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 퀘스트 >
류성이 낮게 중얼거렸다.
“어, 잠시만요.”
-아, 네.
서둘러 떠오른 퀘스트를 읽어 내려갔다.
[특수 퀘스트 발동!]
[주식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을 요청받는 상황이다. 그간 쌓아온 정보꾼으로서의 명성이 빛을 발할 때가 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단타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하라. 수익률이 높을수록 추가적인 보상을 획득한다!]
[남은 시간 : 무제한]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단타 수익률을 높이는 퀘스트였다
흐음, 괜찮은데.
딱히 시청자에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고.
이런 보상은 놓칠 수 없지.
“고민을 해봤는데요.”
-아, 네!
“출연할게요.”
-아, 역시…… 에? 어, 잠깐만요. 뭐라고 하셨죠?
“출연한다구요.”
-지, 진짜요? 정말요?
“네, 정말로요.”
-어, 어엇. 우와아아앗!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었지만.
아무튼.
기뻐하니 기분은 좋았다.
-아, 죄송해요. 너무 시끄러웠죠?
“그건 아닌데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싶어서요.”
-당연하죠!
“흐음, 요즘 프로그램 잘나가던데요? 저도 너튜브로 자주 보거든요.”
-맞아요. 시청률도 높아졌고 이슈가 되고 있죠. 근데 진짜 실력 있는 분들이 한 사람씩, 매주 탈락하다 보니 이제 섭외할 분이 없어서요. 진짜 걱정이었는데, 덕분에 한시름 놓을 거 같아요.
“아아…….”
-아무튼, 저, 정말로 준비해도 되는 거죠?
“네. 준비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일단 해당 사안 알리고 계획 잡아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하니 기가 쭈욱 빠졌다.
“귀도 좀 아프고.”
목청이 참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럭키야, 형아 간다.”
나가기 전, 럭키를 품에 안았다.
냐아아앙.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추욱, 늘어지는 녀석.
“그래, 쉬어라.”
냐아아앙.
해먹 위에 럭키를 올리고 집을 나섰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렸다.
RS재단 사무실로 향해 하루 업무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모두 각자의 업무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오전이 지나갔다.
다 함께 점심을 먹은 뒤, 류성은 부사장과 대리급 직원 세 사람을 불렀다. 추가로 안내를 맡아줄 주임급 직원 한 명을 데리고서 5층에 마련해 놓은 면접실로 이동했다.
“오늘이네요.”
“네, 괜찮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그래도 응시자가 엄청 많은 거 같아요.”
“예전과 다르긴 하죠.”
최송이 대리가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신입이군요, 신입.”
“후후, 그러게요.”
좌, 우측에서 함께 걷고 있던 백성욱와 임나연이 호응해줬다.
“점점 커지는 게 눈에 보이기도 하도, 정말 좋아요.”
“신입도 기대되고요.”
“맞아요!”
“이번에 스무 명 정도 뽑으신다고 하셨죠?”
“네, 이사장님이 그러셨죠.”
“사무실이 많이 비었었는데 좀 차겠네요.”
그래도 여전히 빈 자리는 남을 터였다. 몇 개나 되는 벽을 부수고서 거대한 사무실로 만든 덕분이었다.
“나중에는 부서별로 나뉘겠죠?”
“와, 그러려면…….”
“못해도 직원이 백 명은 넘어야겠네요.”
“금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럴지도요.”
셋이 서로를 쳐다봤다.
“우리, 열심히 해봐요.”
“네……!”
1년이 되지 않아 대리급이 되었다.
앞으로는 어떨까.
RS재단이 커지면 커질수록, 세 사람이 승진하는 속도 또한 빨라지리라.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면접 하나에도 이렇게 설레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이번에 설날 보너스 받으셨죠?”
“그럼요.”
“저, 그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세 사람은 어느새 걸음을 늦추며 낮게 속삭였다.
“저두요. 진짜 금액이…….”
“엄청났죠.”
“네, 이거 잘못 입금된 줄 알고 전화까지 걸었잖아요.”
“어머, 저도요.”
그때 면접실 앞에 도착한 류성이 걸음을 멈추며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세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서 서둘러 움직였다.
“자, 집중해 주세요.”
“네!”
“세 분이 직접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니 냉정하게 평가해 주셔야 합니다. 제 눈치, 부사장님 눈치를 조금도 볼 필요 없으니까 궁금한 것도 마음껏 물어보시고요. 아시겠죠?”
“네, 이사장님!”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좋습니다, 그러면 들어가죠.”
곧이어 면접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시작합시다.”
“네!”
주임급 직원 한 명이 면접자를 차례대로 안내했다. 면접실로 들어온 세 사람을 바라보며 다양한 질문을 했다. 대리급 직원인 최송이가 백성욱, 그리고 임나연도 질문을 망설이지 않았다.
“소년 소녀 가정에 물품을 전달하던 도중에…….”
“으음, 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어, 저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각자의 주관대로 채점을 이어갔다.
* * *
면접을 끝내고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격을 시키죠.”
“네, 좋습니다!”
“저두요. 이번에 진짜 많이 뽑았네요.”
“네, 한동안은 이 상태로 유지될 거 같네요. 자, 면접 보느라 고생하셨고요. 오늘은 이만 퇴근해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내일 뵐게요.”
퇴근하자마자 헬스장으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저녁을 먹었다.
“어후, 잘 먹었습니다.”
“으으, 배불러!”
이후 후식 타임도 가졌다.
“자, 과일 먹자.”
“오오, 딸기!”
딸기, 사과, 그리고 망고 등 다양한 과일을 함께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일상에 관한 대화.
사소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나눠야 할 이야기들.
“아, 오늘은 학교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류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나리오 공모전 개최하기로 했어요.”
“호오, 시나리오 말이냐?”
“네. 독립 예술 영화 시나리오에요.”
“좋구나, 독립 영화하면 충무로였는데.”
“그렇죠.”
“지금은 많이 죽었지.”
“어떻게 한번 살려보려고요.”
“허허, 재밌겠구나.”
“그렇죠?”
“그래, 나중에 정말 살아나면 꼭 영화나 보러 가야겠다.”
아버지의 말에 류성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만들게 되면 전부 같이 보러 가요.”
“좋지.”
“오, 나도 좋아!”
영화 이야기에 류현아가 조금 불편한 듯 움찔했지만 이내 쾌활하게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근데 아빠, 영화 좋아했어?”
“그럼.”
“난 몰랐는데……!”
“허허, 일이 바빠서 너희들이랑 영화 보러 간 적이 거의 없긴 하네.”
“이번에 보겠네!”
“그렇게 되겠지?”
“응. 오빠가 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으로 빨리 영화 만들어지면 좋겠다.”
슬쩍 류현아를 쳐다보는 류성.
흐음, 괜찮은가?
잘하면 오디션에 합격해서 출연할 수도 있을 텐데. 아무래도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 가족들에게 본인의 꿈을 밝히려는 모양이었다.
뭐, 생각이 있겠지.
알아서 잘하리라고 생각했다.
“잘 먹었어요.”
“그래.”
“저는 들어가서 글이나 좀 쓸게요.”
“무리하지 말고.”
류성은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 앞에 앉았다.
♪♩♩♬♩-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하하, 작가님. 그간 잘 지내셨죠?
“그럼요.”
-드디어 웹툰이 런칭 될 예정입니다. 원래 1년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는 정말 빠르게 그림이 나왔어요. 퀄리티도 좋구요. 그림 작가님께서도 인생이 걸린 일이라고 여겼는지 열심히 해주시더라고요.
드디어 나오는구나.
“솔직히 웹툰은 조금 기대가 되네요. 1, 2화 받아보고 읽어보니 확실히 반응도 좋을 거 같더라고요.”
-물론입니다. 역대급 웹툰이 될 겁니다.
“다른 나라로도 수출되겠죠?”
-네. 런칭과 동시에 미국, 유럽, 일본에 차례대로 수출될 예정입니다.
“기대되네요, 이건.”
-하하, 기대 이상일 겁니다. 그리고 서점용 책도 낼까 생각 중입니다.
“서점용 책이요?”
-네, 대여점에는 내지 않고 서점에만 낼 생각입니다. 웹소설, E북이 인기지만 그렇다고 종이책 시장이 죽은 건 아니거든요. 여전히 책을 넘기는 손맛에 서점에서만 책을 사는 독자도 많고요. 무엇보다, 전 세계로 본다면 우리나라만큼 웹소설이 대중적으로 된 나라가 없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로 번역 출판까지 생각하는 중이라 책을 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번역 출판까지…….”
-번역이 워낙 중요해서 신중해야겠지만요.
서점 출판은 생각도 못 했었는데
이거, 기대감이 더 오르잖아.
예전 타로카드를 떠올리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돈도 돈이지만.
뭔가 명예롭다고 해야 할까.
기분이 좋았다.
“음, 그렇군요. 믿고 맡겼으니 알아서 해주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류성은 그에게 모든 걸 맡기고서 통화를 종료했다.
그럼 글 좀 써볼까.
이후 재능 ‘글근육’을 사용해 별품매 257화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최근 데뷔한 소속 걸그룹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인공이 해당 사건을 해결하는 자그마한 에피소드였다.
주인공의 결단력, 상황 판단력, 그리고 인맥의 힘과 그간 쌓은 인지도, 대중의 관점까지 여러 장면을 사용해 연출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주며 장면을 그려내듯 적어나갔다.
“후아.”
그렇게 글을 쓰고서 적당히 휴식을 취한 뒤 생방송을 시작했다.
“자, 오늘도 분할매도 시작합니다.”
오늘도 1,000억 원을 넘게 매도했다.
* * *
다음 날도 업무를 이어갔다.
느리긴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한 걸음씩 서서히 나아갔다.
“소년 소녀 가정, 후원 지역 늘렸습니다.”
“알겠습니다.”
“병원 협업도 늘렸습니다. 소아병동 후원을 시작했고 덕분에 해당 병원에서도 외근을 긍정적으로 수락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래도 건강이 분명 안 좋은데도 애매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네.”
“그분들을 위해 여름이 오기 전에 제대로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게 합시다.”
“네, 진행할게요.”
다른 업무도 잘 진행되는 중이었다.
“보육원이 늘어나면서 강의를 들어야 할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해서 수용 인원이 크지만 비어서 놀고 있는 적당한 규모의 체육관을 대여하기로 했습니다.”
“좋군요.”
모든 게 순조로웠다.
“돌석 초등학교에 엘리베이터, 도서관, 실내 체육관 등을 설립해 주기로 했습니다.”
“아연이 생각이었죠?”
“네, 이사장님.”
“들어보니 요즘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다행이죠, 정말.”
“특히, 그 친구랑…….”
문득 덩치가 유난히 좋은 남학생이 떠올랐다.
정아연을 놀렸던 학생.
“김영우 말이죠?”
“네. 그 친구랑 지금은 가장 친하다고 하네요.”
“참 묘한 일이네요.”
“아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죠.”
“아마도요.”
물론 어른도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게 쉬울까.
아무래도 아이만큼 쉽지는 않을 터였다.
어린아이의 순수함.
싸우고도 금방 화해하는 마음.
어느새 사라진 무언가였다.
“추억이군요, 그것도.”
“네.”
“그런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후원하고 또 지금 같은 상황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져요.”
그렇기에 더 마음이 좋았다.
“힘이 나네요. 자, 다른 부분은요?”
“후원하는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모습도 대부분 파악되었으니, 다음 주부터 교우 관계 개선을 위한 1차 계획을 실행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후 백 과장으로부터 재활용 센터 설립을 위한 진행 과정을 보고받았다.
“알아본 결과 센터 설립보다는 자그마한 규모의 재활용 센터를 매입하는 방향이 훨씬 더 수익적인 면이나 운용하는 측면에서…….”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향성이었다.
“좋습니다, 계속 이대로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시 일상 업무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