 2월 말일부터는 하락할 기미가 강하게 보여서요. 뭐, 순전히 제가 보는 차트 흐름이니까 참고만 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 사이 파인애플 가격이 3%까지 상승했다.

더불어 00시가 지났고.

그 순간 드디어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너튜브 생방송 시청자 파악 중……]

[시청자 매수 금액 파악 중……]

[파악 완료.]

[중상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 포인트 41점을 획득합니다.]

보상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허업……!”

놀란 류성이 잠깐 움찔거렸다.

채팅란에서 솟구치는 물음표를 보면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아, 갑자기 담이 좀 와서요.”

덕분에 122점이 모였다.

역시, 빨라.

2월 말에 정산을 받으면 150점은 훌쩍 넘어갈 거 같았다. 물론 그 전에 또 퀘스트를 몇 개 더 클리어하면 200점도 가능해 보였다.

카드는 두 장이 모이긴 했는데 당장 쓰는 건 애매했다. 혹시나 정보권이 나오면 파인애플에 돈이 다 묶여 있는 터라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모아야겠어.

계획을 세우면서 입을 열었다.

“음, 시간도 늦었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이제 한동안 상승만 나올 거 같아서 방송을 굳이 켜진 않을 거고요. 주말에 비트코인으로 단타 조금 하고 그 이후로는 파인애플 매도할 때 다시 찾아오도록 할게요. 제가 생각하는 매도 시점은 2월 말일이니까 그즈음에 공지 하나 올리고 뵙겠습니다. 가하!”

아쉬워하는 시청자를 뒤로하고서.

띠익-

생방송을 종료했다.

* * *

중후한 노인이 창문 앞에 선 채 풍광을 눈에 담았다.

“입찰 경쟁이라…….”

“어떻게 할까요, 회장님?”

“허허, 보고서에는 반드시 매입해야 한다고 적혀 있던데.”

“맞습니다. 공모전 자체도 화제가 되었으니 대상 조각상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경우 연계되는 홍보 효과만으로도 수십억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사야지.”

“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명령을 받은 비서실장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체크했다.

-네, 오후 2시까지 꼭 입찰 가격을 보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현재 오후 1시 35분.

알람을 59분으로 맞춰놓고서 대기했다.

다시 업무를 보던 중.

띠디디-

알람을 확인하고서 미리 작성해 놓은 입찰 가격을 전달했다.

기회는 단 한 번.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애매한 금액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슈를 위해서라도 비쌀 필요가 있었으니까.

비쌀수록 더욱 화제가 될 것이다.

화제는 홍보로 이어지고.

홍보는 곧 기업의 이미지와 실적으로 연계된다. 이런 사소한 부분조차 체크해서 흡수해야만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게 된다.

“흐음.”

예상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때.

휴대폰이 거칠게 울음을 토해냈다.

“라이키코리아, 비서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입찰에 성공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에 덤덤했다.

입찰 금액이 10억이었으니까.

“다들, 홍보 기사 준비하고 기다리도록.”

“예, 실장님!”

머지않아, RS홈페이지에 입찰 내역이 올라왔다.

“홍보 기사 뿌려!”

엄청난 양의 기사가 인터넷을 장식했다.

[라이키코리아, 공모전 대상작 10억에 구매!]

[이번에 열린 조각 공모전에서 대상작을 무려 10억에 구매해 화제를 끌어모으는……]

[라이키코리아, 이번에는 예술가를 위한 환원의 일종으로……!]

[라이키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구매를 사회 환원의 일종으로 보았기에 거금을 아끼지 않았다고……]

[이미지 좋은 기업으로 유명한……]

[해외 문화재 환수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라이키코리아가 이번에는……]

[라이키코리아,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가?]

[올해도 100억을 기부한 라이키 코리아……]

[라이키코리아의 돈 쓰는 행보!]

[조각 공모전은 RS재단에서 개최한 것으로 대상 상금도 높았을뿐더러, 판매금액조차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조각가들의 처우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하나같이 라이키코리아를 칭송하는 내용이었다.

팩트에 기반한 사실이기도 했고.

중요한 것은 기사 내용 곳곳에 RS재단이라는 이름이 포함되었다는 점이었다.

그 이름이 드디어.

일반인에게까지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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