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이게 아니구요.
지금부터입니다.
다들, 집중해서 읽어주세요!
자, 모집 요강에 보니까 꽤 많은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하더라고요! 영화 제작 투자금까지 전액 지원한다는 모양이에요. 더 놀라운 건, 영화 제작 감독으로 예비 감독 및 신인 감독을 대거 투입하겠다고 하네요!
엄청난 정보라 올려봅니다.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가슴이 떨려서요.
흥분될 지경이네요.
다들 참고하시고 파이팅입니다!]
엔터를 짧고 강하게 눌렀다.
타악.
그러자 글이 작성되었다는 문구가 모니터 화면에 떠올랐다.
“후아, 다들 좋아하겠지?”
신인 및 예비 감독들에겐 더없이 귀중한 정보였다.
가뭄에 단비와도 같달까.
사막에서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금 기다리니 예상대로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댓글]
영화인17 : 너무 놀라서 순간 어그로인 줄 알았네요
└작성자 : 찐입니다!
└영화인11 : 저도 화들짝ㅎㅎ
└영화인99 : 공모전 모집 요강 보고 왔는데, 대박인데요?
└영화인03 : 환호 질렀습니다ㄷㄷ
영화인33 : 와, 소름이 쫘악...!
영화인51 : 무조건 뽑히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작성자 : QnA에도 그건 없더라고요!
└영화인135 : 시나리오 뽑히고 나면 영화 감독도 모집할 거 같네요ㅎ
└작성자 : 그럴 거 같습니다!
영화인255 : 준비 중인 단편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ㅎㅎ
└작성자 : 같이 열심히 해보죠!
김영화는 답글을 달면서 잠깐 후회했다.
“정보를…… 괜히 알려줬나?”
뭔가 경쟁자가 늘어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고개를 털며 잡념을 지워 버렸다.
“어차피 금방 알려질 정보였어.”
그러니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뽑히면 그만이었다.
다시 댓글을 달았다.
서로서로 격려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으으, 기대된다……!”
어서 빨리 공모전이 끝나고 영화 제작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 * *
오랜만에 이신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야, 빨리 와라!
“뭔데?”
-2, 3호점 오픈했다!
“허, 드디어?”
-어, 갈 거지?
“당연하지.”
-그럼 본점으로 와라. 만나서 같이 가면 되겠네.
“오케이.”
류성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멀지 않은 곳.
이신우가 운영하는 치킨집에 도착했다. 최근에 새롭게 바꾼 치킨집 상호명이 상단에 달려 있었다.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슬쩍 고개를 내리자 이신우가 보였다.
“차는?”
“하나만 타고 가면 되지, 뭘.”
이신우는 자연스럽게 류성이 끌고 온 차량 조수석에 올라탔다.
“고고!”
“그래서, 어딘데?”
“자, 여기.”
이신우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거치했다. 거기에 목적지로 향하는 길과 예상 시간이 나와 있었다.
“25분이면 생각보다 가깝네.”
“어, 그렇게 멀지는 않더라고.”
“간다.”
“고고고!”
그렇게 25분을 이동해 도착한 곳은 생각보다 위치가 좋은 번화가였다. 일단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 동네 꽤 비쌀 텐데.”
“흐흐, 투자금이 얼만데. 그거면 충분하고도 남아.”
“으흠. 근데 누가 맡는 건데?”
“사촌 동생.”
“그래?”
조금 걱정이 되었다. 친척 간에 돈으로 엮이게 되면 아무래도 민감해지는 부분이 생기니까.
“나도 고민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야.”
그 마음을 읽은 걸까.
이신우가 곧바로 설명을 해줬다.
“진짜 엄청나게 성실한 녀석이라서 믿을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대로 안 하면 손해배상 청구한다고 계약서에도 확실하게 해놨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
“크흠, 누가 뭐라고 하디?”
“표정이랑 눈빛으로 뭐라고 하더만.”
“새끼, 눈치만 빨라서는.”
“덕분이지.”
“자금은? 부족하진 않고?”
“괜찮아. 2호점이야 사촌 동생이 맡을 거라서 투자금으로 전부 처리했고 3호점은 단골손님 한 분이 맡기로 했거든. 2호점 말고는 크게 돈 쓴 곳이 없어서 아직은 여유 있어.”
“그래?”
“어. 솔직히 생각보다 큰돈은 안 들더라. 10호점까지는 무난할 듯?”
“홍보비가 많이 들겠지.”
“그렇지. 슬슬 홍보도 시작해야지.”
이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니까 이제야 좀 실감이 난다.”
“그러냐?”
“어. 앞으로 계속 지점 늘려나간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엄청나게 좋은데?”
“그래, 파이팅이다. 흐흐.”
“……묘하게 손해 보는 기분이지만. 오케이!”
류성은 웃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문득 궁금해졌는데.”
“어.”
“왜 착한이 아니라 차칸이냐?”
“특색이라도 좀 주려고.”
“으흠.”
“왜, 이상하냐?”
“아니, 나쁘지 않은 듯.”
“다행이네, 흐흐.”
길을 꺾자 드디어 2호점이 보였다.
“허어……!”
류성과 이신우 모두 크게 놀란 듯 눈이 커졌다.
< 보답받는 사람들 >
2호점은 이미 영업을 개시한 상태였다.
오픈 기념이라고나 할까.
무료 시식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는데 손님들이 생각 이상으로 바글바글했다.
“이야, 엄청나게 많은데?”
“그러게. 생각보다 더 많네.”
“목이 좋아서 그런가.”
“아마도?”
“확실히 자리가 중요하구만.”
그때,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사장이 이신우를 발견하고는 빠르게 달려왔다.
“신우 형!”
“오냐.”
“옆에 분은 누구셔?”
“프랜차이즈 투자자.”
“헙, 아, 안녕하세요!”
“아, 네. 반가워요. 투자자긴 한데 그냥 신우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예요. 류성이라고 하고요.”
“저는 신우 형 사촌 동생인 이한선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슬쩍 이신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도 될까요?”
“네! 전 그게 훨씬 더 편합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류성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기왕에 왔으니까 나도 좀 도와야겠네. 그래도 명색이 투자자인데.”
“오오,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이신우가 어깨를 툭 하고 쳤다.
“뭐 하려고?”
“커피나 빠르게 타서 손님들한테 돌리려고.”
“콜라가 있는데 굳이?”
“뭐, 커피 좋아하는 손님도 계실 테니까.”
“그런가?”
“어, 그리고 내 커피 맛있어, 인마.”
“그래. 상관은 없으니까.”
저 말에 괜히 오기가 생겼다.
“내가 콜라보다 커피를 더 찾게 만든다, 꼭.”
“흐흐,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신우한테 커피 맛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이참에 녀석한테도 맛을 보여주기로 했다.
“두고 보자고. 일단 난 따로 준비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오케이.”
류성은 먼저 근처 마트로 향해 캡슐 커피가 들어 있는 대형 상자와 인스턴트커피 200봉지가 들어 있는 상자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우유는 무게가 있어서 들고 올 수가 없었다. 대량으로 구매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우유 배달 지금 바로 되나요? 여기 바로 옆 치킨집이거든요.”
“네. 본래 즉시 배달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우유 1.25ℓ짜리 50팩을 추가로 결제를 진행했다.
“감사합니다, 바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류성은 먼저 치킨집으로 돌아가 커피 제조를 준비했다.
“우유 배달 왔습니다!”
곧이어 도착한 우유를 사용해 본격적으로 궁극의 커피를 만들었다. 치킨 가게 사장인 이한선은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고 이신우는 느긋한지 여기저기 귀찮게 들쑤시고 다녔다.
“여, 도와주랴?”
“흐음. 됐다, 혼자 하는 게 편해서.”
“아, 심심하네.”
“그럼 내가 타는 커피들 손님한테 나눠주기나 하든가.”
“오케이!”
커피가 빠르게 제조되었다.
순식간에 완성된 10잔.
“일단 이거부터 들고 간다.”
“어.”
류성은 대충 대답하며 커피 제조에 집중했다.
* * *
이신우는 쟁반에 놓인 커피를 손님들에게 내어줬다.
“자자, 커피도 한 잔씩들 마시면서 드세요.”
“음? 커피네요?”
“네. 여기 투자자가 성격이 좀 특이해서요. 콜라면 충분한데 굳이 손님들한테 커피를 대접하고 싶다고 하네요. 직접 준비한 거니까 맛만 봐주세요.”
“이야, 대단한 분이시네요.”
“하하, 열정이 넘치죠.”
“그러면 한번 마셔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첫 번째 손님이 커피를 마셨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