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75화 (175/277)

마침 그가 받을 차례가 된 모양이었다.

“내가 줄게.”

“형님이요?”

“응. 너튜버잖아. 신기해서.”

“아하……!”

호양에게 직접 치킨과 음료, 커피가 담긴 일회용 접시를 건넸다.

“여기요, 맛있게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먹방 영상 잘 보고 있어요.”

“아이고, 부끄럽네요.”

“맛있게 드세요.”

“네, 잘 먹겠습니다!”

인사하며 돌아가는 그를 잠깐 쳐다보며 류성도 주방으로 향했다.

꽤 재밌는 만남이었다.

“자, 그럼 다시 만들어볼까.”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슥슥.

속도를 내어 커피를 제조했다.

* * *

드디어 음식을 받았다.

“오래 기다렸죠, 다들?”

스마트폰 우측 화면 아래로 채팅이 우르르, 솟구쳤다.

케모마일 : 와, 진짜 사람 미어터지는 듯?

스턴 : 저렇게까지 할 일인가?ㅋㅋ

알트코인 : SNS에 올리려는 사람이 대다수겠지ㅎ

얼죽아다 : 기대기대, 바빠서 못 가긴 했지만 대리만족이라도!

“네,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긴 했는데요. 그래도 명색이 먹방 채널을 운영하는 너튜버 아니겠어요? 저 호양이라고요, 호양!”

심밧드 : ㅋㅋ어서 먹어봐요!

집게 : 근데 저기 커피 주던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에오스 : 어디? 누구?

법사 : 얼라리, 뒤로 넘어가기 해서 보니까 진짜 낯이 익네

냥순냥순 : 아, 모르겠다ㅋㅋ

“자자, 딴소리들 하지 마시고요. 저한테 집중들 하시라구요!”

호양은 먼저 콜라부터 들이켰다.

꿀꺽, 꿀꺽.

한 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흐으으! 목도 축였으니 치킨 먼저 먹어보겠습니다!”

마요네즈 소스가 듬뿍 묻은 치킨을 입에 넣었다.

꾸덕한 식감과 달콤한 맛.

거기에 약간의 매콤함이 올라오면서 의외로 바삭한 튀김 옷에 일차적으로 감탄하게 되었다.

“오오……!”

튀김 안에 있는 치킨의 맛은 또 어떠한가.

일단 부드럽고!

염지는 삼삼하게 했는지 얼핏 싱거운 듯했으나 이내 소스와 조화를 이루며 완벽해졌다.

“오, 맛있어요, 맛있어!”

좀처럼 크게 반응하지 않는 호양이었기에 시청자들은 물음표로 도배했다.

얼죽아라고 : ??

쿠키 : 이게 맞아?

띠링 : 그 정도라고?

먹방짱 : 진짜?

리얼 : 실화냐ㅋㅋ

호양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 진짜죠. 설마 가짜겠어요? 이거 치킨 엄청나게 맛있는데요? 마요네즈 소스 같은데 하나도 안 느끼해요. 꾸덕꾸덕한 느낌인데 먹을수록 더 맛있다는 느낌? 일단 한 조각만 더 먹고요.”

그렇게 종류별로 치킨을 맛봤다.

“와, 다 맛있네요, 진짜. 여기 찐맛집 인정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커피 한 잔.

호양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게 그렇게 맛있다죠? 치킨이 이 정도로 맛있는데도 치킨 맛보다 커피 맛으로 화제가 된 거잖아요. 저 지금 너무너무 기대되거든요? 이거 진짜 과장 하나도 없이 아주 담백하게 표현할 거니까 긴장들 하세요.”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꿀꺽.

그 순간 호양의 동작이 멎었다.

“어, 음……!”

표정까지 잔뜩 굳어버렸다.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누가 봐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어쩔 : ㅋㅋㅋ맛 없죠?

컨트롤러 : 앗, 맛이 없어서 연기를 못 한다!

워터맨 : 그 정도임?

정제 : 저거 맛있어서 그럼ㅋㅋ

포크 : 맛있기는ㅋㅋㅋ

단약 : 내가 먹어봐서 안다ㅎㅎ

정답 : 빨리 좀! 궁금하다고!

그 순간, 호양의 굳은 표정이 희열로 물들어갔다.

“흐어어어업!”

기이한 괴성과 함께 커피를 쭈욱 들이켰다.

꿀꺽, 꿀꺽-

그리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와, 씨. 이건, 진짜…… 어우!”

그는 한참이나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심호흡을 하고.

맛에 대한 감각이 조금 가라앉고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후우,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미각이 조금 예민하거든요. 와, 근데 이 커피를 마시니까 정신을 차리질 못하겠더라고요. 이건 진짜 미쳤어요. 그냥 미친 맛이라고요! 여러분, 내일부터 여기 당장 오세요! 인생의 즐거움 하나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애매애매 : 와, 호양이 저런 반응 나 처음 보는데?

시동 : 찐이냐 뭐냐? 연기야 진짜야?

오엠쥐 : 이거 믿어도 됨?ㅋㅋ

프리스트 : 먹어본 사람 확인 좀요!

단약 : 저 먹어봤다니까요, 찐이라니까ㅋㅋ

이벤트 : 아, 난 못 믿겠다고!

“아오, 진짜라니까요? 저 호양이에요. 그냥 믿고 오세요, 만약에 와서 마셔봤는데 맛이 없다? 그건 진짜 두 가지 경우밖에 없어요. 하나는 절 놀리려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애초에 맛을 못 느끼는 사람이거나!”

원모어 : 오케이, 믿는다. 내일 간다!

나인 : 에라, 나도 가봐야지ㅋㅋ

자이언트 : 근데 혹시나 진짜 맛없으면 어떡함?

“위에 언급한 경우가 아니라 진짜, 정말로 맛이 없다는 분이 10명 이상 나온다? 그러면 저 앞으로 1주일간 받는 모든 후원금 전부!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플레이어 : 이야, 공약 장난 아닌데?ㅋㅋ

먹방짱 : 믿고 갑니다^^

커뮤니티 : 이 정도 되니까 겁나 궁금하네, 호기심 못 참아서 가본다ㅋㅋ 뭐, 기왕이면 맛없는 사람들도 좀 나와서 좋은 일에 돈도 쓰면 좋고ㅋㅋㅋ

워킹 : 후원하니까 그 사람 떠오름

노우 : 아, 주식대마왕?ㅋㅋ

청천벽력 : 오,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ㅎㅎ

변발 : 크흐, 요즘 잘 안 보이시네

주식대마왕.

그 단어에 호양도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주식대마왕 형님이 진짜 잘 안 보이시네요. 오늘 같은 날 짠, 하고 들어오시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영상 보니까 투자계에선 완전 네임드시더라구요! 제가 이 커피는 진짜 꼭 추천해 드리고 싶거든요. 뭐랄까, 예전에 주식대마왕님 덕분에 좋은 일에 돈을 꽤 썼었는데 그게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요. 하하, 진짜 추억이네요, 추억. 아, 커피 마시고 싶다.”

입맛을 다신 호양이 비어버린 종이컵을 확인했다. 아주 조금 남은 것마저 아까워서 입에 탈탈, 털어 넣었다.

“으, 한 잔만 더 달라고 하고 싶은데…….”

고개를 돌려보니.

적어도 10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로 인해 포기하고 말았다.

“쩝, 이거 어디 파는 곳 없으려나요?”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오랜만에 등장한 주식대마왕이 후원을 보내왔다.

< 선생님 >

커피를 만들면서 너튜브 생방송을 보던 중이었다.

“음?”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집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주식대마왕 형님이 진짜 잘 안 보이시네요. 오늘 같은 날 짠, 하고 들어오시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영상 보니까 투자계에선…….]

주식대마왕TV.

그러니까 류성의 채널을 언급하는 중이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네.”

이러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침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모습까지 봐버렸으니 힌트라도 알려줄 수밖에.

일단 인사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서 후원을 보냈다.

[주식대마왕tv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꾸준히 영상 잘 보고 있어요. 생방송은 오랜만이지만요ㅎㅎ 뭐 만드는 중이라 듣기만 하다가 제 이야기가 나오길래…….]

그러자 호양이 눈을 크게 뜨며 호응해줬다.

[허얼, 아니. 형님! 도대체 얼마 만에 오신 거예요? 와, 대박! 너무 반갑습니다!]

괜히 웃음이 지어졌다.

기분 좋게 또 한 번 후원금을 보냈다.

힌트와 함께.

[주식대마왕tv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환영 감사합니다. 기분도 좋으니 정보 하나 드릴게요ㅎㅎ 충무로 네거리 RS건물 1층 카페에 가면 아주 가끔 특별 이벤트로 오늘 마셨던 커피를 나눠준다고 하네요]

호양의 눈이 거대해졌다.

[어엇? 진짜요? 정말이죠? 대박! 형님, 믿습니다! 이번 치킨집 사장님이랑 그 건물 카페 사장님이랑 뭔가 연관이 있으려나요? 음,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보 감사합니다! 가끔이라는 말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뭐 어때요? 저는 그냥 이거 성공할 때까지 도전해 보겠습니다!]

격하게 흥분해서 크게 외쳐대는 호양의 모습에 류성이 잠깐 움찔거렸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해당 카페에서 커피를 꼭! 마셔볼 예정이니까 다들 저랑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뭔가 실수한 느낌이기도 한데.

흐음, 괜찮겠지.

바쁘지 않을 때 커피 한 잔 타주는 정도야 아무 문제도 없을 테니까.

“옛날 생각나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흥미를 높여보기로 했다.

[주식대마왕tv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근데 맛없다는 사람 10명 나오면 1주일간 후원금액 좋은 일에 쓰신다는 거요, 조금 심심한데요? 예전처럼 후원금에 추가금까지 얹으시는 건……?]

후원금을 쏘면서 빠르게 채팅을 쳤다.

순간 호양이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역시 형님이십니다! 아, 뭔가 더 재밌는 게 없을까 싶었는데 좋습니다! 근데요, 진짜 솔직해야 합니다. 아시죠? 거짓말로 참여하시면 안 돼요! 그렇게 했는데도 정말 10명 이상 나오면 1주일간 받은 후원금액이랑 같은 금액을 제 사비로 추가해서! 좋은 일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단번에 수락할 줄이야.

[주식대마왕tv님이 100,000원을 후원합니다.]

[농담이었습니다…….]

그에 호양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좋은 일에 쓰는 돈인데 아까울 게 있나요? 저는 재밌는 장면만 나오면 만족하니까요. 흐흐, 기대되네요.]

그 말에 류성도 마음을 놓기로 했다.

그래, 뭐.

어차피 구독자도 100만이 훌쩍 넘어가는 사람이었으니까.

“재밌겠네.”

내일은 꼭 호양TV의 생방송을 시청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커피를 제조했다.

* * *

엄청난 속도로 커피 제조를 마무리했다.

“후아, 끝났네.”

우유도 떨어졌고 인스턴트 커피도 바닥이었다. 사실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꽤 있었지만 언제까지 커피만 만들 순 없는 일이었다.

시간도 꽤 늦었고.

류성은 사장인 이한선에게 양해를 구한 뒤 치킨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그래, 수고하고.”

마지막으로 뒷정리를 마무리하고서 입구를 나서려는데 이한선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크게 퍼졌다.

“죄송합니다! 오늘 커피는 여기까지입니다! 커피를 만들어주시던 분께서 일이 있어 가셨거든요. 지금부터는 치킨이랑 음료 두 가지만 나눠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꽤 소란스러웠다.

그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 뭐야…….”

“커피 궁금해서 온 건데.”

“물론 치킨도 좋지만.”

“으, 아쉽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소란이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무료 시식 이벤트인데 너무 바라는 것도 좀 그렇지.”

“하긴.”

“치킨만 받아도 개이득이니까.”

“그건 맞지.”

앞에서 치킨과 음료를 받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만족한 까닭이었다.

“와, 뭐야. 치킨도 존맛인데?”

“대박!”

“커피 안 마셔도 될 듯?”

“인정, 크흐흐.”

그 모습을 보고서야 류성은 치킨집을 벗어났다.

다행이네.

사람을 비집고 나와 한적한 인도를 거닐었다.

“후아, 살겠다.”

바람도 시원하니 좋았다.

바로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맥주 생각도 좀 나고 해서 치킨집 본점에 들러보기로 했다.

* * *

이신우는 본점에서 장사하는 중이었다.

-띠링! 배달의 형제 주문!

-띠링! 배달의 형제 주문!

서둘러 배달 주문을 받고 치킨을 튀겼다.

슥, 스윽.

튀김은 자주 뒤집어주는 게 좋았다. 그래야 치킨끼리 붙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 붙어버리면 모양도 예쁘지 않고 튀겨지는 정도도 일정하지 않기에 계속 튀김기를 만져줬다.

띠리리링!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님, 제가 받을게요!”

“어어, 그래.”

“네, 맛있고 차칸 치킨집입니다. 네? 어, 자, 잠시만요!”

아르바이트생이 이신우를 불렀다.

“주문은 아니구요, 사업적인 일이라고…….”

“그래?”

“네, 제가 튀김기 만지고 있을게요.”

“그래, 눌어붙지 않게 해주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신우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입니다.”

-영업 중에 죄송합니다. 직접 가서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거리가 좀 있어서요. 미리 궁금한 점도 있고 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네요.

“음, 괜찮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그, 제가 오늘 시식 이벤트에서 치킨을 먹었었거든요. 맛이 너무 좋아서요. 혹시 지점을 내는 게 가능할까 싶어서요.

“아, 지점이요?”

-네. 어떻게 안 될까요? 제가 마침 딱 치킨집을 열려는 상황이었거든요.

현재 지점을 여는 중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기에 이런 전화로 단번에 결정할 순 없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치킨 가게가 일반적이진 않아서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어떤 걸까요?

“음, 일단 기본적으로 착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여야 하거든요.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을 그냥 뽑을 순 없어서요.”

-아…….

“이른 시일 내로 홈페이지 만들어서 거기에 공지 하나 올리도록 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아무래도 조건이 있으니 그걸 보시고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다시 연락해 주시구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띠리리링!

또 전화가 왔다.

“네, 맛있고 차칸 치킨집입니다.”

-어, 혹시 사장님 계실까요?

“접니다만.”

-아, 저기…… 제가 요즘 창업을 생각하는 중이거든요. 혹시…….

비슷한 문의 전화였다.

“오늘따라 왜 이래……?”

그날, 창업 문의만 일곱 통이 걸려왔다.

안타깝지만.

전부 같은 이유를 들면서 거절했다.

그래도, 뭐.

벌써 이런 문의 전화가 걸려오니 괜히 미래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었다.

10호점? 20호점?

어쩌면 그 정도는 생각보다 더 빨리 달성할지도.

“흐흐.”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치킨을 만들었다.

띠링-

그때 문이 열리며 류성이 들어왔다.

“음? 오, 왔냐?”

“어. 바쁘냐?”

“엄청 바빠. 특히 오늘 프랜차이즈 문의 전화가 엄청나게 오더라고.”

“으흠. 그럴 만하지.”

“홍보가 이래서 좋은 거구만.”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고?”

“있지.”

“뭔데?”

“치킨이 맛있잖냐.”

류성의 말에 이신우가 괜히 귓불을 붉혔다.

“크흠, 맛있긴 하지?”

“흐흐, 새끼. 부끄럽냐?”

“아니, 뭐.”

“당연히 맛있지, 인마.”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치킨의 맛일 테니까. 치킨 맛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으니 문의가 온 것이었다.

“아무튼 잘되고 있는 거 같으니까 난 간다.”

“바로 가려고?”

“어, 원래 맥주나 한잔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바쁜 거 같네.”

“아, 괜찮은데.”

“됐어, 다음에 마시러 올게.”

“그래, 다음에 보자!”

“오냐.”

집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캔 다섯 병과 안주로 삼을 오징어, 땅콩을 샀다.

그날, 얼떨결에 가족들과 함께 맥주 파티를 벌였다.

“아, 맥주가 너무 적잖아!”

“몇 캔 더 사야겠다.”

“좋지!”

“오랜만에 이렇게 아들이랑 마시니까 좋네.”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 * *

다음 날, 류성은 오전 업무를 대신하여 병원을 찾아갔다. 이곳에 프로젝트 <보답받아야 할 사람>에 속한 이가 입원해 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담임 선생님, 여정아.

이미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실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직행했다.

똑똑.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4인실 병동.

왼쪽 두 번째 침상에 누워 있는 그녀가 보였다.

“실례합니다, 여정아 씨?”

“네……?”

“맞으신가요?”

“아, 네. 제가 여정아라고 하는데. 누구세요……?”

품에서 명함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RS재단 이사장입니다.”

“아, 이, 이사장님……?”

“네.”

“그, 전화를 받긴 했었는데…….”

창백한 안색으로 허둥지둥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애써 웃었다.

“괜찮습니다. 차분하게 계세요. 그냥 도와드리러 온 거니까요.”

“아, 고맙습니다…….”

침대 옆에 앉아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이미 정보는 충분하지만.

무작정 병원비만 내준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었으니까. 어떤 방식의 도움을 원하는지 의견을 들을 필요도 있었고 대화를 하다 보면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여기로 입원하기는 했어요.”

“그랬군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병원조차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 병원부터 옮기죠. 여기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재단이랑 협업 중인 병원이 많거든요. 그중에서도 관련 치료에 전문적인 곳으로 가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 같습니다.”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네…… 저기, 그런데요.”

“말씀하세요.”

“왜 이렇게 도와주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류성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재밌는 질문이었으니까.

정작 본인이 가장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되물었다.

“선생님은 왜 제자를 도와주신 걸까요?”

“네? 그거야 제가 담임이니까요.”

“그러셨군요.”

“네. 제자가 힘들면 당연히 도와야죠.”

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똑같습니다.”

“똑같다구요?”

“네. 제가 재단을 운영하는 이사장이니까요.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아……?”

“비슷하죠?”

여정아가 풋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비슷하네요.”

“대답이 되었을까요?”

“물론이에요.”

“좋네요. 그러면 치료비를 전액으로 후원하는 건 물론이고…….”

이어서 지원하게 될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줬다.

“더 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하시고요.”

여정아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다 낫게 되면 더 열심히 제자들을 도울게요.”

“본인 몸도 챙겨가면서요. 아시겠죠?”

“아, 네. 그럴게요!”

“그러면 준비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사를 나눈 뒤 병실을 빠져나왔다.

“좋은 선생님이시네.”

짧은 대화였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담임이니까 돕는다라.

그보다 더 명확한 이유가 어디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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