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178화
117. 수익금의 100배(1)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해 가족과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
-작가님, 정확히 30분 뒤에 런칭 됩니다.
“아, 드디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뇨, 이 정도만 해도 엄청 빠른 거니까요.”
-하하, 그건 맞죠. 그러면 느긋하게 반응 지켜보면서 푹 쉬세요.
“네, 대표님도요.”
통화를 종료하고 가족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줬다.
“어머, 정말이니?”
“응.”
“와, 오빠 대박이네, 진짜.”
“웹툰이라니……!”
“허허, 한번 봐야겠구나, 나도.”
류성이 헛기침을 했다.
“창피하니까 안 봐도 돼요.”
“그러니까 더 보고 싶은데?”
“크흠…….”
“흐허허.”
가족과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어, 떴다!”
류현아의 말에 류성도 어플에 접속했다.
메인 홈페이지.
대문짝만한 팝업창이 떠올랐다.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대규모 이벤트가 들어갔다. 해당 팝업창을 껐는데 대배너에 다시 해당 웹툰 작품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정말 제대로 밀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상당한 독자가 유입될 거 같았다.
“와, 진짜 많이 보겠는데?”
“아무래도.”
“하긴 소설도 대박이니까.”
“그렇긴 하지.”
기본적으로 해당 소설을 본 웹소설 독자 또한 상당하리라.
[댓글]
군필생 : 와, 이게 나왔다고?ㅋㅋ
남고생 : 퀄리티 대박...ㄷㄷ
활자중독자 : 원작 스토리를 제대로 표현해 주면 좋겠네요, 기대합니다!
생수 : 스토리 각색만 이상하게 안 했기를!
꼬맹이 : 기대기대ㅋㅋ
초코 : 크흐, 존잼이에요, 여러분!
두부 : 빨리 보세요, 어서요ㅋㅋ
박력남 : 이야, 별품매가 웹툰이라니! 두 번 봐야지!
노래꾼 : 달려봅니다!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웹툰이 런칭되고 이제 겨우 10분 정도가 지났을 뿐이었건만.
“댓글이 벌써 1천 개가 넘었네.”
얼마나 화력이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나도 한번 볼까.
류성은 설거지를 한 이후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냐아아-
얼굴 옆으로 올라와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는 럭키. 녀석의 온기를 느끼며 웹툰을 정주행했다.
“그림체가 더 좋아진 거 같은데.”
예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깔끔해졌다.
1화부터 다운을 받았다.
스토리를 따라서 그림을 눈에 담고 있으니 웹툰만의 장점이 크게 느껴졌다.
“오호.”
일단 스토리는 원작에 충실했다. 그러면서도 웹툰만이 지닌 연출을 잘 살려내어 소설로 보여주기 힘들었던 세밀한 부분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 특히 주인공의 행동이나 표정 연출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크흐, 재밌네.”
순식간에 10화를 다 봐버렸다.
대략 30분이 흘렀는데.
그사이에 댓글은 3천 개가 훌쩍 넘어간 상태였다.
“……미쳤구만.”
확실히 웹툰이 대박이 날 모양이었다.
기대감이 물씬 솟구쳤다.
돈을 떠나서 작품 자체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그 사실이. 거기서 전해지는 묘한 자부심에 괜스레 마음이 간질거렸다.
골골골-
어쩐지 평소보다 더욱 기분 좋은 날이었다.
* * *
드디어 결론이 났다.
막내 작가는 부랴부랴 가면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흐르고.
타악.
통화를 받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사과부터 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아,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워낙 화제가 될 분이다 보니까 회의가 좀 길어졌거든요. 일단 PD님이 지금 바로 직접 전화를 드린다고 하니까 받아주세요!”
-뭐, 그럴게요.
막내 작가는 통화를 종료하고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피디님, 지금 연락하시면 돼요.”
“그래, 수고했어.”
막내 작가는 옆에서 대기했고 피디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휴, 이거 진짜 반갑습니다. 막내 작가한테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제가 ‘개미도 수익을 낸다’의 PD인 김진후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가면남…… 이라고 소개하면 되려나요?
“하하, 그럼요. 충분합니다. 그리고 연락을 늦게 드려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앞서 작가님한테도 사과를 받았으니까요.
“감사합니다. 호쾌하시네요. 실은 이번에 회의를 길게 하게 된 이유가 포맷을 조금 변경했기 때문이거든요.”
순간 류성의 목소리가 살짝 변했다.
-흐음, 뭔가 크게 바뀌었나요?
의구심이 든 모양이었다.
피디는 부랴부랴 설명을 이어갔다.
이건 엎어지면 안 되기에.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마침 왕중왕전을 고려하던 중이었거든요.”
-아아.
“근데 뭔가 부족해서 한참 고민하다가 뒤로 미뤄놓은 상태였는데 마침 가면남 님이 출연을 결심하셨다고 들어서 해당 사안을 제대로 좀 꾸며봤습니다.”
-이건 제대로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겠네요.
“그렇지요.”
-그럼 시간 내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아이고,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세요?
“점심이나 저녁 먹을 시간이면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럼…… 내일 점심시간에 찾아뵐게요.
“알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피디는 통화를 끊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피디님, 왜요? 뭐라고 해요?”
“아니, 뭐.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
“그래요?”
“어. 이미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니까 잘만 설명하면 문제는 없을 거 같네.”
“휴우, 다행이네요.”
“흐흐. 기왕 나오는 거 제대로 본전을 뽑아야지. 왕중왕전에서 아주 제대로 시청률 좀 올릴 수 있겠어.”
“히히, 그러면…….”
막내 작가의 기대감 어린 표정을 보며 피디가 웃었다.
“걱정하지 마, 출연 확정만 되면 바로 보너스 지급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너도 수고했어.”
“히히, 피디님도요!”
“그래.”
막내 작가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피디 또한 마찬가지.
이제 내일 출연 확답만 받으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터였다.
* * *
다음 날 오전.
오늘은 출근하는 대신 정수현을 보러 갔다.
<센세이셔널 축구 클럽>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서 축구장에 들어섰다. 힘차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 사이에서 몸을 풀고 있는 정수현도 찾을 수 있었다.
“엇, 아저씨!”
“어어.”
류성을 발견한 정수현이 다가왔다.
“웬일이세요?”
“그냥, 잘하고 있나 보러 왔지.”
“잘하고 있죠!”
“진짜로?”
“그럼요!”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겠는데?”
“10분 뒤에 경기 있으니까 보고 가세요!”
“그래, 그렇게 할게.”
“히히, 기대하시라구요.”
“파이팅이다.”
“네, 파이팅!”
정수현이 밝게 웃으며 돌아갔다.
이제야 조금 애 같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밝아진 상태라서 보기에도 좋았다.
“얼마나 잘하려나.”
기대하면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코치가 등장했다.
그는 팀을 나눴고 곧바로 경기를 진행하게 했다.
-시작!
프로 선수를 꿈꾸는 미래 유망주들이라서 그런 걸까. 공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이들의 움직임에서 어떤 가치가 느껴졌다.
“음……!”
최근에 얻은 재능 ‘예술가의 감각’이 외쳐대고 있었다.
무엇이 더 대단한지.
누가 더 뛰어난 실력을 지녔는지 말이다.
단연코.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정수현이었다.
“패스, 패스!”
“여기!”
넓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공을 몰고 다닌다. 여러 명의 아이가 각자의 실력과 재능을 뽐냈으나 여전히 가장 밝게 빛나는 건 정수현이었다.
스윽.
어느새 류성은 목에 걸린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빛나는 아이를 렌즈에 담았다.
수비수를 제치고 절묘한 기회를 노리며 공을 강하게 때리는 순간.
찰칵-
해당 장면이 사진에 담겼다.
“우와아아아아!”
“역시, 정수현!”
“수현아, 잘했어!”
즐거워하는 정수현을 쳐다보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히히, 고마워! 아저씨, 봤죠?”
“그래, 잘 봤다.”
어느새 달려온 정수현을 보며 눈을 빛냈다.
찰칵-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후우…….”
재능 관찰자와 예술가의 감각.
두 가지의 재능이 같은 걸 말하고 있었다. 정수현이 축구 전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재능 관찰자는 지닌 재능으로서 그걸 보여줬고 예술가의 감각은 온몸으로 그걸 느끼게 해줬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정수현은 분명 프로 선수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이거, 참.”
정말이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놀라운 녀석이구만.
세상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아이가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승승장구할 테고, 어떤 아이는 가난에 치여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한 명이라도 더 많이. 그런 아이들을 찾아내어 도와주고 싶었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네.”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계획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 * *
점심시간에 맞춰 방송국에 도착했다. 프로그램 ‘개미도 수익을 낸다’의 피디와 만나 근처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어, 근데…… 얼굴을 드러내도 괜찮으신지.”
“네, 뭐. 굳이 감출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럼 너튜브는 왜 가면을 쓰고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처음에는 컨셉이었죠.”
그리고 이뤄놓은 게 없어서 꺼림칙했던 부분도 있었고. 그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셨군요. 그럼 출연하게 되면 가면을 쓰실 건가요?”
“그래야죠. 그래야 가면남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 테니까요.”
“좋습니다. 흐음, 근데 말이죠.”
“네.”
“낯이 많이 익네요. 어디서 뵌 거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던 피디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어……?”
뭔가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재, 재단! 마, 맞죠? 지난번 조각 공모전이랑 이번 시나리오 공모전!”
“이야,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진짜 잠깐 나왔었는데.”
“RS재단, 이사장님……?”
“맞습니다.”
“저, 정말로요?”
“네.”
“허어, 이럴 수가…….”
피디의 눈이 묘하게 반짝거렸다.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아시죠?”
“하하, 그럼요.”
“제가 생각하는 타이밍이 있거든요. 그때가 되면 스스로 밝힐 생각이니 꼭 지켜주세요.”
“아이고, 당연하죠. 절대로 말하지 않겠습니다.”
“믿죠.”
류성은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럼 이제 프로그램 출연에 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좀 해보죠.”
“알겠습니다.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김진후 피디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제1회 왕중왕전.
지금껏 나올 만한 실력자는 전부 나왔기에 더는 사람을 찾는 것조차 힘들다는 이야기.
“……그 탓에 최근 시청률이 급감하는 중이었죠.”
“그랬군요.”
“이번 제1회 왕중왕전부터 달라질 겁니다. 딱 2시간 동안 단타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시청자도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생방송인가요?”
“아, 방송 프로그램은 생방송이 아닙니다. 너튜버 실시간 방송은 미리 사전에 공지할 거라 많은 분이 들어오긴 할 겁니다. 하지만 이후에 편집하고서 방송에 나갈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단타를 마치고 나면 참여자의 수익률과 시청자 투표로 얻은 점수를 더해 순위를 정할 겁니다.”
상황은 대충 파악이 되었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단타 수익률도 잘 내야 하고 생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수익도 그에 못지않아야 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뭐,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끝인가요?”
“아닙니다. 이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탈락하게 될 거고요. 우승자에게는 수익금의 100배에 달하는 상금을 드릴 겁니다.”
“수익금 100배요?”
“네. 200만 원으로 단타를 진행할 거라서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
10%의 수익을 내면 20만 원.
거기에 100배면 2천만 원.
“뭐, 그렇군요.”
“크흠. 아무래도 시드 금액이 조금 적긴 하지만요.”
“아뇨, 괜찮을 거 같네요.”
류성은 대답하며 묘한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