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184화
122. 단타 연습(1)
호양도 미약하게 솟구치는 호기심을 느꼈다.
심하진 않았고.
그냥 가벼운 흥미라고 해야 할까.
“으음, 저도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방송이 우선이었다.
다시 먹방을 이어갔다.
“자자, 이번에는 꽃게를 먹어보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꽃게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특히 봄꽃게랑 가을꽃게는 정말 끝내주죠. 지금 시기에 암꽃게가 알이 가득 차 있거든요. 이 알이 얼마나 고소한지, 크흐.”
호양은 먼저 꽃게의 몸통을 반으로 쪼갰다.
“크흐, 역시. 보이십니까? 이 주황색으로 빛나는 알이요! 끝내주네요. 내장까지 아주 제대로 섞여 있거든요? 한 입 먹어볼게요.”
입을 크게 벌려 반으로 잘린 꽃게의 몸통 살을 단번에 흡입했다.
“으으음……!”
고소함과 달달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미쳤네요, 미쳤어!”
내장과 알, 그리고 살이 뒤엉켜 극상의 맛을 선사했다.
정말 최고였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슬쩍 채팅창을 봤다.
반응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먹방이랑 상관없는 다른 내용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재력가 : 얼레? 코인 단타하시네요. 오, 성공!
파이터 : 이야, 그분 투자 잘하시네ㄷㄷ
히응 : 여기 왜 이럼?ㅋㅋ
쌀밥조아 : 호양이 좀 봐주세요ㅠㅠ
모닝컵 : 주객전도구만, 완전ㅋㅋ
커피좋아 : 음? 와... 시드가 10억ㄷㄷ
신선 : 오늘 먹방 망했네^^
자꾸만 그곳에 눈이 갔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정신을 차리려고 해봤지만 단어가 이미 그의 정신을 빼앗아 버렸다.
시드가 10억이라니.
게다가 단타 성공률도 좋은 모양이었다.
돈이…… 되려나?
그 흐름 속에서 간신히 방송을 이어가던 호양은 갈수록 커지는 호기심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자, 오늘 갑각류 종류별로 다 먹어봤는데요……! 에라, 모르겠습니다! 자자, 먹방도 대충 끝났으니 오늘은 조금 일찍 종료할게요. 도저히 궁금해서 안 되겠거든요. 아까부터 계속 이야기 나오던데 말이 되냐고요, 무슨 단타를 다섯 번 해서 다 성공해요? 수익금이 벌써 1억이라고요? 안 믿겨서 보러 갑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호이!”
본인의 방송을 종료한 호양은 곧바로 ‘주식대마왕TV’ 채널에 들어갔다.
시청자 : 3,056명
생각보다 시청자가 많았다.
“이야, 상당하신데?”
눈을 빛낸 그가 영상을 클릭했다.
[지지선 지켰네요. 반등 시작했으니 천천히 지켜보면서 저항선에 매도 걸어놓도록 할게요.]
하회탈 가면을 쓴 한 남자가 호양의 시선을 강탈했다.
어, 음. 내 주식 계좌가 어딨더라.
예전에 만들어놓고 투자에 관심이 없어서 잊고 살았던 계좌를 찾아냈다. 그리고 시드 1억 원을 입금한 뒤에 영상 속 남자를 따라 단타를 해봤다.
“얼레……?”
정말로 수익이 났다.
그것도 1퍼센트나.
단번에 100만 원을 벌어들인 것이었다.
“아니, 미쳤잖아?”
그럼 저 형님은?
10억 원을 굴리고 있으니 1퍼센트면 1,000만 원을 버는 건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었다.
[지지선 위치 보이시죠? 여기에 매수 걸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돈복사에 취해 버린 호양은 헤벌쭉 웃으며 매수와 매도를 이어갔다.
* * *
류성은 미리 매도를 걸어놓고서 수다를 가장한 정보를 풀었다.
“음, 예전에도 언급했었는데요. 3월 중순 이후로 내려갈 차트라고요. 여기에 악재 하나 나오면 생각보다 크게 휘청거릴 수 있거든요? 근데 요즘 악재 하나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소액만 들고 가시던가, 아니면 그냥 전액 매도하고 기다리는 걸 추천합니다.”
류성의 말에 물음표가 가득 올라왔다.
알탕 : 악재요? 요즘 뭐 있나요?
떡상코인 : 오잉, 갑자기요?
주린잉 : 애플 매도하고 계속 현금 대기중ㅎㅎ
짝발 : 흐흐, 시드 모으고 있어요!
반도체갓 : 악재, 악재라니!
쥐똥 : 하ㅠ 애플 이후 멘탈붕괴... 따라 할걸, 그냥
세탁 : ㅎㅎ오늘도 단타 개꿀!
댄스걸 : 무슨 악재인가요?
악재에 관해 궁금해하는 채팅이 보였다.
오늘을 위해.
그간 꽤 열심히 공부하고 자료를 준비해왔다.
조금만 풀어보기로 했다.
“흐음, 저 원래 이런 거 안 푸는 거 아시죠? 근데 이번에는 진짜 좀 심상치 않아 보여서 말씀드리는 거니까 참고하길 바랍니다. 먼저 기사 몇 개 보겠습니다.”
미리 스크랩해 뒀던 기사를 화면에 띄우는 순간이었다.
[연계 퀘스트 발동!]
[악재 정보권으로 습득한 내용을 토대로 위험성을 전파하라! 생방송을 시청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해당 정보를 접한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들이 본래 잃었어야 할 돈을 추론, 계산하여 그 손실을 줄인 정도에 따라 획득하는 보상 또한 달라진다.]
[남은 시간 : 30일]
갑자기 연계 퀘스트가 등장했다.
“중국 현지 기사부터 살펴볼게요. 미리 번역을 돌려놨거든요? 보이시나요?”
시청자들이 번역본을 읽는 사이 류성은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악재 정보권를 활용해 사람들이 손해를 덜 보게 만들면 되었다.
흐음, 어렵진 않겠는데.
지금 이렇게 기사를 보여주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으니까.
“자, 읽어 보셨겠지만 현재 미국이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하네요. 지금도 관세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데 감정의 골이 조금씩 깊어지는 상태로 보인단 말이죠. 근데 중국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까요?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거든요.”
몇 개의 기사를 더 보여줬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해당 정보를 인지시켰다.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격렬한 다툼을 말이다.
“생각을 해보자고요. 만약 미국이랑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터지면요? 전에 2차 무역전쟁 기억나시죠? 글로벌 증시가 얼마나 떨어졌던가요? 미국 주요 3대 지수는요? 근데 지금 상황이 나아진 게 절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무서움을 모르고 고공행진을 해왔어요. 결국 신고점을 달성하기에 이르렀죠. 지금 상태에서 제3차 무역전쟁이 발생한다? 음, 과연 증시가 얼마나 떨어지려나요? 생각만 해도 소름이네요.”
치공 : 3차 무역전쟁...?
둔무초 : 생각만 해도 전율ㅋㅋ
까만김씨 : 그럼 무조건 하락에 배팅합니다ㅋㅋ
커피빨대 : 와, 기사 보니 장난 아닌데요?
알탕 : 어, 아직 잘 와닿지는 않는데...
컵뚜껑 : 헐, 무섭네요. 돈 빼야 하나ㅠㅠ
그때 코인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익절을 마무리하고 다시 지지선을 그렸다.
“자, 다시 매수 잡아보겠습니다. 경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이어서 갈게요.”
알탕 : 예압ㅋㅋ
짝발 : 근데 오늘은 왜케 시드가 적어요?
“오, 짝발 님. 좋은 질문이네요. 제가 근시일 내로 재밌는 일이 발생할 거 같아서 소액으로 단타 연습을 조금 해야 하거든요. 근데 사실 지금 금액도 너무 큰 편이에요. 그래서 내일은 시총이 정말 낮은 알트코인으로 단타 방송을 할 예정인데요.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 놀아볼 생각이니까 기대 바랍니다.”
알탕 : 재밌는 일이라?ㅋㅋ 궁금궁금!
주린잉 : 으흠?
성삼만세 : 뭘 준비하시는 거지?ㅋㅋ
“그건 상황이 허락하면 알려드릴게요. 자, 일단 지지선에 다들 매수는 걸어두셨죠? 그러면 매수가 체결될 때까지 앞선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미국이랑 중국 상황이 진짜 심상치 않거든요? 이 시점에서 두 강대국의 싸움을 지켜보는 러시아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1차, 2차 무역전쟁을 지켜보면서 충분히 상황을 학습했을 강대국이 멍하니 지켜만 볼까요?”
류성은 ‘악재 정보권’을 떠올렸다.
러시아가 갑자기 에너지 및 원자재 수출을 축소한다는 내용.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던 와중에 한 가지가 떠올랐었다.
바로 미국의 달러 패권 저지.
러시아는 아마도 그걸 원하고 원자재와 에너지 수출을 줄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해당 상황에 대입해 정보권을 분석해 보니 그럴듯한 그림 하나가 그려졌었다.
오늘은.
그 그림을 모두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망상이니까 흘려들으세요. 아시겠죠?”
본래는 언급하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이번 퀘스트를 얻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 충격은 줘야지.
그래야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경각심을 가질 테니까.
알탕 : 네, 어서, 빨리 알려주세요!
우상향 : 과연 정보꾼 님의 상상력은...?
이어서 류성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 * *
오랜만에 투자 관련 사이트가 활발해졌다. 최근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상당히 조용했었는데 지금 막 그런 고요한 분위기에 핫한 이슈가 던져졌다.
제목 : 지금 정보꾼 생방 중!
제목 : 방금 이야기 들었어요, 다들?
제목 : ㄷㄷ, 허황된 상상이 왜 이렇게 현실감이 느껴지냐?
제목 : 왜 무섭지?
제목 : 어, 음... 저 얘기 듣고 매도해야 하나 싶던데ㅠ
제목 : 누가 정리 좀요!
제목 : 뭔 일임?
제목 : 와, 상상력 쥐기네ㅋㅋ
그때 깔끔하게 정리된 게시글이 올라왔다.
1. 제3차 미중무역 전쟁이 발생할 낌새가 보인다!
2. 러시아의 입장은?
3.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흔들리는 세계 경제에 폭탄을 던질 가능성이 있다. 왜냐? 미국의 달러 패권을 조금이라도 흔들기 위해서.
4. 그렇다면 그 방법은?
5. 원자재 및 에너지 수출을 축소하면 된다.
6. 평소라면 반발이 극심하겠지만 이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벌어진 이상 중국의 편을 들어주면서 원자재 수출을 줄인다고 하면 아무래도 관심이 미중 무역에 쏠릴 수밖에 없다.
7. 러시아는 자연스럽게 압박을 덜 받게 될 것이다.
8.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 시나리오 예상.
9. 해당 사안이 길어진다면?
10.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11.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리를 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증시가 하락하고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다.
12.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결국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
13. 엄청난 글로벌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해당 게시글에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댓글]
작성자 : 일단 여기까지 정리를 해봤음.
촙촙주린이 : 와, 좀 길긴 한데 그래도 확실히 알차구만!
└작성자 : 땡스, 여기서 더 줄이긴 어렵더라고.
팩트체크맨 : 음, 진짜 허황된 헛소리라고 일축하고 싶은데 하필 상대가 정보꾼이넼ㅋㅋ 미치겠구만
└작성자 : 정보꾼은 분명히 허황된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라고 언급을 했음.
└팩트체크맨 : 그렇긴 한데 듣고 있으면 뭐랄까, 이상하게 현실감이 넘침. 특히 중국 내부 기사라든가, 러시아 내부 기사도 번역해서 보여줬는데 그것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고 해야 하나?
└작성자 : 그건ㅇㅈ
코인갓대박 : 님은 어쩔 거임?
└작성자 : 나는 정보꾼 따라서 돈을 꽤 벌기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고 투자했던 자금 전부 매도하기로 결정!
└코인갓대박 : 와, 실행력 ㅅㅌㅊ
└작성자 : 땡스!
정보꾼이 말한 건 보통 사안이 아니었다.
제목 : 3배 레버리지 투자 중인데ㅠ
제목 : 와, 어쩌지?ㄷㄷ
제목 : 딴 놈이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겠는데... 젠장, 하필 정보꾼이네ㅠㅠ
제목 : 10전 10승. 불패의 투자자임! 믿자 그냥!
제목 : 그래, 돈 지키는 게 낫지
제목 : 어차피 차트상으로만 봐도 3월 중순 이후로 하락세라고 했음 일단 후퇴!
제목 : 요즘 증시 분위기 ㄹㅇ 안좋긴 함
제목 : ㅇㅇ안 잃는 게 우선이지
제목 : 아몰랑 난 그냥 투자함!
제목 : ㅉㅉ, 또 나중에 죽는다니 뭐니 헛소리하지 말고 기회 줄 때 탈출해라!
제목 : 인플레라니ㄷㄷ 그것도 글로벌?ㅁㅊ
글로벌 인플레이션.
과거를 비추어본다면 해당 사안이 안겨줄 증시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