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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183화 (183/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83화

121. 주객전도

정신을 차린 도담이 천천히 치료소 내부를 거닐었다.

“이제 괜찮아 보이네요.”

“네.”

목을 조이던 줄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저분한 털을 잘라낸 까닭일까. 도담이의 표정이 한결 편해 보였다. 게다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경계심이 많이 누그러진 거 같고.

“어휴, 드디어 만져보네.”

덕분에 부센터장이 처음으로 녀석을 쓰다듬을 수 있었다.

“착하기도 하지.”

꼬리를 흔드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간 멀리서 밥만 주던 커플도 처음으로 도담이를 만지며 즐거워했다.

“와, 대박……!”

“엄청 순하다, 정말.”

“오빠. 너무 좋아.”

“나도.”

커플은 한참이나 도담이와 놀았다.

류성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을 차린 도담은 갈수록 애교가 늘었다. 끝내 류성 앞에 배를 까고 드러눕기도 했다.

“아이고, 녀석.”

말랑거리는 뱃살을 만져줬다.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벌써 점심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된 거 여기서 밥도 먹고 갈까요?”

류성의 질문에 커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너무 좋은데…….”

“그럼 먹고 가시죠. 적당한 곳에 배달시키면 되니까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고맙습니다!”

“오늘 연차 쓰길 진짜 잘했네요.”

평일 날, 공무원인 두 사람이 쉬는 듯한 모양새라 조금 의아했었는데 아무래도 같은 날짜에 맞춰 연차를 쓴 모양이었다.

보기 좋은 커플이었다.

모두 함께 점심 메뉴를 골랐다.

“이 근처는 중국집이 제일 낫습니다.”

“그럼 거기로 하죠.”

주문을 하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음식이 도착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깐풍기를 비롯한 각종 요리가 거나하게 차려졌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

생각보다 음식 맛이 좋았다.

“오, 맛있는데요?”

“다행입니다.”

“자주 시켜 드시나 보네요.”

“네. 막상 나가서 먹으려면 조금 애매할 때가 많거든요. 사실 근처에 식당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라서요.”

“아아.”

듣다 보니 조금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에 모인 사람만 해도 적지 않았는데 교대 근무를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터였다.

“부센터장님, 현재 직원이 총 몇 명이죠?”

“정확히 45명입니다.”

“오호, 생각보다 숫자가 꽤 되네요.”

“네, 각각의 건물마다 4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으니까요. 치료센터만 12명이죠. 격리실에 넷, 사육실 직원이 여덟 명이고요. 외에도 청소하시는 분, 운동장 관리해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각종 문의를 비롯한 구조요청 전화상담 직원에…….”

정말로 사람이 많았다.

“음, 그렇군요. 그 정도면 구내식당 하나 만들어도 괜찮겠네요.”

“구내식당이요?”

류성의 말에 순간 적막이 감돌았다. 부센터장은 물론이고 수의사, 간호사, 그리고 업무를 보는 모든 사람이 전부 류성을 쳐다본 까닭이었다.

“세, 센터장님. 정말인가요?”

“네, 정말이죠.”

“허허, 구내식당이 생기면야 너무 좋죠!”

생각보다 반응이 격했다.

그 정도로 필요했었나?

이제라도 알았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하나 만들어보죠. 생각보다 직원 규모가 되는데 복지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정말. 사실 항상 끼니가 고민이긴 했거든요. 근처에서 먹을 거라고 해봐야…….”

“일찍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휴,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해 보죠.”

“알겠습니다, 센터장님!”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 * *

어느덧 그릇이 텅텅 비었다.

“잘 먹었네요.”

“저도 잘 먹었습니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도담이와 인사를 했다.

“도담아, 다음에 보자.”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아는 걸까. 끼잉거리는 녀석이 안타깝긴 했지만 계속 여기에 머무를 순 없는 일이었다. 자주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호센터를 나섰다. 김만호, 이미나 커플과 함께 차량에 탑승했다.

“그럼 가볼까요.”

“네!”

운전을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자 25분이 걸리지 않아 충무로 네거리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두 사람을 내려줬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도담이도 좋은 곳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놓이구요.”

이미나의 말에 류성이 흐뭇하게 웃었다.

“자주 찾아오세요.”

“네, 그럴게요!”

“그리고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연한 거죠.”

“그럼 다음에 연락 드릴게요, 형님.”

두 사람을 영입할 수만 있다면 일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 아래로 직원을 늘려 나가면 조금씩 전문성도 띠게 될 것이다.

“기다릴게요. 빈말 아니니까 꼭 연락 주세요.”

“예, 형님!”

인사를 나누고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사장님, 오셨어요?”

“네. 별다른 일은 없었죠?”

“그럼요.”

다들 꽤 궁금한 표정들이었다.

너무 갑자기 뛰어나갔으니.

류성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고 직원들은 감탄하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우와!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름도 예뻐요, 도담이라니.”

“다음에 같이 보러 가시죠, 다들.”

“좋아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오후 업무를 이어갔다.

* * *

여유로운 주말이 찾아왔다.

류성은 침대에 누워 호양의 생방송을 시청했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만.

아쉬움을 담아 거금을 후원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합니다.]

[가볍게 스타트!]

그러자 호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해탈한 듯한 표정이었다.

[오셨군요, 대마왕 형님. 그거 아시나요? 지난번 공약 이후로 아직 1주일이 지나지 않았거든요. 근데 벌써 후원금이 5,000만 원을 넘어섰답니다. 이렇게 많은 후원금을 받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확실히 금액이 크기는 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1,500,000원을 후원합니다.]

[호양 님 사비까지 더하면 총 1억이네요. 어려운 사람한테 큰 도움이 되겠어요. 좋은 일 하시니 보기 좋습니다ㅎㅎ]

호양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왕 형님. 저도 기분이 정말 좋, 아니. 좋네요. 하하.]

오늘도 호양은 괴로웠고.

지켜보는 시청자는 즐거웠다.

생수 : 요즘 힘든 일 생기면 호양 생방송 돌려보기 함^^

스톤 : 어엌ㅋㅋ

인자강 : 진짜ㅋㅋ 요즘 최고네ㅋㅋ

웃음으로 도배되는 채팅창.

[자자, 아무튼 후원은 정말 감사하지만 이제 멈춰주시고요! 조금 빨리 먹방을 시작해야겠네요. 바로 음식부터 세팅 들어가겠습니다!]

화면 앞으로 깔리기 시작하는 음식들.

킹크랩, 대게, 랍스타, 꽃게 등.

갖가지 갑각류가 붉은 자태를 자랑했다.

[멋지죠? 오늘은 어떤 갑각류가 가장 맛있는지 파악해볼 생각이거든요. 같이 먹으면 아무래도 맛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날 테니까요. 뭐가 더 맛있는지, 또 어떤 맛인지! 여러분에게 아주 낱낱이 알려드리겠습니다. 흐흐.]

류성은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흐음, 20분 정도 남은 건가?”

그 시간이 지나면 퀘스트가 클리어될 것이다. 그러니 호양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후원금을 조금 더 늘리기로 했다.

[일단 랍스타부터 먹어볼까요? 자, 그러면…….]

그래야 보상도 증가할 테니까.

서둘러 후원금을 보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합니다.]

[킹크랩부터 먹어주세요. 안 그러면 100만 원 더 후원합니다.]

호양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아이고! 킹크랩을 꼭 먹어야겠군요! 네, 좋습니다. 랍스터는 잠깐 치워버리고요. 킹크랩, 이 자식부터 발라보겠습니다!]

그러곤 서둘러 킹크랩을 낚아챘다.

[제가 또 해체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엄청난 속도로 껍데기와 살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크흐, 이 영롱한 자태. 아름답지 않나요? 그러면 집게발부터 한 번 먹어보도록 할게요.]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집게살을 한입에 삼켰다.

우적거리는 모습.

하지만 먹방러 특유의 깔끔함이 가미되어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게 느껴졌다.

꿀꺽-

지켜보던 류성도 침이 삼켜질 지경이었다.

“허, 맛있겠네.”

조금은 약이 오를 정도였다.

[주식대마왕tv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합니다.]

[너무 맛있게 드시네요ㅎㅎ]

그래서 다시 후원금을 보냈다.

[아니, 형님. 킹크랩 먹으라고 해서 먹었더니…… 왜 또……! 아니, 아닙니다. 대답하려고 후원금 보내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자자, 이번에는 굵은 다리 하나 먹어보자고요.]

류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너무 괴롭힌 듯한 느낌이라서 잠깐 후원을 멈추고서 먹방을 즐겼다.

어쩜 저리도 맛있게 먹는지.

“……오늘은 킹크랩이나 먹을까.”

정신을 차리니 시간이 꽤 흐른 뒤였다. 이제 퀘스트 클리어까지 2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간 꽤 많은 금액을 후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금액이었다. 그렇다고 몇억씩 후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건 호양에게도 부담이 될 테니까.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이었다.

그러니 자제력을 아주 조금만 풀어보기로 했다.

너무 많이는 아니고.

적당한 수준까지만 말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퀘스트가 클리어되기 전에 서둘러 후원금을 보냈다.

[주식대마왕tv 님이 10,000,000원을 후원합니다.]

[마지막 후원입니다^^ 1주일간 재밌었고요, 월요일 오전에 RS건물 1층 카페로 찾아오세요. 커피 타드릴 테니ㅎㅎ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백만 원 단위로 쓰다가 천만 원을 후원하니 조금은 개운한 기분이었다.

그래, 천은 써야지.

홀로 흡족해하며 호양의 방송을 껐다.

“후아, 재밌었다.”

마침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중상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 포인트 37점을 획득합니다.]

흡족한 보상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

호양은 떠오른 메시지를 천천히 읽었다.

“처, 천만 원이요……?”

몇 번을 읽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엄청난 거금이었다.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나니 이제는 후원금을 쏘면서 보낸 내용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뭐죠? 제가 지금 뇌가 멈춘 거 같거든요. 여러분들? 정리 좀 해주실래요?”

당연히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크레이지 : 뭔데, 이거?ㅋㅋㅋ

얼죽얼죽 : 천만 원? 미친... ㄷㄷ 아니, 근데 커피? 음?

파이브 : 에? 그러니까... 커피를 타준다고요?ㅋㅋㅋ

곰돌이 : 나만 이해가 안 되는 거냐?

머리끈 : 천만 원에 혼란스럽고, 커피에 혼란스럽도다...!

신선 : 그니까 저 사람이 커피샵 주인?

태블릿짱 : 엌ㅋㅋㅋ 실화냐곸ㅋㅋㅋ

호양의 동공이 흔들렸다.

“저기, 형님? 아니, 나가셨네요? 허허, 흐하하…….”

허탈한 웃음 이후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어휴, 정신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저도 정리를 좀 해봐야겠네요. 그러니까 거기 어디였죠? 맛있고 차칸 치킨집이었던가요? 거기서 마신 커피가 정말 끝내줬었거든요? 그 커피를 지금 주식대마왕 형님이 타준다고 하신 거죠? RS건물 1층 카페면 맞잖아요? 1주일간 저한테 3,500만 원을 후원하셨던 형님이, 제가 그렇게나 찾았던 그분이라는 얘기죠? 그 사람이 이 사람이고, 이 사람이 저 사람이고……?”

나름대로 정리를 했음에도 어지러웠다.

머리끈 : 가가 가가?

신선 : ㅋㅋㅋ저 사람이 이 사람이었고 요 사람이 그 사람이었네

곰돌이 : 월요일이 기다려진닼ㅋㅋ

“아아, 혼란스럽네요. 에이, 모르겠고요. 그냥 저 월요일에 바로 카페 찾아갑니다! 거기서 직접 물어봐야겠어요! 그게 제일 정확할 테니까요. 그렇죠? 그러니까 일단은 다 잊고 먹방부터 마무리 짓자고요. 자자, 집중!”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의문은 남았지만.

그건 월요일이 되면 풀릴 테니까.

덕분에 혼란이 가라앉았다.

“으음, 맛있군요. 참 맛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는지.”

호양은 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기계처럼 웃으며 방송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존버맨 : 얼레? 주식대마왕TV 생방 틀었네요?

죽먹자 : 주식이랑 코인하는 너튜버랬던가요?

기연 : 좀 궁금하넹ㅎㅎ

케켘 : 후원한 것도 다 투자로 번 건가?

백사 : 오오?

스맛폰 : 이참에 구경이나 하러 가봅니다!

재밌는 내용의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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