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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182화 (182/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82화

120. 도담

가는 동안 부센터장은 감탄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진짜 그런 건 처음 봅니다!”

“그래요?”

“포획하고 나서 다들 하는 말 못 들으셨죠? 살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답니다. 방송에 나와도 이상할 게 없어요. 혹시 평소 알던 강아지였던 건 아닌지 궁금해하더라고요.”

“처음 보는 강아지였어요.”

“그럼 더 놀라운데요?”

“하하, 뭐…….”

“길거리에서 진짜 오래 생활한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아이는 진짜 친해지기 쉽지 않거든요. 근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네요. 정말 놀라운 걸 목격한 기분입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아이고, 운이라뇨. 강아지도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거죠.”

뭔가 과하게 칭찬을 받는 기분인데.

“부센터장님.”

“네, 센터장님.”

“혹시 저 지금 돌려 까는 건 아니시죠?”

“예에? 설마요!”

부센터장이 펄쩍거리며 뛰었다.

“농담입니다. 그러니까 비행기 그만 띄워주세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그제야 조금은 조용히 센터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고속도를 타고 달린 끝에.

20분이 되지 않아 동물보호센터에 도착했다.

“도착했네요. 다들 내리시죠.”

차에서 내리자 먼저 내린 김만호와 이미나가 보였다. 두 사람은 멋들어지게 완공된 동물보호센터를 보며 눈을 끔뻑거리는 중이었다.

“어, 이게…… 동물보호센터라구요?”

“네. 조금 크죠?”

커플이 서로를 쳐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대박……!”

“와, 미쳤다.”

“오빠, 여기 엄청 좋아.”

“그러게.”

그때, 김만호가 슬쩍 류성에게 다가왔다.

“저희가 사실 보호센터에 봉사 활동하러 가끔 가거든요.”

“오, 그래요?”

“네, 근데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다른 세상인 줄 알았어요, 형님. 요즘 멋지게 짓는다는 초대형 카페보다 더 화려한데요?”

“기왕이면 좋은 곳에서 지내면 좋잖아요.”

“그렇죠. 정말 다행이네요.”

머지않아 떠돌이 강아지가 탑승한 차량도 도착했다.

“자, 바로 치료부터 하죠.”

“네, 센터장님!”

부센터장은 강아지가 든 철창 케이지를 치료소까지 옮겼다. 대기하고 있던 수의사와 간호사가 다가왔다. 이어서 가리고 있던 천을 치웠는데 조금 갑작스러웠던 걸까. 얌전하게 있던 녀석이 낯선 환경에 놀랐는지 몸을 움츠렸다.

“음, 경계심이 강하네요.”

“그러게요.”

수의사가 조심스레 녀석을 살폈다.

그때, 류성이 다가왔다.

손을 가만히 뻗은 채로.

“괜찮아.”

그 말을 알아들은 걸까.

끼이잉.

녀석은 낮게 울면서 이내 턱을 바닥에 대고서 엎드렸다.

“호오, 지금 상태라면 문을 열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래요?”

“네. 일단 치료소 내부 문이 닫혀 있으니 어디 도망갈 염려도 없고요.”

“알겠습니다.”

부센터장이 철창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녀석은 고민하다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수의사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충분한 거리를 두고서 녀석의 목 부위를 체크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목줄이 생각보다 깊게 살을 파고든 거 같은데요?”

“네, 대충 봐도 공간이 없네요.”

이 상태에선 목줄을 그냥 잘라내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고통스러울 테니까.

“혈액검사부터 진행해야겠어요. 컨디션 괜찮으면 바로 마취하죠.”

“알겠습니다.”

“으음, 근데 혈액 채취가 가능할지…….”

그 순간이었다.

주변을 조금 둘러보던 강아지가 류성에게 다가갔다.

터억.

그러곤 류성의 발끝에 얌전하게 앉았다.

“허어.”

수의사의 눈이 반짝거렸다.

“꼭 주인을 대하는 태도 같네요.”

“그런가요?”

“네. 센터장님이시죠?”

“맞습니다.”

“센터장님이 옆에 있으면 혈액검사도 가능할 거 같은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고맙습니다.”

곧바로 혈액채취가 시작되었다.

끼잉-

녀석은 조금 겁을 먹은 듯했으나 류성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이내 얌전히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착하네, 잘하고 있어.”

고개를 들어 류성을 쳐다보는 강아지.

눈동자가 참으로 투명했다.

“자, 서두르죠.”

“네, 선생님.”

그렇게 순조롭게 혈액 채취가 완료되었다.

“후우, 끝났습니다.”

“다행이네요.”

“어휴, 강아지가 착한걸요? 무엇보다 센터장님을 엄청나게 잘 따르네요.”

“그러게요.”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한 번 되었던 게 녀석에게 크게 다가갔던 모양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야 할 테니까.

“검사 결과까지 20분 정도 걸립니다.”

“시간이 조금 비었네요.”

그때 부센터장이 나서며 말했다.

“이렇게 된 거 보호센터 구경이나 하시죠.”

“그럴까요?”

“일단 치료소는 보다시피 이렇습니다. 4교대로 수의사 선생님이 대기 중이고요. 보조할 간호사님도 항상 두 명씩 짝을 지어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으흠.“

“가벼운 진료는 당연하고 웬만한 수술까지 전부 가능하죠. 센터장님이 말씀하셨듯이 돈 아끼지 않고 정말 최신장비로 다 맞췄습니다.”

“잘하셨네요.”

“덕분에 수의사 선생님들이 아주 좋아하고 있고요.”

옆에 있던 수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해왔다.

“맞습니다. 아, 저는 수의사 임연우입니다.”

“반갑습니다. 센터장 류성입니다.”

“하하, 이제야 제대로 인사를 드리네요.”

“그러게요.”

“항상 궁금했거든요. 이렇게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분은 어떤 분일까, 뭐 그런 호기심이요.”

“실망하셨겠는데요?”

“설마요. 생각보다 젊으셔서 놀라긴 했지만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다행이구요. 부족한 부분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은 괜찮으시고요?”

“그럼요. 장비도 끝내주니까요. 사실 예전에는 장비가 없어서 돌려보내야 했던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시간을 놓치고 하늘나라로 떠난 일도 있고요. 여기라면 적어도 그런 일은 없을 거 같아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인복은 확실히 있다는 생각. 주변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선하고 열정적이어서 참으로 좋았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든든하네요.”

“어휴, 제가 더 든든하죠.”

그래도 계속 서로 금칠을 하려니 낯이 조금 가렵기는 했다.

“크흠, 그러면 부센터장님. 이제 다른 곳도 좀 볼까요?”

“흐하하, 그럼요. 가시죠! 아, 두 분도 같이 구경해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보호센터를 한 바퀴 둘러봤다.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다.

모든 게 정리되고 나니 한층 더 세련되면서도 깔끔해졌다.

“여기는 운동장입니다. 거주센터랑 이어져 있어서 수시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있죠. 마음껏 뛰어놀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때 거주센터 건물의 문이 열리면서 강아지가 우르르 밖으로 달려 나왔다. 드넓은 잔디 마당을 뛰어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운동할 시간이었네요.”

“아아.”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드는 강아지를 눈에 담았다.

왈, 왈왈!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다.

옆에 함께 있던 커플들은 신이 나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와, 대박, 대박……!”

“진짜 멋지다. 이런 데가 있었다니.”

“행복해 보여.”

두 사람이 류성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여기 사진 찍어도 될까요?”

“그럼요.”

“그 별스타그램에 올려도…….”

“마음대로 올려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간 꾸욱 참아왔던지 뒤늦게 사진을 찍어댔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이윽고 강아지에게 둘러싸인 채로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커플은 사진 찍는 걸 멈추지 않았다.

“으하하, 너무 귀여워!”

“애교 봐, 대박!”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류성도 마냥 흡족했다.

“부센터장님.”

“네.”

“앞으로도 운영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저만 믿으십시오!”

그때 간호사가 찾아왔다.

“센터장님, 혈액검사 끝났습니다.”

“아, 네. 바로 가죠.”

검사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양호한 편이에요.”

“다행이군요.”

“네, 그래서 바로 마취하고 살에 파고든 목줄부터 제거할 생각입니다.”

“으음, 알아서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마취하기 전, 마지막으로 류성은 강아지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곧 괜찮아질 거야.”

가만히 류성을 응시하던 강아지가 간호사의 품에 안겼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은 생각보다 아주 얌전했다.

* * *

고요한 시간이 흘러갔다. 덕분에 조용한 공간에서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직업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 저희 둘 다 공무원이에요.”

“공무원이었군요.”

“네. 사회복지 공무원이요.”

그 말에 류성의 눈이 빛났다.

“힘든 보직이네요.”

“하하, 네. 조금 아시나 봐요, 형님?”

“어느 정도는요?”

“흐흐, 직접 해보면 장난 아니에요. 요즘은 그만둘까 생각도 하고 있고요.”

“저두요…….”

커플 모두 힘든 기색을 보였다.

계속 밝은 모습만 봐서 그런지 더 지쳐 보였다.

“허어, 어느 정도길래요?”

“음, 일단 출근을 하면요. 9시 땡, 하자마자 전화가 걸려오거든요. 도대체 왜 내가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못 받는지에 관한 항의 전화요.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라 욕이란 욕을 다 쏟아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개부터 시작해서 부모님 욕도 수시로 듣고요. 진짜 그럴 때면…….”

김만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웃긴 건 뭔지 아세요? 막상 알아보면 재산이 많으신 분이 대다수에요.”

“그런…….”

“그래서 설명해 드려도 그런 건 모르겠으니 빨리 혜택을 달라고만 강요를 하시거든요. 근데 어쩌겠어요, 드릴 수가 없는데. 온종일 욕받이로 사는 거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요.”

말만 들어도 고역이었다.

“진짜 자격이 되는 분들은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죠. 이미 통과가 되었는데 항의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결국, 항의 전화는 자격 안 되는 분들의 분풀이일 뿐인 거죠.”

“그렇겠네요.”

정말 어디건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 두 사람이 조금 탐이 났다.

마침 딱 필요했는데.

이제 사무실 직원만이 아니라 외부를 돌아다녀야 할 직원도 많이 뽑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지자체 공무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운영할 순 없었으니까.

“흐음.”

사회복지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을 테니 어르신들을 돌봄에 무리가 없을 터였다.

스윽.

주머니를 뒤져 명함을 두 사람에게 나눠줬다.

“나중에 연락 줘요. 안 그래도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사람이요?”

“네.”

그제야 명함을 확인한 두 사람이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

“허업……!”

“재, 재단 이사장님이셨어요?”

“네, 뭐.”

두 사람의 질문에 가볍게 대답해주던 중이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중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 포인트 13점을 획득합니다.]

퀘스트가 클리어되면서 보상을 획득했다.

수술이 잘 끝난 모양이었다.

예상대로 수의사가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잘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금방이네요.”

“네, 목줄 제거가 그리 어렵진 않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상처가 아직 깊어지기 전이기도 했구요. 상처 소독도 잘해뒀으니 금방 나을 겁니다.”

“아아……!”

“다른 부분도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큰 이상은 없더군요.”

“다행이네요.”

류성이 한 가지를 요청했다.

“혹시 한 번 볼 수 있나요?”

“아직 정신이 온전히 들진 않았으니 그 점만 유의해 주시면요.”

“그럴게요.”

“그럼 이쪽으로.”

그렇게 모두 함께 강아지를 보러 갔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녀석.

털도 밀어버린 상태라 한결 깔끔했다.

무엇보다.

정신이 몽롱한 듯한 녀석이 신기하게도 류성만큼은 알아보고는 눈알을 굴렸다.

“역시 알아보네요.”

“그래요……?”

“네. 떠돌이 강아지라고 들었는데. 참 신기하단 말이죠.”

행동으로 감정이 소통된 까닭일까.

녀석이 많이 신경 쓰였다.

이름도 하나 지어주고 싶었는데 마침 괜찮은 단어가 하나 떠올랐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그 단어를 내뱉었다.

“도담.”

“네?”

“이 녀석 이름이요. 도담이 어때요?”

“도담. 도담이라. 좋은데요?”

“오, 저도 좋아요.”

듣고 있던 커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무슨 의미예요?”

“야무지다는 의미입니다.”

“아아……!”

“야무지게 살아야 할 녀석이군요.”

“맞습니다.”

“의미까지 아니까 더 마음에 드네요.”

그 순간 녀석의 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투욱. 툭.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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