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186화
122. 단타 연습(3)
어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청자가 들어왔다.
반가운 아이디도 보였고.
호양TV : 형님, 저도 왔습니다!
알탕 : 가하!
알탕 : 아니, 첫 번째 채팅을 뺏기다니...?
나그네 : 오오, 이틀 연속이라니ㅠㅠ
그늘 : 크, 좋네요, 좋아!
무비스타 : 오늘도 돈복사 가쥬아아아앜!
속으로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네, 오늘도 빠르게 들어오셨네요. 그리고 알탕 님, 진짜 채팅으로 1위 뺏긴 모습은 처음 보는 거 같은데요? 허어, 이거 정말…… 실망입니다?”
알탕 : 크흡ㅠㅠ 다음번에는 안 놓칠 겁니다!
호양TV : 아하하ㅋㅋ 형님, 앞으로는 제가 1위라구요!
주린잉 : 단타 자금 준비 완료^-^
알탕 : 아니, 다음엔 접니다!
호양TV : 과연...? 아, 그리고 형님? 내일 뵙겠습니다!
주둥이 : 아는 사이신강?
알탕 : 저도 보고 싶은데...!
류성은 호양의 채팅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직은 가면 컨셉을 이어가고 싶었으니까.
“호양 님. 저 가면 쓰는 컨셉인 건 아시죠?”
호양TV : 아, 넵! 그렇죠. 제 입이 방정이네요, 죄송합니다!ㅠㅠ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었으리라.
“괜찮습니다. 자, 그러면 단타를 진행하기에 앞서 오랜만에 시드 좀 공개해 볼까요?”
그간 시드가 너무 커서 비밀로 했었는데 오늘은 적은 금액으로 단타를 진행할 예정이라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런 점은 또 괜찮네.
솔직히 이게 편하고 좋았다.
“어때요, 보이시나요?”
계좌 현황을 올리자 200만 원이란 금액이 눈에 들어왔다.
알탕 : 와, 진짜 소액이네요?
짝발 : 허업, 마치 과거로 돌아온 기분!
주린잉 : ㅎㅎ, 초창기 방송할 때 느낌이네요
반도체갓 : ㅋㅋ색다르다, 색달라!
댄저러스 : 이야ㅋㅋㅋㅋ
나무킹 : 캬, 저보다 시드가 적으신데요?ㅎㅎ
“아니, 다들 돈이 많으신 모양이에요. 200만 원도 사실 적은 돈은 아닌데 말이죠. 물론 지금 버는 돈에 비하면 소액이긴 하지만요. 그러고 보면 저도 처음에는 정말 적은 돈으로 시작했었네요.”
어느새 이렇게 돈을 벌어들인 건지.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알탕 : 너무 빨라요ㅠㅠ
주린잉 : 하, 벌써 3월...ㅎㅎ
추억 : 지나고 나면 더 그렇죠ㅠ
찰칵찰칵 : 내가 벌써 아재라니!
짝발 : 그래도 덕분에 삶이 좀 편안합니다!
칵테일 : 요즘 행복해요!
“즐겁게 지내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돈복사 많이들 해보자고요. 물론, 돈 많이 버셨으면 후원도 팍팍 해주시길 바랍니다. 내역서 보면 아시겠지만 후원하는 금액은 물론이고 제 사비까지 더해서 좋은 일에 쓰고 있으니까요.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일도 하고, 그렇게 살자고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단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시총이 작은 알트코인으로 한번 해볼게요. 제가 어제 말했듯이 연습하는 거라서 오늘은 손해 볼 수도 있습니다. 참고하시고 소액으로만 따라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총이 2조도 되지 않는 소형 알트코인 칠린즈의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와, 생각했던 것보다 등락이 크긴 한데…… 대신 그만큼 수익률도 크겠죠? 물론 손해를 보게 되면 마이너스도 클 거구요. 유의하시고 쫓아오세요. 일단 지지선부터 그려보겠습니다.”
재능 ‘차티스트의 눈’이 절로 발동되었다.
스슥, 슥.
붓처럼 그려지는 지지선들.
“음……!”
확실히 대형주와는 차이가 컸다. 자잘한 지지선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언제든 쉽게 뚫고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지지선이었다.
“가볍네요, 확실히.”
하지만 웃기게도 칠린즈의 가격은 그 연약한 지지선과 저항선을 토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혼자서 적당한 금액으로 단타를 하는 거라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시청자와 함께 하는 이상 조금 더 강한 지지선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어, 그나마 여기가 괜찮아 보입니다.”
그럭저럭 활용할 수 있는 지지선을 찾아냈다. 해당 위치를 시청자도 볼 수 있도록 선을 그었다.
“2,350원 자리. 여기가 꽤 강한 지지선이긴 하거든요? 일단 이 가격에 매수하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류성은 200만 원의 금액을 사용해 매수를 걸었다.
시청자도 각각의 시드를 투입했다.
그러자 2,350원에 매수벽이 엄청나게 쌓이기 시작했다.
알탕 : 와, 속도 무엇...?
케빈스 : 헐, 매수벽이 왜 이래요ㅋㅋㅋ
아엠파더 : 어, 금액만 보면 평소 단타보다 훨씬 적은 편인데ㅠㅠ
“네, 아무래도 시총이 너무 낮은 알트코인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거래대금 자체가 낮은데 이 정도 매수벽이 세워지면 아무래도 송곳처럼 튀어나올 수밖에 없긴 하죠.”
순식간에 수십억의 매수벽이 생겨났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대형주라면 티도 나지 않을 금액이었다. 그런데 시총이 낮은 알트 코인이라 그런지 철옹성보다 견고한 성문이 되어버렸다.
“이거…… 매수가 될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수다나 좀 떨죠. 제가 마침 오늘 영화 투자를 정산했거든요. 해당 내역 잠깐 보여드릴까요?”
알탕 : 오, 영화 투자! 저도 최근 영화 하나 투자했어요!
짝발 : 관심은 있는데...ㅠ
호양TV : 오오, 영화 투자까지! 좋습니다!
주린잉 :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 저도 소액 투자해 봤는데ㅎㅎ
“투자한 분이 좀 보이네요. 어떤 영화에 투자하셨는데요?”
알탕 : 저는 사신의 길이요!
주린잉 : 헐, 저도요
“어라, 신기하네요?”
하필이면 두 사람이 같은 영화에 투자했다니.
영화 보는 눈이 있는 모양이었다.
알탕 : 설마...?
주린잉 : 오오?
“네, 저도 사신의 길에 투자했거든요.”
알탕 : 아싸, 대박 확정!ㅋㅋㅋ
주린잉 : 용돈 벌겠네요^^
두 사람의 반응에 류성은 웃으며 영화 투자 사이트에 접속했다.
로그인하고.
오늘 오전에 정산했던 내역을 보여줬다.
“이건 오늘 오전에 정산한 내역이거든요. 어때요, 괜찮죠?”
수익률과 함께 말이다.
반도체갓 : 와, 대박...!
영화마니아 : 초인 마녀에 범죄 도시 전쟁이라니ㅋㅋ
릴리리아 : 초대박 흥행작에 투자했었네요?
알탕 : 허얼, 수익금이... 미친ㅋㅋ
주린잉 : 와, 몇 배죠?ㅎㅎ 선구안 멋져요^^
모듬구이 : 허, 영화 투자란 것도 있었네요. 수익도 좋고... 부럽습니다!
“너무 노골적이었나요? 뭐, 여기 계신 분들은 앞으로도 쭈욱 저랑 같이 돈 많이 버실 거니까요. 어? 지금 막 지지선에 닿았네요. 다시 차트 볼게요.”
가격이 뚝뚝, 떨어졌다.
2,365원.
2,360원.
2,355원.
2,350원에서 매수가 잠깐 체결되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하지만 2,350원에 세워진 매수벽을 모두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몇억 치의 물량만 체결이 될 뿐이었다. 이어 잠깐 횡보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음, 다시 올라가네요.”
확실히 시총이 낮으니 힘들었다.
생각보다 어렵네.
다 같이 벌려면 대형주가 답인 건가 싶었다.
“일단 기다려 볼게요. 지금 큰 저항선이 2,445원이거든요. 여기에 맞고 하락하면 좀 강하게 내려올 겁니다. 시간이 살짝 필요하겠네요. 매수되신 분은 2,445원 아래에서 꼭 파시고요.”
적당히 시간이 흐르자 큰 저항선에 도달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류성은 일단 익절을 했다.
그리고 다시 큰 지지선에 매수를 걸어놓았다.
“자, 맞고 떨어지네요. 아마 이번에는 2,350원에 꽤 물량이 나올 거 같습니다.”
추측대로 매수가 꽤 체결되었다. 거대했던 매수벽이 살살 녹았는데 아쉽게도 모든 물량이 체결되지는 못했다. 시총이 낮은 알트코인의 한계였다.
기러기 : ㅠ아, 매수 실패.
딸바우유 : 저도 실패했네요, 까비
알탕 : 저는 매수 성공!
짝발 : 아쉽...ㅠㅠ
연습을 해보니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소형주나 알트코인으로는 모두가 돈을 버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이거 참…….”
그래도 정한 시간이 있으니 조금만 더 해보기로 했다. 기왕 연습하는 거 제대로 단점을 파악해 두는 게 좋을 테니까. 정말 아니다 싶으면 방송에서는 평소처럼 대형주로 단타를 하면 그만이었다.
“자, 수익 나신 분들 축하드리고요. 다시 지지선이랑 저항선 좀 잡아보겠습니다.”
차트에 그려진 선들을 파악했다.
지지선은 여기.
그리고 저항선도 큰 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항선은 2,470원. 여기네요.”
시간이 꽤 흐르고.
해당 저항선에 닿은 칠린즈의 가격이 서서히 하락했다.
“2,300원에 매수 걸어보겠습니다.”
어느새 2,400원이 깨졌다.
2,330원.
2,325원.
2,320원.
류성이 언급한 지지선에 거의 닿았을 무렵이었다.
“음……?”
갑자기 코인 가격이 출렁이더니 급격하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2,335원.
2,385원.
2,410원.
2,465원.
순식간에 2,470원이라는 1차 저항선에 도달했다. 류성이 언급한 매도 가격이었는데 코인 상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490원.
2,520원.
2,535원.
2,565원.
이윽고 2,600원에 도달했다.
엄청난 매수와 매도로 거래량이 급증했다.
가격도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이거 아무래도…….”
류성이 무어라 언급하려는 순간 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 * *
자그마한 규모의 세력.
“음? 형님, 여기 요즘 유명한 녀석이 방송 시작했는데요?”
“그래? 시청자는?”
“3천 명 넘었습니다.”
“흐음, 뭐. 적당하겠네.”
“시작할까요?”
“그래, 가보자고.”
그들은 곧바로 주식대마왕TV, 그러니까 가면남의 생방송에 들어갔다.
[2,300원에 매수 걸어보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세력원이 비릿하게 웃었다.
“가격 내려가면 진입하겠습니다, 형님.”
“좋지.”
이윽고 가면남이 말한 가격까지 하락했을 즈음. 그들은 들고 있는 자금을 활용해 매수를 시작했다. 그가 언급한 가격보다 5원이 높은 금액에서부터 말이다. 그렇게 적잖은 물량을 흡수한 채로 조금 더 위로 긁어 올리자 욕심에 눈이 먼 개미들이 들러붙었다.
“오, 꽤 붙는데?”
“네. 생각보다 힘이 좋은데요?”
“흐흐, 좋구만.”
생각보다 개미의 힘이 강했다.
저항선을 뚫고.
다시 뚫고 또 뚫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던지자고.”
“예, 형님!”
그렇게 세력은 자금을 털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
그 자금을 개미가 매수해 버린 것이다.
채팅은 난리가 났다.
욕심쟁이 : 으악, 고점에 사버렸다ㅠㅠ
물통 : 헐, 살려주세요...!
경고등 : 아, 미친! 순간 눈 돌아버렸네ㄷㄷ
그러자 가면남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거 아무래도 세력이 들어온 모양이네요. 아쉽지만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뭐, 연습은 충분히 된 거 같아서요. 세력이 끼어든 이상 정상적으로 단타하기도 어렵고요. 다음에도 세력이 진입했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생방송 종료할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니까 참고해 주시고요. 한동안 단타 방송은 없을 예정입니다. 오늘, 욕심을 내신 분들은 아쉽지만 적당히 손절하시고 다음에 큰돈 버시길 바랍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그렇게 방송이 종료되었다.
“엇? 형님, 진짜로 꺼졌는데요?”
“뭐? 아니, 이제 겨우 한 번인데…….”
“쩝, 다른 방송은 규모 있는 게 딱히 없습니다. 어쩔까요?”
“뭘 어째. 쉬어야지, 쯧.”
“그럼 정리하겠습니다.”
세력의 대장, 정한철이 아쉬운 듯 혀를 찼다.
띠리링-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혹시 너희냐?
“예?”
-방금 정보꾼 단타 생방송 방해한 게 너희냐고.
“어…… 그게, 방해라기보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한철이 말을 흐렸다.
시바, 뭔 상황이지?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 이 자식아. 너 거기 큰형님이 주시하고 계신 거 몰랐냐?
“예……?”
-어휴, 얼마나 광팬이신데.
“패, 팬이요? 그게 무슨……?”
-넌 진짜, 어휴. 알아서 해라. 난 모르니까.
“혀, 형님!”
-됐고, 앞으로 연락하지 마라.
그렇게 통화가 끊겼다.
큰형님이라니.
상황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X됐다.”
아무래도 세력 생활을 접어야 할 모양이었다.