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79화 (179/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79화

117. 수익금의 100배(2)

그간 수십억이 넘는 거대한 자금으로 단타를 했었다. 그래도 1시간에 10%의 수익은 올렸었다.

그런데 시드가 적다면?

그것도 2시간이나 주어진다면?

“200만 원이라…….”

움직임이 큰 중·소형주, 아니면 시총이 정말 낮은 알트코인을 활용해 단타를 진행한다면 수십 퍼센트. 운이 좋으면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재밌겠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타이밍을 잘 맞춰 100%의 수익률을 본다면 수익금은 200만 원이 된다. 100배의 상금이라면 2억 원. 200%의 수익을 보면 상금은 4억이 될 것이다. 충분히 용돈 정도의 상금은 받아낼 수 있을 거 같았다.

“근데 말이죠.”

“네.”

“수익률이 높아지면 상금도 높아질 텐데 부담되지 않으시겠어요?”

“아이고, 괜찮습니다. 50화를 넘게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나는지 충분히 분석했으니까요. 전문 투자자한테 자문도 했고요. 수익률의 100배라고 해봐야, 뭐. 잘 아시겠지만 2시간 동안 10퍼센트 수익 내기도 어렵잖아요.”

“보통은 그렇죠.”

“네. 그래서 뭐, 상금이라고 해봐야 2천만 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하게 나오면 5천 정도 되겠지만요.”

통상적으로 보자면 저 말이 맞았다.

너무나 옳았다.

하지만 류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재밌는 장난감을 찾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100%가 넘는 수익률이 나오면요?”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으니까요. 정말 나오면…… 드려야죠, 상금.”

“그래요?”

“네. 그 정도면 이슈도 될 테고 시청률도 충분히 나올 테니까요. 방송국 입장에서는 대박 났다고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저야 피디니까 제작비를 어떻게든 아껴야 하는 처지지만 위쪽 생각은 또 다르니까요.”

그제야 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출연하죠.”

어차피 퀘스트도 클리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출연은 사실상 확정이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재밌기를 원했었는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다행이군요, 하하!”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거 같았다.

“그럼 언제 녹화는 언제 하는 거죠?”

“다음 주 목요일에 촬영하게 될 거 같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알겠습니다.”

“하하, 이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요.”

“뭘요. 저도 재밌어 보여서 나가는 건데요.”

“아이고, 그래도 제 마음이 그렇지가 않죠.”

피디는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며 식사비를 냈다.

“그럼 다음 주에 방송국에서 뵙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길로 떠났다.

스윽.

슬쩍 뒤를 돌아보는 김진후 피디는 어느새 사라진 류성을 떠올리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월척이구만, 월척이야.”

설마 그 정보꾼이 요즘 핫하다는 RS재단의 이사장이었을 줄이야. 만약 그가 기자였다면 당장에 기사라도 작성했겠지만 그는 단지 프로그램을 도맡은 일개 피디일 뿐이었다.

“언제고 이 사실이 밝혀지는 날이 온다면…….”

분명 엄청난 화제가 될 터였다.

신의 투자자 정보꾼.

핫하면서도 사회에 엄청난 공헌을 하는 RS재단의 이사장.

둘이 동일인물로 밝혀진다면?

당연히 정보꾼이 출연한 유일한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게 될 터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흐흐흐.”

김진후 피디는 싱글벙글 웃으며 방송국으로 돌아갔다.

* * *

몇 가지 오후 업무를 처리하고 나니 시간이 꽤 남았다. 이제 더는 급한 일도 없고 해서 휴게실로 향해 안마의자에 앉아 마사지를 받으면서 호양의 생방송을 시청했다.

[어제도 아쉽게 실패했죠? 근데 뭐 애초에 단기간에 성공할 거라고 보지도 않았거든요. 오늘은 미리 예약해둔 식당이 있어서요. 커피 마시기 도전은 내일 다시 시작할 거 같네요. 슬슬 배도 고프고 하니까 식당으로 출발!]

기웃기웃 : 이 시간에?ㅋㅋㅋ

고드름 : 점심 먹은 지 2시간 지나지 않음?

[아니, 형님들! 두 시간이면 배가 꺼지고도 남죠! 절 도대체 어떻게 보시는 겁니까? 저 호양이라고요, 호양! 오늘은 삼겹살 10㎏ 먹방 갑니다!]

류성은 피식 웃으며 후원금을 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합니다.]

[삼겹살 맛있겠네요!]

순간 호양이 멈칫거렸다.

[혀, 형님. 오셨어요? 이야, 오늘도 시작부터 100만 원이나 쏴버리시네요. 흐어, 지금 1주일이 안 된 상태인데도 후원금액이 천만 원이 넘거든요. 아니, 여러분들. 왜 이렇게 많이 쏘시는 겁니까? 평소에는 하루에 30만 원 후원받는 것도 힘들다구요! 제 주머니가 녹아가고 있다고요. 흑흑.]

호양의 우는 모습에 류성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2,000,000원을 후원합니다.]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데 엄살이 심하신데요?]

호양의 눈이 커졌다.

[혀, 형님. 왜 이러세요? 200만 원이라뇨. 형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구독자 100만이라도 해봐야…… 아니, 물론 많이 벌기는 하지만……]

류성이 후원금을 더 보냈다.

어차피 퀘스트도 있고.

호양이라면 내역을 명확하게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너튜버였다. 지난번 경험도 있으니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

퀘스트가 찍어준 인물이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3,000,000원을 후원합니다.]

[네? 얼마 못 버신다구요?]

호양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뇨! 얼마 못 벌다뇨! 그런 말이 아니라! 네, 네, 맞아요. 맞습니다. 저 많이 법니다. 돈 많이 벌어요. 아휴, 천만 원? 그까짓 거 그냥 아무것도 아니죠!]

사과 : ㅋㅋㅋㅋㅋ존잼

푸시푸시 : 레전드구나 진짜ㅋㅋㅋ

쓸어버려 : 눈물, 엌ㅋㅋ 배아펔ㅋㅋㅋ

잠수 : ㅋㅋㅋ돌겠닼ㅋㅋ

입력신호 : 미친ㅋㅋㅋㅋ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었고.

류성도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 재밌네.”

일단 인정은 했으니 마지막으로 후원금을 한 번만 더 쏘기로 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3,000,000원을 후원합니다.]

[멋지네요^^ 많이 버신다니까 부담을 내려놓고 후원할게요ㅎㅎ]

호양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으아아악, 형니이이이임!]

오늘은 이 정도로 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류성의 기행에 이어 소소한 후원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스마트남 님이 50,000원을 후원합니다.]

[오늘의 프로젝트명을 정하겠습니다. 그 이름하야 호양 사비 죽이기 프로젝트!]

[장난 님이 30,000원을 후원합니다.]

[저도 한 손 보탭니다. 호양 사기 죽이기^^]

한참 분위기가 올랐다.

류성은 그즈음 생방송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아쉽지만.

다시 업무를 볼 시간이었으니까.

* * *

다음 날, 류성은 오전 업무를 처리한 뒤에 11시 즈음 몸을 일으켰다.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아, 학교에 간다고 하셨죠?”

“네. 아무래도 책임자가 있어야 할 테니까요.”

“느긋하게 다녀오세요.”

“알겠습니다.”

“애들이랑 재밌게 이야기도 하시구요.”

“하하, 네.”

나머지를 부사장에게 맡기고서 바로 학교로 향했다.

부와아앙!

25분 정도 이동하자 목적지가 보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도유종과 예지은이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내부로 진입해 차를 세우고 운동장으로 향했는데 늘어서 있는 푸드트럭 수십 대가 눈에 들어왔다.

“흐음, 냄새 좋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수업이 끝나려면 시간이 조금 남은 상태였다.

어쩌나, 이걸.

고민하다가 학교 정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어쩐 일이신가요?”

경비가 그런 류성에게 다가왔다.

“오늘 푸드트럭 후원한 사람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애들 좀 보려고요. 올라가도 될까요?”

“그럼요, 됩니다.”

“고맙습니다.”

류성은 계단을 올라 2학년 3반으로 향했다.

근데 문이 잠긴 상태였다.

“체육 수업은 아닐 거고.”

학교에 양해를 구해 체육 시간은 푸드트럭이 도착하기 전으로 교체가 된 상태였으니까. 미술이나 음악 시간이려나.

장소를 모르는 터라 난감한 상태였는데 마침 화장실에서 학생이 한 명 나왔다.

“저기요.”

“어, 네?”

“여기 3반 학생 보호자인데 문이 잠겨 있어서요.”

“아, 거기 지금 음악 수업 중일걸요?”

“그래요?”

“네, 오른쪽으로 쭈욱 가서 마지막에 왼쪽으로 꺾어서 들어가면 음악실 나오거든요. 그리로 가면 될 거예요.”

“고마워요.”

“네, 그럼…….”

학생의 말대로 움직이자 정말 음악실이 나왔다.

마침 노래가 들려왔다.

잔떨림이 느껴져서 괜히 미소가 그려졌다.

“어릴 때는 진짜 싫었는데.”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앞으로 나와서 리코더를 분다든가, 아니면 노래를 부르는 둥. 그런 행동 자체를 조금 싫어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보니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순수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좋네.”

사실 노래 실력은 별로였지만 그냥 좋았다.

-잘했어.

-아, 네.

-자, 그럼 다음은…… 예지은. 앞으로 나와서 준비한 거 해보자.

-네, 선생님.

마침 예지은의 차례인 모양이었다.

류성은 음악실 문 근처에서 잠깐 자리를 지켰다.

궁금했으니까.

그러면서 예전에 메모해 뒀던 걸 찾아봤다.

[잠재력]

감성(A+급) 집중(A+급) 상상력(A+급) 몰입감(A+급) 노래(A급) 음색(A급)……

전에 봤을 때는 감성이나 집중, 상상력이나 몰입감에 집중했었는데. 노래를 들어야 할 순간이 되니 노래와 음색에도 시선이 갔다.

어떠려나.

그 순간 예지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어

-스치듯 지나는 오늘 하루

-비참한 감정에 물들어

네 소절이었다.

겨우.

하지만 류성은 이미 예지은의 이야기에 몰입해 버렸다. 저 아이의 감성에 빠져 버렸다. 새하얀 세상에 흠뻑 빠져 버렸는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다 슬며시 웃는 나

-일어나 거울을 보며

-노래하듯 이야기를 시작해

-스스로를 다독여

-지쳤던 하루

-오늘의 나를 위로하네

일말의 잡념도 없이 노래를 들었다. 말하듯 건네는 가사에 집중하기를 3분.

그렇게.

시간이 삭제되었다.

“아…….”

정신을 차리고 나니 뒤늦게 닭살이 돋았다.

전율이 일어났다.

파도처럼 일어난 감정이 목을 타고 올라와 눈가를 때렸다.

“후아.”

정말 말도 안 되는 감성적인 노래였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우와……!

-대박!

-언제 들어도 미쳤다니까.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자자, 조용! 잘 들었어, 지은아. 이제 들어가도 돼.

-네, 선생님.

-가수 하면 딱 좋을 거 같은데……

들려오는 대화에 류성은 창문 너머의 교실을 슬쩍 바라봤다. 대답하는 대신 가만히 미소 짓고 있는 예지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 *

도유종은 열심히 수업을 듣는 중이었다.

잘하고 있네.

조금 지켜보다가 다시 운동장으로 내려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을 끝마치는 종소리가 들렸다.

딩동댕-

이윽고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서 운동장으로 달려왔다.

“우와, 맛있겠다!”

“크으. 계속 냄새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나도, 으으!”

“빨리 가자!”

류성을 지나 푸드트럭으로 향하는 아이들.

적잖은 아이가 지나고.

드디어 도유종이 친구들과 함께 걸어왔다.

“엇, 아저씨!”

“안녕.”

“직접 오실 줄은 몰랐는데.”

“와야지. 왜, 싫어?”

“싫기는요. 완전 좋죠. 아, 여기는 제 친구들이에요.”

“반갑다. 유종이 잘 부탁할게.”

“넵!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 도유종이 친구를 보며 말했다.

“너희 먼저 가서 먹어.”

“그럴까?”

“어, 금방 갈게.”

“알았다.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그래.”

도유종이 옆에 남아 함께 예지은을 기다렸다.

“지은이 말이야.”

“네.”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노래 잘하는 거 같던데.”

“아, 노래요?”

“응.”

“잘하죠. 완전 유명해요.”

“그래?”

“네.”

“흐음. 근데 왜 이야기를 안 했을까. 가수가 꿈이 아닌 거려나.”

그 말에 도유종이 어색하게 웃었다.

“걔가 좀…… 생각이 많아요.”

“생각이 많다라.”

그 말은 가수가 꿈이라는 의미인 걸까.

이건 아무래도.

조금 더 제대로 대화를 나눠봐야 할 거 같았다.

“앗, 아저씨!”

마침 예지은이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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