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는 몸을 움찔거리며 떨었다.
“어, 으음!”
기이한 탄성을 뱉어내며 커피를 호로록 흡입해 버렸다. 그러고는 멍하니 이신우를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저기, 혹시 한 잔만 더 마셔도 될까요?”
“네? 아, 네. 그러세요. 커피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예, 아아, 그것도 그런데…….”
“그런데요?”
“커피 맛이, 너무 끝내줘서요.”
“예에? 그래요?”
“네, 아무튼 잘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그 대화에 호기심을 느낀 걸까.
몇 명이 다가왔다.
“저도 커피 한 잔 마셔도 되나요?”
“아, 그럼요! 다들 드셔보시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커피를 들고 간 손님들에게서 각양각색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우홋!”
“어머, 이게 뭐야……?”
“대박인데?”
“허, 미친.”
그러나 한 가지는 같았다.
모두 감탄해 마지않았다는 점이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한 이신우가 커피를 마셔봤다. 순간 머리가 띠잉, 울리더니 척추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그간 마셨던 커피는 커피도 아니라는 듯, 극한에 이른 향과 감칠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꿀꺽-
삼키는 순간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이, 이게 무슨.”
그제야 사람들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이건 그냥 미친 맛이었다.
이신우는 나머지 커피를 손님에게 나눠주고서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야야, 미친. 이거 뭔데!”
“뭐가?”
“이 커피, 맛이 이상해!”
“음? 이상하다고?”
“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맛이 아닌데? 천상의 맛이다. 천상!”
“……미친놈.”
“그보다 벌써 스무 잔이나 만들었냐?”
“어. 반응은 어때?”
“손님들이 진짜 환장하더라. 완전 대박이면서 난리야, 난리!”
방방거리며 날뛰는 이신우를 쳐다보며 류성이 혀를 찼다.
“그보다, 착각한 거 아니지?”
“뭐가?”
“여기 카페 아니고 치킨집이야.”
“아, 참. 그랬지.”
“어휴.”
“크흠, 장난이고. 그냥 커피 맛이 끝내주더란 얘기지. 근데 진짜 뭘 어떻게 한 거야?”
“내가 손맛이 좋잖냐. 이제 시답잖은 소리 그만하고 커피나 빨리 갖고 가라.”
“어어, 오케이!”
이신우는 곧바로 손님들에게 향해 외쳤다.
“자자, 둘이 마시다 죽어도 모를 커피입니다! 치킨집 개업 기념으로 투자자께서 감추고 있던 실력을 끄집어내어 직접 제조한 천상의 맛을 지닌 커피입니다! 어서 한 잔씩들 드셔보세요!”
과하지만 재밌는 멘트에 사람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맛을 본 이후는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와, 사장님. 이거 어디서 또 마실 수 있어요?”
“어, 판매하는 건 아니라서요.”
“아……!”
“잠시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제가 물어볼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금 뒤, 정보 하나를 사람들에게 던졌다.
“충무로 네거리 건물 1층에 ‘RS’라고 있거든요.”
“아, 네!”
“거기서 정말 가끔 내려주고 있다고 하네요.”
“고맙습니다!”
“하하, 뭘요.”
치킨집에는 도움이 안 될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신우는 열심히 알려줬다. 그날, 많은 손님이 치킨 맛을 보며 감탄했고 커피를 음미하며 환호를 내질렀다.
자연스럽게.
맛에 놀란 사람들이 해당 사건을 주변에 퍼트리기 시작했다.
* * *
별스타그램에 게시글이 올라왔다.
인증샷과 함께.
손에는 치킨과 커피를 들고 있었다.
-새로 생긴 치킨 집이에요ㅎㅎ
-치킨은 존맛탱!
-커피는 핵존맛탱!
-여기는 구로구!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그게 시작이었다.
비슷한 글이 하나, 둘씩 별스타그램에 나타났다.
자연스레 관심도가 증가했다.
[댓글]
요상타 :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처음 듣는 곳이네요!
토박이 : 엇, 우리 동네 치킨집인데...?
└우주선 : 어디 사세요?
└토박이 : 금천구요!
└우주선 : 오호, 맛있나요?
└토박이 : 끝내주죠, 동네에서 젤 맛있어요!
└우주선 : 믿고 가볼게요, 마침 동네라ㅋㅋ
└토박이 : 절대 후회 없을 겁니다!
그런데 모든 게시글에 꼭 등장하는 게 있었다.
바로 커피였다.
-치킨도 치킨인데, 커피가... 미쳤어!
-무슨 커피 맛이 이래, 대박ㅠㅠ
-또 먹고 싶은데 파는 곳이 없다고 하네요
-시식 1주일간 진행한다고 하니까 꼭 가보세요!
-절대 후회 안 함!
-커피가 크레이지라고ㅠㅠ
-또 마시고 싶다, 커피!
-그냥 가서 커피만 마셔도 본전입니다^^
-구로구!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저도 내일 가볼게요!
-이런 거 좋아하는데ㅋㅋㅋ
치킨 이야기보다 커피 이야기가 더 많았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아무튼, 홍보 효과는 아주 제대로였다.
* * *
월요일 출근길에 J엔터에 들러 계약서를 전달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가사에 잘 어울리는 곡으로 작업하고 완성이 되면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고맙죠.”
“그럼 기대해 주십시오.”
“네.”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서 RS 재단으로 향했다.
업무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보답받아야 할 사람들에 관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혼자 사는 할머니께서 길고양이가 불쌍해 거둬서 키우고 계시더라고요. 한 마리씩 데려오던 게 어느새 수십 마리라고 합니다. 구청에서 중성화 수술이랑 몇 가지 지원을 해주는데 그걸로는 많이 부족한 모양이에요.”
“으음.”
“특히나 할머니께서 최근 건강이 안 좋으셔서 본인이 돌아가시면 남은 고양이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많으신 모양이었어요.”
“이슈는 안 된 모양이네요.”
“네, 너튜브에 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 조용히 끝났더라고요.”
“좋습니다, 도와드리죠.”
“알겠습니다.”
“다음 케이스는 중학교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이요?”
“네, 담임이 되면서 학생에게 정을 쏟게 되었는데 일부 학생의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걸 알게 될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선물해줬다고 합니다. 문제집을 구해주는 건 물론이고 수학여행 경비도 내줬다고 하고요. 심지어 방학 기간에는 학교에 양해를 구해서 쿠폰을 지급하거나 부족하면 용돈까지 줬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한 선생님이었다.
“엄청난 분이시군요. 현재 상황은요?”
“네. 현재는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라고 합니다.”
“으음……!”
“그간 학생들한테 돈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모은 돈이 없어서 병원비가 많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병가를 인정받고 어느 정도 월급을 받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솔직히 저 정도까지 챙겨주는 선생님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선생님이 힘든 일에 처했는데 뭘 고민할까. 이건 더 이상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당연히 도와야겠군요.”
“네, 이사장님.”
“좋습니다. 다음 케이스는요?”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세요. 해당 식당은 용산구에 있는 백반, 도시락 식당인데요. 장사가 잘 안돼서 손해가 크다고 합니다. 근데도 주기적으로 동네에서 힘들게 자라는 아이들한테 도시락을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감탄만 나왔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본인의 힘든 것보다 다른 이의 고통에 더 앞장서는 사람들. 자신의 삶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멈추지 않는 이들.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할 수는 없었다.
“혼자 힘들게 지내는 노인분들 집에도 찾아가서 봉사한다고 합니다. 음식도 챙겨주고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멍하니 지켜보기만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저들은 저들의 삶을 살고.
재단은 재단으로서 나아가면 그만이었다.
RS를 설립한 이유.
그게 바로 저런 사람들을 돕기 위한 거였으니까.
“이유는요?”
“주변에 백반 식당이 세 곳이나 겹치면서 손님이 많이 줄어든 부분도 있고요. 해당 식당의 도시락이 사실…… 그렇게 맛있진 않다고 합니다.”
“으음, 그래요?”
“네.”
“배울 의사만 있다면 뛰어난 셰프를 초청해서 알려주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네, 좋은 방법이 될 거 같습니다.”
“상권도 좋지 않다고 했으니 이 부분도 도울 수 있다면 도와줍시다.”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다음은요?”
“이번에는…….”
그렇게 보답받아야 할 사람들에 관한 케이스가 이어졌다.
“……여기까지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계속 보답받아야 할 분들을 찾아주시고요.”
“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네요. 다음부터는 보고서로 받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종료했다.
< 호양 >
오후 업무까지 마치고서 구로구에 있는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2호점을 찾아갔다.
이신우의 부탁 때문이었다.
-조금만 도와줘라. 나는 본점 영업해야 해서 오늘만 부탁 좀 할게.
“그래, 뭐.”
-고맙다!
“어, 고생해라.”
딱히 거절할 일은 아니었다
투자자기도 했고.
일도 끝났으니 시간도 적당히 여유로웠다.
요즘은 생방송도 안 하니까.
“참…….”
생방송 하니 TV 출연 요청이 떠올랐다.
곧 연락을 준다고 했었는데.
아직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진 않았다.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내비게이션 음성에 정신을 차렸다. 어제 주차했던 곳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갔다. 길을 꺾어서 돌아서자 목적지가 보였다.
“아……?”
순간 류성의 걸음이 멎었다.
바글바글.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빼곡하게 밀집되어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나마 인도가 워낙에 넓은 곳이라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크게 항의를 들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엄청나네.”
류성은 중얼거리며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
간신히 도착한 치킨집 입구.
“관계자라서요, 실례합니다.”
겨우 안으로 들어서자 이신우의 사촌 동생, 그러니까 2호점의 사장인 이한선이 바쁜 와중에도 반갑게 맞이했다.
“아, 형님! 오셨어요?”
“어, 그래. 근데 이거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어제 별스타그램에 글이 엄청나게 올라온 모양이더라고요.”
“그랬구만.”
“물론 치킨보다도 커피가 더 이슈를 탄 거 같긴 하지만요.”
“으흠. 치킨도 맛있어.”
“하하, 그럼요. 다들 지금 치킨도 엄청 맛있다고 아주 난리에요! 아무튼, 도와주러 오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뭐. 난 어제처럼 커피나 탈게.”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류성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궁극의 커피를 제조하기 위해 준비했다.
[띠링!]
그때 기대하지도 않았던 퀘스트가 떠올랐다.
[연계 퀘스트 발동!]
[프랜차이즈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한다. 드디어 2호점이 오픈되었고 이슈까지 끌어모은 상태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궁극의 커피를 마시게 만들어 보다 큰 화제를 만들어라. 화제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많은 보상을 획득한다!]
[남은 시간 : 7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흥미로운 연계 퀘스트였다.
흐음, 화제라.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쉬운 난이도였다. 그냥 어제처럼 궁극의 커피를 마시게 만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이야 줄을 섰으니까.
“간단하겠네.”
서둘러 커피 제조를 진행했다.
빠르게 만들어지는 커피.
쟁반에 가지런히 담고 있으니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왔다.
“어, 이거 커피 가져가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고맙습니다!”
그녀가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어줬다.
“자,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오오, 드디어……!”
“내가 저거 마셔보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진짜!”
“여기 한 잔만요!”
“여기도요!”
“한 잔만 주세요!”
엄청난 요청에 아르바이트생이 당황했다.
“어, 차, 차례대로 드릴게요!”
“여기 먼저요!”
“저희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기요!”
“이쪽부터 주세요!”
그때 사장인 이한선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줄을 서야 할 위치가 정해져 있어서요. 차례대로 드리겠습니다. 금방 나눠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과 함께 맛보기용 치킨과 콜라, 그리고 커피를 나눠줬다.
“맛있게 드시고요.”
“네,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평화롭게 순서가 이어졌다. 그때 류성이 쟁반 가득 커피를 들고 나왔다. 음식을 나눠주던 이한선이 옆으로 다가온 류성을 반겼다.
“오, 형님. 안 그래도 커피가 모자랐는데……!”
“좀 만들긴 했는데, 이것도 부족하겠어.”
“하하, 조금 힘드시죠?”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서 괜찮긴 하다만.”
사람들을 스윽, 훑어보는 류성.
“어째 더 늘어난 거 같은데.”
그런 류성과 시선을 마주치게 된 일부 사람들이 잠깐 반응했다.
“음?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뭔 헛소리야.”
“아닌가……?”
“아, 몰라. 우리 차례는 언제 오냐?”
“진짜 낯이 익은데.”
“아오, 난 모르겠고 커피나 마시고 싶다고!”
“쩝, 금방 오겠지.”
일부는 류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함께 온 동료와 수다를 떨었다.
뭐, 아직은 이 정도겠지.
사실 RS재단의 이사장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저 정도만 해도 눈썰미가 정말 좋은 편이었다.
“음?”
그때 류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사람이 있었다.
먹방 너튜버, 호양이었다.
“은근히 반갑네.”
이미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호양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와, 대박. 호양이다, 호양!”
“이야……!”
“호양도 여기서 줄 서는구나.”
“하하, 반갑습니다. 호양이라고 합니다.”
“너튜브 완전 잘 보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류성 또한 여전히 그의 먹방 영상을 즐겨보는 편이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가 좋은 일에 돈을 쓴다고 할 때 마침 퀘스트가 떴었는데 그때 적지 않은 돈을 연달아 사용하면서 반응을 끌어냈던 기억이 있었다.
재밌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