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70화 (170/277)

< 2월 정산(1) >

장학금이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김창호 선생님께 직접 전해 들었다.

-형편이 안 좋은 친구인데, 정말 좋은 일 했다.

“도움이 되겠죠?”

-물론이지. 그 정도 금액이면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

“더 주고 싶었지만…….”

-너무 과해도 문제가 생기는 법이지.

“네, 선생님이 잘 조절해 주세요.”

-그러마.

“그럼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통화를 종료하고서 잠시 멈췄던 커피 타는 일을 이어갔다. 직접 마실 것과 직원들이 마실 궁극의 커피를 제조하는 중이었다.

“이사장님, 우유 따르면 될까요?”

“컵마다 따뜻한 우유 조금씩만 따라주세요.”

“네!”

따뜻한 우유에 캡슐 커피를 따르고 스틱 가루를 넣어 잘 저어줬다. 이건 손맛이 필요한 일이라 해당 부분은 류성이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해요.”

“정말요.”

“똑같이 해도 맛이 너무 달라요.”

“희한하다니까요, 정말.”

“음식이 손맛이라고는 하지만 커피도 손맛이 통할 줄이야.”

류성은 직원들의 수다를 한 귀로 흘리며 커피 제조에 집중했다.

스스슥.

어느새 수십 잔의 커피가 완성되었다.

“자, 다 됐네요.”

“우와아아!”

“잘 마실게요! 우와, 커피 향기.”

“저희가 들고 갈게요.”

“그래요.”

류성은 본인이 마실 커피잔을 미리 손에 쥐었다.

“느긋하게 쉬세요.”

“네!”

류성은 커피잔을 들고 옥상 정원으로 올라갔다.

2월 말.

벌써 추위가 물러갔는지 온기가 물씬 느껴졌다.

꽃샘추위는 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여기서 커피 한 잔을 마시니.

후르릅-

극상의 맛에 취해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흐아, 좋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눈에 담았다. 3,500억 시세를 지닌 자가 건물. 그것도 잘 꾸며진 옥상 공원에서 이렇게 여유를 즐기니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아.”

최근에는 시세가 더 오른 모양이지만.

대충 3,800억 되려나.

아무튼, 정말로 좋았다.

* * *

오후에는 회의를 진행했다.

“오전에 미리 얘기했었지만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라카이코리아 물품을 구매해서 다양한 곳에 후원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물건이 필요할지 정확한 파악이 필요해요.”

“이사장님.”

“네, 부사장님.”

“왜 하필 라카이코리아일까요?”

직원들이 궁금해할 부분을 부사장이 나서서 긁어줬다.

류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찾아보니 재밌는 곳이더라고요. 해외에 유실된 문화재를 구매해 나라에 반납하기도 하고, 매년 힘든 곳에 수십억이 넘는 거금을 기부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판매하는 물품을 필요한 곳에 후원도 하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해외에 홍보도 하더군요.”

“엄청난 기업이네요.”

“네, 대단한 곳이죠.”

끝까지 저런 마인드를 이어가는 기업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저런 재단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해당 기업 매출도 올려줄 겸 여러 곳에 후원을 진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좋은데요?”

“그래요?”

“네. 항상 장기적으로 꾸준한 지원만 하다 보니 일이 너무 쌓이는 느낌이었거든요. 가끔은 이런 단기적인 형식의 후원도 괜찮을 거 같아요.”

부사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생각입니다. 이번엔 단기적인 이벤트라 크게 부담은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백 대리가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네, 하세요.”

“단기적인 후원이면 범위가 더 넓어져도 상관없을까요?”

“범위라면……?”

“음, 일단 현재 재단에서 후원하는 곳에는 전부 보내는 게 좋을 거 같고 추가로 다른 곳에도 후원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다른 곳이라, 괜찮죠.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나요?”

“네.”

“어디죠?”

“한부모 가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한부모 가정. 힘들게 지내는 이들이 정말 많은데 그에 비해 지원받는 수준은 처참했다.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가정이 정말 적었다.

“제 동생이 중학교 선생님이거든요.”

“네.”

“학교에 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애초에 한부모 가정이 혜택이 적은 편이고 조건도 까다롭긴 합니다만, 문제는 조건에 부합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곳인지 알 거 같았다.

“정수현 가정과 비슷한 곳이겠군요.”

“네, 맞습니다.”

이제는 축구 선수라는 본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정수현.

그의 가정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분명 홀어머니 밑에서 지내고는 있으나 서류상 이혼이 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말 나온 김에, 요즘 정수현 어머니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아, 네.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에서 남편이 최종적으로 거주했던 곳에 소장을 보냈습니다. 결국, 답변이 오지 않았지만요. 해서 남편의 가족에게 행방 여부를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남편분은 출석 없이 소송이 진행되겠네요.”

“맞습니다.”

“문제는 없겠죠?”

“네, 이혼 사유가 충분하기에 문제없을 겁니다.”

“좋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다시 단기 후원에 관한 회의를 진행했다.

조금씩 범위가 정해졌다.

현재 RS재단이 후원하는 모든 곳.

추가로 한부모 가정까지.

“라카이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옷, 가방, 신발 등을 대거 사들여야겠네요.”

“준비하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다음 주부터 차근차근 진행해보죠.”

“네!”

그렇게 회의를 마무리했다.

* * *

파인애플 시총 4조 5천억.

1주당 가격은 350달러.

정보꾼이 파인애플을 매도하고 어느새 5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격은 그 정도 선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아, 지겹다ㅠㅠ]

[오늘은 하락이네, 심지어ㅋㅋ]

[현재 얼마임?]

[347달러임!]

[아, 놔. 내려갔네...]

[그래도 수익이긴 한데, 너무 늦게 탑승했더니, 쩝]

[와, 근데 어케 이렇게 다 맞추냐?]

[정보꾼?]

그럴수록 정보꾼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튀어나왔다.

[ㅇㅇ 매도할 때 기억남?]

[나지... ㅋㅋ]

[3월 중순까지 횡보하다가 하락한다고 하길래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맞출까 싶었는데... 현실되겠네, 또ㅋㅋ]

[이젠 의심을 안 하는 중ㅎ]

[오, 그래서 매도함?]

[했지ㅋㅋ]

[ㅠㅠ슈벌, 부럽다]

[넌 아직도 의심하냐?]

[아니,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너무 상승세였잖아 솔직히ㅠㅠ 어깨 정도일 줄 알았지ㅠㅠ]

[아하, 정수리까지 다 먹겠다는 심보였구만ㅋㅋ]

[욕심이었던 듯]

[그래도 이 정도로 버티는 게 다행이지]

[ㅇㅈ한다]

[그냥 오늘 매도하려고]

[나도ㅋㅋㅋ]

[그리고 시드 마련해뒀다가 다음에 정보꾼 단타할 때나 쫓아가야겠다]

[오, 굿아이디어ㅎㅎ]

[단타 대기합니다, 정보꾼 님!]

[어서 오십쇼ㅋㅋ]

신규 투자자들은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어진다.

[도대체 정보꾼이 누구?]

[주린이냐?]

[ㅇㅇ 투자 시작한 지 3일 차임]

[여기, 링크. 영상부터 봐라]

[감사!]

그런 이들이 정보꾼의 너튜브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주식대마왕TV>

-구독자 13.67만 명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꾸준히.

매일 조금씩 구독자가 증가했다. 어느새 해당 채널의 구독자가 13만 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와ㅁㅊ 뭐에요, 저 사람?]

[정보꾼임ㅋㅋ]

[투자의 신!]

[그냥 따라면 가면 됨]

[욕심은 ㄴㄴ!]

[믿으면 복이 오리라!]

어느새 정보꾼 신도가 만들어졌다.

[정보꾼을 믿으라!]

[찬양하라!]

[의심하지 말지어다!]

투자자에겐 진정 신과 같은 존재였다.

* * *

J엔터의 대표 황진형이 모니터 화면을 눈에 담았다.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투고란을 확인했다. 사실 투고가 자주 오지 않는 편이라 길게는 한 달이 넘게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은 있으려나.”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무려 세 개의 파일이 게시판에 올려진 상태였다.

“호오, 세 개라?”

황진형의 눈이 빛났다.

두 개는 작곡.

하나는 가사였다.

“일단 노래부터 들어볼까.”

왠지 기분이 좋아진 그는 가볍게 파일을 재생했다.

들려오는 음악 선율.

초반부 리듬이 귀를 적당히 사로잡았다.

“흐음.”

그러나 황진형의 표정은 딱 거기까지였다.

미소가 그려지진 않았다.

적당하지만, 거기서 멈춰 버린 곡.

“아쉽네.”

미묘한 선 하나를 넘지 못한 차이였다.

이런 곡은 너무 많았다.

특색도 보이지 않기에 굳이 계약할 이유도 없었고.

스윽.

턱을 쓸어내리며 두 번째 파일을 열었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너무 무난해서 지겨울 정도였다.

“쩝, 허탕인가.”

마지막 남은 가사 파일을 클릭했다.

딸칵.

그러자 글자가 화면에 떠올랐다.

[손을 내밀어준 너에게]

[용기 내어 다가간 한 걸음]

[마주친 눈빛]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그냥 넘어가려고 했으나 어느새 눈은 첫 번째 문장으로 올라갔다.

읽고, 또 읽게 되었다.

문장을 음미할수록 가사가 지닌 음률이 느껴졌다.

“흐음, 느낌이 좋은데?”

다시 가사를 읽어봤다.

딱딱, 끊어지는 리듬감이 글에서 느껴졌다.

그 리듬은 이미 하나의 곡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작곡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런 가사는 흔치 않았다.

“마음에 들어.”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집중했다.

다음 가사를 읽었다.

어느새 클라이막스 부분을 눈에 담았다.

음률이 더욱 짙어졌다.

조금 과장하자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음악이 재생되는 기분이었다.

황진형.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모든 가사를 읽은 뒤 그의 입에서 깊은 여운이 뒤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후아…….”

누구야, 도대체?

투고를 넣은 작사가를 확인해 봤다.

류성, 류성이라.

익숙한 느낌이 들어 검색을 해보니 3개의 노래가 나왔다.

“역시 신인은 아니구만.”

다만 노래를 부른 가수가 전부 마이유였다.

“허어.”

심지어 모든 노래가 차트에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다시 가사를 확인하니 더 욕심이 생겼다. 지체할 것 없이 바로 투고를 한 작사가에게 연락을 넣어보기로 했다.

* * *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월 28일, 마지막 날의 포인트 정산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J엔터의 대표인 황진형이라고 합니다. 류성 작사가님 맞으신지.

대표에게 직접 연락이 왔다.

조금 놀랍긴 하지만.

류성은 감정을 다스리며 대답했다.

“아, 네. 맞습니다.”

-하하, 투고한 가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투고란을 자주 보는 게 아니라 조금 연락이 늦었습니다. 혹시 다른 엔터랑 계약하셨을까요?

“아직입니다.”

-후아, 다행이네요. 일단 가사가 정말 좋았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요? 그러니 저희랑 계약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하하, 조건만 좋다면야 감사하죠.”

-물론 좋게 해드려야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할까요?

“좋습니다. 구경도 할 겸 제가 찾아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었기에 오전에 찾아가기로 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작사가님.

“네.”

통화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그 순간 기다렸던 홀로그램이 우르르 떠올랐다.

[연계 퀘스트 ‘어서 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선행 포인트 33점을 획득합니다.]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후원금액이 초기화됩니다.]

먼저 정기후원 퀘스트.

[소아병동의 키다리 아저씨!]

[소아병동 아이들 치유 진행 정도를 파악합니다.]

[파악 완료.]

[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x2

[선행 포인트 16점을 획득합니다.]

이어서 소아병동 퀘스트.

[착한 프랜차이즈!]

[지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본점만 파악합니다.]

[파악 완료.]

[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소소하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프랜차이즈 퀘스트까지.

“크흐.”

그야말로 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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