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69화 (169/277)

< 윤가희 >

오늘은 미국 주식장이 열리고서야 생방송을 틀었다.

“조금 늦었죠?”

알탕 : 기다렸어요!

짝발 : 벌써 11시 31분, 본장 열렸습니다!

기사 : 고고, 어서 매도!

“자자, 서두르지 말자구요. 오늘도 상승하는 느낌이니 천천히 팔면 되죠. 그보다 3일 연속으로 보니까 좋지 않나요?”

주린잉 : 완전 좋음ㅋㅋ

타이거 : 믿고 존버할 결과, 수익률 45프로네요ㅠㅠ 감사합니다

돈만벌자 : 익절하면 후원할게요!

“이야, 다들 축하드립니다. 저도 오늘이 마지막 매도하는 날이 될 거 같으니까 참고해주시고요.”

첫날에 1,100억 원.

어제는 1,000억 원.

그리고 오늘은 남은 금액 1,500억 원을 전부 매도하면 끝이었다.

“자, 그럼 이제 분할매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도 기세가 좋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파인애플 시총이 4조 5천억 달러로 올라서는 2월 25일 당일이었으니까.

알탕 : 가쥬아아아!

짝발 : 저도 오늘 마지막 분할매도 완료!

주린잉 : 다 팔았어요, 저두ㅎㅎ

류성의 주식은 이제야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50억, 100억, 170억.

200억 전부가 팔려나갔다. 파인애플의 주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욱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며 가격을 쭉쭉 높였다.

-343.17달러

-343.23달러

-343.29달러

-343.35달러

류성은 지켜보다가 300억가량의 물량을 던졌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엄청난 거금이 무서운 속도로 매도되었다.

“크흐, 던지자마자 다 체결되었네요.”

가히 놀라운 수준의 상승세였다.

아탈 : 어, 너무 가는데?

죽얼아 : 매도 맞나요? 맞겠죠?ㅠㅠ

재블린 : 한 10프로는 더 올라가고 팔아도 될 거 같은데요!

사람들이 흔들렸지만 류성은 단호하게 말했다.

“상승세가 너무 좋아 보인다고 흔들리지 마세요. 힘 좋을 때 파는 걸 추천합니다. 발목 부근에서 사서 어깨에서 매도해야죠. 괜히 버티다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매도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거든요.”

알탕 : 빼박 팩트ㅋㅋ

퀘스트 : 인정합니다...ㅠㅠ

“특히나 일반인들은 한번 매도 타이밍 놓치면 손절을 못하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물론 안 그런 분들도 많으시지만 그런 분들이 더 많다는 점 꼭 기억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자신을 파악해보는 겁니다. 본인이 투자를 엄청나게 잘 아는 게 아니라면 그냥 절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들을 사람만 들을 터였다.

“뭐,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각자의 몫이겠지만요.”

투자는 개인이 결정하고 개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강요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시청자기에 호의를 베풀 뿐.

“자, 다시 매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500억을 던졌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역시나 순식간에 물량이 전부 팔려나갔다.

좋은 분위기였다.

-345.07달러

-345.11달러

-345.15달러

최종 목표는 350달러 수준.

기껏해야 2% 정도만 남은 상황이었다.

금방 올라갈 수치였다.

그렇기에 350달러가 되기 전에 전부 매도할 생각이었다.

남은 물량은 500억가량.

“쭉쭉 올라가네요.”

시청자와 수다를 떠는 사이 파인애플 가격이 349달러가 되었다.

지금이 마지막 타이밍이었다.

남은 500억을 전부 털어버리기로 했다.

“이것만 팔리면 전 끝입니다.”

350달러가 되기 직전, 주가가 잠시 멈칫거렸다.

상승세가 주춤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류성의 물량은 전부 집어삼켰다.

“한동안 해당 가격을 유지하리라고 봅니다. 차트를 보면 3월 중순부터 조금씩 하락하지 않을까 싶네요. 솔직히 너무 많이 올라왔거든요. 물론 100퍼센트 맞출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참고만 하시고요. 음,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시간 날 때 단타로 찾아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생방송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이었다.

이젠 익숙해진.

하지만 여전히 기분 좋은 후원금이 쏟아졌다.

마치 폭탄처럼 말이다.

“후원 감사합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벌써 생방송을 종료하냐는 말이 올라왔다.

다들 크게 아쉬워했다.

결국 시청자와 10분 정도 수다를 떨고서야 생방송을 종료할 수 있었다.

“후아.”

가면을 벗으며 계좌를 확인했다.

원화로 3,720억 원.

투자금이 2,500억 원이었으니 대략 1,220억 원을 벌어들였다.

“3,720억이라…….”

이 돈으로 무얼 해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일단 현재 후원을 늘려나가는 속도를 높이고 추가로 누군가를 더 도울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았다.

단기적인 이벤트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뭐가 좋으려나.

침대에 누워 인터넷을 뒤적이며 고민에 잠겼다.

“어……?”

하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라이키코리아, 해외 문화재 사들여!]

[라이키코리아는 다양한 자선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이번에는 세계 각국에 퍼진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사들여 국가에 반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문화재를 더욱 많은 사람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를 하여…….]

조각 공모전 대상 작품을 매입했던 라이키코리아에 관한 내용이었다.

“문화재라…….”

흥미가 생겨 라이키코리아를 검색해봤다.

[라이키코리아, 역사 왜곡에 소송까지 걸어……!]

[라이키코리아,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 광고로 애국심 드러내!]

[애국 기업, 라이키코리아!]

[라이키코리아의 그간의 행보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대단한 기업이네.”

이런 기업에 돈을 써야 하는데.

멋지네, 정말.

생각을 이어가던 도중이었다.

[띠링!]

류성의 마음을 대변하듯 퀘스트가 떠올랐다.

[퀘스트 발동!]

[기업도 애국할 수 있다!]

[애국 기업으로 유명한 라이키코리아! 해당 기업의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아주 제대로 돈쭐을 내주어라!]

[남은 시간 : 30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 시 악몽을 꿉니다.]

30일의 기간이 주어진 돈쭐 퀘스트였다.

“그래, 이런 게 진짜 돈쭐이지.”

류성은 웃으며 라이키코리아 제품을 검색했다.

신발이 상당수였고.

가방을 비롯한 의류제품도 인기가 많았다.

“액세서리도 있고.”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신발이었다.

얼마나 사야 할까.

사실 보낼 수 있는 곳은 엄청나게 많았다. 보육원 아이들, 소년 소녀 가정, 소아병동 아이들과 학부모까지.

범위를 키우자면 한도 끝도 없을 터였다.

그러니 기준을 정해야 했다.

이건 내일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해보기로 했다.

* * *

아침 조례시간, 선생님이 학생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윤가희.”

“네.”

“축하한다, 이번 2월 모의고사 총점 494점이네.”

“아……!”

“아쉽게 두 문제 틀렸어. 그래도 전교 1등이니까 다들 박수!”

아이들의 축하 박수가 터졌다.

“와, 대박!”

“부럽다……!”

윤가희는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이미 가채점을 했기에 예상하던 부분이었지만 확답을 들으니 감동이 물결처럼 흘러들었다.

전교 1등.

언제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단어였다.

“오늘은 모의고사 성적으로 교장 선생님이 훈화 말씀하신다고 하니까 20분까지 운동장으로 집합하고.”

“우우……!”

“우우는 무슨 우우야. 아무튼, 이걸로 조례는 마친다. 윤가희.”

“네, 선생님.”

“이야기할 게 있으니 따라오고.”

“아, 네.”

조례가 끝나자마자 윤가희는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향했다.

예전에는 교무실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친근함이 더 컸다. 아마도 학교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그 날부터 심경에 큰 변화가 찾아온 모양이었다.

교복 상품권과 문제집을 살 수 있는 도서상품권을 얻었을 때. 성적 우수생이라면서 받았던 선물들이 사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마음 깊이 다짐했었다.

언제고 반드시.

누구인지 모를 이 은혜를 세상에 갚아주겠다고.

“앉아봐.”

“네.”

“음, 오늘 단상에 올라갈 거야.”

“단상이요?”

“그래. 이번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한테 장학금을 주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가희는 운동장에 가서 단상 옆에서 대기하면 돼.”

윤가희의 눈이 커졌다.

“자, 장학금이요?”

“금액이 꽤 되니까 도움이 될 거다.”

“어, 그…….”

“그럼 이만 가봐.”

뭐라 질문할 겨를도 없이 선생님이 손짓했다.

나가보라는 것처럼.

뭔가 말을 해야 할 거 같기는 한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럼…… 가볼게요.”

일단은 선생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장학금이라고……?

지금까지 모의고사에서 1등을 했다고 그런 걸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이 더욱 낯설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요즘, 왜 이러는 거지?

자꾸만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강렬한 기쁨을 말이다.

“……엄마한테 줘야지.”

얼마일진 모르겠지만 큰 도움이 되리라.

“가희야, 가자!”

“아, 으응.”

친구와 함께 운동장으로 향한 윤가희는 상황을 설명한 뒤에 혼자 단상 오른쪽에서 조용히 대기했다.

머지않아 전교생이 모였다.

-그럼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교장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섰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죠? 자, 지루한 말은 최대한 짧게 하도록 할게요. 이번에 RS재단에서 우리 학교에 장학금을 후원하기로 했어요. 해당 재단의 이사장님이 바로 대국 고등학교 선배님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그 말에 아이들이 술렁거렸다.

“와, 재단 이사장이라고?”

“엄청나다.”

“우리 학교 선배래.”

-자자, 조용!

교장 선생님의 호통에 학생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이번 모의고사에서 1등을 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게 되었어요. 윤가희 학생, 올라오세요.

아래에서 대기하던 윤가희가 단상에 올랐다.

-축하해요.

-아, 가,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장학금 상패를 전달받았다.

멍하니 시간이 흘러갔다.

단상 위에서 뭘 했는지도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교실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따라 시간이 참으로 더뎠다.

“크, 벌써 저녁이네.”

“그러게.”

“아, 야자 진짜 싫은데.”

“버티다가 가야지.”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야자를 시작했다.

애써 집중력을 쥐어짰다.

간신히 목표치를 채웠을 때 종이 울렸다.

야자가 끝난 것이다.

윤가희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 다녀왔어요, 엄마!”

“아이고, 왔어?”

“응, 엄마! 이거, 빨리 받아봐!”

“이게 뭔데?”

“열어봐, 직접.”

윤가희의 어머니가 가방을 열었다.

상패가 들어있었다.

<장학금 500만 원>

해당 글자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갔다.

“이게…… 뭐니?”

“나 모의고사 1등이잖아. 그래서 장학금 받았어!”

“자, 장학금?”

“응! 상패 들고 엄마가 직접 학교로 찾아오면 지급해 준대!”

“저,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아이고, 우리 딸. 고생했다, 고생했어.”

“그거 엄마 가져.”

“이걸 왜 엄마가 가져. 우리 딸이 써야지.”

“난 괜찮아.”

“……엄마도 괜찮아. 그러면 등록금으로 모아두자.”

“진짜 괜찮다니까. 나 장학금 받고 대학교 갈 거니까 엄마가 써.”

“엄마가 돈 쓸데가 어디 있어.”

“나도 없어.”

둘은 한참이나 돈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결국, 자식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맞는지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면…… 엄마가 쓸게.”

대답과 함께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순간적으로 울컥해 버린 탓이었다.

“엄마…….”

“괜찮아, 눈에 뭐가 들어갔나 보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다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기 직전.

힘겹게 떼어낸 입술 사이로 짙은 감정이 깃든 소리가 흘러들었다.

“……우리 딸, 장하다.”

꾸욱, 눌러 참고 있던 감정이 복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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